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공 출신 교수, 니체에 빠지다 - 유영만『니체는 나체다』
삶의 본질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100여 년 전 니체와의 만남. 나력으로 표현되는 궁극의 비결을 들어봤다. 용접공 출신에서 각고의 노력으로 학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유영만 교수의 특강은 유머 섞인 말들 속에 인간 생에 필요한 정수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201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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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본질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100여 년 전 니체와의 만남. 나력으로 표현되는 궁극의 비결을 들어봤다. 용접공 출신에서 각고의 노력으로 학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유영만 교수의 특강은 유머 섞인 말들 속에 인간 생에 필요한 정수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생(生)철학의 대표자이자 실존주의의 선구자, 바로 19세기 후반 독일의 철학자 니체다. 현대인들에게 니체는 너무나도 심오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19세기 말 탄생한 그의 철학은 20세기의 사상을 풍성하게 했으며 오늘날 현대 철학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한 니체를 삶과 철학을 꿰뚫으며 본질을 이야기하는 이가 바로 『니체는 나체다』의 저자 유영만 교수다. 힘겨움 속에 본질을 추구했던 니체의 삶에 자신을 일체화하는 유 교수는 니체의 진정한 힘을 나력(裸力)으로 풀이했다.
그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맨몸으로 겨울을 이겨내는 나목의 적나라한 힘, 자신을 둘러싼 모든 형용사와 타이틀을 걷어내고 남은 본연의 모습으로 끊임없이 사유했던 니체의 나력(裸力)이 오늘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깨달음을 줄까. 유영만 교수의 강연이 있던 날 한국과학기술회관에 마련된 100석이 넘는 강연장은 이러한 물음에 답을 얻고자하는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단상에 오른 유 교수 역시 대중들에게 느껴지는 열의를 감지한 듯, 짐짓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어나갔다.
“오늘 강연 제목은 ‘유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예요. 무엇을 패러디했는지 아시겠죠? 차라투스트라는 10년의 산상수련을 경험 한 후 세상에 나와 설법을 전파했지만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죠. 니체는 ‘내가 쓴 책은 세상 사람들이 이해하는데 100년 정도가 걸릴 것이다’라고 얘기했어요. 그래서 100년은 좀 더 지났지만 제가 해석해 보려고 합니다. 이외수 작가님께도 『니체는 나체다』를 보내드렸더니 ‘다 읽고 나면 나체로 춤추고 싶은 책’이라고 트위터로 소개해주셨더군요(웃음).”
나력의 힘을 발휘한 용접공 출신 교수
유영만 교수는 니체의 본질과 만나기까지 숱한 방황으로 굴곡진 삶을 살아왔다. 그의 ‘나는 누구인가’란 물음과 답을 찾기 위한 지적 탐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처음 그의 시작은 어두움 그 자체였다. 공고시절 어머니와의 사별에 이어 끝 모를 방황의 시간들…… 우여곡절 끝에 용접기능사 자격을 취득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했지만,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너무도 무거운 두려움과 불안감이 그를 짓눌렀다. 결국 1년간 아무것도 없는 맨몸으로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어렵사리 대학에 입학한 그는 이후 닥치는 대로 일하며 공부에 전념했다. 무조건 일등을 하지 않으면 학비를 해결할 수 없었던 탓이다.
시련의 연속이었던 삶 속에서 그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고시를 준비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길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답을 찾기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은 무작정 책을 읽는 것이었다. 그렇게 대학원에 진학했고 책읽기는 그 이후에도 이어졌다. 물음은 그 와중에도 계속됐다. 새벽녘까지 잠 못 드는 나날 속에 그는 유학을 결심했다. 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아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주경야독의 유학생활, 절체절명의 상황을 버티며 그는 나약함을 드러내고 포기하는 것 대신 모든 노력을 쏟으며 극복하는 길을 선택했다.
결국 수많은 역경 속에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삼성경제연구소와 삼성인력개발원에서 경영혁신과 지식경영 교육을 담당하며 현장에서의 배움을 터득했다. 이처럼 수많은 어려움과 시련을 극복하며 달성한 성과들이지만, 그는 학위 자체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있어 진정한 자신의 힘을 깨달은 것은 현장에서의 체험이었기 때문이다.
“나력, 영어로는 Naked Strength 라고 합니다. Naked와 Nude는 다른 의미에요. Naked는 자신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고 Nude는 다른 이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위를 의미하죠. 우리는 나이가 들며 타이틀이 생기고 많은 형용사가 붙는데, 이런 거품이 생길수록 자신 존재의 본질은 감춰지고 누구를 위해 사는 것인지 혼동하게 됩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껍데기를 다 벗어던지고 존재의 본질, 순수함의 정수를 드러내는 것이 Naked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을 의미하죠.”
화끈하게 벗어야 벗어날 수 있다
유 교수는 재차 “자신을 둘러싼 껍데기를 벗어던져야 영혼은 더 자유로운 숨을 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 상황에서의 또 다른 도약을 뜻하기도 한다. 이러한 힘, 즉 나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진정한 의미를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나력이라는 것은 여섯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그 첫 번째가 휴브리스(Hubris)에서 벗어나는 슬기죠. 휴브리스는 성공체험에 젖어 다른 상황에서도 성공체험을 일반화, 보편화시키는 오류를 의미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성공체험의 덧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우를 범합니다. 결국 나의 경쟁상대는 외부가 아니라 내가 과거에 성공했던 체험이며 그 것을 벗어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진정한 나로 다시 태어날 수가 없다는 것이죠.”
그 밖에도 나력은 역경을 경력으로 만드는 끈질김 저력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이른바 ‘앙스트블뤼테’가 그것이다. 앙스트블뤼테란 공포의 꽃이라는 뜻으로 전나무가 평소와 달리 외부의 환경적 요건이 심각하게 혹독할 때 엄청난 내공을 발휘해 평소보다 몇 십 배 화려한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종족보존 현상을 의미한다.
“우리는 가끔 스스로를 앙스트블뤼테의 상황에 빠뜨릴 때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묘안이 나오지 않을까요. 우리의 뇌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때 평소와는 다른 방법으로 작용하거든요. 나력은 트라우마를 카리스마로 바꾸기도 합니다. 패션의 카리스마 샤넬이 대표적인 경우죠. 그녀는 마음의 상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세계를 주름잡는 패션의 카리스마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나력은 앞서 이야기했듯 한 사람의 둘러싼 형용사나 굴레를 모두 벗어던진 이후에야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 즉 샤넬이나 유영만 교수 역시도 자신이 일궈온 삶의 성과, 그로 인해 얻은 명성과 타이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유 교수는 이를 “조직의 보호 우산 속에서 벗어나 이름 석 자로 버틸 수 있는 힘”이라고도 설명했다.
“안도현 시인은 ‘좋은 시를 쓰려면 형용사의 유혹에서 벗어나라’고 했습니다. 온갖 형용사에 가려지면 질수록 명사의 본질을 알 수 없게 된다는 거죠. 나무가 봄과 여름, 가을을 거쳐 겨울을 맞이하는데, 나무가 가진 존재의 본질은 모든 잎이 떨어진 나목으로 혹한의 시련을 견딘 후 새봄의 희망을 틔우는 순간 알 수 있습니다. 알프레드 테니슨의 시 ‘참나무’는 그러한 나력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죠.”
삶은 주사위 놀이와 같다
A와 B가 두 번의 주사위 놀이를 한다고 했을 때 첫 번에서 A는 3이 나오고 B는 6이 나왔다. 두 번째에서 A는 6이 나왔고 B는 1이 나왔다. 이를 합치게 되면 A는 9가 되며 B는 7이 된다. A가 첫 번 째에서 얻은 3은 실패였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승리를 하는 결정적인 조건이 된 셈이다. 유영만 교수는 인생에서 만나는 한 두 번의 실패는 주사위 놀이처럼 인생 전체로 따져 봤을 때 또 다른 성공의 디딤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니체는 필연보다 우연을 강조합니다. 바로 영원회귀 철학이죠. 고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영원히 동일한 반복이 계속되면 그 반복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우리 삶의 차이를 가져온다는 겁니다. 궁극적으로 누가 삶의 승리자인지 지금 우리는 판단할 수 없다는 말이죠.”
외줄을 타며 이쪽과 저쪽을 끊임없이 오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자 니체가 살았던 삶이었다. 때로는 그 외줄 한 가운데서 한 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적인 인간은 다시금 기어 올라와 줄타기를 반복한다. 이를 니체는 위버멘시, 즉 초인이라고 표현했다. 우리가 삶에서 추구해야 할 가장 이상적인 인간상인 것이다.
“명품은 밖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있습니다. 명품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팔면 반품 할 수도 없는 소품이 되지만, 내 안에서 찾으면 그것이야 말로 나의 혼과 철학이 담긴 위대한 작품으로 탄생합니다. 여러분은 유일한 존재이자 스스로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사람입니다. 즉 우리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나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독창적인 색깔, 나다움을 찾아 나로 갈기 위한 노력, 결국 니체가 주장한 것은 참다운 나를 발견하기 위한 과정인 것이죠.”
아모르파티, 운명애
니체의 철학 중 가장 중요한 핵심은 바로 아모르파티, 운명애(運命愛)다. 운명 자체에 순종하지 않으면서도 거부하지 말고 사랑하라는 것. 삶은 살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소중한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그런 소중한 삶을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별개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나만의 인생을 찾기 위해, 나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니체의 말 중에 ‘전쟁을 일으켜라’는 말이 있어요. 국가 간의 전쟁을 의미하는 게 아닌 여러분의 삶을 안주하게 만드는 나태함과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키는 삶을 살라는 의미죠. 여러분에게 나이가 몇이냐 물으면 대답할 수 있지만 ‘남은 나이가 몇이냐’ 물으면 답할 길이 없습니다. 만약 남은 나이가 얼마 안 된다고 했을 때 우리는 과연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할까요. 바로 내 운명, 내 삶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를 사랑하지 않고 내 삶을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때로 우리는 죽음과 직접적으로 대면하기 직전까지 그 그림자조차 감지하지 못한다. 적어도 죽음이 우리를 덮치기 전까진 생의 한 자락을 부여잡고 소중한 삶을 영유하고 있다. 그런 우리의 모습은 마치 펄펄 끓는 가마솥 곁의 플라스틱 수조에서 힘차게 퍼덕이는 미꾸라지와 같은 모습인지도 모른다.
“한쪽에서는 죽음이 다가오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모른 채 신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니체가 이야기하는 삶은 이런 것이죠. 죽음이 있다고 해서 두려워하지 않고 인식조차 하지 않는 것. 이 순간 삶 자체를 사랑하고 부둥켜안은 채 온몸으로 자신의 운명을 창조해나가는 삶이 바로 아모르파티 그 자체죠.”
유영만 교수는 니체를 “천개의 얼굴로 천 가지의 길을 간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변덕주의자를 말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책을 쓰면 그때까지의 허물을 모두 벗어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삶에서 또 다른 철학체계를 구축하려고 했던 노력을 의미한다. 그러한 니체의 삶을 오롯이 받아들인 유 교수 역시 이제껏 66권의 저서를 집필하며 끊임없는 껍데기 벗기와 새로운 변신으로 다시 태어남을 갈구했다. 자신의 모든 허물을 벗어던진 채 나력에 의지한 생을 살아갔던 니체처럼 그 역시도 다시금 새로운 도전을 구상하고 있었다.
“조만간 사하라 사막에 가서 6박 7일 동안 250km를 뛰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써볼 생각이에요. 아직 아내에게 이야기는 못했지만, 아마 승낙해 줄 겁니다(웃음).”
생(生)철학의 대표자이자 실존주의의 선구자, 바로 19세기 후반 독일의 철학자 니체다. 현대인들에게 니체는 너무나도 심오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19세기 말 탄생한 그의 철학은 20세기의 사상을 풍성하게 했으며 오늘날 현대 철학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한 니체를 삶과 철학을 꿰뚫으며 본질을 이야기하는 이가 바로 『니체는 나체다』의 저자 유영만 교수다. 힘겨움 속에 본질을 추구했던 니체의 삶에 자신을 일체화하는 유 교수는 니체의 진정한 힘을 나력(裸力)으로 풀이했다.
“오늘 강연 제목은 ‘유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예요. 무엇을 패러디했는지 아시겠죠? 차라투스트라는 10년의 산상수련을 경험 한 후 세상에 나와 설법을 전파했지만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죠. 니체는 ‘내가 쓴 책은 세상 사람들이 이해하는데 100년 정도가 걸릴 것이다’라고 얘기했어요. 그래서 100년은 좀 더 지났지만 제가 해석해 보려고 합니다. 이외수 작가님께도 『니체는 나체다』를 보내드렸더니 ‘다 읽고 나면 나체로 춤추고 싶은 책’이라고 트위터로 소개해주셨더군요(웃음).”
나력의 힘을 발휘한 용접공 출신 교수
유영만 교수는 니체의 본질과 만나기까지 숱한 방황으로 굴곡진 삶을 살아왔다. 그의 ‘나는 누구인가’란 물음과 답을 찾기 위한 지적 탐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처음 그의 시작은 어두움 그 자체였다. 공고시절 어머니와의 사별에 이어 끝 모를 방황의 시간들…… 우여곡절 끝에 용접기능사 자격을 취득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했지만,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너무도 무거운 두려움과 불안감이 그를 짓눌렀다. 결국 1년간 아무것도 없는 맨몸으로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어렵사리 대학에 입학한 그는 이후 닥치는 대로 일하며 공부에 전념했다. 무조건 일등을 하지 않으면 학비를 해결할 수 없었던 탓이다.
허기를 채울 밥 한 끼, 학교 갈 토큰 하나 해결할 수 없는 암흑 속에 내동댕이쳐질 때마다 왜 대학을 다녀야만 하는지, 대학을 졸업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의심하며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 자체마저 의심스러웠던 것이다. | ||
시련의 연속이었던 삶 속에서 그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고시를 준비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길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답을 찾기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은 무작정 책을 읽는 것이었다. 그렇게 대학원에 진학했고 책읽기는 그 이후에도 이어졌다. 물음은 그 와중에도 계속됐다. 새벽녘까지 잠 못 드는 나날 속에 그는 유학을 결심했다. 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아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주경야독의 유학생활, 절체절명의 상황을 버티며 그는 나약함을 드러내고 포기하는 것 대신 모든 노력을 쏟으며 극복하는 길을 선택했다.
결국 수많은 역경 속에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삼성경제연구소와 삼성인력개발원에서 경영혁신과 지식경영 교육을 담당하며 현장에서의 배움을 터득했다. 이처럼 수많은 어려움과 시련을 극복하며 달성한 성과들이지만, 그는 학위 자체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있어 진정한 자신의 힘을 깨달은 것은 현장에서의 체험이었기 때문이다.
“나력, 영어로는 Naked Strength 라고 합니다. Naked와 Nude는 다른 의미에요. Naked는 자신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고 Nude는 다른 이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위를 의미하죠. 우리는 나이가 들며 타이틀이 생기고 많은 형용사가 붙는데, 이런 거품이 생길수록 자신 존재의 본질은 감춰지고 누구를 위해 사는 것인지 혼동하게 됩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껍데기를 다 벗어던지고 존재의 본질, 순수함의 정수를 드러내는 것이 Naked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을 의미하죠.”
화끈하게 벗어야 벗어날 수 있다
유 교수는 재차 “자신을 둘러싼 껍데기를 벗어던져야 영혼은 더 자유로운 숨을 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 상황에서의 또 다른 도약을 뜻하기도 한다. 이러한 힘, 즉 나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진정한 의미를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나력이라는 것은 여섯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그 첫 번째가 휴브리스(Hubris)에서 벗어나는 슬기죠. 휴브리스는 성공체험에 젖어 다른 상황에서도 성공체험을 일반화, 보편화시키는 오류를 의미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성공체험의 덧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우를 범합니다. 결국 나의 경쟁상대는 외부가 아니라 내가 과거에 성공했던 체험이며 그 것을 벗어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진정한 나로 다시 태어날 수가 없다는 것이죠.”
그 밖에도 나력은 역경을 경력으로 만드는 끈질김 저력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이른바 ‘앙스트블뤼테’가 그것이다. 앙스트블뤼테란 공포의 꽃이라는 뜻으로 전나무가 평소와 달리 외부의 환경적 요건이 심각하게 혹독할 때 엄청난 내공을 발휘해 평소보다 몇 십 배 화려한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종족보존 현상을 의미한다.
“우리는 가끔 스스로를 앙스트블뤼테의 상황에 빠뜨릴 때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묘안이 나오지 않을까요. 우리의 뇌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때 평소와는 다른 방법으로 작용하거든요. 나력은 트라우마를 카리스마로 바꾸기도 합니다. 패션의 카리스마 샤넬이 대표적인 경우죠. 그녀는 마음의 상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세계를 주름잡는 패션의 카리스마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나력은 앞서 이야기했듯 한 사람의 둘러싼 형용사나 굴레를 모두 벗어던진 이후에야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 즉 샤넬이나 유영만 교수 역시도 자신이 일궈온 삶의 성과, 그로 인해 얻은 명성과 타이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유 교수는 이를 “조직의 보호 우산 속에서 벗어나 이름 석 자로 버틸 수 있는 힘”이라고도 설명했다.
“안도현 시인은 ‘좋은 시를 쓰려면 형용사의 유혹에서 벗어나라’고 했습니다. 온갖 형용사에 가려지면 질수록 명사의 본질을 알 수 없게 된다는 거죠. 나무가 봄과 여름, 가을을 거쳐 겨울을 맞이하는데, 나무가 가진 존재의 본질은 모든 잎이 떨어진 나목으로 혹한의 시련을 견딘 후 새봄의 희망을 틔우는 순간 알 수 있습니다. 알프레드 테니슨의 시 ‘참나무’는 그러한 나력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죠.”
참나무 - 알프레드 테니슨 젊거나 늙거나 저기 저 참나무같이 내 삶을 살아라. 봄에는 싱싱한 황금빛으로 빛나며 여름에는 무성하고 그리고, 그러고 나서 가을이 오면 다시 더욱 더 맑은 황금빛이 되고 마침내 나뭇잎 모두 떨어지면 보라, 줄기와 가지로 나목 되어 선 저 발가벗은 ‘힘’을. | ||
삶은 주사위 놀이와 같다
A와 B가 두 번의 주사위 놀이를 한다고 했을 때 첫 번에서 A는 3이 나오고 B는 6이 나왔다. 두 번째에서 A는 6이 나왔고 B는 1이 나왔다. 이를 합치게 되면 A는 9가 되며 B는 7이 된다. A가 첫 번 째에서 얻은 3은 실패였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승리를 하는 결정적인 조건이 된 셈이다. 유영만 교수는 인생에서 만나는 한 두 번의 실패는 주사위 놀이처럼 인생 전체로 따져 봤을 때 또 다른 성공의 디딤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니체는 필연보다 우연을 강조합니다. 바로 영원회귀 철학이죠. 고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영원히 동일한 반복이 계속되면 그 반복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우리 삶의 차이를 가져온다는 겁니다. 궁극적으로 누가 삶의 승리자인지 지금 우리는 판단할 수 없다는 말이죠.”
외줄을 타며 이쪽과 저쪽을 끊임없이 오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자 니체가 살았던 삶이었다. 때로는 그 외줄 한 가운데서 한 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적인 인간은 다시금 기어 올라와 줄타기를 반복한다. 이를 니체는 위버멘시, 즉 초인이라고 표현했다. 우리가 삶에서 추구해야 할 가장 이상적인 인간상인 것이다.
“명품은 밖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있습니다. 명품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팔면 반품 할 수도 없는 소품이 되지만, 내 안에서 찾으면 그것이야 말로 나의 혼과 철학이 담긴 위대한 작품으로 탄생합니다. 여러분은 유일한 존재이자 스스로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사람입니다. 즉 우리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나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독창적인 색깔, 나다움을 찾아 나로 갈기 위한 노력, 결국 니체가 주장한 것은 참다운 나를 발견하기 위한 과정인 것이죠.”
아모르파티, 운명애
니체의 철학 중 가장 중요한 핵심은 바로 아모르파티, 운명애(運命愛)다. 운명 자체에 순종하지 않으면서도 거부하지 말고 사랑하라는 것. 삶은 살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소중한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그런 소중한 삶을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별개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나만의 인생을 찾기 위해, 나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니체의 말 중에 ‘전쟁을 일으켜라’는 말이 있어요. 국가 간의 전쟁을 의미하는 게 아닌 여러분의 삶을 안주하게 만드는 나태함과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키는 삶을 살라는 의미죠. 여러분에게 나이가 몇이냐 물으면 대답할 수 있지만 ‘남은 나이가 몇이냐’ 물으면 답할 길이 없습니다. 만약 남은 나이가 얼마 안 된다고 했을 때 우리는 과연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할까요. 바로 내 운명, 내 삶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를 사랑하지 않고 내 삶을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때로 우리는 죽음과 직접적으로 대면하기 직전까지 그 그림자조차 감지하지 못한다. 적어도 죽음이 우리를 덮치기 전까진 생의 한 자락을 부여잡고 소중한 삶을 영유하고 있다. 그런 우리의 모습은 마치 펄펄 끓는 가마솥 곁의 플라스틱 수조에서 힘차게 퍼덕이는 미꾸라지와 같은 모습인지도 모른다.
“한쪽에서는 죽음이 다가오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모른 채 신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니체가 이야기하는 삶은 이런 것이죠. 죽음이 있다고 해서 두려워하지 않고 인식조차 하지 않는 것. 이 순간 삶 자체를 사랑하고 부둥켜안은 채 온몸으로 자신의 운명을 창조해나가는 삶이 바로 아모르파티 그 자체죠.”
유영만 교수는 니체를 “천개의 얼굴로 천 가지의 길을 간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변덕주의자를 말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책을 쓰면 그때까지의 허물을 모두 벗어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삶에서 또 다른 철학체계를 구축하려고 했던 노력을 의미한다. 그러한 니체의 삶을 오롯이 받아들인 유 교수 역시 이제껏 66권의 저서를 집필하며 끊임없는 껍데기 벗기와 새로운 변신으로 다시 태어남을 갈구했다. 자신의 모든 허물을 벗어던진 채 나력에 의지한 생을 살아갔던 니체처럼 그 역시도 다시금 새로운 도전을 구상하고 있었다.
“조만간 사하라 사막에 가서 6박 7일 동안 250km를 뛰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써볼 생각이에요. 아직 아내에게 이야기는 못했지만, 아마 승낙해 줄 겁니다(웃음).”
- 니체는 나체다 유영만 저 | 생각속의집
니체는 “인간의 참된 소명은 자기 자신에 도달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내 안의 잠재력을 완전히 펼치는 삶이다. 누구보다 인간의 잠재력을 강조한 철학자 니체,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삶을 강조한다. 그에게 가치 있는 삶이란 새로운 존재로의 변신이다. 즉 기존의 낡은 나를 떠나서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나는 삶이다. 저자는 이러한 니체의 변신력은 바로 나력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6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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