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you know? 김혜순] 모국어의 경계를 넘어서는 목소리
해외 문학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 작가가 많아졌어요. 문학의 힘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리는 우리 작가들을 키워드로 소개합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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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김혜순 시인은 1955년생이에요. 1978년 신춘문예에서 평론 부문에 입선하면서 데뷔했지만, 그 다음해인 1979년 ‘문학과지성’에 ‘담배를 피우는 시체’ 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며 시 작품 활동을 시작했어요. 시인 본인도 평론보다는 시를 더 쓰고 싶었다고. 문학평론가 김현은 김혜순의 글을 읽고 ‘비평은 쓰지 마라. 시 망가진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해요.


서울예대


1988년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처음 강단에 선 후 2021년까지 학생들을 가르쳤어요.  천운영, 윤성희, 정이현 등의 작가도 김혜순 작가가 가르치던 시절 대학을 거쳐간 이력이 있죠. 지금은 문예학부 명예교수로 남아 후학을 양성하고 있어요. 


그리핀 시 문학상


한국에서 김수영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소월시문학상, 미당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한 김혜순 시인. 2018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죽음의 자서전’을 영역한 번역가 최돈미와 함께 그리핀 시문학상 인터네셔널 부문 상을 받았어요. 그리핀 상은 캐나다의 기업가 스콧 그리핀이 2000년 제정한 시 문학상으로, 번역 시집을 포함해 매년 캐나다와 인터네셔널 부문 각 한 명씩 시인을 선정해요. 2021년에는 캐나다 시카다상을, 2024년에는 미국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았죠. 다른 나라에서 한국 문학을 소개할 일이 있다면, 김혜순 시집을 추천하는 건 어떨까요?


바리데기 신화


김혜순 시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예요. 바리데기 신화의 주인공은 여성이고, 신화의 마지막까지 이름이 나타나지 않죠. 표면적으로는 부모에게 효도하는 딸의 이야기지만, 시인은 여성적인 서정성과 여성의 욕망기제를 숨긴 이야기로 봤어요. 김혜순 시인은 바리데기가 딸이라서 버려지고, 죽음의 장소로 들어가 여행하는 과정이 여성시인으로서 자신의 시가 ‘시하는’ 경험과 가깝다고 말해요. 


여성주의와 여성성


바리데기 서사뿐 아니라, 김혜순 시인은 언제나 여성성과 여성주의에 관해 시를 써왔어요. 김혜순 시인은 이제까지 여성들의 정체성이 외부에서 다른 사람이 정해준 것이었다면, 여성성은 자기 내부에 있어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봤어요. ‘여성은 언제 자신이 여성이라는 것을 깨닫는지’ ‘여성 시인이 여성의 말을 한다는 것’ 등을 꾸준히 고민해 온 시인이에요. 


힙합


의외로 시인이 가사 노동을 할 때 듣는 음악은 힙합이에요. 『김혜순의 말』에 따르면 래원과 슬릭의 가사가 좋다고 생각했다 합니다. 가사가 어떻든 간에 비트와 박자, 플로우와 그루브를 들을 때의 희열이 있다니, 김혜순 시인을 힙합 리스너라 불러도 되겠네요.   


이피


딸의 이름. 이피는 첫 전시를 15세 때 연 재능 있는 미술가이기도 하죠.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 그림이 바로 이피 작가의 작품. 본명은 이휘재. 시카고 미술대학에서 공부했고, 미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 동급생들이 본명을 줄여 ‘휘’를 ‘피’라고 부르면서 이름이 ‘이피’가 되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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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

대상을 주관적으로 비틀어 만든 기괴한 이미지들과 속도감 있는 언어 감각으로 자신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해온 김혜순이 시를 통해 끈질기게 말하는 것은 죽음에 둘러싸인 우리 삶의 뜻없음, 지옥에 갇힌 느낌이다. 그 죽음은 생물학적 개체의 종말로서의 현상적,실재적 죽음이 아니라, 삶의 내면에 커다란 구멍으로 들어앉은 관념적,선험적 죽음이다. 그의 세 번째 시집 제목이 『어느 별의 지옥』인 것도 우연은 아니다. 『어느 별의 죽음』은 세계의 무목적성에 대한 오랜 응시로 삶에 예정되어 있는 불행을 눈치채버린 이의, 삶의 텅 빔과 헛됨, 견딜 수 없는 지옥의 느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비관주의적 상상력이 빚어낸 시집이다. 그의 시 세계는 일상적이고 자명한 것의 평화와 질서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의 의식을 난폭하게 찌르고 괴롭힌다. 김혜순 시인은 시집 『날개 환상통』으로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한국 최초로 수상하였다. 김혜순은 1955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났다. 초등 학교에 입학할 무렵 강원도 원주에 이사해 거기서 청소년기를 보낸 그는 원주여고를 거쳐 1973년 건국대학교 국문과에 들어가 시를 쓰기 시작한다. 그는 1978년 「동아일보」신춘문예에 처음 써 본 평론 「시와 회화의 미학적 교류」가 입선하고, 이어 1979년 「문학과 지성」에 「담배를 피우는 시인」,「도솔가」등의 시를 발표하며 정식으로 문단에 나온다. 대학 졸업 뒤 「평민사」와 「문장」의 편집부에서 일하던 그는 1993년 「김수영 시 연구」라는 논문으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그는 1998년 '김수영 문학상'을 받음으로써, 낯설고 이색적이어서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던 그의 시세계는 비로소 문단의 공인을 받는다. 2019년 캐나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그리핀 시 문학상(Griffin Poetry Prize)를 수상했다. 김혜순 시의 착지점은 '몸', 그것도 해탈이 불가능한 '여성의 몸'이다. 해탈이 불가능한 몸에서 출발한 그의 시적 상상력은 때때로 그로테스크한 식육적 상상력으로까지 뻗친다. 이런 점에서 김혜순의 시를 "블랙유머에 바탕을 둔 경쾌한 악마주의"의 시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는 자기 시의 발생론적 근거를 '여성'과 '여성의 몸'에서 찾는다. 이에 대해 그는 "식민지에 사는 사람은 절대 해탈이 불가능하다. 여성은 식민지 상황에서 살고 있다. 사회학적 요인이 아니라 유전자에 새겨진 식민지성이 있다. 이때의 여성은 인식론적 여성이 아니라 존재론적 여성이다."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