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기후 헌법 소원 승소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2024년 8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기후 헌법 소원을 제기했던 청소년들이 아시아 최초로 기후 소송에서 승소하였다.
글 : 출판사 제공
2025.05.22
작게
크게

 

작가님, 『우리는 기후 위기를 끝낼 거야』를 통해 청소년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작가님께서 직접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아시아 최초로 헌법 재판소에서 승소한 대한민국 기후 소송의 과정을 담은 책입니다. 헌법을 무기로 기후 위기에 맞선 실제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았어요. 청소년들의 용기 있는 행동이 어떻게 법과 시스템을 움직이고 세상을 바꾸었는지 보여 주지요. 기후 위기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독자에게, 나도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과 효능감을 전하는 책입니다. 안난초 작가님의 아름답고도 재밌는 만화가 있어서 더 감동적으로 읽을 수 있을 거예요. 

 

작가님은 기후 위기라는 현실이 언제 가장 와닿으셨나요? 기성세대가 실감하는 기후 위기와 청소년 세대가 실감하는 기후 위기가 어떻게, 얼마나 다르다고 생각하시나요?

2019년 5월에 '청소년기후행동'이 주최한 청소년 기후 소송 캠프에 참석해서 기후 위기에 대한 고등학생, 중학생 청소년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는 지금까지 비교적 안정된 기후에서 안전하게 어른이 될 때까지 살았지만, 지금 커 가는 청소년들과 어린이들은 앞으로 펄펄 끓는 지구에서 불안하고 위험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호소가 제 마음을 크게 흔들었습니다. 저도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청소년 세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크게 느꼈고, 그 자리에서 청소년들이 기후 소송을 만들어서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일을 돕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지구 평균 기온이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으로 상승했다고 해요. 이러한 어두운 현실에 자포자기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마음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부터 할 수 있을까요?

저는 결코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일에 자포자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2025년에 지구 평균 온도가 이미 1.5도 상승했다는 보도들이 있지만, 앞으로 우리가 노력해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비중을 크게 낮추면 누적 효과에 따라 지구 평균 온도는 다시 1.5도 아래로 내려올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제가 5년간 청소년 기후 소송을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느낀 것은 ‘기후 위기 악화의 속도도 무척 빠르지만, 기후 위기 대응 노력의 속도도 굉장히 빠르다는 것’입니다. 기후 위기 악화의 속도가 시속 120킬로미터라면 기후 위기 대응 노력의 속도도 시속 100킬로미터 정도는 돼요. 문제는 우리가 노력해서 이 20킬로미터 정도의 속도 차이를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청소년들과 어른들이 힘을 합하여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법과 제도도 더욱 강화하고, 생활 속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일에 더 노력하면 우리는 반드시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더 좋은 세상과 더 좋은 문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책을 쓴 이유도 청소년들과 어린이들에게 즐겁고 힘차게 기후 위기에 맞서 보자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예요. 

 

소송의 시작부터 판결까지, 5년이 넘는 오랜 기간을 청소년 청구인들과 함께 소통해 오셨어요. 청소년 청구인들이 보여 준 열정이나 독특한 관점이 작가님께 어떤 영감을 주었나요? 특별히 인상 깊었던 대화나, 재밌었던 일화에 대해 듣고 싶어요.

어른들은 보통 환경 운동이나 기후 위기 극복 노력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저 일이 가능하겠어?’라는 소극적인 반응을 많이 보였어요. 그래서 이 사건을 맡으려는 변호사들도 많지 않았고요. 그런데, 청소년 기후 소송 캠프에서 만난 청소년 중에는 ‘현실적으로 기후 소송과 기후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고, 기후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다’는 낙관적인 투지와 열정이 넘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저는 이런 열정에 전염되어 버렸지요.


많은 의뢰인들이 소송을 진행하며 자주 불안해하고 초조해해요. 그래서 덩달아 변호사까지도 불안하게 만들거든요? 그런데 청소년 청구인들은 소송이 진행되는 5년 동안 한 번도 불안한 마음으로 변호사들을 힘들게 한 적이 없어요. 청소년 청구인들은 쉬지 않고 청소년 기후 소송에서 주장한 중요한 내용들을 다른 청소년들과 시민들에게 알렸어요. 매년 여러 차례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를 열었고, 매주 주말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캠페인을 진행했죠. 서울시 교육감과 환경부 장관을 만나 요구 사항을 전달하기도 하고, 각종 행사에서 연설과 강연도 여러 번 맡았어요. 


청소년 청구인들은 계속해서 자신의 이야기들을 펼쳐 갔고, 아기 기후 소송을 제기한 어린이들도 기후 위기에 대한 생각을 함께 이야기했어요. 마침내 이들의 목소리는 헌법 재판소에도 울려 퍼졌어요. 공개 변론을 하는 날, 청소년과 어린이 대표가 직접 9인의 헌법 재판관 앞에서 발언했고, 이 발언이 기후 소송 승소 판결에도 영향을 주었을 거예요.


 

기후 소송이라는 주제, 복잡한 법 용어를 청소년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어요? 이해를 돕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쓴 표현이나 예시가 있다면 알려 주세요. 

기후 소송을 진행하면서 여러 차례 번역 작업을 한 것 같아요. 먼저 청소년들이 느끼는 기후 위기에 대한 절박함을 기성세대인 헌법 재판관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법률적인 전문 용어로 번역해서 주장했어요. 또 기후 위기에 관한 과학 지식이나 이론들을 그대로 쓰면 재판관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가 있으니, 과학 용어를 법의 논리와 잘 연결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요. 


이번에는 청소년과 어린이 독자를 대상으로 기후 소송을 설명하기 위해서, 헌법 재판관들에게 주장했던 내용들을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번역 작업을 했습니다.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헌법을 비롯한 법, 인권 및 기후와 환경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초·중·고등학교 사회 교과서를 거의 다 읽어 보았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여러분들이 헌법과 인권에 대해 많이 배워 알고 있더라고요(웃음).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특별히 신경을 써서 만든 표현이 있다면 ‘기후 백신’이라는 단어입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수년 동안 고생했는데, 코로나 백신으로 그 위기를 벗어났잖아요? 지금 우리가 두려워하고 있는 기후 위기도 ‘기후 백신’을 만들면 벗어날 수 있다고 비유했지요.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활용을 잘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으로 일상에서 실천하는 ‘개인용 기후 백신’과 에너지 발전, 산업 분야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법률과 제도를 강화하는 ‘사회·산업용 기후 백신’ 두 가지를 다 만들어야 해요. 대한민국의 기후 헌법 소원 승리는 기후 위기를 극복할 ‘사회·산업용 기후 백신’의 가장 모범적인 사건입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노력 중, 개인적 차원의 것을 ‘개인용 기후 백신’이라고 표현하셨어요. 작가님이 실천하고 계신 작은 행동, 개인용 기후 백신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는 솔직히 조금 게으른 편이라서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개인적인 노력은 잘 못 하는 편이에요. 텀블러도 안 들고 다닐 때가 많고, 배달 음식도 많이 시켜 먹는 편이고요. 굳이 있다면 자가용 승용차를 사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정도일까요? 그래서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이 항상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청소년 기후 소송을 5년간 도우면서 ‘사회·산업용 기후 백신’을 만드는 일을 많이 도왔으니, 전체적으로 기후 위기 대응 점수가 플러스(+)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웃음). 앞으로 사회·산업용 기후 백신을 만드는 일에 더 노력하면서,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개인용 기후 백신을 위해서도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기후 소송 판결 이후, 우리나라 국회와 정부가 기후 위기 대응에 확실히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하시나요? 2026년 2월까지 탄소중립기본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요.

헌법 재판소는 우리나라 국회에 2026년 2월 말까지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중에서 ‘2031~2049년까지 기간’에 대한 감축 목표를 신설하라고 명령했어요. 국회에서는 2025년 3월 13일에 탄소중립기본법의 개정 법률안을 심사하고 의결할 수 있는 ‘국회 기후 위기 특별위원회’를 출범했습니다. 최근의 계엄과 탄핵 및 대통령 선거 등의 과정이 정리되면, 기후 위기 관련 법 개정의 문제가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등장하게 될 거예요. 국회와 정부는 어떻게든지 현재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보다는 조금 더 나은 입법을 하려는 태도를 가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하지만 국회와 정부에만 맡겨 놓으면 안 돼요. 주권자인 국민이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행동을 해 나가야 하지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요? 독자들이 어떤 변화를 느끼고, 어떤 행동을 하길 바라시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에도 공감합니다. 하지만 막상 ‘나는,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쉽게 답하지 못하지요. 저 역시 청소년 기후 소송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청소년과 어린이, 그리고 우리 모두가 기후 위기를 끝내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아보고자 했습니다. 2018년, 우리나라 청소년 50명이 시작한 ‘청소년 기후 소송’은 5년 만에 아시아 최초의 기후 소송 승소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 책을 읽는 여러분도 이런 변화를 이끌며 더 나은 기후 백신을 만들어 갈 주인공입니다. 여러분의 작은 생각,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결국 커다란 날갯짓이 되어, 기후 위기 극복이라는 값진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함께 힘을 내 주세요. 서로 손을 맞잡고 함께 목소리를 낸다면, 우리는 반드시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더 안전하고 더 나은 지구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굳게 믿습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0의 댓글

우리는 기후 위기를 끝낼 거야

<이병주> 글/<안난초> 그림

출판사 | 다산어린이

Writer Avatar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