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부모 수업』은 나이 80에 이르기까지 평생 교육학자로 일해온 이해명 교수가 자신의 일생과 연구를 정리하여 젊은 부모 세대를 위한 따뜻하지만 현실적인 당부로 녹여낸 교육 에세이다. 자신은 어떻게 아이를 길러냈는지, 시험 점수를 넘어 인생의 실력을 키우는 방법은 무엇인지, 지금 젊은 부모 세대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등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교육의 가치와 방법을 한 권에 오롯이 담아냈다. 어렵디 어려운 교육 현실에도 불구하고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워낸 ‘아버지’이기도 한 교육학자 이해명 교수의 교육 철학 이야기를 좀 더 깊이 들어보자.

안녕하세요, 이해명 교수님! 『백년의 부모 수업』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책의 제목이 무척 인상 깊었는데요. 어떻게 이번 책을 집필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손주를 돌보는 일이 많아지면서 제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저 자신을 길러냈고 또 후손에게도 남길 만한 선조들의 교육 유산이란 무엇인지도 생각했습니다. 그간 제가 받은 유산과 물려줘야 할 유산을 종합하여, 다음 부모 세대에게 본보기가 될 만한 역사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결과가 이 책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평생을 교육학자이자 부모로서 한 아이를 좋은 사람으로 잘 키워내는 법을 연구해 오셨잖아요. 아무리 시대가 달라진다 해도, 변하지 않는 자녀 교육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요즘 젊은 부모 세대는 저희 때와 달리 교육에 관한 정보가 넘쳐납니다. 좋은 학군이나 ‘일타 강사’에 쏠리고 더 높은 성적을 얻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졌지요. 그렇지만 저는 교육을 ‘사람다운 사람’을 길러내는 과정이라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성적 경쟁이나 유행을 따르는 것을 넘어, 인생의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하는 ‘실력’을 다져나가기 위한 오랜 숙련을 의미하지요.
공자가 10대부터 70대까지 각각 다른 공부의 과제를 던져준 바와 같이, 저 또한 교육학자로서 연구하고 실천해온 교육의 방법을 생애주기별로 제시해보고자 했습니다. 부모는 아이가 학교를 졸업한다 해서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해나가야 할 인생 공부의 여정은 끝이 없고, 이는 영유아기부터 고등학교까지 아이의 성장 과정을 관통하는 교육의 근본입니다.
교육학자이자 아버지로서 자제분들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이번 책에 고스란히 녹여내셨습니다. 자녀를 가르치며 좌절했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어떻게 이를 극복하셨는지 교수님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고등학생 때 아들의 진로를 결정하는 일이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어떤 일을 잘 해낼 수 있는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삶의 과제임에도, 그 방면에 대해 충분히 아이와 대화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아쉽게 느껴집니다. 아들은 언어 능력이 아주 우수했고 수학은 잘하는 정도였는데, 경제학을 전공하기를 원했습니다.
저는 법과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 보았습니다만, 아이가 원하는 길을 선택할 수 있게 했습니다. 예일대학교 진학 후에도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뒤 아들은 결국 법학 전문대학원에 들어갔고, 지금은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중요한 결정은 당사자가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부모로서 아이의 진로에 대해 좀 더 섬세한 지도를 해주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초등학생 때 학력과 지능의 70%가 결정된다고 하셨는데요. 이때 어떻게 자녀 교육의 방향을 잡아주어야, 아이가 중·고등학생 시기까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요?
초등학생 시절은 언어 능력의 기초를 다지는 결정적인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아들이 초등학생일 때부터 책을 많이 읽히며 ‘독서, 토론, 논술’의 3단계 교육 과정을 가정에서부터 실천했습니다. 주말마다 읽은 책에 대해 발표를 시키고, 가족들과 함께 책의 주제를 두고 대화하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게 했습니다.
아울러 기억력이 가장 왕성한 초등학교 2~4학년 때 영어와 한문 공부를 집중적으로 시켰습니다. 특히 기본 문장을 외우게 한 것이 효과적이었죠. 한문을 가르치면 문장을 빠르게 읽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수능 준비에 필수적인 ‘문해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면 가정에서도 외국의 유명 학교 커리큘럼 못지않은 교육을 할 수 있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험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제 아들은 모의고사와 수능에서 늘 전국 최상위권 안에 들었고, 미국 초등학교와 예일대학교에서도 훌륭한 성적을 유지했습니다.
사춘기를 맞은 아이들은 주로 어떤 고민을 하게 될까요? 자아를 형성하는 시점에 있는 아이를 둔 부모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다른 아이들처럼 아들도 중학교에 들어서면서 친구 관계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고,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중학교 2학년과 3학년 때 학생회장 선거에 도전했지만 실패를 맛보았지요. 이때부터 자신은 앞에 나서서 많은 사람을 이끌 만한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 듯했습니다. 부모로서도 안타까운 일이었지요.
외향적인 성격이든 내향적인 성격이든,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과 어울려서 노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학업에 전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외 활동에서 아이가 너무 또래들과 멀어져 있지는 않은지, 그들이 주로 나누는 대화 주제는 무엇인지 부모는 늘 관심을 놓지 않아야 합니다. 또한, 아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부모가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너무 과한 칭찬이나 비난을 피하면서 아이가 적절하게 자아존중감을 가질 수 있도록 대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 학부모와 교사 간의 갈등이 자주 불거지고 있는데요. 어떻게 하면 교사와 학부모가 협심하여 아이를 잘 길러낼 수 있을까요?
학부모가 선생님을 선생님으로 대우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아이의 머릿속에 그저 지식만 넣어주는 기계적인 존재로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저는 학원에 보내거나 과외를 시키지 않고, 학교의 정규 수업과 가정 교육만으로 아이를 길러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교 선생님과의 원활한 소통은 필수적이었지요.
오늘날 많은 부모가 교육과 교육자를 나와 내 자식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바라보곤 합니다. 그러나 제가 일생 동안 배운 교육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조선 시대 정조는 교육이 잘 되려면 교사들에 대한 대우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봉급이나 지위를 높이는 것을 넘어 존중과 사랑, 예의가 뒷받침된 인격적인 대우를 의미했습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고 싶다면 인생에서 거쳐 가는 모든 사람을 ‘스승’으로 대우할 줄 알아야 합니다. 어쩌면 거기에 모든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지 고민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자녀 교육에 좌절하는 초보 엄마와 아빠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당부 한 말씀을 남겨주세요.
남들이 말하는 좋은 학원, 좋은 학군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젊은 엄마 아빠들이 많이들 참고한다는 ‘맘카페’에서 저도 모르는 수많은 정보가 공유되고 있겠지만, 저는 공부에는 특별한 비법이 없다는 것을, 아이의 실력을 키우는 데는 오랜 숙련과 노력만이 요구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내 아이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부모여야 합니다. 다른 어떤 것도 대신해줄 수 없습니다. 온갖 정보의 홍수 속에서 스스로 흔들리고 있다면, 공부의 대가였던 선현들의 오랜 지혜를 살펴보십시오. ‘백점’이 아닌 ‘백년의 가르침’이, 아이와 부모의 인생길을 든든히 지켜낼 것입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백년의 부모 수업
출판사 | 청림Life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