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반백을 살아기 위한 철학 수업, 『오십에 읽는 순자』
<순자>는 '푸른 물감은 쪽풀에서 취하지만 쪽풀보다 더 푸르고, 얼음은 물로 이루어졌지만 물보다 더 차갑다'라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의 문장으로 시작된다. 이를 오십의 삶에 비유하면 '지난 50년을 기반으로 지난날보다 더 멋지고 행복한 50년을 살 수 있다'로 풀이할 수 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3.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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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엽 저자

오십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특히, 직장인이라면 퇴직을 고민하거나 경험한다. 노후를 잘 대비했다고 자부하더라도 불안해진다. 겨우 오십을 살았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남은 반백을 살아갈 방법을 궁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순자>'푸른 물감은 쪽풀에서 취하지만 쪽풀보다 더 푸르고, 얼음은 물로 이루어졌지만 물보다 더 차갑다'라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의 문장으로 시작된다. 이를 오십의 삶에 비유하면 '지난 50년을 기반으로 지난날보다 더 멋지고 행복한 50년을 살 수 있다'로 풀이할 수 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한 철학 수업, 최근 『오십에 읽는 순자』를 펴낸 최종엽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먼저 <채널예스> 독자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인생의 1라운드에 대기업 반도체 엔지니어, 인사과장, 기술부장 등으로 20여 년을 일했습니다. 40대 중반에 퇴직 후 인생의 2라운드에 접어들어 인사 컨설팅 회사를 약 15년 동안 경영했습니다. 현재는 강연을 다니고 글을 쓰면서 인생 3라운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독자분들의 사랑을 받는 오십에 읽는 논어에 이어 이번에 순자를 다루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오십에 읽는 논어』를 통해 작은 위안과 용기를 얻었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위안과 용기를 넘어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사례와 방법을 궁금해하는 분들도 적지 않아 그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고전이 그저 낡고 오래된 이야기, 좋은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서 행동을 끌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온고지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현실적이고 객관적이며 논리적인 '순자(荀子)'를 만났습니다. 미래 강점을 선택하는 방법과 강점을 강화시키는 두 가지 실천 도구를 순자의 사상과 함께 예시하면서 『오십에 읽는 순자』를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순자'라는 인물과 그의 사상에 대해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공자의 <논어>와는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논어>와 <순자>는 모두 '배움(學)'으로 시작됩니다.

學而時習之不亦說乎

학이시습지불역열호 

배우고 때에 맞추어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

_<논어> 「학이편」 1장


學不可以已

학불가이이

배움은 멈출 수 없는 것이다.

_<순자> 「권학편」 1장

춘추 시대의 공자(B.C.551~B.C.479)와 전국 시대 말기의 순자(B.C.323~B.C.238)가 한 목소리로 강조한 것은 '배움'이었습니다. 순자는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후대 유학자들에게 배척당했지만 공자의 학문을 정통으로 계승한 유학자였습니다. 조나라에서 태어난 순자는 40대 후반에 관직을 구하기 위해 잠시 진나라를 찾아갔으나 관직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제나라의 최고 학문 기관이었던 직하학당에서 최고 책임자를 세 번 역임했고, 당시의 제자백가 사상을 섭렵하며 10여 년을 보냈습니다. 60세가 넘어서는 초나라에서 관직 생활을 했으며 80대 중반에 그곳에서 생을 마쳤습니다. 초나라에 있을 때 한비자와 이사가 순자를 찾아와 그들의 스승이 되기도 했습니다.

<순자>는 약 7만 자로 구성된 총 32편의 고전으로 대부분 순자가 직접 썼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순자는 공자의 학문을 계승한 것으로 맹자와 쌍벽을 이루는 유학자입니다. 춘추 시대 말기에 공자가 죽은 뒤 110여 년 후에 맹자가 태어났고, 맹자 나이 60세 즈음에 순자가 태어났습니다. 맹자와 순자는 모두 공자의 학문을 계승했지만, 유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랐습니다. 맹자가 공자의 정신적인 면을 강조하여 철학적으로 공자의 도를 밝혔다면, 순자는 공자의 실천적이고 행동적인 면을 강조하여 현실적으로 공자의 도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순자는 유가와 법가를 잇는 역할을 했습니다. <논어>가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도리와 군자의 길을 밝혔다면, <순자>는 추상적인 관념에서 벗어나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예와 학문을 강조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순자에서 '변화'를 키워드로 뽑으셨는데요. 대기업 회사원에서 인문학 강사로 커리어를 바꾸실 때 작가님의 변화의 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전국 시대에 순자는 극렬한 패권 전쟁의 혼란 속에서 맹자처럼 인간의 선한 양심을 믿으며 성선설을 설파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실과 동떨어져 공허한 인(仁)과 의(義)를 계속 주장하기보다, 기존의 이론을 뒤집어 현실에 부합하는 유학을 다시 시작하려 했습니다. 그것이 공자의 덕치를 실현할 대안으로 예치를 주장하며 성악설을 들고나온 이유였습니다.

저는 꽤 오래전에 『10년차, 밥줄을 놓치면 꿈줄도 놓친다』라는 책을 낸 적이 있습니다. 평범한 가장으로서 생업을 포기한 채 자신의 꿈을 추구하는 것은 제게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선택이 필요했습니다.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나머지 대부분을 포기한다는 의미임을 절감했습니다. 두 배의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밥줄과 꿈줄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두 가지만 남겨 놓고 나머지 대부분은 보류했습니다. 지금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지금까지 소확행을 보내느라 소비한 시간의 보복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느리지만 꾸준히 하면 될 것이라 믿었습니다. 나중에 논어를 공부해 보니 그것은 저만의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비슷비슷하게 태어나지만, 무엇을 꾸준히 하는가에 따라 서로 멀어진다.  

_<논어> 「양화편」

2,500년 전 공자의 가르침이었습니다.

고전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면서도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작가님만의 고전 공부 노하우가 있다면요? 

저는 50이 넘어 우연한 기회로 천자문을 접했습니다. 한문을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천자문의 뜻은 싫지 않았습니다. 의무감으로 천자문을 외우기 시작했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두었을지도 모르지만 산책로를 걸을 때마다 그것을 읊조리다 보니 천자문과 가까워졌습니다. 1년이 지난 어느 날에는 서점에 가니 논어 책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중 두툼한 책을 사서 읽었습니다. <논어>의 원문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끝냈다면 제게 <논어>는 그저 한 권의 책으로 남았겠지만, 제가 딱 한 가지 더 한 것이 있다면 '응용'이었습니다. 

논어에 담긴 좋은 내용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더 나아가 요즘 사람들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그것을 생각하면서 매일 그 산책길을 걸었습니다. 그러니 응용이 생기고 비유가 생기면서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것을 글로 옮겼습니다.  

다음 책에서 다루고 싶은 분야나 인물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동양 고전을 조금씩 더 알아 가면서 궁금한 것이 많아집니다. 율곡 선생과 퇴계 선생의 책도 궁금하고, <천자문>과 다산 선생의 이천자문인 <아학편>도 궁금합니다. 법가의 한비자와 동양 최고의 역사학자 사마천도 그렇습니다.

『오십에 읽는 순자』 통해 독자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君子曰 學不可以已 靑取之於藍 而靑於藍 氷水爲之 而寒於水

군자왈 학불가이이 청취지어람 이청어람 빙수위지 이한어수

군자가 말했다. "학문은 멈출 수 없는 것이다. 푸른 물감은 쪽 풀에서 취했지만 쪽 풀보다 더 푸르고, 얼음은 물로 이루어졌지만 물보다 더 차다."  

_<순자> 「권학편」 1장

오십은 기회의 시간이자, 변화하기 좋은 시기이자,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나이입니다. 오십은 진짜 원하는 인생으로 가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순자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묻습니다. 지난 50년을 기반으로 미래에는 더 멋지고 행복한 50년을 살 수 있음을 가르칩니다. 우리의 인생도 '청출어람'이 되어야 합니다. 『오십에 읽는 순자』가 인생의 전반보다 더 행복한 인생의 후반을 여는 작은 모티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300년 전 격변의 전국 시대를 이겨 내려 성악설을 주장했던 현실적이고, 객관적이며, 논리적인 순자의 생각이 우리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면, 이것이 순자가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종엽

인문학 강사. 대한민국 명강사로, 전국강사경연대회(2016)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여러 방송 강연을 비롯하여, 연간 100회 이상 인문학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오십에 읽는 순자
오십에 읽는 순자
최종엽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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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