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에서 피어난 예술
수많은 점이 찍힌 노란 호박! 미술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어디에선가 한 번쯤 본 적 있죠?
바로 살아있는 현대미술의 거장,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 b. 1929)의 작품이죠. 쿠사마 야요이는 일본 나가노현 출신으로 페인팅, 조형, 설치, 퍼포먼스 등 각종 장르를 넘나드는 예술가로서 일본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입니다.
‘호박(Pumpkin)’, ‘점(Polka dot)’, ‘무한 그물(Infinity Nets)’. 특히 그녀의 작품에서는 주된 특징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사실 이러한 무한 반복되는 형태들은 그녀가 유년 시절 겪은 불행한 가정환경에서 비롯된 강박증, 편집증의 정신질환에서 빚어진 산물이죠. 그녀는 환영, 환청을 겪으며 내면의 불안과 공포, 두려움에서 기인된 ‘강박’을 주요 모티브인 점과 그물을 통해 예술로서 승화시킵니다. 강박장애를 극복하는 과정 속에 선보인 수많은 작품들은 이제 쿠사마의 역사이자 살아온 길이 되었습니다.
“호박은 나에게는 마음속의 시적인 평화를 가져다준다.
호박은 말을 걸어준다. 호박, 호박, 호박 내 마음의 신성한 모습으로
세계의 전 인류가 살고 있는 생에 대한 환희의 근원인 것이다.
호박 때문에 나는 살아내는 것이다.”
(Yayoi Kusama)
전 세계가 주목한 ‘쿠사마 야요이’
무수한 점과 그물로 전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는 만큼, 아트씬에서 그 인기는 대단합니다. 이것은 비단 아시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국, 유럽까지 점차 그 영역을 확장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하고 있는데요.
특히 쿠사마의 해외 파트너를 맡고 있는 메가 갤러리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 전시 일정에 표시된 최근 2년 간의 전시 스케줄을 보면, 쿠사마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죠. 2022년부터 2023년까지 런던 테이트 모던, 홍콩 M 뮤지엄, 도하 이슬람 아트 뮤지엄(Museum of Islamic Art)을 비롯해 미국의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DC, 캐나다, 스페인 등 전 세계 전역에서 그녀의 전시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호박도 유명하지만, 1965년 뉴욕에서 첫 공개되었던 <무한 거울의 방(Infinity Mirror Rooms)> 설치미술 작업은 ‘반복’과 ‘무한’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춰 자아의식을 멈추고, 자기 소멸의 여정에 동행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를 반영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는데요.
최근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에서 개관 20주년을 맞이해 개최되었던 특별전 《쿠사마 야요이: 무한 거울의 방(Infinity Mirror Rooms)(2021.5.18.-2024.4.28.)》에서 <무한 거울의 방> 시리즈 중 가장 큰 작품인 ‘Filled with the Brilliance of Life’으로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해당 작업은 수 천 개의 LED 네온 컬러 공과 거울로 채워져, 마치 우주 속에 있는 듯한 환상을 불러 일으키며, 유럽의 수많은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았는데요. 이외에도 그녀가 쌓아온 아카이브와 작가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영국 런던을 대표하는 테이트 모던에서 약 3년간 대대적인 전시를 펼치며 그녀의 작품을 찾는 수많은 인파를 봤을 때, 그 인기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어 있음을 여실히 느껴볼 수 있습니다.
노란 호박은 골드바?
미술품 조각투자 시장에서도 쿠사마의 인기는 뜨겁죠? 미국 조각투자 플랫폼인 마스터웍스(Masterworks)는 쿠사마 야요이의 시리즈를 투자 종목으로 채택하여 27%의 수익을 낸 바 있으며, 이외에도 쿠사마의 다양한 작품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조각투자 사업안의 재정비 후, 재개되는 시점에서 기존 운영 업체 중 2 곳은 쿠사마의 시리즈 작품을 1호 투자 종목으로 선택하기도 했죠. 작품을 사고팔아 수익을 내야 하는 입장에서, 왜 그들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선택했을까요?
시장에서 쿠사마의 작품이 인기 있는 이유는 바로 유동성(Liquidity)에 있습니다. 이는 현금화 가능성을 말하는데, 보통 미술품의 회전 주기를 1년 이상의 장기로 평가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죠. 작품의 수량은 작가에 의해 제작되기에 한정적이고, 그 가치가 오르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기에, 비일비재하게 거래되지 않는 미술시장의 특성상 유동적이긴 다소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쿠사마의 작품은 그녀의 인기만큼이나 원하는 이들이 많기에 안정성과 유동성이 좋은 편이죠. 특히 그녀의 손길로 한 땀 한 땀 그려진 작은 크기의 노란 호박은 마치 골드바와 견주어 질 정도입니다.
아트넷의 최근 2023년 경매 기록에 따르면 1호(SM) 크기 노란 호박은 약 7억 원에 거래되는데, 엽서 크기의 소품 사이즈 대비 상당히 높은 금액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컬렉터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바로 전 세계 경매시장에서도 끊임없이 만나볼 수 있을 만큼 어디에서든 빈도 높게 거래된다는 점입니다.
미술 작품은 특히 취향과 기호에 영향을 미치기에 지역마다 인기 작품이 다릅니다. 따라서 작품이 모든 지역에서 동일한 금액으로 거래되는 작품이 있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일 수 있죠.
하지만 이 어려운 일을 쿠사마 야요이는 해내고 있습니다. 작품의 거래의 요소에서 중시되는 부분인 대상의 다양화와 진위에 대한 문제에 대해 자체적으로 해소하고 있습니다. 쿠사마 작품의 경우 세분화된 ‘호’수로 나누어지는 작품 크기 구성과 <호박(Pumpkin)>, <무한 망(Infinity Nets)’> 주요 시리즈를 선보이고, 진위에 대해서는 쿠사마 스튜디오에서 직접 발행하는 보증서(카드)를 통해 우려되는 문제를 간소화 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해를 거듭할수록 미술시장이 확대되고 나날이 상승하는 그녀의 작품의 가치는 어디까지 오를지 기대해볼 만 하겠죠?
아티피오(ARTiPIO)
YES24의 자회사로 출범한 아티피오는 미술품 수집의 대중화를 위한 아트 커뮤니티입니다. 국내 다양한 예술 애호가들과 함께 아트 컬렉팅을 시작해 볼 수 있는 미술품 분할 소유 플랫폼과 관련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