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you know? 황석영] 살아있는 한국 현대사
해외 문학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 작가가 많아졌어요. 문학의 힘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리는 우리 작가들을 키워드로 소개합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2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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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황석영 작가의 인생사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해요. 고등학교 재학 중 4.19혁명을 함께했던 동료가 경찰의 총탄에 사망하면서 유고 시집을 발간했고,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방랑하다 사상계 신인문학상에 「입석부근」으로 등단했어요. 대학교를 다닐 때는 한일회담 반대시위에 참가하기도 하고, 절에 들어가기도 했죠. 대학에서 제적된 이후에는 해병대에 자원해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어요. 1989년 북한을 방문한 이후 귀국하지 못하고 독일에서 살다가, 1993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어 무기징역을 구형받고 나중에 사면 석방되기도 했어요. 광주 민주화 운동의 기록물인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출간하는 등 인생뿐만 아니라 저작으로서도 한국의 역사를 기록해 오는 데 앞장선 인물이에요. 



황수영


황석영 작가의 본명은 황수영. 197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탑’을 투고하면서 처음으로 본명 아닌 필명을 썼어요. “여성적인 이름과 ‘황수영 시절의 사연들이 싫어’” 이름을 바꾸었다고. 이후로 발표한 작품은 모두 황석영이라는 이름으로 독자들을 만나고 있어요. 


101


60년 넘게 한결같이 창작활동을 해온 황석영 작가. 그는 한국 소설문학 작품 중에 단편 101편을 뽑아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을 내기도 했어요. 기존의 국문학사나 세간의 평가에 의한 선입견을 배제하고 독자에게 의미를 줄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작품을 선정했다고. 유명한 작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지금은 거의 잊힌 숨은 단편도 포함되어 있으니, 한국 현대 단편에 관심이 있다면 황석영의 선택으로 읽기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 각 권마다 시대와 작품을 아우르는 문학평론가 신수정의 해설이 덧붙여져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어요. 


대하소설


대하소설의 한자어를 직역하면 ‘큰 강물 같은 소설’로, 마치 강물처럼 특정 시대의 역사가 흘러가는 걸 다루면서 많은 인물과 사건이 등장하는 긴 소설을 말해요. 어느 소설을 대하소설로 볼 것이냐는 사람마다 의견이 갈리겠지만, 황석영 소설 중에는 『장길산』, 『오래된 정원』, 『철도원 삼대』 등 유독 긴 분량으로 역사를 다루는 이야기가 많아요. 황석영 작가는 <채널예스> 인터뷰에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서사에 대한 능력과 욕구는 끝나지 않는다” “사람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유일한 동물” “인간의 삶이 끝나지 않는 한 서사도 끝나지 않”는다며 소설에 대한 믿음을 말한 적이 있어요. 그가 긴 분량의 이야기를 써내는 것은, 현실에서 겪은 역사를 재구성해서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 때문일 거예요. 


감옥


방북으로 인해 5년 동안 수감생활을 했던 황석영 작가. 그의 감옥 생활은 여러 소설에 녹아들어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었어요. 수감 당시 경험을 토대로 자전 『수인』을 내기도 했죠. 자유를 박탈당한 상태를 벗어나려 애쓴 작가의 삶이 가장 잘 대변된 단어가 ‘수인’이에요. 한반도에서 살아왔던 사람들은 모두 어느 정도 갇혀 있는 상태라고 생각했거든요. 


시간의 감옥, 언어의 감옥, 냉전의 박물관과도 같은 분단된 한반도라는 감옥에서 작가로서 살아온 내가 갈망했던 자유란 얼마나 위태로운 것이었던가.

이 책의 제목이 ‘수인(囚人)’이 된 이유가 그것이다.

(『수인 2』, 448-449쪽)


이 외에도 감옥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언젠가는 ‘소지열전’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을 글로 쓰기도 했어요. 


노동


『철도원 삼대』 주인공 이진오는 이십오 년 동안 공장 노동자로 일해 온 노동자예요. 『객지』에서는 1970년대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파업 이야기가 펼쳐지죠. 그의 소설 속에서 노동자는 근대를 완성하고 현대를 향해 나아가는 데 가장 큰 동력을 주는 인물들이에요. 우리와 같고, 사람 냄새가 나는 평범한 사람들이기도 하죠. 우리 모두 일하고 있는 만큼, 노동을 쓰는 것은 모든 인간을 쓰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부대찌개


『황석영의 밥도둑』은 음식을 모티프로 삼아 황석영 작가가 경험담을 풀어낸 에세이예요. 전쟁을 피해 들어간 어느 외양간에서 옆집 소녀가 쥐여주던 누룽지 맛에서 첫사랑을 떠올리고, 군대 시절 닭서리를 하여 철모에 삶아 먹던 이야기, 북한의 김일성 주석과 함께 먹었던 언 감자국수 등 음식 이야기에도 현대사가 얽혀 들어가죠. 특히 부대찌개에 관한 이야기가 책 끝부분에 실려 있는데,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을 치른 사람에게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음식이기도 하죠. 황석영 작가와 함께 부대찌개를 먹으며 소주잔을 기울이던 친구는 세상을 떠났고, 부대찌개의 맛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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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1943년 만주 창춘(長春)에서 태어나 태어나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고교 시절인 1962년 단편 「입석 부근」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197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탑」이 당선되어 문학활동을 본격화했다.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뒤 「객지」 「한씨연대기」 「삼포 가는 길」 『무기의 그늘』 『장길산』 등 문학사에 획을 긋는 걸작들을 발표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부상했다. . 1976년 전남으로 이주해 해남과 광주에서 집필과 현장문화운동을 병행하던 중 1979년 계엄법 위반으로 검거되고 당국의 권고로 1981년 제주도로 이주했다. 1982년 다시 광주로 돌아와 5월항쟁의 진상을 알리기 위한 각종 활동을 펼쳤다. 1985년 군사독재의 감시를 피해 출판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의 저자로 나선 뒤 유럽과 미국, 북한으로 이어지는 긴 망명생활을 시작했다. 1993년 귀국하여 방북사건으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1998년 석방되었다. 1989년 베트남전쟁의 본질을 총체적으로 다룬 『무기의 그늘』로 만해문학상을, 2000년 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변혁을 꿈꾸며 투쟁했던 이들의 삶을 다룬 『오래된 정원』으로 단재상과 이산문학상을 수상했다. 2001년 ‘황해도 신천 대학살사건’을 모티프로 한 『손님』으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2000년대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재개하여 장편 『오래된 정원』, 『손님』, 『심청』, 연꽃의 길』, 『바리데기』, 『개밥바라기별』, 『강남몽』, 『낯익은 세상』, 『여울물 소리』, 『해질 무렵』 역작들을 선보이며 소설형식에 대한 쉼없는 탐구정신, 식지 않는 창작열을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 미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스웨덴 등 세계 각지에서 『오래된 정원』, 『객지』, 『손님』, 『무기의 그늘』, 『한씨연대기』, 『심청, 연꽃의 길』, 『바리데기』, 『낯익은 세상』, 『해질 무렵』 등이 번역 출간되었다. 『손님』, 『심청, 연꽃의 길』, 『오래된 정원』이 프랑스 페미나상 후보에 올랐으며, 『오래된 정원』이 프랑스와 스웨덴에서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해질 무렵』으로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객지』, 『가객』, 『삼포 가는 길』, 『한씨연대기』, 『무기의 그늘』, 『장길산』, 『오래된 정원』, 『손님』, 『모랫말 아이들』, 『심청, 연꽃의 길』, 『바리데기』, 『개밥바라기별』, 『강남몽』, 『낯익은 세상』, 『여울물 소리』, 『해질 무렵』 등이 있다. 또한 지난 100년간 발표된 한국 소설문학 작품들 가운데 빼어난 단편 101편을 직접 가려 뽑고 해설을 붙인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전10권)과 자신의 파란만장한 삶의 행로를 되돌아본 자전 『수인』(전2권)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