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eBook 로맨스 PD의 하루
로맨스 소설 주인공들처럼 가문을 일으키거나, 백작 작위를 받거나, 절륜한 남자에게 사랑받진 못해도 치열한 장르 콘텐츠 업계에서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며 해피엔딩(사이다 같은 매출)이 오기를 기대한다.
글ㆍ사진 허은선(eBook 로맨스PD)
202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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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후 오늘 해야 할 업무를 떠올리며 전날의 매출을 확인한다. 매출을 보니 문득 다른 세계로 회빙환(회귀와 빙의, 환생의 준말로 장르에서 자주 쓰이는 서사 장치) 하고 싶어진다.

신작 큐레이션과 함께 이벤트를 오픈하며 개중 흥미로운 작품은 카트에 넣는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미리 말해두는데 모두 내돈내산이다. 당연한 말일 수 있지만 로맨스 PD에게 로맨스 소설을 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다. 덕질로 시작해 어엿히 '덕업일치'를 이뤄 워라블(Work-life blending)을 추구, 아니 자발적 노예를 자처 중이다.

로맨스 PD는 eBook 로맨스 유통의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한다. 콘텐츠 소싱을 위해 출판사와 협업하고, 프로모션 기획과 판매 전략 수립, 분석을 통해 로맨스 분야의 매출을 책임진다.

로맨스 시장의 확장세는 나날이 눈부시다. 로맨스 소설은 여성의 주체성, 성공 욕구, 연애 형태에 대한 고민 등으로 여성 독자의 욕망을 충족시키고 있다. 여성 중심적 서사의 관점에서 한계를 극복하려 노력하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리고 로맨스의 근본인 간질간질하고 가슴 찌르르한 낭만적 사랑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공감대를 형성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깊은 사랑 이야기를 읽고 얻은 행복감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것은 심장 박동수가 차분해지고 혈압이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하니 이것 또한 로맨스 소설의 순기능이다. 로맨스 매출로 인해 오르는 혈압을 로맨스 소설을 읽고 낮춘다는 점이 아이러니하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 없는 PD 업무의 핵심이 매출 목표 달성이라도, 속내를 털어놓자면 로맨스 분야를 애정 하는 입장으로써 보다 다양하고 많은 고객분들이 로맨스 소설을 향유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성장한 로맨스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독자층을 만들어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로맨스 소설 주인공들처럼 가문을 일으키거나, 백작 작위를 받거나, 절륜한 남자에게 사랑받진 못해도 치열한 장르 콘텐츠 업계에서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며 해피엔딩(사이다 같은 매출)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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