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방송에서 한 유명 아나운서가 초등학교 고학년 조카와 시간을 보내며 슬며시 물었습니다. “너는 꿈이 뭐니?” 아이는 “학원에서 탈락하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라고 대답하지요. 비단 이 아이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 그저 오늘을 살아내기 바쁜 팍팍한 세상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지요. 책을 음악으로 풀어내며 책, 음악, 그리고 사람의 만남을 주선해온 국내 1호 북뮤지션 제갈인철 선생님이 그 주인공입니다.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청소년들에게 “책 속에 길이 있다는 것을 재미있게 전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제갈인철 선생님! 선생님이 직접 보고 듣고 몸소 겪은 이야기와 삶의 교훈을 이야기해주신다고 하네요! 자, 한번 귀 기울여 볼까요?
‘내일로 나아가는 청소년들을 위한 단 한 권의 응원가’라는 문구처럼, 이번 책에서도 ‘문학’과 ‘음악’ 연계하여 다채로운 이야기를 길어 올리셨는데요. 북뮤지션으로서의 흥미로운 활동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람들은 책을 읽고 글로 독후감을 씁니다. 저도 블로그에 독후감을 많이 썼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소설 한 편을 읽고 독후감을 쓰던 중에, 글 대신 내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독후감을 써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어 책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블로그 이웃들은 노래로 듣는 독후감을 아주 좋아했고, 노래를 들으니 그 책을 읽고 싶어진다고 했습니다. 거기에 힘을 얻어 작곡을 이어간 것이 지금까지 150여 곡의 책노래를 창작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저서 『문학은 노래다』와 달리 이번 신간 『찾고 싶은 너에게』에서는 독자를 청소년으로 특정하고 있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어떤 학생에게 책을 무엇이라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책은 고양이예요. 어릴 때는 손에 잘 잡히지만 크면서 점점 멀어져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책을 많이 읽는데, 중학교 들어가면 학업과 다른 이유로 책을 멀리하게 됩니다. 학교에서도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쓰고 있지만 효과가 그리 크진 않습니다. 그런데 청소년기는 인성과 감성을 쌓아가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므로 오히려 책을 더 읽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북콘서트 프로그램을 더욱 재미있게 구성하여 책의 즐거움을 회복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약 90분 내외의 북콘서트 시간에 속도감 있는 진행을 해야 하므로, 미처 전하지 못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그 메시지들을 모두 모아서 이 책에 담았습니다.
매일같이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모른 채 압박감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자신만의 꿈을 찾고 싶다는 학생들에겐 어떤 조언을 하시는 편인가요?
우리 학생들은 불과 몇 년 후면 성인이 되고 사회의 주된 구성원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앞으로 긴 인생을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해야 할 시기입니다. 직업이 내 인생이 추구하는 가치와 가까울수록 인생은 행복해집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먼저 발견하면, 그 위에 어떤 일을 얹어도 지치지 않고 열정적으로 해나갈 수 있습니다. 저는 사람과 인생과 세상을 이해하고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고, 그 결과 세상을 더 깊이 더 행복하게 만나고 있습니다.
학생들 저마다 개성이 넘칩니다. 덕분에 즐거우시기도 하겠지만, 따뜻한 조언과 격려의 말을 잔소리로 여기는 학생들도 분명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10대의 눈높이에 딱 맞는 이야기로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궁금합니다.
청소년기는 주로 배우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배워야 할 사람이 가르치려는 사람을 싫어합니다. 예전의 강제적이고 꾹꾹 눌러 담는 가르침은 점점 힘을 잃어갑니다. 저는 달리기 경주의 페이스메이커처럼 메시지를 전하려고 노력합니다. 메시지는 두터운 응원으로 감쌀 때 가장 잘 전달됨을 느낍니다. 응원과 격려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 길로 가라’는 가르침보다, ‘이렇게 많은 길이 있다. 그중에 어떤 길로 가든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면 학생들은 귀 기울여 듣는 것 같습니다.
매해 무수히 많은 책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 나눌 좋은 책들을 고르는 기준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제게는 책을 고르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어떤 책이든 처음 열 페이지 스무 페이지를 읽어봅니다. 그 책이 자석처럼 나를 계속 끌어당기면 좋은 책입니다. 서점에서 산 책이든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든 처음 얼마를 읽다가 너무 힘들면 다른 책으로 넘어가는 것을 저는 추천합니다. 둘째,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나면 다음에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알게 되는 것이 제가 가진 독서의 비밀입니다. 30년에 걸친 저의 독서는 바로 전의 책들이 다음 책을 알려줬기 때문에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어른들은 우리를 이해 못 해’라고 하는 것만큼이나 어른들 역시 ‘요즘 아이들은 ○○해’라는 오해가 가득한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의 진짜 모습은 어땠는지 기억에 남는 일화가 궁금합니다.
저의 청소년기를 돌이켜보면 그때는 모든 게 싫었습니다. 부모님의 꾸중도, 선생님의 격려도 무조건 싫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청소년기는 ‘자기 세계’를 구축해가는 시기여서 그럴 겁니다. 이것은 매우 좋은 일입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일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그 소중한 세계를 어른들이 함부로 참견하고 근거 없이 고쳐주려고 하다 보니 ‘요즘 아이들은’이란 말을 하게 됩니다. 대안 없는 참견과 꾸중은 설득력을 잃습니다.
저는 현장에서 만나는 학생들에게 ‘나는 무언가를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며,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왔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아마도 학생들은 제 강연을 들으면서 ‘저런 삶이 있구나’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어느 고등학교에서 강연을 마치고 사인을 하고 있는데, 한 학생이 제게 진지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선생님처럼 책을 읽으면 정말 세상에 대한 돌파력이 생길까요?” 제 마음을 뛰게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이후 저는 이 질문을 듣기 위해 학생들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끝으로 인생이라는 여정을 먼저 나선 선배이자 함께 걷는 동료 여행자로서 방황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은 여러 가지 공부를 하고 실력을 쌓은 후에 세상의 문을 두드리게 됩니다. 그때 세상이 여러분을 향해 문을 활짝 열어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세상은 그러지 않습니다. 문을 아주 조금 열고 여러분을 바라보다 곧 닫으려 할 겁니다. 그 좁은 틈으로, 그 짧은 시간에 여러분이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것을 저는 설득력이라고 부릅니다.
설득력은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됩니다. 하나는 여러분이 지금 학교에서 하는 공부가 결실로 나타날 ‘실력’이고, 다른 하나는 그 실력을 안내하는 ‘마음의 방향’입니다. 책은 그 두 가지 요소를 만들어가는 가장 강력한 재료입니다. 부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책도 가까이해서 자신이 바라보는 가장 위대한 인생에 도달하기를 바라고 응원합니다.
*제갈인철 책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뮤지션.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대기업과 중소 무역회사에서 20년 동안 해외 업무를 하며 넓은 세상을 경험했다. 직장을 다니던 2007년부터 소설을 노래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여 150여 곡을 창작했고, 국내 유명 작가들의 강연, 낭독회, 방송 등 다양한 무대에서 누적 2천 회 이상의 공연을 통해 사람과 책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KBS 〈낭독의 발견〉 〈TV 책을 말하다〉 〈굿모닝 대한민국〉, ‘방송대학TV’ ‘국악방송’ ‘이데일리TV’ 등에 출연했다. 2015년 한국출판평론상을 수상했으며 지은 책으로 『문학은 노래다』 『독학자의 서재』(공저)가 있다.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