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와 한국전쟁의 차이는 무엇일까? - 올바른 역사 용어가 올바른 역사를 만든다
한때 '정치적으로 올바른 용어 쓰기'가 관심을 모았던 적이 있었다. 이를테면 'chairman' 대신 'chairperson'이라는 용어를 쓴다거나 하는 움직임이었는데, 이와 같은 용어 쓰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즉슨 바른 언어를 사용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올바른 가치관을 갖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말의 힘'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1.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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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용어 바로쓰기
역사비평 편집위원회 편 | 역사비평사
삼국시대에는 과연 고구려?백제?신라만 있었을까? 신사유람단은 말 그대로 '예절 바른 사람들이 어슬렁거리면서 산천 구경을 한 모임'이었을까? '을사조약'과 '한일합방'은 공식 조약명칭일까? 독립운동이 맞을까 민족해방운동이 맞을까? 한반도의 상황은 정전이 맞을까 휴전이 맞을까? 극동은 누구를 기준으로 부르는 용어일까? 우리가 무심코 쓰는 역사용어에는 알게 모르게 용어를 이름 지은 주체와 그 주체의 역사 인식이 녹아 있다. 그런데 그 용어를 이름 지은 주체와 용어에 담긴 역사 인식에 명백한 오류가 있다면? 한번 지어진 이름이라고 잘못된 이름을 계속 부르면서 살아야 할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반성과 새로운 모색을 통해 바른 이름을 붙여야 할까?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한때 '정치적으로 올바른 용어 쓰기'가 관심을 모았던 적이 있었다. 이를테면 'chairman' 대신 'chairperson'이라는 용어를 쓴다거나 하는 움직임이었는데, 이와 같은 용어 쓰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즉슨 바른 언어를 사용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올바른 가치관을 갖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말의 힘'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역사용어와 역사 기억을 어떻게 주체적으로 관리할 것인가 역시 중요한 문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시구처럼, 어떤 사건이나 대상을 올바르고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게 되면 이는 역사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겪었던 일에 자기가 이름을 붙이는 등의 주체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역사용어 바로쓰기』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과연 삼국시대엔 고구려, 백제, 신라만 있었을까? 6.25와 한국전쟁의 차이는 무엇일까? 계간 '역사비평에' 연재되었던 이 기획에는 모두 35명의 학자들이 참여하여 그동안 통용되어온 기존의 용어를 비판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거나, 혼용되고 있는 용어 중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학자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국사 시간에 밑줄을 그어가며 외웠던 여러 용어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이를테면 1881년 조선의 관리들이 일본의 문물제도를 시찰한 일을 두고 지금껏 ‘신사유람단’이라고 배워왔던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신사’라는 것은 당시의 의미로 ‘관리’를 의미했으나 현재는 의미가 전혀 달라졌기에 당시 시찰단의 목적을 반영한다면 ‘1881년 일본시찰단’으로 명명함이 합리적이라는 것.

독도 문제나 동북공정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일반 독자들부터, 국사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까지 함께 읽으면서 바른 역사와 바른 용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책. 특히 부모님들이 청소년 자녀들과 함께 읽으면서 역사에 대해 설명해주어도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조선영 (도서 2팀)

12월생. 취미는 웹서핑과 지르기, 특기는 정리정돈. 책에 파묻혀 지내고 싶다는 바람을 이루고 싶어 2001년부터 인터넷 서점에서 일하게 되었다. 하지만 당초 바람과는 달리 책에 깔려 지낸다고 하소연하곤 한다. 추리소설과 만화를 주로 읽는다.

#역사용어 바로쓰기
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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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1.12.29

역사 용어를 잘못쓰고 있는이들은, 방송과 신문사죠. 제대로 알고 써야 할이들이 읽어야할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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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전

2011.08.14

예전에 이덕일선생님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를 읽으며 한편에서는 송자로 또다른 한편에서는 시열이로 불리는 우암송시열에 대한 글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이념적,당파적 인식하에 파당적으로 한편에서는 추앙하고 또다른 편에서는 그냥 폄하의 대상으로 불리었겠지요. 용어에 대한 인식차이를 확연히 느꼈던 대목입니다. 현재도 이런 인식들은 널리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인물들에 대해서는 더더욱 말입니다. 이 책 나온지 좀 지났지만 새로운 깨달음을 줄것 같습니다. 위 기사에 나온 신사유람단을 요즘에는 조사시찰단이라 불리는 것 같던데 일본시찰단이라고 하는 게 학자들은 합리적이라고 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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