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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아트씬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Art Basel)은 1970년 스위스 바젤에서 런칭해 매년 3월 홍콩, 6월 스위스, 10월 파리, 12월 마이애미에서 진행됩니다.
매해 아트바젤의 첫 시작을 알리는 3월의 아트바젤 홍콩(Art Basel Hong Kong)이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2024년 3월 26일부터 3월 30일까지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됩니다. 무려 40개 국가 및 지역에서 242개의 갤러리가 참가해, 2023년에 비해 참가 갤러리 수가 37% 증가한 수치라고 하는데요. 확실히 이번 아트바젤 홍콩은 팬데믹 이전 규모로 확실히 돌아왔다고 봐도 무방하겠죠?
메인 섹션은 200개 갤러리가 참여하고, 신진 작가의 개인 부스를 선보이는 디스커버리 섹션은 22개 갤러리가 참여합니다. 특히 아트바젤 홍콩의 묘미는 ‘인사이트’라고 하는 특별 섹션이 있는데요. 올해는 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 예술가들의 역사적인 작품에 초점을 맞췄다고 하니 기대가 배가 되고 있답니다. 한국의 갤러리는 국제갤러리, 리안갤러리, 원앤제이갤러리, PKM갤러리, 우손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학고재, 조현화랑이 참여합니다.
이처럼 아트 바젤 홍콩은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지인 홍콩의 큰 축제인 만큼, 미술 애호가들은 들뜬 마음으로 홍콩행 비행기를 끊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홍콩에서 거주했던 경험을 토대로 팔자가 직접 추천하는 홍콩의 놓쳐선 안될 예술 공간, 지역을 소개해 볼까요? 언젠가 홍콩에 오실 분들도 이번 글은 꼭 읽어주시길!
오일(Oi!)
지난 1년간 이곳에 거주하며 느낀 홍콩의 매력은 한마디로 ‘반전 매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촘촘한 빌딩 숲을 지나 택시로 단 15분만 이동하면 바다를 마주할 수 있고, 해안가를 따라 트래킹을 할 수 있는 코스가 펼쳐지죠. 실제로 홍콩 사람들은 주말마다 자연을 즐기기로 유명한 편입니다. 그런가 하면 길을 걷다 갑자기 신기한 풍경을 마주하기도 하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포트리스 힐(Fortress Hill) 지역의 Oil Street입니다. 실제로 석유기업 셸(Shell)이 있는 길입니다.
이곳에 의외의 비주얼을 한 예술공간을 마주할 수 있는데, 그곳이 바로 오일(Oi!)이죠.
1908년 홍콩 로열 요트 클럽이 있던 붉은 벽돌의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금은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전시 및 다양한 워크숍이 열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난 이곳을 방문하면, 홍콩의 랜드마크인 M 미술관과는 또 다른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답니다.
디자인, 건축, 현대 미술 등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미디어까지 폭넓은 장르를 다루며 문화예술을 통해 지역사회와 유기적으로 교류하는 공간입니다. 더불어 앞마당에는 풀과 나무가 있어 도심 속 작은 공원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죠.
North Point 역에서 5분~10분 거리이고, 센트럴에서도 멀지 않으니 홍콩의 새로운 모습을 접해보고 싶다면, 도심 속 오아시스를 느껴보고 싶다면 오일(Oi!)을 방문해 보길 추천합니다.
웡척항(Wong Chuk Hang)
흔히 갤러리를 산책하듯 둘러보는 '갤러리 호핑(gallery hopping)'을 즐기는 아트 러버라면 갤러리가 모여있는 지역이나 동네를 찾아가곤 할 것입니다. 사실 홍콩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곳은 에이치 퀸즈 빌딩(H Queen's Building)이죠. 에이치 퀸즈는 소위 아트 특화 빌딩인데요.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 페이스 갤러리(Pace Gallery), 탕 컨템포러리아트(Tang Contemporary Art), 화이트스톤(White Stone Gallery) 등 세계적인 갤러리들이 층마다 둥지를 튼 엄청난 건물이죠.
하지만 사람들이 의외로 잘 모르는 갤러리들이 모여있는 홍콩의 또 다른 지역이 있는데요. 마치 뉴욕의 브루클린을 연상케 하는 이곳! 바로 웡척항(Wong Chuk Hang)입니다.
홍콩섬 남부에 위치한 웡축항은 지도상으로 보면 센트럴과 거리가 꽤 멀어 보이지만, MTR의 사우스 아일랜드 선을 타고 이동하면 30분 내외로 도착하는 산업지구입니다. 중심가의 높은 임대료를 피해 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에 스튜디오를 마련하기도 하면서, 새로운 예술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는 무려 20곳이 넘는 이색적인 갤러리들이 모여있어 갤러리 호핑을 즐길 수 있는 지역이라고 볼 수 있죠. 필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갤러리는 Axel Vervoordt Gallery, Rossi&Rossi, DE SARTHE, Blindspot Gallery, Kiang Malinque입니다.
또한 아트바젤 홍콩 기간에는 ‘홍콩 스트리트 아트 페스티벌(HK Walls)’이 매년 열리고 있는데요. 2014년부터 시작되어 매년 지역을 선정해 전 세계 예술가들의 벽화 작업을 선보입니다. 2014년 셩완(Sheung Wan)에서 홍콩 및 전 세계의 22명 예술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며 화려한 개막을 했는데요.
이후 2015년 셩완, 스탠리 마켓(Stanley Market), 2016년에는 1960년대 로컬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는 삼수이포(Sham Shui Po), 2017년에는 홍콩 남부 산업지구인 웡축항, 2018년에는 센트럴(Central)과 웨스턴 디스트릭트(Western District), 2019년에는 완차이(Wan Chai) 등 그간 홍콩 정부의 공식적인 지원하에 지역 곳곳이 작품으로 재탄생한 것이죠.
웡축항에 방문한다면 HK Walls 2017에서 회색빛 공장 지대에 수놓은 컬러풀한 벽화 전경을 배경으로 사진 찍어봐도 좋겠죠?
타이쿤(Tai Kwun)
가장 번화가인 센트럴 뒤편에 자리 잡은 타이쿤은 1925년까지 경찰서와 감옥이 있던 곳이었는데요. 경찰서-교도소를 함께 도심에 두고 한 번에 사법절차를 집행했던 19세기 후반의 역사를 담은 의미 있는 건물이기도 합니다.
이후 오랜 기간의 재건 끝에 2018년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로이 문을 연 곳이죠. 홍콩 시민들도 반신반의했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은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이 되었습니다.
“타이쿤은 1800년대부터 홍콩에 존재했죠. 그래서 매우 많은 변화를 목격했고, 말할 수 있었고, 다시 할 수 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이는 매혹적이며, 홍콩과 해외의 사람들이 이 도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줬어요.”
- 에녹 쳉(Enoch Cheng) JC컨템포러리 비쥬얼 아티스트 & 감독
타이쿤은 과거 감옥의 구조를 그대로 보존한 채로 박물관이 운영되며 당시 수천 명의 수감자들이 투옥했던 비좁은 감방의 모습을 살펴보는 등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을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Bar를 운영하기도 하고, 또 다른 곳에는 새로운 현대미술 전시가 펼쳐지기도 하는데요.
이렇듯 시각 예술, 음악 및 연극 공연, 영화 상영, 교육 프로그램 등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으며, 무료 점심 콘서트, 저녁 오프닝, 화려한 F&B 라인업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에 모두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하드웨어는 그대로 두되, 계속해서 새로운 콘텐츠를 입히면서 타이쿤은 그야말로 홍콩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특히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JC 컨템퍼러리(JC Contemporary)입니다.
교도소 옆에 신축으로 지어진 미술관으로, 서울 강남에 위치한 송은아트스페이스를 건축한 스위스 건축가 헤이조그&드 뫼롱(Herzog & de Meuron Architekten)이 설계한 건축물이기도 합니다. 어설프게 기존 건물을 따라 하지 않고, 교도소와 완전히 이질적인 건물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신선한 환기를 불러일으키는데요. 특히 이곳에서 열리는 다양한 실험적인 전시들 또한 흥미롭습니다.
빌딩 숲이 되어버린 지금의 홍콩에서 반대로 과거의 삭막한 교도소 건물이 도심의 숲 역할을 하는 것도 참 흥미롭죠. 무엇보다 중경삼림에 나오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와 함께 이곳 타이쿤의 뒷쪽이 이어져 있어 도시설계에 감탄하게 되는 또다른 포인트가 있으니, 아트바젤 홍콩이 개최되는 컨벤션 센터와 그리 멀지 않은 타이쿤을 꼭 방문해 보길 바랍니다.
아티피오(ARTiPIO)
YES24의 자회사로 출범한 아티피오는 미술품 수집의 대중화를 위한 아트 커뮤니티입니다. 국내 다양한 예술 애호가들과 함께 아트 컬렉팅을 시작해 볼 수 있는 미술품 분할 소유 플랫폼과 관련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