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파도 속 닻이 되어줄 학문, 물리학
상투적인 답일 수도 있지만 물리학은 문자 그대로 우주의 이치를 다루는 학문입니다. 여기서 이치란 우주의 작동 규칙을 말합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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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진 교수

80년대생 젊은 물리학자의 눈으로 재구성한 현대 물리학의 여정. 저자 이광진은 고려대학교 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연구 교수로, 현재도 세계의 저명한 과학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고 있는 프런티어 연구자이다. 그의 전문 분야인 분광학은 간단히 말해 빛이 매질을 통과하면서 나타나는 여러 현상들을 분석하여 물질의 특성을 연구하는 분야다. 저자는 『진격의 물리학』에서 말 그대로 빛처럼 눈부시고 도전적인 물리학의 세계를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먼저, 우리 인류가 물리학을 통해 인간 세계를 어떻게 확장하고 미래의 베일을 걷어 내 불안한 내일에 대비해 왔는지 그 역사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또한 화학, 생명 과학, 철학 등 다른 학문과의 경계를 허물며 점점 하나의 세계의 비밀을 밝혀 나가고 있는 프런티어 연구 동향을 소개한다.



다른 어느 때보다 물리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것 같아요. 영화나 신문 만평, 심지어 대중가요 가사에도 등장하더라고요. 물리학자로서 물리학을 한마디로 정의하신다면요?

상투적인 답일 수도 있지만 물리학은 문자 그대로 우주의 이치를 다루는 학문입니다. 여기서 이치란 우주의 작동 규칙을 말합니다.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보면, '장기'라는 게임을 우리가 알아내고 싶은 우주라고 가정해보죠. 장기를 두기 위해서 맨 처음 필요한 것은 기본 규칙입니다. 각 장기의 말마다 움직일 수 있는 규칙을 알아야 비로소 게임을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물리학은 그 규칙을 알아내는 학문입니다. 규칙을 알아내면 장기를 어떻게 둘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니까요. 물론 규칙을 안다고 해서 장기를 잘 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장기를 잘 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규칙을 잘 활용해서 상대방의 왕을 잡아낼 수 있다는 뜻이지요. 규칙을 정확하게 알아내는 것과 그 규칙을 활용해 장기를 잘 두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전자가 물리학이라면 후자는 물리학에 기반을 둔 다양한 공학 분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처음으로 책을 출간하게 되셨는데요. 왜 연구로 바쁜 가운데 책을 내고 싶다고 생각하셨는지, 실제로 책 작업을 해보니 상상했던 것과 어떤 게 달랐는지 궁금해요.

저는 연구단에서 연구에만 집중하고 있고, 강의는 따로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연구 이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들이 있는 편이었어요. 주변에 많은 교수님들이 연구와 강의, 그리고 연구 제안서 작성 등을 병행하면서 열심히 하시는 걸 보면서 저도 연구 이외에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평상시에 물리학 관련 교양 서적도 많이 봤고 저만의 관점들도 좀 정리해두고 있었는데, 이러한 제 생각들을 한번 책으로 표현해보자는 결심을 하고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중학생 때부터 물리학자를 꿈꿨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어릴 때부터 뭔가 남다른 점이 있었나요? 혹은 그 길로 이끌어주신 선생님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중학교 3학년 때 우연치 않게 물리 경시대회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때 방과 후에 저를 가르쳐주신 과학 선생님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그분이 가르쳐준 물리학을 처음 접하면서 저는 뭔가 머리를 얻어맞는 듯한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들을 모조리 흡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도 굉장히 재미를 느꼈습니다. 비록 경시대회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그로 인해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도 물리학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물리학과로 진학해야겠다는 결심으로 굳어진 것 같습니다.

물리학 중에서도 분자분광학 및 동력학을 연구하신다고 하는데요. 어떤 학문인지 궁금해요.

제가 속한 연구단 이름이 분자 분광학 연구단이고요,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저는 시간 분해 분광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분광학이란 말 그대로 빛을 스펙트럼별로 죽 펼쳐놓고 분석하는 방법론인데요. 물질이 언제나 빛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을 드러내기 때문에, 새로운 물질의 물리적·화학적 성질을 알아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연구 분야입니다. 천문학에서 믿을 수 없이 멀리 떨어져 있는 별의 조성을 알아낼 수 있는 것도 분광학 덕분이지요. 복잡한 분자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연구하는 화학 분야는 물론이고, 물리학에서도 최근 각광받고 있는 나노광학, 즉 너무도 작은 나노미터 스케일에서 일어나는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분야에서도 분광학이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연구하는 시간분해 분광학은 기존의 분광학에 시간의 함수를 추가하여 빛과 물질의 상호 작용을 분석하는 분야입니다. 어떤 물질에 매우 짧은 시간에만 방출되는 레이저를 보내면 그 물질 안에 있는 전자가 에너지를 받아서 다양한 동역학적인 현상을 일으키게 되는데요. 그 거동을 빛의 스펙트럼과 시간의 함수로 명확하게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지요. 이 연구 분야는 물리학과 화학을 모두 포함하며, 실제로 상대적으로 복잡한 물질이나 분자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분석하면 이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소자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제가 주로 다루고 있는 물질들은 양자점이나, 이차원 반도체, 그리고 최근 태양 전지 소재로 각광받는 페로브스카이트가 있고요.



물리학은 수학 이상으로 어려운 학문일 수밖에 없는데, 요즘 성인들 사이에서도 교양 물리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요. 이유가 뭘까요?

아마도 우주의 근본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호기심 때문일 것입니다. 여기서 근본이란, 만물이 작동하는 기본 법칙을 말합니다. 그 기본 법칙을 알아낸다는 것은 우주의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고 인류의 세계관이 전 우주로 확장됨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확장은 인류가 무지에 의해 스스로 쌓아온 한계를 극복하는 동력이 되어왔습니다. 뉴턴은 물리학 법칙을 처음으로 발견함으로써 엄밀한 수학 법칙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우주를 보여주었습니다.

그가 정립한 물리학은 이후 철학, 문학, 종교, 미학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며 근대 유럽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지요.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을 통합하며 4차원 시공간의 개념으로 우리를 인도했습니다. 시간과 공간은 늘 함께하며 운동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가변적인 양으로 변모했죠. 더 나아가 중력이 굽어진 시공간 자체와 동일하다는 그의 중력이론은 우주의 역사와 운명을 우리에게 펼쳐보여 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20세기에 등장한 양자 역학은 그동안 과학자들이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인과율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무너뜨리면서 우리에게 새로운 인식론적 관점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반도체와 같은 물질의 특성을 정확히 설명함으로써 전자공학 혁명의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가장 최근까지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양자 얽힘'과 같은 현상은 양자 컴퓨터나 양자 통신 혁명의 씨앗이 되고 있지요. 다른 과학 분야에 비해 물리학에 관심이 높은 이유는 아마도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인류 문명의 실질적 발전을 유도한 공적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리학 중에서도 양자 역학에 대한 책이 유난히 많아요. 그런데도 양자 역학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다,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다, 라고들 하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20세기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들 중 한 분인 리처드 파인만이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양자 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고요. 여기서 말하는 이해라는 관점은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20만년 동안 진화해온 역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크기의 물체들은 철저하게 뉴턴 역학으로 대표되는 고전 물리학을 따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고전 물리학의 틀 안에서 사고하고 이미지화함으로써 대상을 이해하고 있지요. 대표적인 예로 고전 물리학에서는 철저히 원인과 결과로 물체의 운동을 설명합니다. 'F=ma'라는 식에서 원인인 힘 F가 존재하면 그 결과로 물체의 속도가 변하는 가속도 a가 나타난다는 식입니다. 또한 우리가 보는 물체들은 입자와 파동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습니다. 야구공은 입자이고 바다의 파도는 파동일 뿐이지요. 인류는 그렇게 대상을 이미지화하여 입자와 파동을 분리해서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인과율과 입자-파동의 분리는 양자 역학에서 완전히 뒤집어집니다. 원자 정도 되는 스케일에서 원인과 결과의 경계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자가 확률적으로 분포하고 언제 어떻게 이동할지 모르기 때문에 원인과 결과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지요. 입자와 파동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시세계에서는 이 두 개념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전자는 분명히 입자인데, 입자로서의 성질뿐만 아니라 파동의 성질도 함께 갖고 있습니다. 빛 역시 파동으로 생각되었지만 입자적인 성질도 갖고 있지요. 이것을 물질의 이중성이라고 하고요. 1924년 드브로이가 발견한 개념인데 양자 역학의 가장 핵심입니다. 양자 역학에서 기이해 보이는 모든 현상들은 바로 이 이중성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양자 역학적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다시 말하면 이것을 직관적으로 이미지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됩니다. 애석하게도 입자와 파동이 철저히 분리된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것을 절대로 이미지화해서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닐스 보어 역시 이러한 한계성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상보성의 원리를 주창했던 것이지요. 현존하는 최고의 물리학자 중의 한분인 레너드 서스킨드 교수님이 "우리의 뇌 신경망을 재배열하지 않는 이상 양자역할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한 것도 바로 이런 의미입니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이 개념을 그냥 받아들이고 수학적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중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펴내고 싶은 책이나 연구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실까요?

제가 아무래도 빛을 연구하는 광학 연구자다 보니 빛에 관련된 책을 써보고 싶습니다. 사실 물리학의 발전 역사를 보면 빛의 정체성을 밝히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점프들이 일어나게 되거든요. 빛은 분광학, 전자기학, 상대성 이론, 양자 역학 등 물리학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생명의 탄생을 가져오게 되는 광합성의 주된 소스입니다. 현대 프런티어 연구에서도 전자를 제어하는 전자 혁명을 넘어 광자를 제어함으로써, 동작하는 광소자의 시대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빛 연구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큽니다. 저는 이렇게 빛과 관련된 역사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빛에 관한 빅 히스토리 관점에서 책을 저술해보고 싶습니다.



*이광진

고려대학교 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연구 교수. 아주대학교 물리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이화여자대학교와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광학연구소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지냈다. 로체스터대학교 광학연구소는 2018년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이자 역대 세 번째 여성 수상자인 도나 스트리클런드 교수를 배출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광학연구소이다. 저자는 이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극초단 레이저 기반 나노분광학을 연구하며, <네이처 머티리얼스>, <나노 레터스> 등 저명한 과학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고 있는 프런티어 연구자이다. 또한 세종과학교육 협동조합에 참여하면서 과학 전문가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진격의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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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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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진

고려대학교 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연구교수. 아주대학교 물리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이화여자대학교와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광학연구소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지냈다. 로체스터대학교 광학연구소는 2018년 노벨 물리학상 공동수상자이자 역대 세 번째 여성 수상자인 도나 스트리클런드 교수를 배출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광학연구소이다. 저자는 이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극초단 레이저 기반 나노분광학을 연구하며, 《네이처 머티리얼스》, 《나노 레터스》 등 저명한 과학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고 있는 프런티어 연구자이다. 또한 세종과학교육 협동조합에 참여하면서 과학 전문가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중학생 때 과학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물리학을 전공하기로 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전공 선택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 ‘빛으로 진압하라’는 뜻을 가진 광진(光鎭)이라는 이름 때문이었을까?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이론 광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빛에 관한 이론과 실험 연구를 모두 경험했다. 저자는 물리학이란 결국 우주의 존재 이유와 자기 자신에 대해 통찰하기 위한 학문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우리가 단순히 한 치 앞만 바라보며 기계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이치와 변화를 인지하는 혜안을 갖게 되기를 바라며 물리학의 대서사시를 대중의 언어로 풀어 쓴 첫 책이다. 물리학이 왜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필수 ‘교양’일 수밖에 없는지, 또한 물리학의 목표는 곧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할 미래에 대한 전망임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