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정치를 알려줘야 하는 이유
자신의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는 일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나의 말이 현실에서 어떻게 펼쳐지는지 살펴보며 일상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확신하건대, 나의 생각을 나의 목소리로 세상에 꺼내는 순간 멋진 일들이 펼쳐집니다.
글 : 출판사 제공 사진 : 출판사 제공
202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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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하는 아이들』은 바로 100만 조회 화제의 민주주의 수업의 주인공, 현직 교사인 김기수 저자가 아이들에게 민주주의와 정치의 가치를 전하기 위해 직접 쓴 동화입니다. 동화 속 꼬마 시민 아홉 명을 따라가다 보면, ‘정치’가 결코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생활 속 정치를 접한 아이들이야 말로 내면이 단단하고 주체성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정치하는 아이들』이라는 제목이 강렬합니다. 제목에 어떤 의미를 담고 싶으셨는지, 그리고 이 책을 쓰게 된 출발점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언제부턴가 정치는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민감한 주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책에 『정치하는 아이들』 이라는 제목을 붙이는 것이 괜찮을지 망설여졌던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정치’의 본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이 제목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대개 정치 이야기는 특정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이야기로 흐릅니다. 좁힐 수 없는, 아니, ‘좁히고 싶지 않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정치를 주제로 날카롭게 대립하는 모습은 비단 어른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계엄령, 대통령 탄핵과 선거로 이어진 굵직한 정치 이슈 속에 아이들도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거든요. 그리고 어른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정치 이야기를 나눕니다. 

구체적인 주제를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은 않고, 내편과 네편으로 나누어 대결하는 모습은 학교 현장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의문이 생깁니다. 정치란 무엇일까요? 정치에 관심이 많아진 아이들에게 교사와 부모, 우리 어른들은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요? 『정치하는 아이들』은 교사로서, 어른으로서, 시민으로서 가진 의문에서 출발합니다.

『정치하는 아이들』 속 이야기는 모두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이 책의 모델이 된 강릉의 운양초등학교와 운산초등학교는 일상이 정치입니다. 한 달에 두 번 전교생이 다 함께 모여 학교살이를 나누는 다모임은 직접 민주주의를 온몸으로 배울 수 있는 정치의 장이죠. 아이들이 직접 급식 먹는 순서를 정하고, 운동장 사용 규칙을 정하는 등 삶과 연결된 주제들은 아이들의 뜨거운 토의와 토론을 거쳐 규칙이 되고 문화가 됩니다. 아이들은 다모임을 통해 정치는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배웁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를 나의 삶과 직접 연결짓지 않습니다.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지지하는 행위가 정치 행위의 전부인듯 여기기도 합니다. 저는 『정치하는 아이들』을 통해 정치에는 그런 부분만 있지 않다고, 우리들은 일상에서 이미 정치를 하고 있다고, 정치는 우리의 삶과 아주 많이 맞닿아 있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사전 북펀딩만으로 350%를 돌파, 첫날에는 오픈하자마자 100%를 달성하셨는데요. 그래서인지 출간 직후부터 많은 리뷰가 올라오고 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을까요?

아이들을 독자로 생각해 쓴 책이지만,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님들도 함께 읽길 바랐습니다.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은 부모와 함께 할 때 더욱 진하게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감사하게도 바람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와 함께 읽었다고, 부모인 자신과 아이 모두 이야기에 깊이 빠졌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 중 주인공 ‘하라’네 가족이 가정에서 다모임을 시작한 것처럼 책을 읽은 부모님이 아이와 집에서 다모임을 하겠다는 리뷰는 봤을 때는 커다란 울림을 받았습니다. 정치는 일상에 있고, 누구나 삶과 연결된 정치의 주체가 되어 참여하길 바랐던 의도가 실제로 벌어지니 신기하고 뿌듯했습니다.

아, 책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채 제목만 보고, 계엄령과 정치라는 단어에만 집중해 달린 악플들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분들이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정치하는 아이들』이 말하는 삶과 연결된 정치를 마주해보면 좋겠습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사건 중 가장 의미 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책의 모든 에피소드들은 강릉 운양초등학교와 운산초등학교 두 곳에서 근무하며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경험한 실제 이야기들입니다. 직접 경험한 에피소드도 있고 이전에 근무했던 선배 선생님들이 들려준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교사로서 강렬했던 순간들이라 모든 에피소드들을 지금까지도 선명히 기억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모든 에피소드들이 모두 의미 있습니다.

 질문을 조금 바꾸어 에피소드 중 가장 마음을 담아 쓴 문장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말할 수 있습니다. 책의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 주인공 하라가 한 말, ‘학교가 너무 좋아요’라고 선생님께 말하는 문장입니다. 책을 읽은 많은 분들이 소극적이던 하라가 자신의 생각을 대중 앞에서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는 순간을, 학교살이를 스스로 가꾸어 나가는 모습을 보며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이는 하라가 주체로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학교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라의 마지막 문장을 쓰며 학교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주체가 되어 삶을 가꾸어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랐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꾸준히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정치 수업을 하고 계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정치하는 아이들』에서는 정치를 미디어에서 접하는 정치로만 다루지 않기 때문에 정치 수업도 두 가지로 나누어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나는 정당과 정치인 등 정치적 이슈를 가지고 수업을 하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다모임처럼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학교살이를 나누는 학생자치 수업입니다. 

먼저, 정치적 이슈를 다루는 수업의 경우는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이유로 교사가 정치적 견해를 낼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가장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만 교사는 그럴 수 없는 상황은 참으로 모순적이며, 결과적으로 아이들이 깊이 있는 배움을 가꾸기 힘들게 만듭니다. 교사가 정치적 견해를 낼 수 있냐는 차치하고, 이러한 부담 때문에 많은 교사들이 실제적이고 실질적인 정치 수업과 시민 교육을 하기 어려워한다는 현실이 더 큰 문제입니다. 

아이들이 일상에서 정치를 경험할 수 있는 수업인 학생자치 같은 경우는 아이들을 믿고 기다리는 일이 힘듭니다. 다모임에서 학교살이를 주제로 나누는 대화를 보면 아쉬운 부분이 참 많습니다. 아이들이 토론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면 ‘아, 이렇게 하면 더 좋을텐데. 내가 손을 들고 알려줄까?’ 하는 마음이 저 깊은 곳에서 올라오죠. 교사가 개입해서 알려주고 싶은 순간이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들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참아내는 게 가장 힘듭니다. 

답을 하다 보니, 아이들을 온전히 믿고 기다리지 못하는 저의 모습을 마주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는 고백이 되었네요. 오랜 다모임 경험으로 아이들은 기다려주면 충분히 해낸다는 걸 알면서도 쉽지 않습니다.

 

집필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일까요?

책이 완성되길 기다리는 아이들의 표정을 볼 때 벅찬 감동이 몰려왔습니다.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인 운산초등학교와 운양초등학교 아이들은 자신들이 등장한다고, 우리가 함께 만든 일상이 이야기가 되어 책에 실린다며 글을 쓴 저보다 더 큰 기대와 설렘으로 책을 기다렸습니다. 아이들의 커다란 관심은 책을 집필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민이 떠오르면 아이들에게 물어봤고, 아이들의 말에서 영감을 받을 때는 행복했습니다.

『정치하는 아이들』을 기다리고,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스스로 책을 구매해 방학동안 읽어오겠다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며 아이들의 학교살이가 담긴 책을 더 쓰고 싶어졌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순간, 순간마다 동화 같은 순간이 참 많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을 책에 담아내야 할까 고민하는 요즘입니다.

 

자녀들에게 정치에 대해 알려주길 꺼리는 부모님들도 많습니다. 어릴 때일수록 정치를 꼭 배워야 할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번에도 정치를 ‘정치적 이슈’와 ‘학생자치’ 두 가지로 나누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요즘은 수많은 매체를 통해 아이들도 정치 이슈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한 번 굳어진 생각을 바꾸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직 정치의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아이들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어른들의 이야기 속에 편향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어릴 때일수록 정치 이슈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상대를 악마화하며 편향적인 생각을 유도하는 매체는 부모님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아이들과 거리를 두게 해야 합니다. 나아가 아이들이 가짜뉴스를 선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생각,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태도를 갖출 수 있도록 어른들이 도와야 합니다.

학생자치는 아이가 학교에서 실체로서 존재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다모임처럼 학교살이에 관심을 갖고 문제를 발견해 함께 머리를 맞대어 해결하는 과정은 변동성이 많고 정답이 없는 상황을 해결하는 역량을 갖추도록 합니다. 공동의 문제를 울퉁불퉁한 과정을 통해 해결하는 모든 순간 속에서 아이는 타인과 스스로를 마주하며 내면이 단단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다모임처럼 아이들이 주체로서 실재하는 경험을 많이 마주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어린이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의 생각을 말하는 일이 어려운가요? 나의 생각이 틀리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반대 의견을 들을까봐 걱정되나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틀려도 괜찮습니다. 반대하는 사람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지, 나쁜 사람이거나 당신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정치하는 아이들』을 읽고 작은 용기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는 일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나의 말이 현실에서 어떻게 펼쳐지는지 살펴보며 일상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확신하건대, 나의 생각을 나의 목소리로 세상에 꺼내는 순간 멋진 일들이 펼쳐집니다. 

저는 어린이가 어른보다 무조건 더 훌륭한 존재라고 믿습니다. 많은 어른들이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언제든 아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고 기다릴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오롯이 말해도 혼을 내거나 나무랄 어른은 많지 않습니다. 친구들에게 용기를 내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처럼 어른들에게 똑같이 행동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학교를, 가정을, 우리 사회를 더 좋아하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무엇보다 오늘이 행복한 어린이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정치하는 아이들』을 읽는 친구들이 더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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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