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을 방문하는 손님들의 갖가지 사연에 따라 알맞은 책을 추천하는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책처방사’. 저자가 직접 만든 이 직업은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함께 웃고 우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읽는 직업’이다. 사람들을 새로운 책의 세계로 안내하고 그들의 마음을 책으로 위로하려면 책을 어떻게 읽고, 정리하고, 기록해야 할까? 국내 유일 책처방 서점인 ‘사적인서점’을 운영하는 정지혜 대표가 그간 책 처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터득한 독서법을 모았다.
『좋아하는 마음이 우릴 구할 거야』 이후 5년 만에 나온 책이지요. 이번 책 『꼭 맞는 책』을 쓰신 소회가 궁금해요.
저에게 이번 책은 남다른 의미가 있어요. ‘책처방사의 독서법’이라는 주제로 책을 쓰기로 결심한 후, 동료 작가들과 함께 글을 연재하면서 원고의 절반 가량을 썼거든요. 그런데 연재 도중에 갑작스레 암 진단을 받았고, 치료를 위해 1년간 일을 쉬어야 했어요. 오래 쉬다 보니까 서점에 복귀할 즈음에는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죠. 그때 아프기 전에 절반 정도 써 놓은 원고가 생각나더라고요.
사람들은 크게 아프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후회하기도 하고, 원래 하던 일을 그만두고 아예 다른 일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런데 저는 치료받는 내내 책처방사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만 했어요. 소식을 들은 손님들이 저를 위해 기도하고 응원해 주셨고, 제가 건강하게 회복해서 사적인서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기다려 주셨거든요. 내가 돌아갈 자리가 있다는 사실이 정말정말 큰 힘이 되었어요. 『꼭 맞는 책』을 쓰면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제 일의 의미와 가치를 정리할 수 있어 좋았어요. 또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분들에게 책 처방을 알리고, 다시 서점에서 손님들을 활발히 만나고 싶은 마음도 담겨 있고요.
‘사적인서점’을 운영하시며 책 처방을 처음 시작하셨어요. 그리고 책 처방은 사적인서점과 대표님을 상징하는 프로그램이 되었고요. 아는 사람들은 잘 알고 있지만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책 처방 프로그램을 간단히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손님의 상황과 취향을 고려해 한 사람을 위한 맞춤책을 추천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서점 안에 마련된 별도의 공간에서 손님과 일대일로 마주앉아 한두 시간 가량 대화를 나누고, 즉석에서 두세 권의 책을 추천해 드립니다. 상담 후에 맞춤책 한 권과 처방 이유가 담긴 편지를 보내는 심화 프로그램, 상담 없이 손님의 신청서와 사연만 보고 책을 처방하는 비대면 프로그램도 있고요.
고민이 있어서 책으로 도움받고 싶은 분들, 책을 읽고 싶은데 내 취향을 잘 모르겠다거나, 좋아하는 분야와는 다른 새로운 책을 소개받고 싶은 분들이 주로 이용하세요. 마음이 답답할 때, 타로나 사주를 보러 가듯 나를 잘 모르는 적당한 타인과 대화를 나누며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 오시는 분들도 의외로 많답니다.
‘책처방사’라는 직업을 처음으로 만들어 보아야겠다고 생각하신 계기가 궁금해요. 작가님은 어떻게 ‘책처방사’가 되셨나요?
서점원으로 일하면서 모든 게 만족스러웠는데,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어요. 손님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기회가 부족한 것이었죠. 보통 서점에 가면 책 재고나 위치를 물어볼 때 말고는 서점원과 소통할 일이 거의 없잖아요. 기왕이면 내가 좋아하고 또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만의 서점을 운영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즈음, 덴마크의 주치의 제도를 알게 되었어요. 덴마크에서는 모든 시민에게 담당 주치의가 정해져 있는데, 한 동네에 자리잡으면 은퇴할 때까지 그곳에서 일하기 때문에 동네 친구처럼 관계를 맺는다고 하더라고요. 건강과 인생을 함께 보살피는 덴마크의 동네 주치의처럼, 책을 매개로 손님들과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는 독서 주치의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죠.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한 사람을 위한 책을 고르는 ‘책처방사’라는 직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저의 첫 책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에 이 과정이 자세하게 담겨 있으니 『꼭 맞는 책』과 함께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원고를 처음 읽고 편집부에서 “정말 정지혜 대표님만 쓸 수 있는 책이다!”라는 이야기를 나눴던 게 생각이 나요. 그간 ‘사적인서점’을 운영하시며 경험하고 터득한 대표님만의 온갖 영업 비밀이 다 들어가 있는 것 같아서요. 혹시 원고에 담고 싶었지만 담지 못했던 이야기가 있나요? 고충도 좋고요.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사적인서점의 영업 비밀을 이 한 권에 탈탈 다 털었습니다. (웃음) 그래서 못 담은 이야기는 딱히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책 처방을 하면서 만난 손님들과의 추억이 참 많은데, 이번 책의 주제를 ‘책처방사의 독서법'으로 잡고 쓰다 보니 그 이야기를 담지 못한 점이 조금 아쉬워요. 책처방사는 저를 위해 스스로 만든 맞춤 직업이나 다름없어서 직업 만족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고충은 딱히 없습니다.
『꼭 맞는 책』에서 소개하신 독서법은 일반 독자의 독서법과 비슷하면서도 확실히 다른 면이 있어요. '책처방사의 독서법'이 책처방사가 아닌 사람의 책읽기에도 도움이 될까요?
그럼요. 『꼭 맞는 책』은 책과 더 가까워지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한 분들에게도, 자신의 독서 세계를 지금보다 넓고 깊게 확장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각각의 방식으로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책처방사로 일하며 깨달은 점 중 하나는, 우리가 읽은 책과 읽고 싶어 하는 책이 스스로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거예요. 단순히 손이 가서, 재미있어서 읽었다고 생각했던 책들도 책처방사의 관점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나라는 사람과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한 힌트를 발견할 수 있답니다. 『꼭 맞는 책』을 읽고 독서를 자기 이해의 도구로 활용하는 분들이 늘어나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책을 읽고 대표님의 책 처방에 관심을 갖고 사적인서점을 찾아오실 분들도 많아지리라 짐작해요. 책 처방을 원하는 분들께 혹시 당부하고 싶으신 것이 있나요? 이런 마음으로 반갑게 만납시다, 하고 전하실 말씀이 있는지 궁금해요.
사적인서점이 지금은 파주로 자리를 옮겼어요. 꼭 그래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하루나 이틀 정도 시간을 내어 나를 위한 여행이라는 느낌으로 다녀가시면 좋겠어요. 서점으로 오는 길 풍경도 좋고, 서점 안에서 창을 통해 바라보는 하늘이나 대나무 중정도 정말 아름답거든요. 서점 근처에 산책할 곳도 많고요. 걸으면서 바람도 쐬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책처방사와 대화를 나누며 몸과 마음을 환기하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그러고 나서 처방받은 책을 읽으며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면, 스스로를 아끼고 돌보는 귀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이 『꼭 맞는 책』을 어떻게 읽어 주시면 가장 좋을 것 같으세요? 독자분들의 책장에 이런 의미를 가진 책으로 남고 싶다든지, 다 읽고 책장을 덮었을 때 어떤 생각과 마음이 들면 좋겠다든지 하는 바람이 있나요?
책을 쓰는 건 작가지만, 책이 출간되고 나면 작가의 손을 떠나 독자의 것이 되는 것 같아요. 제 책에 담긴 이야기가 독자분들의 삶과 만나 다양한 방식으로 읽히겠죠. 『꼭 맞는 책』이 저라는 사람을 넘어 어디까지 뻗어 나갈지 궁금하고 기대돼요. 그것이 책을 쓰는 큰 기쁨이기도 하고요. 각자의 방식대로 사적이고 고유하게 읽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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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출판사 | 유유
좋아하는 마음이 우릴 구할 거야
출판사 | 휴머니스트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