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도 '커닝페이퍼'가 있다면 어떨까. 정답만을 콕 집어줄 수는 없지만, 어깨너머로 힌트를 보고 답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도록 말이다. 사실 인생에 하나로 정해진 답은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갈림길에 설 때마다, 모퉁이에 맞닥뜨릴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답을 원한다. 누군가 답을 알려주길 바라는 막막함을 끌어안고 하루하루 살아간다. 고민 많은 인생에 커닝하라고 기꺼이 모범 답안을 모아 내어주신 성진 스님의 말씀을 엮었다. 인생의 답을 몰라 걱정으로 차오르는 사람들에게, 걱정이 어디서 왔는지부터 알아나가면 스스로 답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음을 일러준다.
신간 『내 걱정 어디서 왔을까』를 통해 성진 스님을 처음 만나게 된 독자 여러분들에게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소 뒷걸음치듯 우연 속 인연으로 만난 스승에게 "너는 누구냐?"라는 질문을 받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출가한 지 30년 차의 대한불교조계종 승려입니다. 지금은 답을 찾는 길에서 만난 이웃 종교 성직자분들과 함께 손을 잡고 종교의 담 밖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궁금해하실 만한 질문인 것 같아요. 내 걱정은 어디서 왔을까요? 『내 걱정 어디서 왔을까』는 어떤 책인지, 이번에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쓰시게 되셨는지 여쭤봅니다.
출가의 수행은 가장 먼저 자신의 부정적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가를 배우게 됩니다. 걱정과 근심의 실체는 무엇인지? 왜 우리는 걱정을 싫어하면서 마음의 주름은 걱정을 향해 접혀있는 것인지? 그땐 왜 그리 걱정했는지? 이 책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길을 동행한다는 마음으로 책을 엮었습니다.
50대 시절에 행복해야 80대까지 그 행복이 간다며 행복을 이루는 7가지 조건을 소개해주셨는데요. 스님께서는 지금 시점에서 혹시 어떤 조건들을 달성하셨을지 궁금해집니다. 여쭤봐도 될까요?
두 가지 빼고는 달성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조건인데요. 바로 원만한 결혼 생활입니다. 대신 사찰에는 여러 대중이 함께 생활하고 있으니 원만한 절 생활로 50%는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또 하나, 적당한 체중도 아직입니다. 움직이는 것보다 가만히 앉아 있기를 좋아하는 습관도 문제고, 빵과 떡을 너무 좋아하는 마음을 아직 고쳐가는 중이라서요.
아이들이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설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눈에 띕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어린이청소년 전법단 단장과 파라미타청소년 연합회 상임 이사도 역임하셨는데요. 아이들과 함께하셨던 일화가 무척 많으실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으시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예전에 한 어머니가 무기력과 자괴감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고2 아들을 데리고 오신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를 보내고 학생과 함께 법당에서 1박 2일 동안 1080배를 했습니다. 그 학생은 엎어지고 쓰러지고 울며 포기하려고도 했지만, 그때마다 저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다시 용기를 내었습니다. 비록, 제가 절을 대신 해주지는 못하지만 옆에서 묵묵히 기다려주고, 지쳐 느려진 자신의 속도에 맞추어 함께 절하는 사이에 서서히 마음을 열어 주었습니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저를 버팀목 삼아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지요.
절을 다 마치고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학생의 눈에는 세상을 다 가진 자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훗날 그 학생은 저와 유발상좌의 인연까지 맺었고, 자신을 믿어줄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당당한 성인으로 자라나 많은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기꺼이 조연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아이들은 주연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JTBC <다수의 수다>의 '종교인들의 수다' 편에 출연하셨던 김진 목사님, 하성용 신부님, 박세웅 교무님과 꾸준히 함께하시는 행보를 보여주고 계신데요. 종교를 뛰어넘은 네 분이 함께 활동하시면서 감명 깊었던 순간이 있으셨다면 어떤 것이 있었을까요?
네 명이 함께 활동한 지는 오래지 않아 많은 경험은 없지만, 저희가 출연한 영상에 이런 댓글이 있었습니다. 종교에 대해 냉담하셨던 분인데, 저희가 함께하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 종교 이야기를 편하게 들을 수 있었다고 해주셨지요. 그 말씀이 마음 깊이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도 목사님, 신부님, 교무님과 함께 네 분이 활동하실 예정이 있으실까요? 국내에서 네 종교가 함께 하시는 모습을 전에 본 적이 없어 신선하고 반갑습니다. 어떤 활동을 이어가실지 정말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저희가 중창단 '만남'을 결성해서 함께 노래 부르고 있습니다. 종교적인 노래가 아닌 모두가 익숙하고 위로와 용기가 되는 노래로 함께 하려고 합니다. 저희를 통해 일상의 어려움을 잠시 내려놓고 미소 지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서 노래와 이야기로 마음 나누려 합니다. 가장 가까운 목표는 12월 25일 성탄절에 명동성당 지하 몰에서 버스킹을 도전합니다. 비록 노래 실력은 초보이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온기를 담아 노래 부르겠습니다.
지금도 일상에서 일과 관계에 지친 독자분들이 많으실 테고, 그런 분들께 『내 걱정 어디서 왔을까』가 마음의 짐을 덜어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여러분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의 삶'이고, 가장 소중한 인연은 '자신'입니다. 자신을 토닥이며 누구보다 제일 먼저 "괜찮아"라고 말해주세요. 그리고 지친 자신에게 미소지어 줄 수 있는 마음 공간을 꼭 남겨주세요. 이 책이 여러분의 마음 공간을 조금 더 열어드릴 겁니다. 열린 틈으로 행복을 맞이할 수 있게요.
*성진 스님 남양주 성관사 주지 스님으로 현재 BBS 불교방송라디오 <지금은 수행시대>에 출연 중이다. 한국종교인 평화회의(KCRP) 종교간의 대화위원장과 대한불교 조계종 국제위원, 백년대계본부 미래세대위원에 재임 중이며, 조계종 군종특별교구 부교구장, 어린이청소년 전법단 단장 및 포교원 포교국장 등을 역임했다. |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