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어떻게 우리에게 오는 걸까? 어쩌면 봄이 우리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따스한 마음들이 봄을 부르는 건 아닐까? 사계절을 사람으로 비유한다면 봄은 갓난아기의 모습일 것이다. 갓난아기의 모습을 한 봄이 아직은 차가운 바람에도 살랑 몸을 뒤척인다. 겨우내 마른 나뭇가지에 봄이 입 맞추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분홍빛 봄의 입맞춤에 나무는 이제껏 움켜쥐고 있던 싹을 터트리고, 분홍빛으로 흩어진 봄은 아이들에게로 물결 위로 엄마 품의 아기에게로 봄을 전하러 다니느라 바쁘다. 고개를 들어 보면 어느새 봄은 고르게 내려앉아 세상을 가득 채운다. 『봄의 입맞춤』은 손영경 작가만의 부드러운 디지털 드로잉 작업으로 봄의 몽글몽글한 아지랑이 느낌을 따스하게 담은 그림책이다.
『봄의 입맞춤』이 출간되었습니다. 작가님에게 이 그림책은 어떤 의미이실까요?
손영경 : 제가 '봄구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데다가, 책의 주제가 봄인 거예요. 그래서 저는 사실 처음 작가님과 미팅할 때, 운명이랄까요? 그렇게 생각이 되더라고요. 그림 방식을 바꾸고 처음 출간되는 책이라, 저에게는 새롭게 시작하는 기점이 되는 책이기도 합니다. 따뜻한 봄처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어서 저에게는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하선영 : 이 책은 <계절 빛깔 그림책> 시리즈의 첫 책이기도 하고요. 저희 출판사의 첫 창작 그림책이기도 해요. 그래서 제게 이 책은 '처음'이라는 두근거림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계절 빛깔 그림책>은 어떤 시리즈인가요?
하선영 : <계절 빛깔 그림책>은 국내 신인 작가와 함께하는 창작 그림책 시리즈입니다. 처음 기획을 할 때부터 네 명의 작가가 저마다 다른 그림 방식으로 사계절을 저마다 다른 빛깔을 담아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요즘은 계절이 서로 뒤섞인 듯 제각기 빛깔을 잃어간다는 생각에 네 번의 계절을 아이들이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어떤 계절도 다음 계절을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고 저마다의 빛깔을 가진 채 충분히 아름답고 소중하니까요.
손영경 작가님이 '봄구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시잖아요. 그 뜻이 있으실까요?
손영경 : 제 성격이 그렇게 밝지를 못하고 예민하고 좀 우울한 편이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이제는 좀 밝아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덩달아 내 그림도 함께 밝아지면 좋겠다 싶어서 그림 방식을 놓고 고민을 좀 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제 삶과 그림이 겨울이었다면, 앞으로는 봄날이면 좋겠다는 생각이어서, '봄구름'이라는 이름을 정했어요. 맑은 봄날에 하늘에 보이는 그런 몽글한 구름 느낌인 거죠. 그림을 보시는 분들도, 만약 그분들의 삶이 지금 겨울이라면 제 그림을 보는 동안이라도 따뜻한 봄을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앞에서 말씀하셨듯이 예전과 그림 방식이 바뀌었는데, 그것도 같은 이유일까요?
손영경 : 제가 원래 수채화, 색연필, 연필 소묘 위주로 작업을 했는데,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그림도 좀 밝고 뽀송뽀송하고 다채로운 색감을 주고 싶어서 그림 방식 자체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처음엔 유화나 파스텔 작업 쪽으로 생각했는데, 유화 작업은 환기가 되는 작업실도 필요하고 현실적으로 좀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그러다가 우연히 디지털 드로잉을 했는데 터치하는 느낌이 굉장히 좋더라고요. 제가 표현하고 싶은 느낌도 잘 살고, 수채화같이 젓은 작업을 오래 하다가 디지털 드로잉을 해 보니 뽀송하게 마른 느낌이기도 했고요. 그 느낌이 좋아서 만족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림책 속의 봄이 갓난아기의 모습인 이유가 있을까요?
하선영 : 이 그림책이 빛깔 그림책이라, 계절마다 중심이 되는 빛깔이 있어요. 그중에서 봄은 분홍빛으로 정했고요. 손영경 작가님과 이야기해가면서 책 전체에 분홍빛 아지랑이 같은 봄기운이 흘러가지만, 한두 장면에서는 봄이 형상화 되어 보이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럼 봄은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을 때, 봄은 뭔가 시작의 느낌이라 어린 동물이거나 사람이라면 갓난아기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손영경 : 봄이 시작되는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느낌을 생각하다가, 어린 강아지나 고양이의 모습도 생각했는데 책에 이미 동물이 나오기도 하고, 아기 모습을 그리면서 동글동글하고 따뜻한 느낌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가장 좋아하는 장면과 가장 어려웠던 장면 하나씩 말씀해 주세요.
손영경 : 저는 개인적으로는 고양이가 뛰어오르는 장면을 제일 좋아하는데요. 제가 키우는 고양이를 보면서 그려서 더 애정이 가기도 하고, 글에 '폴짝 뛰어오르는 고양이 발바닥에 또 하나 퐁 싹을 터트려요.'라는 부분이 나오는데, 그 말이 정말 귀엽더라고요. 그리고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아이들이 뛰어노는 장면입니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고 행복한 모습, 표정을 살려야 하는데, 그게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하선영 : 저는 분홍빛 봄이 참방 하고 튀어 오르는 장면을 참 좋아해요. 작가님이 처음 스케치를 보여주셨을 때부터 이 장면이 저는 참 좋더라고요. 그리고 그 장면에 본래 도마뱀을 넣고 싶었어요. 제가 작은코도마뱀이니까요. 그래도 봄을 표현하기에는 개구리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서 바꾸게 되었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요?
손영경 : 저는 아마 올해에 유아 그림책이 한 권 더 나올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도 다양하게 그림책 작업을 오래 하고 싶어서 꾸준히 구성을 짜고 고민하는 중입니다. 또 다가오는 여름 일러스트 페어에서 많은 분들을 직접 만나고 싶어서 다양한 굿즈도 고민하고 작품도 준비 중입니다.
하선영 : 『봄의 입맞춤』으로 <계절 빛깔 그림책>이 아름답게 첫발을 떼었으니, 올해 안에 나머지 계절 그림책 세 권을 모두 차례대로 소개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름의 힘찬 초록을 담은 그림책이 올해 6월 초에 나올 것 같아요.
*하선영 (글) 편집자이면서 두 딸아이의 엄마이다. 책을 좋아해서 꾸준히 읽고, 쓰고, 만들며 산다. *손영경 (그림) 따뜻한 그림을 그리고 싶은 일러스트레이터다. 참여한 전시로는 <2013년 6월 홍콩드로잉프로젝트_에잇세컨즈>, <2014년 7월 커피와사람_빨간 책방> <2016년 4월 선거는 축제다_그라폴리오>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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