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채로도 꽤 괜찮은 어른이 되는 방법
저는 오히려 권태형 게으른 때문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노잼’에 민감해서 쉽게 지겨워하는 성격 때문에 반대로 어떤 게 재미있고 어떤 게 재미없는지 다른 사람보다 예민하고 빠르게 찾을 수 있거든요.
글 : 출판사 제공 사진 : 출판사 제공
2025.08.20
작게
크게


오늘날 우리는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빠른 성취를 요구받으며 살아간다. ‘갓생’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시대에서 김보 작가는 갓생의 반대편, ‘게으름’에서 나다움을 찾는 힌트를 발견했다. 남들이 선망하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여러 인생의 벽에 가로막혀 인생 재부팅이 절실했던 시기, 딱 1년만 자신의 게으름을 들여다보며 살아보자고 결심했고 자신의 SNS에 ‘게으른툰’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나는 으른입니다, 게으른』은 그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모든 것이 장단점이 있듯 게으름도 그렇다. 김보 작가가 말하는 게으름은 단순한 나태가 아니라 삶을 유연하게 바라보는 태도다. 그는 누구나 자신의 게으름과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게으른 채로도 꽤 괜찮은 어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게으름에 대해 이보다 더 유쾌하게, 더 신랄하게 풀어낼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자신의 게으름과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게으른 채로도 꽤 괜찮은 어른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김보 작가를 만나보자. 

 

 

안녕하세요, 작가님. 『나는 으른입니다, 게으른』의 출간을 축하합니다. 이번 신간으로 만나 뵐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으른이’ 김보입니다. 제가 올해로 만 서른둘인데요. 이 나이 먹고도 어디 가서 어른스럽다는 이야기를 한 번도 못 들어본 것 같아요. 인스타툰 연재 당시 ‘게으른’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했는데, 사람들이 “으른님, 으른님” 하고 불러주는 게 퍽 기분이 좋았던 거죠.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나 몰라요. 아이고, 벌써 자기소개에서부터 말이 새네요. 아무튼 제 개인 SNS에서나 보던 이 노랭이들을 이렇게 인터뷰에서, 서점에서, 또 세상 밖으로 나가서 여러분과 만나게 되다니 정말 기분이 이상하고 좋고 반갑습니다! 다행입니다. 이 책은 용케 게으름 안 피우고 무사히 완결됐네요.

 

느긋하지 않은 나무늘보 게으른방심하지 않는 토끼 부지런핑크 방어 슈트를 입은 닭 핑계까지 귀엽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통해 게으름의 특징과 위트 가득한 에피소드를 그려 주셨습니다. 각 캐릭터의 탄생 스토리와 담긴 의미를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우선 ‘난 으른이야, 게으른’은 제가 만든 말은 아닙니다. 검색해보면 아시겠지만 몇 년 전부터 회자되고 있는 ‘밈’입니다. 관련 그림이 굉장히 많아요. 표현된 캐릭터들은 각기 다르지만 동일한 점이 있어요. 전부 어디 누워 있거나 한가하게 엎어져 있는데 표정은 안 좋아요. 사실 그게 그 밈의 ‘킬포’거든요. 저는 그런 모순점이 재밌었습니다. ‘아, 게으르다는 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좀 복잡미묘한 구석이 있겠다’라고 생각한 게 게으름에 대해 그리게 된 계기였어요. 게으름이란 게 어디 느긋한 표정으로 늘어져 있는 나무늘보 같은 게 아니란 말이죠?

그래서 되게 조급한 표정의 나무늘보 ‘게으른’을 그려내고 나니 반대격 캐릭터가 필요했고 방심하지 않은 토끼 ‘부지런’이 자연스레 따라나왔죠. 부지런은 제 열등감에서 나온 무적의 캐릭터입니다. 말하자면 최종 빌런 같은 거예요. 늘 자신감에 차 있고, 자기관리도 잘하고, 인생의 정답을 정해놓고 직진하는 갓생러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핑계는… 사실 급조한 캐릭터였는데 재미있어서 계속 넣었습니다. 게으른의 반려동물 같은 거예요. 게으름뱅이와 핑계는 바늘 가는 데 실 가는 반려 관계니까요. 까‘닭’이 너무 자기방어적이게 되면 핑‘계’(鷄)가 된다… 예, 저는 요런 말장난을 좋아합니다. 하하.

 

사실 게으름이라고 하면 흔히 할 일을 미루고 빈둥거리는 모습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책에서 작가님은 우리는 누구나 자기 단점만을 투사한 각자의 게으름 모양을 갖고 있다라고 말하며 게으름을 권태형, 회피형 등 5가지 유형으로 나누신 점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각 유형별로 어떤 특징이 있는지 간단히 소개해 주시면 어떨까요? 아울러 책에서 권태형 게으른과 가장 사이가 안 좋은 편이라고 언급하셨는데 작가님과 가장 가까운 유형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책에서도 몇 번 언급했지만 사람이 게을러지는 이유야 제가 제시한 5가지로 다 분류할 수 없을 테고 저는 심리학이나 뇌 과학 전문가도 아니죠(라는 밑밥을 좀 먼저 깔겠습니다). 그럼에도 이 5가지는 제가 게을러지는 순간들을 자기관찰하면서 뽑아낸 건데요. 먼저 ‘게으름’ 하면 떠올리는 가장 일반적인 모습이 ‘무기력형’일 겁니다. 에너지가 고갈돼서 널브러진 모습이라고 할까요. 모티브는 곰이고요. 그 다음이 산만형. 여기는 ‘성인 ADHD’, 이 한 단어로 설명이 가능할 것 같아요. 모티브는 원숭이입니다. 권태형은 ‘노잼’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끈기가 부족한 타입이고요.

슬럼프에 자주 빠지고 일을 미루는 ‘회피형’과 자기합리화를 습관처럼 일삼는 ‘합리화형’을 구분하기 까다로워들 하시는데, 이건 분명한 기준이 있어요. 회피형은 “안 하는 게 아니고 도저히 못 하겠어”라는 식이라면 합리화형은 “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라니까”라고 말하는 식이에요. 차이가 느껴지시죠? 회피형의 모티브는 ‘늘보로리스’라는 귀여운 동물이고 합리화형은… 동물은 아니고 그냥 사람입니다. 고집불통인 사람. 주변에 꼭 한 명쯤 있지 않나요?

이 중에서도 저는 ‘권태형 게으른’ 그 자체죠. 재미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요. 항상 이 친구의 눈치를 보며 살고 있습니다. 이 인터뷰에 대한 답변도 거의 일주일을 미뤘는데, 이 친구가 마음 바뀌기 전에 지금 앉은 자리에서 후딱 끝내버리려고요.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에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취업에 성공하셨고 누구보다 갓생을 살기 위해 노력하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갓생을 추구하던 삶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한 후 작가님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사실 퇴사를 하고 제일 처음 도전했던 건 자기계발 유튜버였어요. 그때 마침 갓생이 트렌드이기도 했고, 홀로서기로 한 만큼 좀 강한 각오나 다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미라클 모닝도 해보고 갓생 브이로그 같은 것도 찍어봤죠. 그런데 그걸 유지할 때는 제가 참 마음에 들고 뿌듯한데 갓생을 인증하지 못한 날에는 그만큼 더 심하게 스스로가 실망스러워지더라고요. 사람들의 비난도 무섭고요. 그런 게 갓생의 함정이라고 생각해요. 주체적인 삶을 살겠다는 게 주요 취지였지만 더욱 타인의 평가와 루틴의 강박에 빠지게 되는 거예요. 결국 갓생러가 되는 걸 포기한 지금은 훨씬 더 괜찮은 사람이 됐습니다…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삶의 태도에 있어서는 좀 더 또렷한 시선으로 ‘주체적인 삶’의 본질을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굿생’ 정도로 해두죠.

 

 게으름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작가님은 드로우앤드류 퍼스널 브랜딩 프로젝트에서 우승하셨고, 최근에는 소시지 레시피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이뤄내고 계십니다. 사실 언뜻 보기엔 게으른 사람은 하기 힘든 일처럼 보이는데요, 게으른 채로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낼 수 있었던 작가님만의 노하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네요. 저는 오히려 권태형 게으른 때문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노잼’에 민감해서 쉽게 지겨워하는 성격 때문에 반대로 어떤 게 재미있고 어떤 게 재미없는지 다른 사람보다 예민하고 빠르게 찾을 수 있거든요. 저의 경우 확실히 자신 있는 건 어떻게 해야 사람들에게 매력적이게 보일 수 있는지(외모 이야기 아닙니다.) 안다는 점이에요. 프레젠테이션일 수도 있고 기획일 수도 있죠. 뻔한 건 딱 질색이라거나 금방 지겨워질 것 같은 기획을 피한다거나 하는 것들이 더 잘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아마 그런 것들이 다른 사람들과 차별성을 띄게 하고 유의미한 성과를 내게 만든 것 아닐까요? 그런데 이제 장기전으로 가면 말이 달라지죠. 솔직히 지금 소시지 도전기 68일 차에서 멈춘 채로 한 달 동안 콘텐츠를 안 올렸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권태형 게으른이랑 아웅다웅하는 중입니다. 콘텐츠 올려야 하는데 말 좀 듣자, 좀… 하면서요.

 

으른이라는 단어로, 나이로는 어른이 되었지만 내면은 여전히 아이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표현해 주셨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으른과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어른은 무엇이 다를까요?

어른은 사람마다 문화마다 여러 정의나 생각들이 있겠지만 확실한 건 ‘성장의 완성’이라는 속성에는 이견이 없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그게 꼭 몸이나 능력치의 완성이라든지 책임감 쪽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고 봐요. 어른의 진가는 정신적인 것의 성숙이나 자아의 완성도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종종 커리어적으로 완벽하면서 사회적 책임감도 다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는데 그들이 전부 괜찮은 어른인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소비적인 대화를 맴돈다거나 자신의 업적에 대한 열거뿐이라서 정서적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혹은 반대로 그런 것들에 대한 완성도 때문에 미성숙한 자아를 가지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죠.

저는 이런 사람들을 포함해 아직 미성숙한 자아 속에서 헤매는 모든 성인들을 ‘으른’이라고 불러요. 한 마디로 ‘어른이 덜 됐다’는 뜻이죠. 아이에서 으른이 되는 건 누구나 나이만 충족하면 가능하지만 으른에서 어른이 되는 건 나이를 먹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평생 으른으로 살다가 가는 사람도 많다고 생각해요. 저도 여태껏 살면서 ‘참어른’을 만난 게 손꼽을 정도로 적거든요. 물론 저도 이 책 제목처럼 어른이 되려면 멀었습니다. 그래도 생애 내내 노력해야죠. 누군가의 영감이나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어른이 되려고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만나게 될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번이 제 두 번째 책인데요. 정말 담고 싶은 메시지와 에피소드가 많았는데 이번에도 제 역량 부족으로 다 못 담았습니다. 항상 그게 참 아쉬워요. 그렇지만 한두 페이지 정도는 책을 넘기는 손을 멈칫하게 만들고 서너 페이지 정도는 여러분의 메모장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 갓생러분들 안 싫어하고요. 어차피 우리 모두 주체적인 삶을 살자는 공통 목표 아래 있잖아요?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은 게 있다면 언제든 경남 의령으로 놀러오십시오. LP 틀고 소시지 구워서 딱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0의 댓글

나는 으른입니다, 게으른

<김보>

출판사 | 북라이프

Writer Avatar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