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 없이 스테인리스 통으로 장보기, 신문지로 상자 접어 쓰레기통 만들기, 아이스 팩 전용 수거함에 넣기, 완충재 모아서 우체국에 가져다주기. 별거 아닌 살림법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작은 노력들이 모이고 모이면 근사한 변화가 시작된다. 『소소하지만 매일 합니다』는 이런 노력들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17만 팔로워의 살림 분야 인플루언서, '허유정'이 전하는 유쾌하고 무해한 살림 이야기이다. 조금 수고롭더라도 내 몸과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에게 무해한 방법으로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저자는 누구나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쉽고 유용한 살림법을 아침, 점심, 저녁 시간대별로 망라했다. 저자의 살림법들은 단순히 집을 정돈하는 노동의 영역을 넘어, 나 자신과 주변을 살피는 돌봄의 영역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녀의 살림법에서 느껴지는 다정한 온기는 읽는 이들에게 사부작사부작 무엇이든 실천하고픈 마음을 심어준다.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 이후 2년 만에 에세이로 돌아오셨어요. 책을 통해 만나 뵌 작가님은 2년 전과 마찬가지로 무해한 사람이 되는 방법을 실천하고 계신 것 같아요. 2년 전 출간 때와 현재, 달라진 일상이나 마음가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상에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아요. 여전히 저는 사는 일도, 쓰레기를 줄이는 일도 '할 수 있는 만큼 즐겁게', '오래오래' 하자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답니다. 제로웨이스트를 주제로 책도 썼으니 더 진지한 태도로 더 열심히 해야 하나 고민할 때도 있었지만, 그런 마음으로 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제 방식은 아닌 것 같았어요. 현재도 저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 방법들을 모으고 유쾌하게 전달하려 노력합니다. "쟤도 하는데 나도 해볼까?"의 '쟤'가 되는 것이 저의 목표예요.
한 가지 달라진 점은 무언가를 이야기할 때 좀 더 고민하고 말하기는 해요. 출간 이후 제 SNS를 봐주시는 분들이 늘어 조심스러워지더라고요. 실천 하나를 공유하더라도, 이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정말 좋은 일일까 한 번 더 생각해봐요. 예를 들어, 자연 소재로 만든 친환경 물건이라도 금방 망가지면 오히려 쓰레기가 생기는 일이잖아요? 이 물건을 소개하는 것보다 차라리 친환경 소재는 아니더라도 오래 쓸 물건을 추천하는 게 나을지 고민해보는 거죠. 약간의 부담은 생겼지만, 거의 비슷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답니다.
'몸과 자연에 무해한 방법'에 대한 작가님만의 고민과 애정이 돋보입니다. 이런 살림을 고민하고, 또 좋아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친환경 살림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무해한 살림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이십 대였던 것 같아요. 회사 생활하면서 몸이 많이 안 좋을 때가 있었는데, 되돌아보니 매일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일회용품을 쓰는 제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환경보다 온전히 저의 건강을 위해 관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건강한 음식, 좀 더 자연스러운 소재로 내 주변을 채우고 싶었던 게 계기였습니다.
'무해한 살림'이라 하면 환경을 위한 선의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렇게 사는 게 정말 '몸이 편해서' 하는 일들입니다. 이게 친환경 살림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만약 불편함만 감수해야 했다면 저도 실천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모든 클렌징 제품을 비누로 바꾸면 욕실을 청소하기 편해지고, 다 사용해도 버릴 것이 없으니 할 일이 훨씬 줄어들거든요. 일회용 행주, 캡슐 커피 같은 매일 나오던 쓰레기가 없으니 집을 정리하는 횟수도 줄고, 더불어 정돈된 집안 풍경은 평온한 마음을 안겨주죠. 해보신 분들은 다 공감할 거 같은데, 해보면 뜻밖에도 몸이 편한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살림도, 제로웨이스트도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 쉽사리 행동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를 쓰시면서 그런 분들에게까지 다정한 살림의 온기를 전하기 위해 특별히 더 신경 쓰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살림하다 보면, 문득문득 행복해지는 소소한 순간들이 있어요. 이번 책에는 그런 다정하고 따뜻한 순간을 독자분들도 느끼길 바라며 썼습니다. 예를 들어 '모카 포트 쓰는 방법'이라는 간단한 팁으로는 모카 포트의 매력을 모두 전할 수 없잖아요. 커피를 추출할 때 나오는 꾸륵꾸륵 소리가 얼마나 귀여운지, 부엌에 퍼지는 커피 향은 얼마나 포근한지, 제가 좋아하는 이런 살림 순간의 느낌을 함께 전해야 온전히 소개했다고 할 수 있죠. '나도 한 번 해볼까?'라는 마음이 들길 바라며, 제가 좋아하는 그 순간을 자세히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책 속에서 소개하신 수많은 살림 중에 '정말 소소하지만, 꾸준히 실천한다면 일상에 확실한 변화가 생길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살림 팁은 무엇인가요?
실천하기 제일 쉬운 방법을 추천드릴까 했는데, 확실한 변화라면 역시 '레몬 얼리기'인 것 같아요. 세네 달에 한 번씩 날 잡고 레몬을 씻어 슬라이스로 잘라 얼려두는데, 이 작업을 할 때마다 생각해요. '몇 달 치 행복'을 미리 얼려두는 것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 따뜻한 물 한 잔에 올리는 레몬 조각은 상큼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해줘요. '오늘은 또 어떻게 보내야 하나?' 싶다가도 시큼한 레몬향을 맡으면 '오늘 하루도 씩씩하게 출발해볼까!' 생기가 올라오죠. 하루를 끝내고 가득 따른 맥주에 올리는 레몬은 동남아 여행이라도 온 것처럼 근사한 시간을 만들어줘요. 레몬 얼리기는 꼭 해보시면 좋겠어요. 지치는 순간마다 얼려둔 행복을 하나씩 꺼내보세요!
작가님께서도 무해한 일상을 위한 수고로운 노력들이 가끔은 귀찮게 느껴져서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있지 않으실까 싶은데요. 위기를 극복하시는 방법이 있을까요?
그럴 때는 굳이 극복하려 하지 않고, 우선 몸과 마음부터 챙겨보려 해요. 살림이 귀찮고 하기 싫다고 느껴질 때는 내가 약해져 있을 때더라고요. 일이 많고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일수록 배달 음식을 찾는 것처럼요. 기억에 남는 때가 있어요. 환경 관련 강연으로 바쁘던 기간이 있었는데, 그때 오히려 제가 햇반을 가장 많이 먹고 있더라고요? 밖에 나가서는 환경을 이야기하면서 현실은 그렇게 지냈던 거죠. 그때 생각했어요.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것도 내가 건강하고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요. 혹시 지금 살림이 수고롭다는 생각이 들면 우선 쉬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나를 충분히 쉬게 하고 좋은 음식을 먹여주면 다른 일도 챙길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작가님께서 살림 분야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계시고 있다 보니 작가님의 살림 이야기를 좋아하고 실천하는 독자분들과도 많은 소통을 하실 것 같습니다. 이번 책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독자님의 실천 후기가 있을까요?
특별히 딱 하나 뽑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책을 보고 이런 실천을 해봤다'라고 메시지 주시는 분들이 꽤 많은데, 받을 때마다 그 내용이 참 귀엽고 다정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오늘 저녁에 레몬을 얼렸는데, 엄청나게 뿌듯하네요."
"아침에 현관을 빗자루로 쓸었는데, 진짜 복이 들어올 것 같아요!"
다 큰 어른들이 사진까지 찍어 자랑하는 모습이 마치 칭찬을 기다리는 어린아이 같기도 해서 웃게 되더라고요. 작은 일에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는 건 마음이 건강하다는 뜻 같아요. 건강한 분들의 좋은 에너지를 받으면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요.
마지막으로 작가님처럼 일상을 유쾌하고 무해하게 만드는 살림을 꿈꾸고 계신 분들께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내 살림을 건강하게 챙기는 건 '꽝 없는 복권'이라고 생각해요. 오전에 딱 2분 동안 행주를 씻어 놓으면, 오후에는 잘 마른 소창의 바스락한 촉감을 느낄 수 있어요. 아침에 빗자루로 현관을 청소해두면, 집을 들어왔을 때의 편안한 안도감은 배가 되고요. 내 의지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은 때일수록 살림을 챙겨보세요. 나만 움직이면 변화는 확실하니까요. 유쾌하고 무해한 살림으로 문득문득 행복한 순간을 자주 만나보세요!
*허유정 좋아하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곁에 두고, 소심하게나마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실천하는 일상의 작은 노력을 담은 에세이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를 썼다. ▶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 블로그 바로가기 ▶ 유튜브 <오늘무해 프라우허>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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