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서 아침 8시부터 무슨 일이?
흑백 무성영화의 변사 같은 느낌의 내레이터가 영화 속 인물들에게 말을 걸고 그 인물들의 뒤를 쫓으며 서울의 휴일 풍경을 보여주는 신선한 프롤로그 방식은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력을 보여준다. 카메라가 기자와 산부인과 의사인 주인공들의 휴일 외출을 따라다니면서 도시 서울의 풍경을 볼거리로 제공한다. 당시 비평문은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와 <로마의 휴일>을 자주 비교하며 영화가 서울의 풍경을 경쾌하게 그린 수작이라고 호평하였다.
2012.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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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휴일>은 휴일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서울의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중산층의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그려낸 작품이다.
흑백 무성영화의 변사 같은 느낌의 내레이터가 영화 속 인물들에게 말을 걸고 그 인물들의 뒤를 쫓으며 서울의 휴일 풍경을 보여주는 신선한 프롤로그 방식은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력을 보여준다. 카메라가 기자와 산부인과 의사인 주인공들의 휴일 외출을 따라다니면서 도시 서울의 풍경을 볼거리로 제공한다. 당시 비평문은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와 <로마의 휴일>을 자주 비교하며 영화가 서울의 풍경을 경쾌하게 그린 수작이라고 호평하였다.
남대문 주변풍경_서울의 휴일(120*45cm)
그림은 1950년대 남대문 주변의 풍경을 배경으로 영화 속 등장인물들을 모아 재배치하여 구성한 것이다.
나비 타이 신사는 신문기자역의 노능걸이라는 주연배우이고 옆의 여자는 그의 아내이자 뷔너스 산부인과 원장역을 연기한, 당시 주가가 높던 여배우 양미희이다. 좌측의 노인과 처자는 부녀지간으로 딸네미를 농락한 야바위꾼을 요절을 내려고 단단히 벼르고 온 참이다.
바람잡이와 협잡해 끈으로 꼼수를 부리는 야바위꾼의 ‘여기다 저기다 말씀 마시고, 내가 알면 남이 알까 남이 알면 내가 알까 우물쭈물 마시고. 자, 꿩먹고 알먹기, 땅짚고 헤엄치기, 맞으면 곱배기, 남자는 배짱 여자는 절개, 자, 오락 장난삼아 돈놓고 돈먹기.’ 거침없는 현란한 말솜씨에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시절 이런 야바위꾼은 공원마다 유원지마다 감초처럼 있었는데, 이런 야바위꾼들에게 넘어가 지갑을 털린 이들이 흔했다.
홍제동 거리풍경_서울의 휴일(60*45cm)
영화 도입부가 무성영화의 변사 목소리로 등장인물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내레이션부터 시작된다는 점이 독특하다. 무성영화 시대의 변사 목소리에 익숙한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배려이면서 유성영화로 막 전환되는 시대가 주는 신선함이다.
오른쪽의 후줄근한 영감은 옥이네집 가장으로 직업은 불분명하지만 두주불사의 애주가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팔각정과 원각사진 10층 석탑이 높이 탑골공원의 한산한 아침 풍경을 훑어가던 카메라는 벤치에 셔츠바람으로 쭈그리고 자는 한 노인에게 초점을 맞춘다. 이때 들려오는 구성진 내레이션.
‘옷을 벗어 술집에 잡히고 푸른 새벽별에 묻노니, 아! 천년 옛날의 이택백이는 과연 나와 비겨 어떠하더냐? 허허허, 고대 광실 아랫목에서 비단금침을 찾는 모양이시군. 여보시오! 점잖은 분이 지각이나 하고 젊은 사장 앞에서 꾸지람을 들으면 모양이 사납지 않소. 어서 일어나시오!’
덕수궁 돌담길_서울의 휴일(77*36cm)
50여 년 전의 정동길은 정적이 감돌 정도로 한산했나 보다. 영화 속에서 덕수궁 돌담길과 이어지는 정동길이 지프차의 동선을 따라 길게 잡혔다. 경찰국 출입기자 친구들의 장난제보를 받은 송기자가 살인 사건과 관련된 차랑을 추적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지금은 멀리 빌딩들이 병풍처럼 솟아 있기는 하지만, 그때와 비교해볼 때 지형의 변화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서울 풍경_서울의 휴일(45*38cm)
로맨틱 코메디 <서울의 휴일>은 서울 풍경을 두루 보여준다. 청계천, 명동성당, 탑골공원, 서울시청과 반도호텔, 덕수궁과 석조전,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넘어가는 정동길 등등.
엘리트층으로 등장하는 주인공 부부의 웃음 자아내는 일본식 영어발음과, 잔잔하게 와닿는 아기자기한 서울 풍경이 한데 어우러진 영화이다.
흑백 무성영화의 변사 같은 느낌의 내레이터가 영화 속 인물들에게 말을 걸고 그 인물들의 뒤를 쫓으며 서울의 휴일 풍경을 보여주는 신선한 프롤로그 방식은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력을 보여준다. 카메라가 기자와 산부인과 의사인 주인공들의 휴일 외출을 따라다니면서 도시 서울의 풍경을 볼거리로 제공한다. 당시 비평문은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와 <로마의 휴일>을 자주 비교하며 영화가 서울의 풍경을 경쾌하게 그린 수작이라고 호평하였다.
남대문 주변풍경_서울의 휴일(120*45cm)
그림은 1950년대 남대문 주변의 풍경을 배경으로 영화 속 등장인물들을 모아 재배치하여 구성한 것이다.
나비 타이 신사는 신문기자역의 노능걸이라는 주연배우이고 옆의 여자는 그의 아내이자 뷔너스 산부인과 원장역을 연기한, 당시 주가가 높던 여배우 양미희이다. 좌측의 노인과 처자는 부녀지간으로 딸네미를 농락한 야바위꾼을 요절을 내려고 단단히 벼르고 온 참이다.
바람잡이와 협잡해 끈으로 꼼수를 부리는 야바위꾼의 ‘여기다 저기다 말씀 마시고, 내가 알면 남이 알까 남이 알면 내가 알까 우물쭈물 마시고. 자, 꿩먹고 알먹기, 땅짚고 헤엄치기, 맞으면 곱배기, 남자는 배짱 여자는 절개, 자, 오락 장난삼아 돈놓고 돈먹기.’ 거침없는 현란한 말솜씨에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시절 이런 야바위꾼은 공원마다 유원지마다 감초처럼 있었는데, 이런 야바위꾼들에게 넘어가 지갑을 털린 이들이 흔했다.
홍제동 거리풍경_서울의 휴일(60*45cm)
영화 도입부가 무성영화의 변사 목소리로 등장인물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내레이션부터 시작된다는 점이 독특하다. 무성영화 시대의 변사 목소리에 익숙한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배려이면서 유성영화로 막 전환되는 시대가 주는 신선함이다.
오른쪽의 후줄근한 영감은 옥이네집 가장으로 직업은 불분명하지만 두주불사의 애주가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팔각정과 원각사진 10층 석탑이 높이 탑골공원의 한산한 아침 풍경을 훑어가던 카메라는 벤치에 셔츠바람으로 쭈그리고 자는 한 노인에게 초점을 맞춘다. 이때 들려오는 구성진 내레이션.
‘옷을 벗어 술집에 잡히고 푸른 새벽별에 묻노니, 아! 천년 옛날의 이택백이는 과연 나와 비겨 어떠하더냐? 허허허, 고대 광실 아랫목에서 비단금침을 찾는 모양이시군. 여보시오! 점잖은 분이 지각이나 하고 젊은 사장 앞에서 꾸지람을 들으면 모양이 사납지 않소. 어서 일어나시오!’
덕수궁 돌담길_서울의 휴일(77*36cm)
50여 년 전의 정동길은 정적이 감돌 정도로 한산했나 보다. 영화 속에서 덕수궁 돌담길과 이어지는 정동길이 지프차의 동선을 따라 길게 잡혔다. 경찰국 출입기자 친구들의 장난제보를 받은 송기자가 살인 사건과 관련된 차랑을 추적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지금은 멀리 빌딩들이 병풍처럼 솟아 있기는 하지만, 그때와 비교해볼 때 지형의 변화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서울 풍경_서울의 휴일(45*38cm)
로맨틱 코메디 <서울의 휴일>은 서울 풍경을 두루 보여준다. 청계천, 명동성당, 탑골공원, 서울시청과 반도호텔, 덕수궁과 석조전,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넘어가는 정동길 등등.
엘리트층으로 등장하는 주인공 부부의 웃음 자아내는 일본식 영어발음과, 잔잔하게 와닿는 아기자기한 서울 풍경이 한데 어우러진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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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의 댓글
필자
김광성 화백
부산에서 태어나, 서른 살이 넘어서야 만화판에 뛰어 들었다. 일찍이 서양화에 뜻을 두어 부산미술대전 서양화 부문에 입선했고, 목우회 미술전에서 특선을 수상했으며, 한국예술문화 대상전에서도 특선을 수상하였다.
『자갈치 아지매』로 데뷔한 후 작품성 있는 작품만을 고집해 왔다.《만화광장》과 《매주만화》, 《빅점프》등에 작품을 연재하였으며, <웅진 애니메이션 전집> 중세 부문 7편을 제작하였고, 1993년 만화가협회상 제1회 신인상을 수상했다.
단행본으로 《영원한 죽음과 윤회》, 《코뿔소를 덮친 사나이》, 《총을 든 의사 체게바라》,《미야자키 하야오》, 《꿈을 이룬 사람들》, 《로마 이야기》등이 있다. 무의미하게 희생된 한국인 가미카제 전사를 소재로 한 《순간에 지다》로 제13회 대한민국 만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sind1318
2013.07.31
marie23
2013.01.22
브루스
2012.11.30
지금처럼 정신없는 아침이 아닐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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