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유진 “각자의 버전으로 반짝이는 이야기”
하지만 현실은 게임이 아니고 주인공과 엑스트라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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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보릿스튜디오

청소년, 성인 등 다양한 독자층을 대상으로 왕성한 작품 활동을 선보이는 범유진 작가가 신작으로 돌아왔다. 옴니버스 소설 『우리의 버전으로 만나』에는 게임 안에 구현된 가상의 존재 ‘버추얼 휴먼’과 남모를 고민을 겪는 세 인물이 등장한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서로를 알아가는 이 시대 ‘인간’들의 이야기는 예스 오리지널로 연재 후 종이책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우리의 버전으로 만나』는 어떤 내용의 책인지 간략하게 소개해 주세요.

『우리의 버전으로 만나』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희미해진 세계에서 고민하는 아이들이 버추얼 휴먼과의 만남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내용입니다. 너무나 다른 버전의 세계가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의 반짝임을 담고 싶었습니다.

소설 속 핵심 소재인 ‘버추얼 휴먼’이 최근에는 현실에서도 게임, 음악 업계 등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있는데요. 이 소재를 택하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지금은 ‘버추얼 휴먼’ 이지만, 이전부터 사람들은 사람 이외의 존재를 사랑해 왔습니다. 문학과 만화 속의 등장인물들, 상상 속 동물들과 신들까지. 버추얼 휴먼이 그 목록에 살포시 이름을 올렸을 뿐이지요. 무대에서 춤추는 보컬로이드 ‘시유’를 보고 자란 세대가 어른이 되었으니 버추얼 휴먼의 대한 이야기를 쓰는 게 어쩌면 당연하지 않나 싶습니다.

소설의 배경을 인공지능이 책을 쓰는 시대, 인간이 쓴 책은 ‘고전 소설’로 불리는 시대로 설정하셨는데, 작가님께서 이런 세계관을 떠올리게 되신 계기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독서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2021년 기준 한국 성인의 절반이 일 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합니다.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근무 시간이나 늘어난 콘텐츠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요. 그런 중에 AI가 쓴 소설이 공모전을 통과했다거나 하는 기사를 읽으니 아이러니하더군요. ‘AI를 활용해야 할 만큼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시장이 아닌데 굳이?’ 이런 생각을 잠깐 했더랍니다. 독서 인구가 점점 줄어들면 기존의 출판된 인쇄본만으로도 이야기는 충분할 테니 언젠가는 작가가 직업군에서 사라지게 되고....... 그런 망상을 하다가 떠올린 세계관입니다. 실제로는 작가도 인쇄본도 아예 사라질 일은 없다고 생각하지만요. 『우리의 버전으로 만나』에도 나오듯이 결국 마니아들은 자신들이 사랑한 세계를 인쇄본으로 소유하고 싶어 하기 마련이니까요.

특이하게도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 모두 공통적으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좋아합니다. 『어린 왕자』는 현실에서도 유명한 고전 작품인데요. 아직 읽지 않은 독자에게 『어린 왕자』를 추천하신다면 그 이유와 함께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어린 왕자』의 명장면을 말씀해 주세요.

『어린 왕자』는 어떻게 이별을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한 번은 이별을 경험하지요. 상상 속 친구와의 이별일 수도 있고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와 헤어질 수도 있고요. 그런 이별의 기억을 더듬고 싶은 독자분들께 추천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역시 마지막 장면이겠네요. 혼자 걸어가게 해 달라는 어린 왕자의 대사가 인상적이지요.

‘하마이’와 ‘정진’의 서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요.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발전했을지 궁금합니다.

좋은 편집자와 작가? 하마이가 매니저보다는 편집자 쪽에 재능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정진이 캐리의 이야기를 완전하게 써낼 때까지 계속 쓰라고 독촉하는 거죠. 그렇게 장기 연재가 시작되고 연재 게시판이 만들어지면 다른 사람들도 작가를 도전하고, 그런 식으로 흘러가면 좋겠네요.

에피소드마다 주인공들의 톡톡 튀는 개성이 돋보였습니다. 작가님께서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이 있으시다면요?

리틀 캐리와 이라임 좋아합니다. 앞으로 각자의 세상에서 펼쳐나갈 이야기가 많은 아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우리의 버전으로 만나』를 읽게 될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소설의 처음 제목은 『엑스트라로 살고 싶습니다』였습니다. 나는 인생의 주인공이 아니구나, 하고 느낄 때가 있지요. 게임으로 따지면 던전에서 용사에게 한 방에 날아가는 슬라임 1 같은 존재는 아닐까 싶을 때요. 하지만 현실은 게임이 아니고 주인공과 엑스트라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저 매일이 찰나의 빛으로 지나갈 뿐이지요. 그 찰나의 빛을 반짝이는 이야기로 이어 나가면 될 일입니다. 『우리의 버전으로 만나』 속 등장인물들이 그 이야기의 한 페이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범유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 『맛깔스럽게 도시락부』 『선샤인의 완벽한 죽음』 『우리만의 편의점 레시피』 『두메별, 꽃과 별의 이름을 가진 아이』 『아홉수 가위』 등을 발표했으며, 다양한 장르의 앤솔러지에 참여했다. 하루를 위로하는 초콜릿 같은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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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