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젊은 작가 특집
예스24는 매년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를 찾습니다. 올해는 20명의 작가를 후보로 6월 18일부터 7월 15일까지 투표를 진행합니다. 젊은 작가 20인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 볼까요?
작가님의 기억 속에 인상 깊게 남아 있는 첫 책은 무엇인가요?
‘첫 책‘이라는 표현을 두고 몇 가지 대답이 생각나는데요. 4~5살쯤 엄마가 장만해 주신 전래동화 시리즈와 위인전 시리즈. 시를 처음 쓸 때 본 김기택 시인의 시집 『소』. 그리고 시를 처음 쓸 때쯤 출간된 임솔아 작가의 첫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전래동화와 위인전 표지를 손가락으로 쓸어 넘기며 다채로웠던 그 느낌은 지금도 시인선 표지를 쓸어 넘기면서도 느끼고 있어요. 『소』을 처음 읽었을 때, 그렇게 평범한데 충격적으로 생생한 시가 제 감각에 틈입하면서 무언가 트이는 순간을 경험했던 것 같아요. (지금 와서 보면 다소 적나라한 일부 시들은 제 취향이 아니지만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과 같은 시는 여전히 울림을 주는 것 같아요.)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닿았을 때 처음으로 나만의 시집을 가져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첫 책을 출간하기 전에도 많은 이야기를 써오셨으리라 짐작합니다. 최초의 습작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저는 글을 쓰게 될지는 몰랐지만 일기는 열심히 써서 담임 선생님께 별 도장을 매번 받고 싶던 아이였어요. 별 하나만으로 성에 안 차서 두 개는 받고 싶었는데, 매번 같은 일상을 쓰는 게 지루해서 머리를 굴리다가 일기에 실제를 가공한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어요. 직전 질문에 대답했던 위인전 중에 광개토대왕 위인전을 읽다가 그때 종종 챙겨보던 시간여행을 떠나는 어린이 프로그램 콘셉트를 접목했어요. ‘내가 주인공이 되어서 광개토대왕이 있는 시대로 날아가 광개토대왕을 본다면?‘이라는 질문을 생각하면서 사실상 광개토대왕 위인전 독후감을 저만의 방식으로 썼어요. 그리고 ’와, 정말 기발하다!‘라는 담임 선생님의 코멘트와 함께 찍혀있던 별 두 개 도장을 보면서 어찌나 뿌듯했는지. 그때 작가의 잠재력이 제게 있었던 것 같아요.
습작과 출간의 큰 차이 중 하나는 독자가 있다는 점 같습니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독자와의 첫 접촉의 순간이 궁금합니다.
4월 초에 첫 시집을 출간하고, 비슷한 시기에 첫 시집을 출간한 김보나 시인과 함께 첫 북토크를 4월 말에 문지살롱에서 진행했어요. 단순히 앉아서 낭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제 시집에 나오는 시그니처 식물인 당귀와 보나 시인 시집 속 소재 중 하나인 딸기(현장에서는 딸기 차)를 직접 눈앞에 두고 체험해 볼 수 있는 북토크였어요. 독자분들이 앉아계셨던 방식도 시인 앞에 독자끼리 마주 보며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모습이었는데요. 제 시집 속에 구축했던 일정한 구조와 흡사한 느낌이었어요. 또 두 시집 속에서 당귀와 딸기가 눈앞에 튀어나온 것처럼, 제가 막연하게 여겼던 독자분들이 눈앞에 있었던 게 신기했어요.
이제 막 글을 쓰기 시작한 분들에게 가장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단 글을 저지르세요. 나 혼자 종이 위에 맘껏 저지르세요. 그리고 저지른 글을 빨래 말리듯이 며칠 놔둬 보세요. 그럼 우리는 판사가 될 수 있어요. 두 가지 종류의 판사가 있을 건데, 하나는 생각을 저지르고 머릿속에서 판결한 뒤에 판결문과 같은 결과물을 종이 위에 내보이는 판사. 다른 하나는 종이 위에 글을 저지르고 글 위에서 판결한 뒤에 판결문과 같은 결과물을 종이 위에 머무르게 하는 판사. 글을 쓰기 위해서는 번갈아 행위예술가와 판사가 되어보면 좋습니다.
지금까지 출간한 작품 중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꾸만 되돌아가게 되는 인물이나 작품이 있나요?
아무래도 『온몸일으키기』의 4부에 자리한 쿠바 연작시 속에서 여행하던 화자를 꼽고 싶어요. 쿠바는 가기 전부터도 갔다 와서도 제 주변 지인이라면 질려할 정도로 원했고 지금도 원하는 여행지예요. 시집을 꾸리면서 왜 쿠바를 비롯한 중남미, 남미 등지를 다뤄야 했는지 이유를 부여해야 했는데요. (합리화는 때로 삶을 덜 피폐하게 하는 향신료니까요) 한국에서 땅을 파서 다른 표면이 나올 때까지 가정하고 파다 보면 남미가 나온대요. 『온몸일으키기』 초반 시의 화자는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려고 명치에 손을 집어넣었는데, 한국에 손을 집어넣으면 정반대의 남미가 나오는 거잖아요. 그러면, 한국의 내면이자 한국에서 살던 저의 내면은 중남미 또는 남미가 될 수 있겠단 결론이 나왔어요.
헤밍웨이가 부러워죽겠어요. 여생을 쿠바에서 보낼 정도로 유유자적했으니까요. 그래서 그곳에 다시 가봐야지 제 내면을 다시 최신화할 수 있을 것도 같고 얼마간은 그곳에서 꼭 몇 년 살아보고 싶어요.
언젠가 꼭 한 번 다뤄보고 싶은 소재나 인물이 있나요?
일단 두 번째 시집으로 쓰고 싶은 소재는 정했어요. 이건 비밀이고요.(웃음) 그다음에 쓰고 싶은 것도 살짝 생각했어서 여기서 정말 미리 말해봐야겠네요. 제가 원래 시인이 되기 이전에도 이야기를 쓰고 싶어 했는데, 시나리오를 쓰면서 연출하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어요. 사실상 『온몸일으키기』를 통해 시집을 연출해 냈다는 생각도 들어서 일정 부분을 달성하긴 했지만, 하나의 시집을 “영화”로 비유해서 연출하는 측면을 더 깊이 파고들어서 시집을 꾸리면 어떨지 생각해 봤었어요.
만약 평행 우주에서 작가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떤 직업을 갖고 싶나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생각나는 질문이네요. 저는 시 말고도 시랑 같이 하고 싶은 게 진짜 많아요. 대중음악 작사가, 영화감독, 안무가 등이 당장 생각나는데요.(협업 문의를 환영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 예술이라는 큰 틀 속에 있고 싶어 했고 늘 예술 안에서 무언가 할지 궁금했는데 그게 우선 작가로 발현되었거든요. 평행 우주를 많이 만들어놓고 예술 영역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어요.
인류 멸망을 앞두고 지하 벙커에 도서관을 지을 예정입니다. 딱 세 권의 책을 보관할 수 있다면 어떤 책을 고르시겠습니까?
1. 『온몸일으키기』 - 인류 멸망하고 나서도 다시 새로운 괜찮은 시대가 시작된다면 새로운 존재의 몸을 일으켜 보세요.
2. 레몽 크노의 『문체 연습』 - 이 책은 언어를 여러 표본으로 복제해서 놔뒀다고 생각해요. 이것을 벙커에 넣어놓고 나중에 꺼낼 때 사료로 쓰이기도 좋고, 어떤 유기체를 이루는 구성요소로도 쓰기 좋을 것 같아요.
3. [[이곳에 원하는 제목과 저자를 적어보세요.]]- 책 대신에 하나의 프로그램을 넣어놓고 싶어요. 나중에 벙커에서 이것을 꺼냈을 때 그때 읽고 싶은 책을 적으면 그 책으로 변신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사랑하는 책을 두 권 만들든지, 아니면 그때 가서 발명하거나 발견할 수 있는 책을 적어도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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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기식
사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