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동료 알엠의 솔로 활동이 여러 인디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특유의 지적인 면모를 강조했다면, 슈가의 또 다른 자아 어거스트 디의 그것에 온기는 없다.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날 서 있고, 세다. 래퍼로서의 인정에 목마른 듯 그간 두 장의 믹스테이프를 발매해 왔으며
힙합에 대한 열띤 연구와 현대적인 감각이 더해진 구성이 알차다. 최신 유행의 드릴과 편안한 알앤비, 무게감 있는 붐뱁으로 이어지는 트랙들은 두루 일정 이상의 완성도를 보장하고 있다. 반복되는 가사와 멜로디가 어색한 이모 힙합 트랙 'Amygdala'처럼 겉도는 구간도 있지만 매끈한 훅의 'D-Day'나 견고한 선율 감각을 뽐내는 'Life goes on'처럼 귀에 또렷이 맴도는 곡이 다수를 차지한다.
가사에서도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대취타'의 잔상을 잇는 '해금'은 국악기 해금을 활용해 자유와 방종에 대해 설파하며 대중을 묶어놓는 사회의 사슬과 억압을 해체하는 '해금(解禁)'의 곡이다. 깊게 가라앉는 붐뱁 트랙 '극야'의 날 선 질문처럼 그의 컨셔스함은 날카롭지만 누군가를 할퀴지 않는 친절함에서 비롯된다. 냉소적인 래퍼와 불특정 다수를 보듬는 아이돌로서의 면모 사이를 절묘하게 줄타기하는 것이다.
힙합 신의 쟁쟁한 경쟁 상대들과 비교해 호불호를 내포하던 특유의 긁는 톤도 한결 가라앉혀 자연스러워졌고 '사람 Pt.2'와 'Sdl'에서는 보컬도 무리 없이 소화해 낸다. 일본 영화 음악 거장 고(故) 류이치 사카모토와 협업해 고풍스러운 비트를 완성한 'Snooze'처럼 그이기에 가능한 시도와 결과물이 현 케이팝 신에서 그가 올라있는 독보적인 위치를 각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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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