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상사 신랄하게 비판했더니 전국에서 팬레터가…
“조직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무능력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승진하려는 경향이 있다.” 1965년 로렌스 피터가 주장했던 ‘피터의 원리’의 핵심 내용이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2.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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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무능력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승진하려는 경향이 있다.”

1965년 로렌스 피터가 주장했던 ‘피터의 원리’의 핵심 내용이다. 피터의 원리가 등장한 지도 거의 반세기가 지났다. 그렇다면 로렌스 피터가 주장했던 그 내용들이 과연 지금까지도 유효할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당연히 유효하다. 아니, 그보다 더 발전되고 심화됐는지도 모른다. 피터의 원리의 현대판 버전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딜버트의 법칙’이다. 접근 방식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조직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무능한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주장만큼은 변함이 없다. 아마 어느 사회, 어느 조직이나 쉽게 변하지 않는 특징인 것 같다.

딜버트의 법칙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가장 무능력한 직원이 회사에서 가장 작은 타격을 입히는 부문, 즉 경영 부문으로 중간 경쟁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승진한다”는 것이다. 기업에서 핵심 부문으로 여겨지는 경영 부문이 실제로는 무능력자들이 모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문이며, 승진하는 사람들 역시 스스로의 무능함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피터의 원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셈이다.

‘딜버트’는 샐러리맨 출신의 평범한 만화가인 스콧 애덤스가 그린 만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회사 안에서 ‘얼간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지만 아이큐 170 이상만 가입할 수 있는 천재모임의 회원이기도 하다. 이 만화에서 딜버트는 샐러리맨의 비애와 고뇌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말도 안 되는 헛소리만 늘어놓는 상사 밑에서 속 터지는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만화를 그린 스콧 애덤스 자신이 대학 졸업 후 17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별 볼일 없는 샐러리맨으로 살아온 주인공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경영서에 말하는 내용들이 실제와는 너무 달라. 조직 생활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교수나 경영 컨설턴트들이 하는 말이라서 그렇겠지. 경영의 현실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경영 이야기를 쓰고 있다니. 안 되겠어, 내가 직접 해보는 수밖에.”

만화 딜버트는 신문에 연재되면서 대중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고, 29개국 1,000여 개 신문에 연재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신문에 연재된 만화에 통렬한 풍자와 역설을 붙여서 펴낸 책이 바로 《딜버트의 법칙》이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무려 30주 이상 1위를 차지하는 대기록을 세우며 경영자들이 꼭 읽어야 할 필독서로 인정받았다.

딜버트의 법칙은 직장 내 무능한 상사들의 모습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사장은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개인 용도로 팩스를 보내는 직원을 불러 야단을 친다. 직원이 개인적인 일로 회사의 재산을 사용하는 것이 아까운 것이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인다.

“종이 좀 아껴 쓰라고!”

사장은 팩스를 보내면 복사된 종이까지 상대방에서 간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또 어떤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출장이나 이동 중에도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트북을 구입했다. 하지만 노트북을 사자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노트북이 도난당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걱정 끝에 경영진들은 좋은 생각을 하나 떠올렸다. 노트북에 특별 장치를 달아 책상 위에 영구적으로 고정시키도록 한 것이다.

“참 나, 그러려면 도대체 노트북은 뭐 하러 사주냐고.”

직원들의 볼멘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언뜻 보면 말도 안 되는, 정말 만화 같은 허황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공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딜버트의 법칙》은 스콧 애덤스 한 개인의 상상력만으로 그려진 만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만화 연재를 시작하자마자 샐러리맨 독자들로부터 매일 수많은 편지들이 쏟아져 들어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그런 이야기들을 소재로 활용했다. 만화나 책을 통해서 소개된 이야기들도 대부분 그런 독자들의 제보한 실제 사례를 토대로 구성된 것이다.

딜버트의 법칙이 피터의 법칙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무능한 상사뿐만 아니라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조직, 그리고 비즈니스 세계 전체를 비판한다는 데 있다. 《딜버트의 법칙》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은 만화가 아니라 실제 일반적인 조직 생활에서 늘 일어나는 일이다. 다만 상사들만이 그것을 모를 뿐이다.

#사장 #팬레터 #딜버트
14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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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0307

2013.03.29

사람이 늘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경영 분야 중에서도 인사에 가장 관심이 많은데 이 만화 한 번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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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nose

2012.03.12

아, 저 캐릭터 본 적은 있었는데 그런 만화였군요. 재미있겠다. 읽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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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2012.02.23

위로 직급이 올라갈수록 능력이 좋아야 함에도 능력이 떨어지는 분들이 제법 많이 계시지요. 지금 새로 들어오는 직원들은 대부분 피 터지게 공부하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왔지만 예전에는 또 그렇지도 않았지요. 그래서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나이운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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