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건우 작가는 2008년 단편소설 「선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꾸준히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작품을 발표하며 자타공인 '스릴러 장인'으로 통한다. 신작 『어제에서 온 남자』는 타임슬립을 소재로 의도치 않게 시간여행을 하게 된 건달 출신 주인공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연쇄 살인마를 쫓는 내용의 소설이다. 소설의 아이디어부터 탄생의 과정까지 작가에게 물었다. 작품은 예스24 크레마클럽에서 선공개로 만날 수 있다.
크레마 오리지널 연재작 『어제에서 온 남자』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이번 작품의 집필 과정은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이 작품은 꽤 오랜 시간 공을 들였습니다. 처음에는 단편소설로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마지막에 가서 깜짝 반전이 등장하는, 일종의 미스터리 스릴러로 가려고 했던 거죠. 하지만 작품을 구상하면 할수록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 생겨났고 결국 점점 살이 붙고 설정이 복잡해지면서 지금의 분량으로까지 발전하게 됐어요. 어떤 이야기는 스스로 자가발전, 혹은 자가 생존을 거듭해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데, 「어제에서 온 남자」가 바로 그런 이야기였던 거죠. 이 극적인 이야기를 자칫 단편소설에 가두고 말았을지도 모르는데, 그걸 장편소설로까지 발전하게 계기를 마련해 준 출판사에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사실 「어제에서 온 남자」는 초반 설정이 워낙 강렬했기에 처음에는 막힘없이 잘 썼어요. 하지만 시간 여행의 법칙 안에서 캐릭터가 움직이게 만드는 법을 구상하느라 후반부에는 꽤 고전했어요. 마치 제가 시간의 틈에 빠져 길을 잃은 것 같았죠. 그럼에도 딱 하나는 잊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그건 바로 이것이 누군가를 구하는 이야기란 점이었죠. 그렇게 결말을 정해놓고 계속 고치며 쓰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완성하게 됐어요. 이 이야기의 결말은 처음부터 머릿속에 떠올린 거였죠. 그 결말을 펼쳐놓을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어제에서 온 남자』를 구상하신 계기를 알려주세요.
단순히 타임슬립을 다룬 작품을 한 번 써보자, 했던 게 시작이었어요. 저는 시간 여행이라는 설정을 꽤 좋아하거든요. 그런 걸 소재로 한 작품도 여럿 봤죠. 작가는 결국 ‘나도 한 번 써볼까?’ 하는 마음에서 작품을 구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비슷한 타임슬립이라 해도 내가 쓰면 다를 거라는 자신감도 있었죠. 그리고 그 근거는 다른 작품과 달리 동굴을 통과하면 ‘어제’로 가게 된다는 이 이야기만의 독특하고 간단한 설정이 머릿속에 자리 잡으면서 생겨났어요. 이 설정을 떠올리자마자 ‘어제에서 온 남자’라는 제목 역시 생각해 내게 됐고요. 여기에 누군가의 순애보를 넣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고민한 결과물이 바로 이 작품, 『어제에서 온 남자』예요. 사실 전 로맨스와는 무척 거리가 먼 작품을 써왔고, 그런 감성 역시 메말라 버린 지 오래된 사람이에요. 그럼에도 제 작품에는 항상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가 등장했거든요. 이번에는 그런 이를 주인공 삼아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어제’로 돌아가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보고자 했죠.
다른 타임 슬립 작품들과는 좀 다르게 시간 여행을 하는 인물들이 특별한 능력을 가진 것이 아니라 특정 장소에서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설정인데 이런 설정을 생각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특별한 능력이나 장치 등을 가진 이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면 이 이야기의 극적인 부분이 많이 줄어들었을 거예요. 저는 이 이야기가 타임슬립이라는 가상의 개념 속에서 진행되지만, 그 안에서 움직이는 이들은 지극히 현실적이기를 바랐죠. 그랬기에 퇴물이 된 조폭이라는, 어떻게 보면 구식에다가 낡디 낡은 설정의 주인공을 생각해 냈어요. 너무 스테레오 타입이라 오히려 많은 설명이 필요 없는 그런 인물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한 거죠. 거기에 기구한 사연까지 지니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거라고 예상했어요. 이 인물이 대단한 능력을 지녔거나 무적의 싸움꾼이었다면 너무 판타지가 됐을 거고, 그랬다면 이야기는 붕 떠서 독자에게 다가가지 못했으리라 생각해요.
주인공을 시간 여행하게 만든 다른 시간 여행자가 연쇄살인마라는 설정인데요. 어쩌다 이 인물을 연쇄살인마로 설정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주인공을 끌어들이게 되는 이가 연쇄살인마라는 설정은 애초에 세워두었던 거예요. 이 작품이 미스터리 스릴러이기 때문에 그랬던 건 아니고, 한 가지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 이런 캐릭터가 나왔어요. 장기 미제 사건을 보면 범인이 누굴까, 왜 아직 잡히지 않는 걸까 무척 궁금하잖아요. 저는 그런 사건을 보면서 범인이 만약 같은 인물이고, 이 인물이 시간 여행을 하며 도망 다니는 게 아닌가 하고 상상했던 거죠. 그러다 보니 살인을 저지르고 ‘어제’로 도망치는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어요. 연쇄살인마 캐릭터는 순수한 악이었으면 했고, 아무런 동기 없이도 잔혹한 행위를 반복하는 그런 인물로 그리려고 노력했어요. 그 반대편에 뚜렷한 동기 없이도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 그래서 기꺼이 지키고자 하는 주인공 캐릭터가 서 있는 걸 상상하면서 연쇄살인마 캐릭터를 구상했어요.
등장인물 중 특별히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그 이유와 혹시 그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 있는지 알려주세요.
저는 제 작품의 모든 캐릭터를 좋아하는데요, 특히 ‘서희’ 캐릭터에 애착을 품고 있어요. 물론 주인공 캐릭터를 가장 공들여서 만들긴 했지만, 서희라는 강인하고 개성 강한 캐릭터가 있었기에 주인공도 빛을 발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전 어쩔 수 없는 중년 남성이라 늘 여성 캐릭터를 그릴 때 고민을 많이 하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편이에요. 여성 캐릭터가 중년 남성의 망상에서 나온 듯한 현실감 없는 인물이 되면 안 되니까요. 서희가 생동감을 얻고 자기만의 언어로 이야기하면서부터 이 작품도 술술 풀렸던 것 같아요. 사실 딱히 모티브가 된 인물은 없어요. 저는 여성 서사를 좋아하고, 그런 쪽의 작품을 즐겨 써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거기 어딘가에서 활동할 만한 여성을 불러왔을 뿐이에요.
개인적으로 주인공 커플이 특정 컵라면을 좋아하는 장면이 재밌었는데요 그 라면을 골라 넣으신 이유가 있으신지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컵라면이 바로 그겁니다! 전 가끔 작품 속에서 취향을 드러내곤 하는데요, 이번에는 컵라면을 넣어 봤어요. 요즘은 다이어트 때문에 안 먹지만, 한때는 새벽 작업에 지친 저를 위로해 주는 음식이 바로 그 컵라면이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집필하실 계획인지 말씀 부탁드려요.
저는 여전히 호러,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작품을 쓸 거예요. 당장 올해만 해도 여러 작품이 출간될 텐데요, 제 개인적인 소망은 독자에게 ‘다작 작가’로 각인되는 겁니다. 잊을만하면 작품을 내는 작가가 아니라 꾸준히 작품을 써내서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싶어요. 여름에는 ‘장례식장’과 ‘괴담’을 키워드로 한 독특한 작품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아주 섬뜩하고 무서운 이야기가 될 테니까 기대하며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