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르 문학의 리리시즘을 선보이며 선 굵은 장편을 발표해온 차무진이 처음으로 단편집을 펴냈다. 2019년, 팬데믹을 예견이라도 하듯 바이러스로 인한 한반도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그린 『인 더 백』으로 각종 언론과 독자의 주목을 이끌었던 그가 '라이프 앤드 데스 단편집'이란 부제로 『아폴론 저축은행』을 공개한다. 미스터리를 바탕에 두고 스릴러, 추리, 판타지,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이 작품은 생사 앞에 선 인간의 내면을 사려 깊게 주시하는 시선인 동시에, 과감함과 맹렬함으로 극한을 달리는 서사이기에 어른을 위한 장르 문학으로 손색이 없다.
각종 언론의 극찬을 받았던 『인 더 백』 출간 이후 3년 만에 단편 소설집을 들고 오셨어요.
장편을 쓰면서 틈틈이 잡지에 제안받거나 감흥이 일어 작업해 둔 단편들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제안해주신 출판사에 감사함도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매우 뜻깊은 작업이었습니다. 긴 이야기에만 몰두하던 제가 짧은 이야기를 작업하면서 '핵심 서사의 힘'을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또 새로운 단편들이 정리되고 소설집을 낸다고 해도 이 책 같은 감흥이 있을까요?
『아폴론 저축은행』은 미스터리를 바탕으로 스릴러, 추리, 판타지, 드라마 등의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나요?
이 단편 모음의 본질은 '미스터리'와 '휴머니티'입니다. 요즘은 'SF 장르'가 대세인데요. 저는 머지않아 '미스터리 장르'가 부흥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요즘처럼 비상식적이고 이해되지 않는 현실을 사는 현대인들은 '수상하고 알 수 없는 현상'을 실감하는 중이며, 그래서 영화나 소설 속 미스터리가 더는 어색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수상하고 알 수 없는 현상'은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스터리 서사에는 반드시 '인간성'이 내포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각 단편들마다 여러 장르를 흉내내었지만 서사의 근간은 '미스터리'와 '휴머니티'입니다.
마포 대교 연쇄 자살 사건을 다룬 오컬트 추리 소설 「마포대교의 노파」, 몰락한 가장이 거머쥔 횡재수 뒤의 비화 「아폴론 저축은행」, 마약떡볶이에 미쳐 돌아가는 중국 진나라 연쇄 살인 사건「서모라의 밤」 등의 여러 단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속 캐릭터가 있나요?
「서모라의 밤」의 주인공 왕전과 「상사화당」의 캐릭터 밀봉은 외형이 몹시 비슷한 캐릭터입니다. 사실 두 이야기는 같은 인물을 사용하려고 했는데요. 그것은 '밀봉'이라는 인물이 시대를 넘나 들는 불사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전작 「해인」의 그 불사와 같은 인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왕전을 캐릭터라이징하면서, 그가 능동적이 아닌 리스너 역할이 강했기에 밀봉과 동일 인물로 처리하기를 단념했습니다. 저는 「상사화당」의 밀봉이라는 인물을 주시하고 있는데요. 내년에 나올 새로운 장편의 주인공이 되기 때문입니다. 아, 질문의 답이 빗나갔네요. 단편들 중 가장 기억에 나는 캐릭터를 물으셨죠? 저는 단편 「그 봄」에 나오는 '아이들 엄마'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런지...
이번 단편집을 두고 정세랑 작가님이 독이 든 초콜릿 같다, 어른을 위한 장르 문학이다라고 표현했을만큼 과감하고 맹렬한 분위기의 작품들이 돋보이는데요. 소설을 쓰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과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요?
무서운 이야기만이어서는, 신기한 이야기만이어서는 안된다는 강박이 있습니다. 서사는 읽는 이의마음을 어떤 형태로든 동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흥분시키면서 감동시켜야 하는 일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또, 슬픈 와중에 사악함이, 반전인 줄 알았는데 유머가, 공포물 서사에서 서정을, 이런 이율배반적인 서사를 잘 만들어보고 싶은데 그게 힘들었습니다.
주로 작품을 쓰실 때 어디서 영감을 받는지 궁금합니다. 소재를 찾기 위해 즐겨 보는 콘텐츠가 있으신지요?
주로 걷습니다. 걸을 때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험이 많았고, 또 결과가 좋았습니다.
이전에 『스토리 창작자를 위한 빌런 작법서』도 쓰셨는데요. 요즘은 다양한 콘텐츠에 빌런 같은 주인공도 많이 등장합니다. 『아폴론 저축은행』에도 매력적인 빌런이나 빌런 같은 주인공이 등장하나요?
물론입니다. 다만, 장편과 달리 단편의 빌런은 '인물'보다는 '처지'가 주로 다루어집니다. 만질 수 없는 시간과 공간, 그림 속의 악당, 욕망을 자극하는 재화, 그리움 등등도 주인공의 의지를 막는 빌런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서사에서 빌런은 단순한 악당만은 아닙니다. 주인공의 욕망을 막는 그 어떤 것도 빌런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삶도 그렇지 않나요? 내 앞의 가장 강력한 빌런은 바로 '나'인 것처럼요.
『인 더 백』은 드라마화 예정이고, 또 최근에 태국 이름난 출판사에 수출도 되었다고요. 앞으로 어떤 작품 활동을 하실지 기대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두어 편의 장편 소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목과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는 단계입니다만, 지금 저는 드라마 시나리오도 작업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새 장편 소설에 적용하기 위해 정리해둔 트리트먼트를 영화 제작사에 선보일 수 있게 되었는데, 운 좋게 이야기를 팔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그 이야기의 시나리오까지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내년에는 제가 만든 장편 소설뿐만 아니라 드라마로도 인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차무진 1974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2010년 장편 소설 『김유신의 머리일까?』로 데뷔했다. 2017년에 『해인』을, 이후 『해인』의 세계관을 확장한 『모크샤, 혹은 아이를 배신한 어미 이야기 1,2』를 발표했다. 2019년에 발표한 『인 더 백』은 대중성과 문학성을 고루 갖추어 한국 장르문학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고 평가받았으며 출간 즉시 판권이 계약되었다. 그 외 『좀비 썰록』(공저), 『당신의 떡볶이로부터』(공저) 『카페 홈즈의 마지막 사랑』(공저), 『태초에 빌런이 있었으니』(공저) 등이 있다. 발표한 단편으로는 미스터리 격월간 문예지 <미스테리아>에 실린 「비형도」(13호), 「마포대교의 노파」(24호)가 있다. 2020년 빌런만을 심층 연구한 작법서 『스토리 창작자를 위한 빌런 작법서』를 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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