<오마이뉴스>는 '시민 기자'라는 개념을 최초로 도입하며 참신한 언론의 출현을 알렸다. 그러나 이들이 사회를 향해서는 높은 책임 의식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시민 기자의 표절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가 부족하다는 것이 정태현 작가의 글을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났다. 정태현 작가는 자신의 글을 표절한 기사가 급속도로 사람들에게 퍼져나가자 <오마이뉴스> 측에 빠른 조치를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그들의 무심한 대처와 모욕이었다. <오마이뉴스>가 정태현 작가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힘없는 젊은 무명 작가라는 사실 뿐이었다. 이에 정태현 작가는 문제 해결을 위해 광화문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하며 진보 진영의 연대와 차가운 시선을 홀로 감내해야 했다. 『오마이 투쟁』에서는 여전히 표절에 관대한 사회에 물음표를 던진다.
자산 운용사를 퇴사하고 아내와 함께 훌쩍 세계 여행을 떠나셨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계기가 있으셨나요?
사람들이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흔히 용기 있다고 말하는데, 저는 남들처럼 용기가 있어서 간 게 아니었어요. 현실 도피에 가까웠어요. 회사를 잘 다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졌어요. 그 허무함이 너무나도 크고 깊어서 도무지 회사에 다닐 수 없을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퇴사하고 그동안 모은 돈으로 세계 여행을 떠났어요. 제가 다녔던 회사는 돈은 많이 줬지만 돈 쓸 시간은 주지 않는 회사였거든요. 주말에도 일해야 했어요. 그래서 돈을 모을 수 있었고 여행을 떠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도 지금처럼 워라밸과 주 52시간이 잘 지켜졌다면 아마 못 떠났을 거예요.
여행의 전과 후, 가장 크게 달라지신 점이 있나요?
제가 인생을 허무하게 생각하고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던 걸 여행을 통해 알게 됐어요. 그 전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많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행을 가기 전에는 막연히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문학을 좋아했고 작가가 꿈이었거든요. 하지만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는 작가가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출간하셨던 『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 책도 그런 변화와 이야기들을 전달하고 싶으셨던 건가요?
세계를 509일간 여행한 건 어떻게 보면 대단한 경험을 쌓았던 거잖아요. 그럼 그걸 소화할 시간도 필요한데, 저는 그걸 글을 쓰면서 소화를 시켰던 것 같아요. 방대한 여행 경험을 피와 살로 만들고 또 버리는 과정을 거쳐 나온 게 제 첫 번째 책이에요.
두 번째 책 『오마이 투쟁』은 어떤 내용인가요?
<오마이뉴스>가 제 첫 책 『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를 표절했었어요. 제 첫 책의 여러 문단과 여러 문장을 통째로 베껴서 마치 자기 경험인 것처럼 가져다 쓴 거예요. 그걸 제가 포털 사이트의 메인에서 운 좋게 발견해서 내려달라 했어요. <오마이뉴스>는 너무도 명백한 표절이라 표절은 인정했지만, 기사를 내리지 않고 오히려 제게 화를 냈어요. 이건 잘못된 일이잖아요. 『오마이 투쟁』 은 잘못된 일을 바로잡기 위해 개인이 집단을 상대하는 과정을 그린 책이에요.
이 책이 나오기까지 무엇을 위해 싸운 것이며 작가로서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건 무엇이었나요?
표면상으로는 <오마이뉴스>와 싸운 게 맞지만 제게 일어난 일이 꼭 <오마이뉴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오마이뉴스>만의 문제였다면 <오마이뉴스>와만 싸웠으면 될 일이었기에 이 일이 더욱 쉽게 해결되었을 것이기 때문이에요. 저는 <오마이뉴스>뿐만 아니라 집단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고 권위에 대한 도전을 꺼리는 집단주의, 타당한 이유보다는 사회적 위치를 우선시하는 권위주의, 그리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좋게 좋게 넘어가며 문제를 덮는 게 미덕이라 생각하는 한국식 관습과도 싸워야 했어요.
표절당하고 또 그 표절 글을 내리고 사과받기 위해 싸운다는 건 작가로서 어떤 심정이었나요? 또, 왜 법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끝까지 대화로 이 일을 해결하려 했던 건지?
저는 결코 이 일을 가지고 싸우고 싶지 않았어요. 내 글을 표절했다고 싸우는 일이란 마치 자기 것을 대단히 생각하고 챙기는 사람으로 느껴지는 굉장히 괴로운 일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 일을 모른 척 넘어갈 수는 없었어요. 그렇다면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힘없고 어리다는 이유로 부당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계속해서 나올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에요. 저는 이 사회에 이에 대한 문제를 말하고 싶었어요. <오마이뉴스>와 싸우는 동안 <오마이뉴스>와 <오마이뉴스>에 호의적인 사람들로부터 '쩨쩨하다', '별것 아닌 글 써놓고 유난 떤다', '작가의 품격은 어디 갔냐'는 조롱 섞인 말을 들어야 했어요.
작가의 자존심과 품격을 모두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던 괴로운 싸움이었어요. 그 사람들의 눈에는 제가 너무도 뻔뻔한 사람처럼 보였겠지만 저 역시 제가 유명한 작가가 아니라는 점도, 제 글이 부족한 점이 많은 작품이라는 것도 역시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너무도 괴로웠어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가 할 수 있는 말이지 제 글을 표절한 언론사가 할 말은 아니었어요. 만약 법적으로 해결했다면 저는 이들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은 알지 못했을 것에요. 작가라는 사람은 문제점에 대한 빠른 해결책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의 근원을 찾는 사람이라 생각해요. 네, 맞아요. 작가는 그만큼 한가한 사람이에요.(웃음)
『오마이 투쟁』을 통해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그리고 다음 책 출간 계획이 있으신지요?
상대보다 힘이 약한 것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나보다 힘 있는 사람, 혹은 집단이라 해서 그들의 잘못된 일에 눈감고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넘어간다면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다른 사람이 나와 같은 피해를 받을 것이고, 이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용기요? 용기가 필요하다는 건 한편으로는 그 일에 또 그 문제에 대해 절실하지 않다는 거예요. 정말 절실하다면 그 일을 행하는 데에 용기 따위는 필요하지 않아요.
세 번째 책으로 시련을 극복하는 법에 대한 책을 출간할 예정이에요. <오마이뉴스>와 싸운 이후로 저는 한동안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했어요. 제 안에서는 점차 피해 의식이 커져 나갔고요. 저를 피해자로, 약자로 생각하며 나날이 망가진 사람이 되어갔어요. 하지만 어떠한 사건을 겪으며 마침내 시련을 이겨낼 수 있게 되었어요. 많은 분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낙담하기 쉽지만, 버티는 일 역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세 번째 책을 통해 알리고 싶어요.
*정태현 1984년 출생. 부산에서 태어나 바다를 보며 자랐다. 바다를 떠나기 싫어 해병대에 입대했지만 이후 바다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한양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래에셋 자산운용사에 다니다 좀 더 넓은 세상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509일간 세계 여행을 떠났다. 여행에서 돌아와 금융맨으로 돌아가는 대신, 인생의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을 담은 책 『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를 쓰면서 사회적 책임과 소명 의식을 지닌 작가로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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