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잡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세상일은 언제나 지속 가능성과 시도 가능성이 엇갈리기 마련이다. 만약 무언가를 해 보지도 않은 채, 계속할 수 있을까부터 걱정한다면 대개 그 자리에서 바로 멈추게 된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반면, 지속 가능성에 관해서 눈을 반쯤 감아야 시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도 대부분 겪어봤을 것이다. 때로 어떤 분야의 일은 지속 가능성의 전망이 밝지만, 혼자서는 애초부터 시도 가능성이 희박한 반면, 어떤 분야의 일은 지속 가능성의 전망은 어둡지만, 시도 가능성이 열린 경우가 있다. 가령 전자가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일이고, 후자가 책을 만드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출판은 자본주의 사회의 산업 분야에서 매우 드물게 시도 가능성이 누구에게나 열린 분야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른바, ‘개나 소나 다 책을 내는’ 매우 독특하고도 특별한 시장인 셈이다. 특히 독립 출판과 텀블벅과 언리미티드에디션 등을 바라보면 시도 가능성으로 연결된 네트워크의 윤곽을 그려보게 된다. 하지만 그 말은 반대로 지속 가능성은 매우 취약하다는 뜻을 동시에 품고 있기도 하다. 여전히 잡지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고, 결코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테지만, 이제는 그럴 때마다 일부러 시도 가능성을 함께 떠올리곤 한다. 그리고 내가 지금 하는 이 일은 대체로 지속 가능성과는 사이가 멀고, 시도 가능성과는 제법 가깝다는 사실을 되새긴다.
<인터뷰 – 박지수 편집장 편>
안녕하세요, 황정은입니다. 오늘은 잡지 만드는 분을 모셨습니다. 사진 잡지 <보스토크 매거진>의 편집장이자 책 『잡지 만드는 법』을 쓴 박지수 선생님입니다.
황정은 : 반갑습니다. 일단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박지수 : 저는 현재 격월간으로 나오고 있는 사진 잡지 <보스토크 매거진>을 만들고 있고요. 지금까지 특이하게도 4곳의 사진 잡지사에서만 근무를 했고, 중간중간 사진 작가나 사진 책 그리고 사진 전시 관련된 글들을 쓰고 있고요. 아주 가끔씩은 사진 전시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사진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죠.
황정은 : 며칠 전에 <보스토크 매거진> 42호가 출간이 되었잖아요. 요즘 좀 어떠십니까? 잡지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조금 한가하실 것 같은데 어떠세요?
박지수 : 언젠가부터는 잡지 마감이 있다고 해서 더 특별히 바쁘지도 않고, 또 마감이 없다고 그래서 덜 바쁘지도 않은, 좀 이상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감이 끝나고 나면 마감 때문에 미뤄놨던 일들을 해치우고 있어서, 못 만났던 사람들도 만나고, 그러다 보니까 계속 정신없이 지내는 편이긴 합니다.
황정은 : 그러면 43호 준비는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을 하십니까?
박지수 : 준비는 조금씩 미리 하거든요. 요즘 같은 경우에는 청탁을 여유 있게 하지 않으면 저희가 글을 맡기고 싶은 분들에게 받을 수가 없어서, 워낙 여러 군데 많이 기고들을 하고 계시고 또 많은 독자 분들이 좋아하시는 필자들은 원고가 밀려 있기 때문에, 그래서 미리미리 해서 이미 청탁은 다 끝난 상태이고요. 차례를 짜고 사진가들 사진 작업도 리서치를 해야 되는 시기입니다.
황정은 : <보스토크 매거진>은 매 호마다 주제가 다르잖아요. 그러면 이번 호를 마감할 때 이미 다음 호까지 염두에 두면서 작업을 하시는 건데, 내 마음속에서 주제가 섞이거나 그러지 않습니까?
박지수 : 그렇지는 않고요. 연말쯤 되면 내년도 주제들을 한 10개 정도 리스트업을 해놓거든요. 상황에 따라서 그리고 어떤 분위기나 사건들이 일어났다든지 그런 것들에 따라서 시기적인 주제를 할 때도 있고, 아니면 사진과 관계된 주제를 할 때도 있고, 아니면 준비하는 시간이 좀 부족하다 그럴 때는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주제들을 먼저 선택해서 하고요. 1년 중에 6개 주제 중에 하나 정도는 제가 의식적으로 정말 하고 싶은 거, 정말 하고 싶다는 것은 판매량과 상관없이 하고 싶은 주제, 이런 것들은 미리 많이 준비를 합니다.
황정은 : 그거 여쭤보고 싶었어요. 대중이 좋아할 만한 주제가 있고 박지수 선생님이 하고 싶은 주제가 있을 텐데 그 균형은 어떻게 맞추는지, 그것도 궁금해요.
박지수 : 초반에는 사실은 ‘다음 호를 낼 수 있을까, 이번 호가 마지막이 아닐까’ 그런 약간 조바심이 있어서 매 호 주제를 선택하는데 되게 고심을 하고 되게 힘 있는 주제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그런데 1년 2년 지나고 보니까 이게 결국 1년에 6번의 레이스가 제게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약간 요령이 생긴 거죠. 두 개 정도는 좀 잘하고 싶은 주제, 그리고 두 개 정도는 기술적으로 조금 평균으로 만들 수 있는 주제, 그리고 두 개 정도는 좀 서툴거나 망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안배를 하고요. 그래서 두 개 잘하고 싶은 주제 중에 특히 조금 판매량과 상관없이 하는 주제 같은 경우에는 5개월 6개월 전에 청탁을 들어가기도 해요. 그래서 올해 나온 ‘애도에 관하여’(<보스토크 매거진> 39호) 같은 주제는 제가 하고 싶었던 주제라서 청탁이 되게 일찍 들어가기도 했었죠.
황정은 : 네. 방금 말씀하신 내용이 여러모로 책에 포함이 돼 있기도 한데요. 이번에 유유출판사를 통해서 『잡지 만드는 법』을 내셨습니다. 어떤 인연으로 낸 책이고, 또 어떤 독자를 생각하며 쓰셨는지 궁금해요.
박지수 : 최근에 제가 편집한 단행본 중 하나가 보스토크프레스에서 나온 유운성 평론가의 『식물성의 유혹』이라는 책인데요. 서문에 보면 유운성 평론가가 ‘세상에서 자발적으로 나오는 책은 없다’ 이렇게 표현을 하시더라고요. 언제나 누군가, 편집자든 출판사든, 그런 타인들이 함께 있어야 책이 나오는 거죠. 저자 혼자서만은 나올 수 없다는 의미를 이렇게 표현을 하셨는데 제 책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저도 나름대로 한 10년 정도 일을 하다 보니까 한 번쯤은 정리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는데 사실 엄두를 못 내고 있었던 참인데요. 함께 <보스토크 매거진>을 만들고 있는 김현호 대표가 유유출판사 쪽에 일종의 제안을 한 거죠.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 중에 박지수 편집장이 있는데, 이 사람이 잡지에 관해서 쓰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해서 급 미팅을 하게 되고, (유유출판사에서) 차례를 만들어서 달라고 하시길래 저도 다음날 바로 차례를 짜서 보냈거든요. 사공영 편집자도 바로 다음 날 차례가 오니까 이거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을 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시작을 하게 됐죠.
황정은 : 『잡지 만드는 법』이라는 제목 그대로, 잡지를 처음 만들어보려는 사람들에게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정말 훌륭한 지침이 될 것 같은 책인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영화 잡지 <키노> 그리고 음악 잡지 <서브>를 끼고 살았다”라고 책에 쓰셨습니다. 당시에는 잡지에 어떤 면이 좋으셨어요?
박지수 : 한 달에 <키노>랑 <서브>를 읽어내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봤던 것은, 그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 봤더니, <키노>나 <서브> 같은 잡지들이 언제나 저한테 말을 걸었던 것 같아요. ‘너 이거 봤어? 이거 되게 재밌어!’ ‘이런 음반이 새로 나왔어’ ‘이게 요즘 되게 듣기 좋은 것 같아’ 무언가 새로운 콘텐츠들을 계속 소개하고 ‘한번 같이 보자, 같이 듣자’ 이런 식의 제안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고.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새로운 것뿐만 아니라 ‘이게 가장 좋은 거야, 잘하는 거야’ 이런 식의 것들도 계속 소개를 하게 되잖아요. 새로운 것, 가장 잘하는 것, 이런 것들을 계속 제안해주고 소개해주는 것들이 저에게는 되게 흥미로웠고. 그래서 <키노>나 <서브>에서 제시해주는 리스트 같은 것들을 따로 모아서그 리스트를 지워나가면서 영화를 본다든가 음반을 구매한다든가 그런 식으로 보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잡지가 일상 속에서 되게 자연스럽게 친구처럼 있었던 거고, 나중에 생각해 봤을 때 그게 되게 동시대적인 속성이라는 것을 알게 됐거든요. 그런 동시대성을 생각하면 잡지가 늙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잡지가 늙어버리면 막 혼낼 것 같은 느낌, 훈계를 하거나 가르칠 것 같은 느낌인데. 그것보다는 (잡지는) ‘이거 봤어? 이거 재밌어!’ 이런 느낌인데 ‘넌 이걸 봐야 돼’라고 가르쳐주거나 훈계를 하지 않았던 지점들이 되게 좋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황정은 : 편집장 님이 처음 사진 잡지를 만들던 때로부터 10년 넘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잡지를 둘러싼 환경이 많이 바뀌지 않았습니까? 잡지를 만들면서 체감하신 바로는 어떤 변화들이 있었나요?
박지수 : 요즘 대부분의 잡지는 이른바 원테마 큐레이션 잡지로 많이 바뀌었거든요. 예전처럼 어떤 소식이나 뉴스 중심이 아니라 주제 하나를 정해서 그 주제와 관련된 콘텐츠로 꾸미는 형태로 많이 바뀌었는데요. 제가 보기에는 디지털 이후에 콘텐츠들이 엄청 많아지면서, 그리고 소비자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속도가 엄청 빨라지면서, 사실은 월간지들이 다 없어지게 되거든요. 특히 영화나 음악 월간지들이 디지털로 다운받는 영화?음악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예전에는 영화 월간지 한 권이 그 달의 개봉 영화를 다 소개할 수 있었던 소비 속도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니까, 사실 월간지들이 다 사라지면서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들은 다 온라인으로 가게 되고 잡지는 그 속도를 맞추기보다는 그 속도에서 벗어나서 좀 더 천천히 길게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많이 바뀌게 되는 면이 하나 있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생산자 중심에서 독자 중심으로 옮겨가는 흐름도 저는 흥미롭게 보고 있거든요. 특히 몇 년 전에 문예지들이 한참 많이 개편했을 때, 그때 가장 큰 특징은 비평가?작가 중심의 편집위원 체제에서 에디터 중심 편집자 중심으로 바뀌어가는 모습이거든요. 다분히 독자를 의식하는 편집자들이 잡지를 만드는 거죠. 그런 것들이 좀 상징적인 것 같아요. 이전까지 문예지들은 대부분 쓰는 존재들, 작가들, 왜 쓰는가 이런 질문들을 많이 했다고 하면 그 이후의 문예지들은 무엇을 읽을 것인지, 어떻게 읽을 것인지 이런 것들을 중심으로 바뀌는데, 그것이 작가 중심에서 편집자 중심으로 가는 방향들인 것 같아요. 잡지는 전통적으로 출발할 때는 다 작가 중심으로 가거든요. 문예지도 마찬가지고, 작가와 비평가들이 모여서 동인 체제를 이루고 잡지를 만들었고, 대부분 처음에 나온 사진 잡지들도 사진가들이 서너 명이 모여서 만들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생산자 중심의 동향들 위주로 다루게 되는 거죠. 그 (사진계) 안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들은 유의미한 정보이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그렇게 유의미한 정보는 아닐 수 있거든요. 제가 계속 사진 잡지사를 다니면서 문제의식을 느꼈던 부분은 사실 그 부분이었어요. 생산자 중심과 또 한편으로는 광고주 중심의 잡지 형태. 거기서 좀 벗어나야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던 거죠.
황정은 : 여전히 잡지를 포함해서 굳이 종이책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도 이 중에 한 명이긴 합니다만, 종이책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왜 종이책을 선택할까요? 편집장 님 생각은 어떤지 듣고 싶습니다.
박지수 : 방금도 잡지의 변화가 소비자들의 콘텐츠 소비 속도와 관련이 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이 부분도 그와 연관되어 있는 것 같아요. SNS 피드에서 너무 빠르게 등장하고 휘발되는 정보들 사이에서, 뭔가 그 속도가 싫거나 자기한테 잘 맞지 않거나 하는 사람들이 종이책이나 종이 잡지를 선택하지 않나. 책이나 잡지라는 것은 사실 스스로 표지를 열지 않으면 읽을 수 없는 물건이잖아요.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서 그 의미나 해석이 너무나도 달라지는 매체이기도 하고요. 사실은 자기가 속도를 정해서 보는 콘텐츠인 거죠. 영화나 어떤 영상 매체가 재생되는 속도에 맞춰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도에 의해서 자신이 원하는 속도에 따라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제가 생각할 때 지금 종이책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너무 빠른 속도에 조금 염증이나 싫증을 느끼고 나만의 속도로 무언가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은 사람이지 않을까. 거기에 좀 더 나의 취향과 맞는 물성이나 디자인적인 것들이 결합됐을 때 종이책이 조금 더 그 독자들에게 유효한 어떤 매체가 되는 것 같다고 생각을 해요.
황정은 : 잡지를 만드는 동안에는 언제 가장 즐거우세요?
박지수 : 사진가 리서치하는 과정이 제일 즐겁기는 해요. 저희는 보통 하나의 주제를 다루려면 10명에서 15명 정도의 사진 작가들의 작업이 실리게 되는데요. 그 정도를 찾으려면 최소 한 30개에서 40개 정도의 작업은 있어야 되거든요. 해당 주제에 30~40명 정도의 작가가 있어야 그중에 조합을 해서 균형 있게 보여드릴 수도 있고, 그리고 섭외가 안 되는 경우까지도 포함시켜야 되기 때문에 한 30~40개 정도의 일종의 사진 폴더가 생겨야 되거든요. 그 30~40개의 사진 폴더를 만들려면 며칠간 인터넷에서 사진만 보는데, 저는 그게 제일 재밌습니다. 제가 몰랐던 작가들을 발견할 때, 그리고 (작가들의)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작업량이 많을 때, 그런 것들이 저로서는 가장 즐거운 과정입니다.
황정은 : 그러면 잡지 만드는 동안에 언제 괴로우십니까? 괴로운 순간도 궁금하네요.
박지수 : 사실 가장 괴로운 순간, 가장 난감한 순간은 제작 사고 날 때.
황정은 : 인쇄소에서요?
박지수 : 네. 인쇄기가 문제가 있어서 인쇄 감정에 하루를 그냥 보낼 때도 있고요. 저희는 또 사진 잡지다 보니까 거의 모든 페이지에 사진이 들어가기 때문에 전대수 감리를 해야 되거든요. 그러다 중간에 기계가 말썽을 부리면 다음 날로 또 인쇄 감리가 이어지고. 그런 것들뿐만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제본 사고라든가, 표지를 하얀색을 부각시켜서 디자인을 했는데 묻음이 생긴다든가, 그러면 두 달 동안 노력을 쏟아서 무언가를 만들어냈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흠집이 생기는 거죠. 그런데 이미 종이로 일종의 몸을 지닌 거라 다시 돌릴 수도 없고. 그리고 저희는 파주에 가서 인쇄를 하는데요. 대규모 큰 공장들도 많긴 하지만 대부분 제본?박집 이런 데들이 다 되게 작고 영세하거든요. 그래서 제작 사고가 났을 때 영세한 업체한테 보상을 요구하기도 되게 힘들어지거든요. 그래서 방심하면 늘 언제나 사고가 생기는 지점들이 1차적으로 가장 피부로 와 닿는 괴로움이고요. 그리고 또 한편으로 가장 괴로울 때는, 사실 숫자 볼 때예요.
황정은 : 어떤 숫자 말씀하시죠?
박지수 : 재고량과 판매량. (웃음)
황정은 : 그렇죠, 그렇겠죠. (웃음)
박지수 : 그리고 종이 고시가. 요즘은 코로나 이후로 1년에 세 번 네 번씩 종이 값이 오르고 있거든요. 그런 숫자들을 볼 때도 엄청 괴롭습니다.
황정은 : 저는 이번 책에서 ‘지속 가능성보다는 시도 가능성을 우선 생각한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거든요. 그 이야기도 혹시 직접 들을 수 있을까요?
박지수 : 제가 실질적으로 자주 접했던 질문이에요. <보스토크 매거진>이 클라우드 펀딩으로 시작된 잡지다 보니까 만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이게 언제까지 나오겠어’라는 약간의 불안감이 있는 거죠. 그래서 어떤 행사 같은 자리에 나오면 언제나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 그거예요. <보스토크 매거진>에 대한 걱정이기도 하고, 내가 독립 출판이나 독립 잡지를 만들고 싶은데 지속 가능성을 늘 고민하는 거죠. 사실은 그 대답을 하려고 되게 많이 고민을 했었어요. 그리고 필요한 요건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고. 그런데 지속 가능성을 생각하다 보면 갖춰야 될 스펙들이 되게 많이 달라붙게 되더라고요. 상도 받아야 되고 기금도 받아야 되고... 이런 것들을 나열하게 되는데, 그러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본 거예요. 어떤 심사위원이 정말 애정을 담고 한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는데 ‘앞으로 계속 노래를 하려면 매력이 있어야 되고 공부를 좀 더 해야 되고...’ 막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게 한편으로는 되게 꼰대스럽다고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너와 네가 이 업계에서 같이 오래 일을 하자’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되게 애정이 담긴 이야기인데, 그 당사자의 눈빛에는 사실은 지금 이 무대에서 이 노래 하나를 위해서 온 거라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속 가능성이 없으니까 지금은 안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지속 가능성이라는 말이 자칫 잘못하면 (이미) 한 번 해본 사람이 ‘내가 해봤는데 네가 이걸 계속하려면 이래야 돼’라는 톤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그것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격려가 아니라 오히려 현실이 이렇다고 하면서 막게 되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특히 책이라는 물건이 혼자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지금 사회에 몇 안 되는 물건이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다 협업을 통해서 만들어지고 결코 혼자서 책을 만들 수는 없지만, 다른 물건에 비해서는 혼자서 무언가 기획하고 편집하고 마케팅을 하는 것들이 클라우드 펀딩이든 언리미티드에디션이든 SNS든 활용해서 할 수 있거든요. 다른 제품들 중에 그렇게 할 수 있는 제품이 많지 않거든요. 자동차 같은 건 그럴 수 없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다른 제품에 비하면 시도 가능성이 되게 높은 물건이라고 생각이 든 거죠.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