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딛고 다이빙』은 운동하기 싫은 마음을 완전히 끊어낸 과정을 담은 자전적인 에세이다. “나는 나 자신을 안 움직여 인간으로 정의했다”는 작가의 고백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게으름에도 계급이 있다면 성골이요, 안 움직이는 데도 수준이 있다면 1등급을 거머쥘 인재가 자신이라고. 하지만 의학적으로 신체 나이가 부모님 나이에 가깝다는 굴욕적인 진단과 마흔부터는 골골거릴 거라는 살벌한 예언을 듣게 되면서, 저질 체력의 구렁텅이에 빠진 자신을 스스로 구하고자 운동이라는 존재를 삶에 들여오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타고나길 안 움직이는 인간이 하루아침에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이 책에도 포기와 도전을 반복하며 다양한 운동을 전전하는 작가의 운동 순례기가 펼쳐진다.
『침대 딛고 다이빙』. 제목부터 독특하다는 느낌을 주는데요. 어떤 책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침대 딛고 다이빙』은 얼핏 운동 에세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운동하기 싫어하는 마음’에 관한 에세이에요. 보통의 운동 에세이는 멋진 근육을 가지게 된 비결이나 철인삼종경기의 완주 후기 같은 걸 다루기 마련이잖아요. 이 책에는 그런 놀라운 성취가 전혀 담겨 있지 않거든요.
그 대신 운동하는 걸 죽도록 싫어하던 제가 ‘운동할 시간이 없어서’라는 핑계를 완전히 끊어 내게 된 과정을 생생하게 적었어요. 땀 흘리며 운동하는 시간보다 운동하기 싫다는 생각을 하며 보내는 시간이 더 긴,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바치는 편지와도 같은 책이랄까요.
송혜교 작가님을 학교 밖 청소년 지원단체 ‘홈스쿨링생활백서’ 대표로 알고 계신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첫 책도 그 이야기를 담은 『열다섯, 그래도 자퇴하겠습니다』였고요. 그런데 이번 책은 그와 결이 많이 다른데요. 『침대 딛고 다이빙』을 쓰게 된 계기가 있나요?
『침대 딛고 다이빙』은 제가 그간 쌓아온 이력과는 아주 거리가 멀어요. 제 평범한 일상을 담은 책이거든요. 저는 일이 없을 때는 늘 누워 있어요. 꼭 앉거나 서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면 무조건이요. ‘누워 있는 상태’는 제 인생에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해요.
누워 있는 걸 사랑하는 사람에게 운동은 고역이에요. 운동하겠다고 선언해놓고 작심삼일에 그친 게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운동을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의 후기도 좋지만, 운동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의 입문기도 나름의 가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책 속에서 작가님은 자신을 ‘안 움직여 인간’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안 움직여 인간’의 대표적인 특징이라고 꼽을 만한 게 있을까요?
안 움직여 인간은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애쓰는 존재’예요. 불 끄기, 물 뜨러 가기, 화장실 가기 같은 지극히 간단하고 일상적인 일마저 귀찮아하죠. 그래서 움직이지 않기 위해 무엇이든 해요. 불을 끄러 가는 대신 원격 제어가 가능한 스마트 전구를 사고, 가급적이면 침대를 벗어나는 일이 없도록 머리맡에 자신만의 편의시설을 갖춰 놓고, 가끔은 화장실에 가는 일조차 미루는 경우도 있어요.
추천사를 써주신 정문정 작가, 이지상 기자, 조소담 전 닷페이스 대표 세 분 모두 “이 책을 웃으며 읽었다”라고 말하고 계세요. 남들에게 웃음을 주는 만큼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이야기도 있을 텐데요.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데 있어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이렇게 부끄러운 이야기를 종이에 인쇄해서 만천하에 뿌리는 게 정말 옳을까,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에요. 저한테 부족한 건 근육이지 염치가 아니거든요. 근력 제로, 체력 제로, 의지력 제로인 게 자랑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그냥 솔직하게 털어놓기로 했어요. 제 이야기에 공감하는 안 움직여 동지들이 세상 곳곳에 있으리라 믿거든요. 저는 ‘누워 있기’가 젊은 여성 세대를 관통하는 문화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누워야 할 이유가 있어서 눕는 게 아니라, 눕지 않을 이유가 없어서 눕는 거라는 말에 동의하는 독자가 많을 거라고요.
작가님이 점점 움직여 인간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나도 움직여볼까’하는 마음이 생기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작가님 헬스, 필라테스, 실내 사이클, 줄넘기, 홈트, 수영, 발레…. 정말 다양한 운동을 해보셨는데, 그중 추천해주고 싶은 운동이 있을까요?
만약 집순이라면, 아무래도 홈트만 한 운동이 없죠. 집에서 나갈 필요도 없고 돈도 안 드니까요. 저도 유명한 홈트 영상은 다 한 번씩 따라 해봤어요. 꾸준히 실천할 의지만 있다면 가장 효율적인 운동 아닐까요?
여건이 된다면 꼭 수영을 배워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말랑말랑한 안 움직여 인간도 비교적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운동이거든요. 체력을 늘리는 데도 정말 좋고요. 저한테는 가장 덜 고통스러운 운동이기도 했어요.
책 전반부는 공감하며 응원하고 읽었다면 후반부에서는 ‘몸을 쓰는 기쁨’에 대해 고민하며 타인을 위해서가 아닌 오직 나를 위해, 나를 더 좋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법을 생각하게 되는데요. 작가님에게 ‘몸을 쓰는 기쁨’이란 무엇일까요?
저에게 몸을 쓰는 기쁨이란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을 때’ 느껴지는 감정이에요. 이를 위해서는 움직이고 싶어 하는 의지도 필요하지만, 흔쾌히 움직일 수 있는 체력도 필요하죠. 둘 중 하나만 빠져도 ‘몸을 쓰는 고통’이 되니까요.
저는 침대를 딛고 물속으로 풍덩 뛰어든 후에야 몸을 쓰는 기쁨을 알게 됐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기꺼이 움직일 때 차오르는 기쁨이 어떤 것인지요. 이제는 친구를 만나면 만 보 정도는 거뜬히 걸어 다녀요. 더 이상 지하철 계단을 보고 한숨부터 푹 내쉬지 않고요. 비록 멋진 몸을 얻지는 못했지만, 저 자신을 조금 더 좋아하게 됐어요.
지금도 침대에 드러누워 행복해하는 동시에 움직이지 않는 삶에 불안감,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그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요?
포근함 속에 감춰진 불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고통 끝에 얻게 될 건강’은 외면하고 ‘침대 위에 있는 행복’만을 좇을 때의 마음을요. 저 역시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몸을 움직여야 하는 걸 알지만, 힘들면서도 즐거운 것이 존재한다는 걸 믿지 않았기 때문에 누워 있는 걸 멈출 수 없었어요.
과거에는 운동을 참 거창한 일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격렬하거나 고통스러운 행위만이 운동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으며, 조금씩 깔짝대는 것 정도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믿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아요. 아주 소박한 움직임부터 시작해도, 몸을 쓰는 기쁨을 배워나가기엔 충분하다는 걸요.
『침대 딛고 다이빙』을 집필하면서, 읽는 이의 마음에 죄책감을 일으켜 몸을 움직이게 하는 글은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러니 즐거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보셨으면 해요.
*송혜교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입에 달고 살던 작심삼일 경력직. 열다섯에 중학교를 자퇴한 뒤 집 안에 틀어박혀 움직이지 않는 삶이 적성에 맞다는 걸 깨달았다. 눕는 게 특기, 과로가 습관인 덕에 누워서 일할 때 가장 선명한 행복을 느낀다. 누울 수 있을 때 앉는 일이 없고, 앉을 수 있을 때 서 있는 일도 없다. 이 세상에 재미있는 운동 같은 건 없다고 철석같이 믿어 왔지만 그렇게 살다가는 큰일 난다는 조언을 듣고 운동에 재미를 붙여 보기로 했다. 지난 10년간 비영리 활동을 하며 행정안전부, 서울특별시와 경기도 교육청 등에 교육 정책을 자문했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단체 ‘홈스쿨링생활백서’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열다섯, 그래도 자퇴하겠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 가이드 북』 등이 있다. 인스타그램 @hyegyouth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