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맛집 탐방은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작은 노하우
세상에 그렇게도 ‘맛집 러버’들이 많은데, 왜 여태 『아무튼, 맛집』은 아무도 안 썼던 걸까요?
글 : 출판사 제공
202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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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여행준비의 기술』로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과 필력을 선보인 박재영 작가가 이번에는 맛집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아무튼 시리즈 일흔여덟 번째 책 『아무튼, 맛집』이다. 책장을 펼치면 맛집에 유달리 진심인 그가 오랜 시간 맛집을 탐방하며 건져 올린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이 책을 통해 자기만의 맛집 지도를 그리는 일은 결국 ‘나’를 알아가는 과정임을 말하고 싶었다는 박재영 작가를 만나 보았다.




『아무튼, 맛집』 으로 작가님과 처음 만나는 독자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의사 출신 저널리스트 겸 작가 박재영입니다. 애서가들에게는 책 팟캐스트 <YG와 JYP의 책걸상> 진행자로 알려져 있고요. 다양한 장르의 책을 여러 권 썼는데, 주로 의료와 관련 있는 책들을 쓰다가, 『여행준비의 기술』을 시작으로 의료와 무관한 책들도 쓰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작은 『개념의료』이고, 외국인에게 한국을 소개하는 책 『K를 팝니다』도 썼습니다. 『K를 팝니다』의 영문 버전은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제가 직접 만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생긴 노하우를 담은 『나의 영어 해방 일지』도 펴냈습니다. ‘청년의사’라는 작은 언론사에서 26년째 일하고 있고요, 유튜브 채널 <나는의사다>의 제작에도 관여하고 있습니다. 연세의대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에서 의료법윤리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의사인데 환자를 진료하지 않고, 저널리스트인데 (요즘은) 기사를 쓰지 않고, 윤리학을 공부했지만 특별히 윤리적인 삶을 살지는 않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까지 정말 다양한 주제의 책을 쓰셨는데요. ‘아무튼 시리즈’ 작가로 참여하시면서 ‘맛집’이라는 키워드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아무튼 시리즈의 필자가 되는 것은 오랜 꿈이었습니다. 좋아하는 것들은 참 많은데, ‘덕질’ 수준으로 좋아하는 게 없어서 고민이었죠. ‘아무튼, 여행 준비’라면 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건 오히려 할 말이 차고 넘치는 바람에 『여행준비의 기술』이라는 다른 제목의 책이 되었습니다. ‘맛집’ 키워드는, 제가 이 시리즈의 필자가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는 사실을 아는 주변의 지인들이 정해줬습니다. “네가 아무튼을 쓴다면 ‘맛집’이 제격이다.” 그렇습니다. 저는 맛집에 진심입니다. 주변 사람들도 다 압니다. 맛집 관련 정보를 저에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맛집’이라는 키워드로 책을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처음 했을 때, ‘아무튼 시리즈’ 세 권 분량은 쓸 수 있을 만큼 많은 이야기가 떠올라서 결심은 쉽게 했습니다. 근데 세상에 그렇게도 ‘맛집 러버’들이 많은데, 왜 여태 『아무튼, 맛집』은 아무도 안 썼던 걸까요?


책을 읽다가 “누군가의 인생 맛집은 그 사람의 인생을 설명해주는 중요한 단서다”라는 구절이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문장에 담긴 의미를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신다면요. 또 작가님의 인생에서 ‘맛집’은 어떤 존재인지도 궁금합니다.

‘인생 OO’이라는 말을 많이들 하죠. 사실 모든 ‘인생 OO’은 그 사람의 취향이나 가치관을 잘 드러냅니다. 저는 과거에 다른 책에서 ‘자기 자신이 진짜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리스트 만들기’를 추천했습니다. ‘내가 가장 OO하는 OO 다섯 가지’와 같은 리스트를 여러 개 만들어보면,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는 의미였습니다. 우리는 흔히 ‘나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고)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그게 과연 진실일까요? 리스트를 만들어보면, ‘어랏, 내가 이런 사람이었네?’라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각각의 항목이 리스트에 포함된 ‘이유’까지 설명하다 보면 더욱 확실해질 겁니다. 당신의 인생 맛집은 어디인가요? 다섯 개쯤 꼽을 수 있으실까요? 저의 인생에서 ‘맛집’은, 낯선 여행지인 동시에 푸근한 고향 집입니다. 처음 가는 맛집이 전자라면 백 번 방문한 맛집은 후자인 셈이죠.


책에는 작가님이 애정하는 국내외 맛집들이 여럿 등장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맛집 가이드북은 아니에요. 그보다 맛집을 둘러싼 다양한 에피소드, 그리고 사람들이 맛집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한 탐색이나 맛집을 경험하는 일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생각들이 흥미롭게 펼쳐지는데요. 『아무튼, 맛집』을 쓰실 때 특별히 염두에 두신 것들이 있을까요?

가장 염두에 둔 것은 ‘웃겨야 한다’입니다.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늘 염두에 두는 가치입니다.) 저는 한국 에세이들이 대체로 ‘유머가 부족한 편’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기후 위기나 한미 관계에 관한 논픽션이라도 가능하면 유머러스한 게 좋다고 여기는 편이니, ‘맛집’에 관한 에세이는 훨씬 더 많은 웃음을 유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한 페이지도 웃음 없이 그냥 넘어가지는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다음으로 염두에 둔 것은, 독자들이 이 책으로 인해 ‘셰프’를 포함하여 음식점에서 일하는 모든 이에 대한 감사와 존중의 마음이 커지기를, 또한 다음번 맛집 방문이 훨씬 더 즐거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이 책의 인세로 제가 새로운 맛집을 열일곱 곳쯤은 더 방문할 수 있기를 바라고요.


2020년에는 에세이 『여행준비의 기술』을 쓰셨어요. ‘여행’과 ‘맛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잖아요. 개인적으로 맛집 탐방을 위한 최고의 여행지를 꼽으신다면요.

굳이 꼽으라면 도쿄와 코펜하겐을 꼽고 싶습니다만, 사실 모든 여행지는 맛집 탐방을 위한 최고의 장소입니다. 대한민국은 작은 나라이지만 지역마다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 많지요. 외국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요. 저는 여행 계획을 세울 때, 그곳에서 무엇을 먹을지를 고민하는 데 최소 20퍼센트의 시간을 씁니다. 정말 먹고 싶은 음식이나 정말 가고 싶은 식당이 있으면 여행 계획 자체를 일부 수정하기도 하고요. 여행지에서는 무조건 ‘안 먹어본 음식’에 도전하시기를 추천합니다. 때론 맛있기도 하고 때론 폭망하기도 하겠지만, 크게 망한 식사야말로 오랜 추억이 됩니다.


원고를 쓰는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 된 맛집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경기도 안성시에 있는 국밥집 ‘안일옥’입니다. 지금과 같은 의미로 쓰인 ‘맛집’이 신문 기사에 처음 등장한 것이 1987년인데요, 역사적인(?) 그 기사에서 맛집으로 언급된 식당이 바로 여깁니다. 당시에 이미 ‘3대째 60년 동안’ 영업한 노포였는데, 지금도 영업 중입니다. ‘4대에 걸쳐 100년을 이어온 맛’이라는 글자가 메뉴판 위에 붙어 있고요. 이렇게 의미 있는 안일옥을 제가 아직 안 가보았다니, 그동안 참 안일한 태도로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조만간 꼭 방문해보려 합니다.


이번 책을 출간하는 과정이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작가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언젠가 한 번쯤 글로 써야지 하고 오래 생각하면서도 마땅한 기회가 없어서 쓰지 못했던 글감들이 있지요. 많은 작가들이 비슷할 텐데, 저에게는 그런 글감 중 맛집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중 일부를 이 책에 풀어놓아 후련합니다.(아직 남은 것으로는 ‘야구’가 있네요.) 맛집과 관련된 저의 과도한 애정 행각을 단순한 집착이나 유난한 허세가 아니라 ‘인생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작은 노하우’ 정도로 미화(?)하는 데 성공해서 기쁘고요. 어쩌다 보니 보건의료 분야와 관련 없는 책을 연이어 네 권(『K를 팝니다』 영문판을 별도의 책으로 치면 다섯 권) 썼는데요, 다음에는 『개념의료』 속편에 해당하는 책을 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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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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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영

의사 출신의 25년차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의료법윤리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수련의 과정을 마친 후 3년 동안 공중보건의사로 일했다. 1999년부터 2011년까지 신문 ‘청년의사’ 편집국장으로, 그 이후에는 편집주간으로 일하고 있다. 연세의대 의학교육학과 객원교수로, 인문사회의학 관련 내용을 강의한다. 한국의료윤리학회 상임이사, 인권의학연구소 이사를 맡고 있다. 한국의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책 『개념의료』, 에세이 『여행준비의 기술』 『나의 영어 해방 일지』, 평론집 『한국의료, 모든 변화는 진보다』, 장편소설 『종합병원2.0』 등 8권의 저서와 『청진기가 사라진다』(공역), 『환자의 경험이 혁신이다』(공역), 『차가운 의학, 따뜻한 의사』 등 8권의 역서를 펴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여러 매체의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유튜브 〈나는의사다〉 〈의대도서관〉, 책 팟캐스트 〈YG와 JYP의 책걸상〉의 PD 겸 진행자다. 한국 의료 현안, 헬스케어의 미래, 병원 경영, 글쓰기/커니케이션, 여행, 의료 인문학 등의 주제로, 병원, 기업, 학회/협회, 학교 등에서 다수의 강연을 했다. 여행준비와 요리가 취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