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지어 살고 싶은데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책 제목을 통해 먼저 밝혔듯이 ‘아파트 한 채면 다 된다’는 것이 우리의 논리적 배경이자 주장이다. 우리가 소유하며 살았던 아파트를 대상으로 다소 거칠지만 다양한 셈법을 통해 확인한 결과…
글ㆍ사진 박인석
201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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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지으시나요?

 

“집을 짓는다고 들었습니다. 좋으시겠습니다.”
“아이고, 아닙니다. 그저 자그마한 누옥陋屋 하나 마련하고자 할 뿐입니다.”


여기까지는 묻는 사람이나 답하는 사람이나 별 뜻을 두지 않고 주고받는 점잖은 대화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어지는 질문이 조금 마음을 상하게 한다.

“나이 들면 오히려 도심으로 들어와야 한다는데 전원주택을 지으시다니….”
“아~, 네~.”


뭔가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돈 많이 모으신 모양입니다

 

첫째 질문에 대해 우리가 주거건축 전문가임을 미리 밝히고 여러 가지 전문 용어를 써 가면서 땅의 선택 기준 등을 강의에 가깝도록 설명을 해 고개가 끄덕여질 무렵이면 둘째 질문이 이어진다.

“그런데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을 지으려면 돈이 꽤 들지 않나요? 그동안 돈을 많이 모으셨나 봅니다.”

물론 평서문이지만 답을 내라는 질문이다.
책 제목을 통해 먼저 밝혔듯이 ‘아파트 한 채면 다 된다’는 것이 우리의 논리적 배경이자 주장이다. 우리가 소유하며 살았던 아파트를 대상으로 다소 거칠지만 다양한 셈법을 통해 확인한 결과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조금 외곽에 있는 땅을 찾는다면 중형아파트 한 채로 아파트 면적 이상의 단독주택을 짓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소형아파트라면 요즘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땅콩집처럼 한 필지에 두 집을 지으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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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솔토건축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단독주택을 지어 이사하기까지, 그리고 이사 후에도 가장 많이 들었던 주변사람들의 반응이다.

“단독주택, 물론 로망이죠. 언젠가는 단독주택으로 가려고요. 다만,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서 마음만 간절합니다. 아이들이 고등학교 마치면 갈 겁니다.”

‘아이들이 어리다’는 말은 ‘아직은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나름 괜찮다고 평가되는 지금의 학군에서 떠날 수가 없으며, 아이들은 학교에서의 정규 교육 과정 이외에 개인과외를 받아야 하거나 아니면 입시학원이나 취미학원 등을 반드시 다녀야 할 형편’이라는 뜻이다. 당연히 단독주택을 지을만한 곳 가까이에는 이런 보습학원이나 입시학원이 거의 없거나 있어도 부모의 욕심을 채워 줄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단정을 전제하는 시선이다.

나이 들면 전원으로 나가 집을 짓지 말고 오히려 도심으로 들어와 살아야 한다고 걱정하는 경우와 비슷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시선이다. 오히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마당이나 나무, 꽃과 물을 접하면서 자라는 것이 정서 발달과 심성 형성에 유용할 뿐만 아니라 학습 능력 향상에도 매우 긍정적이라고 믿는 부모들과는 대척에 서는 의견이다. 역시 선택의 문제다.



설계비라뇨?

 

설계비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몰이해와 야박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지불한 설계비를 듣고는 깜짝 놀란다.

“무슨 설계비가 그렇게 비싸요?”
“몇 백만 원이면 된다던데.”


설계는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가장 중요한 기획이자 건축공사의 질적 수준을 가늠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애매하고 추상적이기까지 한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건축 공간으로 번역하고, 약속된 기호로 풀어내는 암호 해독의 과정이며 종국에 만들어지는 건축의 멋스러움과 품격을 결정하는 바로미터이다. 건축의 처음과 끝 모두를 결정하는 창의적인 작업이 곧 건축 설계다.

설계를 건축가에게 의뢰하려면 당연히 적정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변호사를 사서 변론을 맡기거나 회계사 혹은 세무사의 능력을 빌어 기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세금을 합리적으로 납부하는 행위와 마찬가지다. 이때 지불하는 비용이 설계비다. 당연히 설계비는 건축가에게 지불된다. 건축주가 공사계약서에서 정한 내용에 따라 시공업체에 공사비를 지불하듯 설계를 의뢰한 건축가에게도 계약 조건에 따라 설계비를 지불해야 한다.

감리비라는 것도 지불해야 한다. 감리란 건축가가 작성한 설계도서에 정한 그대로 공사가 진행되는가를 현장에서 확인하고 검증하는 행위이다. 물건을 만들라고 한 사람이 건축가이고 그 물건이 요구대로 만들어지고 있는가를 생산 과정에서 확인하는 작업을 설계자가 맡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설계비와 감리비는 서로 다른 것이지만 ‘보통 집’ 짓기에서는 설계비에 감리비를 포함해 생각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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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와 바꾼 집 박인석,박철수 공저 | 동녘

대학에서 주거건축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문화센터를 비롯한 전문가 혹은 비전문가 대상의 크고 작은 강좌에서 아파트 관련 강의를 하는 박철수ㆍ박인석 교수. 두 사람은 소위 말하는 ‘아파트 전문가’다. 이들이 살던 아파트를 팔고 죽전에 단독주택을 짓고 이사했다. “나만의 작업실을 갖고 싶어서”, “두 딸에게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을 주고 싶어서”와 같은 특별할 것 없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이 책은 박철수ㆍ박인석 두 교수의 단독주택 이주기와 이주 후 1년 동안 지내면서 겪은 생활을 기록한 도전기다.

 



#단독주택 #아파트 #설계비
16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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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레가

2012.03.29

오늘 kbs에서 하신 박철수 교수의 특강 잘봤습니다. 설계비나 다른 건축 관련 비용에 대해서도 대략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나 은퇴한 중년 모두에게 단독주택은 아파트가 갖지 못한 경험과 다른 삶의 여유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칼럼을 읽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인식을 조금만이라도 달리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음 번 기사에는 자택의 일상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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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또니우스

2012.03.28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설계비라뇨?
등 누구나 품을 수 있는 실제적인 의문에 대해 애둘러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답을 제시하고 있어 매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한 필지에 두 집을 짓는 개념은 눈이 번쩍 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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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jmcp25

2012.03.28

기사를 읽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누구나 전원주택을 꿈꾸지만 지금 처한 상황 때문에 가지 못하고 있고 아이들이 크면 가겠다고 생각을 하는데 아이들에게 정말 중요한건 높은 수준의 교육보다는 따뜻하고 밝은 심성을 갖고 자랄 수 있도록 정서교육과 인간성을 가르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아이들이 성인이 된후 전원주택으로 가는것보다 어릴때 이사하는게 더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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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석

대학시절 동아리 활동으로 시작한 ‘주택문제에 대한 인식’을 주택연구소에서의 연구와 명지대학교에서의 주거건축 전동 교수활동으로 이어가고 있다. 한국사회를 읽는 주요한 키워드로 ‘아파트공화국’은 ‘단지공화국’으로 교정해야함을 지적하는 일, 공공 공간 환경 개선 없이 사유 단지개발 장려 전략으로 일관하는 정부 도시ㆍ주택정책을 비판하고 바른 정책의 실천을 제안하는 일이 최근의 주된 관심사이다. 주택 수요가 아파트단지에 편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변화시키려면 경제성ㆍ편리성ㆍ쾌적성에서 아파트단지와 경쟁할만한 주거유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당 딸린 집에서 살고 싶다는 개인적인 동기로 시작한 집짓기에 단지공화국 극복이라는 실천적 의미를 부여하여 《아파트와 바꾼 집》이라는 이름을 책의 제목으로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