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미술 시장의 새로운 공식: '투기의 종말'과 '가치 중심 거래'의 시대
수치로 본 폭풍의 진앙지: 초고가 시장 붕괴와 투기적 거품의 소멸
글: 아티피오(ARTiPIO)
202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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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Artnet Intelligence Report Mid-Year 표지. © artnet 보고서

 

미술시장의 추이를 알아보는 방법으로는 미술 가격 데이터를 제공하는 사이트들을 참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중 Artnet과 Artprice, Art Basel의 보고서는 연간 미술시장의 변화를 따라가는 핵심 지표이다. 현재 미술시장은 2019년 코로나 이후의 급격한 상승을 마친 뒤 하락세로 접어든 상황이다.

 

아트넷이 최근 발표한 ‘2025 Artnet Intelligence Report Mid-Year’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미술시장이 구조적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하고 있다. 보고서 서두에서는 ‘2025년 상반기 경매 순수 미술 판매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8% 감소했다. 작품 1점당 평균 가격은 6.5% 하락하여 지난 10년간 상반기 중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1차 시장 역시 약화되었다. 많은 플레이어가 양적 성장만을 추구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라고 경고한다. 과연 미술시장은 어느 정도로 위축되었는지, 이 위기 속에서 어떤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보고 앞으로의 전략적 시사점을 함께 모색해 보고자 한다. 


총 순수 미술 경매 매출 및 낙찰된 물품 수 © artnet 보고서

 

1. 수치로 본 폭풍의 진앙지: 초고가 시장 붕괴와 투기적 거품의 소멸

리포트가 공개한 수치는 미술시장이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구조적 조정의 한가운데 서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체 경매 매출이 8.8% 감소했지만, 더 큰 문제는 시장을 지탱해 온 2가지 핵심 동력이 동시에 멈춰 섰다는 사실이다. 첫 번째는 초고가 시장이다. 1,000만 달러(약 138억 원) 이상 작품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4% 급락하여 10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최상위 컬렉터들이 현재 관망세로 돌아섰음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투기적 시장이다. 특히 울트라 컨템포러리(1974년 이후 출생 작가)의 매출은 전년 대비 31.3% 감소했다. 팬데믹 시기 급등했던 신진 작가들의 가격 거품이 빠지면서, 이 부문은 전형적인 ‘고위험-고수익 투자처’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결국 2025년 상반기의 데이터는 비이성적인 열기와 과도한 베팅이 걷혀나가고 있음을 냉정히 말하고 있다. 미술시장은 지금 투기적 수요가 빠져나간 재편의 시기를 맞고 있다고 볼 수 있다. 


Piet Mondrian, Composition with Large Red Plane, 1922. Sale Price: $47,560,000. © artnet 보고서

 

2. 위기 속 새로운 흐름: 검증된 가치로의 귀환

하지만 모든 지표가 부정적인 메시지만을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리포트에서는 시장의 내실 강화와 검증된 가치로의 회귀라는 긍정적인 시그널도 말해주고 있다. 

 

첫째, 경매 시장이 양적 성장보다 질적 효율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출품작 수는 줄었지만, 평균 낙찰률은 70%에서 72.6%로 상승했다. 이는 경매사들이 엄선된 작품만을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시장의 내실과 신뢰도를 동시에 높이려는 노력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둘째, 검증된 가치로의 회귀가 뚜렷하다. 시장의 혼란 속에서 컬렉터들은 투기적 베팅을 멈추고 '가치 중심 거래'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올드 마스터(Old Masters)부문이 유일하게 24.4%의 성장세를 보였으며, 올해 상반기 최고가 낙찰 역시 크리스티에서 4,760만 달러에 팔린 몬드리안의 1922년 작품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100만~1,000만 달러 구간의 작품 판매액이 13.8% 증가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이는 초고가나 울트라 컨템포러리 대신, ‘검증된 기성 작가(Established Artists)’의 좋은 작품을 선별적으로 매입하는 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셋째, 여성 작가들과 비서구권 작가들의 부상도 주목할 이슈이다. 상위 100명 중 여성 작가는 13명으로 작년 대비 3명이 늘었으며, 아프리카, 아시아 작가들의 국제 경매 성과도 확대되고 있다. 이는 컬렉팅의 스펙트럼이 더 다양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넷째, 젊은 세대가 컬렉팅을 시작하고 있다. 밀레니얼·Z세대 컬렉터가 온라인·SNS를 기반으로 진입하며, ‘투자’보다 취향과 스토리 중심의 구매가 뚜렷하게 늘고 있다.

 

비용 절감과 커뮤니티 강화를 위해 뉴욕 외곽에 경험 기반의 계절형 갤러리(유목형 모델)를 개척한 딜러 Leo Koenig의 갤러리(Upstate New York 위치). 
© artnet 보고서

 

3. 구조적 위기의 대안: 갤러리는 문을 닫고, 미술관은 공유를 논하다

이번 조정은 단순한 순환적 침체를 넘어 구조적 위기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뉴욕의 블룸(Blum), 비너스 오버 맨해튼(Venus Over Manhattan), 카스민(Kasmin) 등 유력 갤러리들이 연이어 폐업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아트넷 뉴스 편집장 나오미 레아의 “비대해진 미술 인프라가 스스로를 지탱하지 못하고 있다”라는 냉철한 진단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폭풍 같은 상황 속에서도 갤러리들은 생존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은퇴한 딜러 잭 핸리는 “신생 갤러리는 상업 중심지 대신 감당 가능한 공간에서 시작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실제로 외곽 지역에 작은 공간을 열고, 운영비를 줄이면서 지역 커뮤니티와 밀착하는 ‘유목형(Nomadic) 모델’이 속속들이 등장하며 새로운 형태의 갤러리들이 등장하고 있다.

 

미술관도 예외는 아니다. 구겐하임 CEO 마리엣 웨스터만은 “우버를 공유하듯 미술관도 컬렉션을 대중과 더 많이 공유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이는 불확실한 재정 환경 속에서 기관이 지역 기반(Local Base)과 대중적 책임을 강화해야 함을 의미한다.

 

즉, 이번 위기는 미술계 전체에 “비대함을 덜고, 본질로 돌아가며, 대중과 관계를 재정립하라”는 메시지를 말하고 있다.

 

키스 해링의〈Untitled, June 10, 1984〉가 걸린 지난해 KIAF 전경. 제공: KIAF

 

4. K-컬쳐 효과와 더불어 주목받는 한국 미술시장

흥미로운 점은 이런 글로벌 구조적 전환이 한국 시장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 시장의 혼란 속에서 한국 시장이 대안적인 아시아 미술 네트워크의 중심지로 부상하며 ‘전환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를 통해 아시아 미술 네트워크의 주요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홍콩 등 기존 아시아 거점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서울이 안정적이고 강력한 글로벌 거래 인프라를 제공하며 중심축을 대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RM, G-Dragon 같은 아이돌 컬렉터들의 K-컬처 효과는 젊은 세대의 미술에 대한 관심을 견인하며 새로운 컬렉터 층을 유입시키고 있다. 이는 글로벌 미술 시장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젊고 새로운 수요층'을 한국이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유영국, 이배, 박서보 같은 국내 블루칩 작가들을 필두로 한국 작가들이 비엔날레와 글로벌 경매에서 꾸준히 성과를 쌓으며 국제적 브랜드로 부상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 가치’를 찾는 해외 컬렉터들에게 매력적인 투자 대안이 되고 있다. 나아가 미술품 조각투자나 디지털 플랫폼과 같은 혁신적인 수단들은 신규 컬렉터의 진입 장벽을 낮추며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Shara Hughes, Some Flowers Get Trampled, 2023 (2023년 아트 바젤, 데이비드 코르단스키 갤러리 부스에서 전시 중인 작품) © artnet 보고서

5. 다가올 2025년 하반기와 2026년의 컬렉팅 전략

2025년 상반기 미술시장은 ‘투기의 종말’과 ‘검증된 작가 거래’가 교차하는 구조적 조정기에 들어섰다. 초고가 시장은 멈췄지만, 중저가 구간과 검증된 작가, 여성·비서구 작가들이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컬렉터와 투자자에게 전략적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따라서 초고가 작품보다는 100만~1,000만 달러 구간과 올드 마스터, 단색화 거장 등 검증된 가치를 우선하는 안정 자산군 확보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와 함께 여성 작가, 비서구 작가, 국제적 맥락을 확보한 한국 작가 등 다양성과 지속 가능한 스토리를 가진 성장 섹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5년은 숫자와 데이터가 말해주는 위기 속에서, 다시 한번 예술 본연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해가 되었다. 결국 미술시장의 미래는 가격 그래프가 아니라, 작품성과 시대적 가치를 알아보는 컬렉터들이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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