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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있던 날씨가 조금은 풀린 지난 주말 김환기의 회고전에 다녀왔다. 칼바람을 맞으며 갤러리를 찾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만큼 대작을 만날 때의 가슴 벅차오름과 따뜻함. 나의 주말은 그렇게 충만하고 또 충만한 시간이 되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자 한국의 피카소라 불리는 수화(樹話) 김환기의 회고전이 2012년 1월~2월까지 갤러리 현대에서 열린다.
김환기 화백은 한국과 파리, 뉴욕 등지에서 활동하며 한국 모더니즘 미술의 제1세대로 한국 추상회화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 책은 140여점의 작품과 미술사학자 최순우, 정병권 미술사학자 최순우 등의 평문을 수록한 국ㆍ영문 도록으로 360여 페이지에 걸쳐 그의 작품을 세심하게 실었다. 작가의 대표작들을 한 권으로 볼 수 있으니 두고두고 꺼내볼 만하다.
김환기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면 공간과 시간에 따라 서울 - 파리 - 서울 - 뉴욕의 시대로 나눌 수 있다. 지리적인 위치에 따라 그의 작품세계는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초기에는 산, 달, 학, 매화, 백자와 같은 동양적인 소재를 서양적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에서 출발하였고 후기에는 점, 선, 면으로 단순하고 상징화된 작품까지 한국 추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된다. 서양의 모더니즘과는 달리 동양의 직관과 서양의 논리를 결합하고 서양의 재료를 사용하여 동양의 전통을 표현하였다.
‘둥근 하늘과 둥근 항아리와/ 푸른 하늘과 흰 항아리와/ 틀림없는 한 쌍이다’(p.47)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대표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김광섭의 시 ‘저녁에’의 마지막 구절에서 따온 것으로 200호 캔버스 가득 짙푸른색의 점들이 빼곡하게 박혀 별빛 가득한 밤하늘처럼 느껴진다. 전문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표작 1위로 꼽히기도 한 이 작품은 우리가 부딪히고 헤어지는 수많은 인연들을 하나하나의 점으로 새겨나갔다.
유홍준 교수가 한 프로그램에 나와 명작이 갖고 있는 중요한 특징이 현재성이라고 언급하였다. 김환기 화백의 작품을 찬찬히 살펴보면 도저히 그 시대의 색감으로 표현하였다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을 정도로 세련미를 지니고 있다. 비슷한 푸른색이지만 청초하고 따뜻한 색감은 잔잔한 미소를 짓게하고, 웅장한 푸른색은 가슴속 깊은 답답함도 날려버리니 말이다.
아래는 김환기 화백이 1957년 프랑스 니스에서 개인전을 했을 때, 방송국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우리 한국의 하늘은 지독히 푸릅니다. 하늘 뿐 아니라, 동해 바다 또한 푸르고 맑아서, 흰 수건을 적시면 푸른 물이 들 것 같은 그런 바다입니다.”
작가는 한국의 하늘, 바다, 산을 마음속에 새기고 조국을 그리워하며 작품을 완성해나갔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자연과 인간,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고통스러운 현실, 암흑의 시대를 지나온 한국인이 꿈꾸는 이상향을 담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2월에 끝나는 회고전을 보지 못한다고 하여 아쉬워하지 말길. 그의 작품은 북악산 한 자락 부암동에 위치한 환기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이 미술관은 서울의 매캐한 매연을 피해 고즈넉한 동네를 찾아드는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선물을 선사해 줄 것이다.
연나래 도서 MD
입사한 후, 지하철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이 내가 등록한 책을 들고 있으면 가서 말을 걸고 싶을 만큼 신기했다. 지금은 끝이 없어 보이는 책의 바다에서 수영을 배우고 있는 듯한 기분. 언젠가는 벽 한 면을 가득 서재로 꾸미고 포근한 러그 위에서 향긋한 커피를 마시며 주말을 보내는 꿈을 꾼다.
책읽는 낭만푸우
2012.05.04
천사
2012.03.07
앙ㅋ
2012.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