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흑인정신을 담아낸 ‘소울 음악’의 촉매제 - Otis Redding
흑인음악을 추구하는 많은 가수들은 자신들을 ‘소울’ 보컬이라 주장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그저 스타일을 좇은 것 이상은 아닙니다. 여기, 누구나 ‘소울’이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의 음반이 있습니다. 별명도 소울의 왕(King of soul)이지요. 요절해서 더 안타까운 천재, 오티스 레딩의 대표작을 소개해 드립니다.
글ㆍ사진 이즘
201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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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음악을 추구하는 많은 가수들은 자신들을 ‘소울’ 보컬이라 주장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그저 스타일을 좇은 것 이상은 아닙니다. 여기, 누구나 ‘소울’이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의 음반이 있습니다. 별명도 소울의 왕(King of soul)이지요. 요절해서 더 안타까운 천재, 오티스 레딩의 대표작을 소개해 드립니다.


오티스 레딩(Otis Redding) < Otis Blue > (1966)

미국 조지아주 메이컨 출신인 흑인 오티스 레딩(Otis Redding)이 평소 꿈꾸던 지향은 동향이 배출한 위대한 로큰롤 초기 영웅 리틀 리차드처럼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멤피스 레코드사의 스택스(Stax) 스튜디오에서 앨범 작업을 하면서부터 그의 노래는 리차드의 강렬한 로큰롤에서 샘 쿡(Sam Cooke)이 확립한 흑인 특유의 짙은 소울로 바뀌기 시작했다.

마치 샘 쿡에 대한 트리뷰트 작품인 듯 이 앨범에는 그의 골든 레퍼터리인 「Wonderful world」, 「A chang is gonna come」, 「Shake」 등 3곡이 실려 있다. 소울의 전형을 확립했다는 평을 듣는 샘 쿡은 1964년 12월 총을 맞고 숨졌다.

그는 샘 쿡의 정신을 깊이 새기고 있었다. 그의 사후 발표된 명곡 「A change is gonna come」은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에 대한 답가(答歌)였다. 소울과 직결되는 정신의 측면을 함께 그에게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하지만 오티스 레딩의 소울은 샘 쿡의 것과는 중량이 달랐다. 그에 비해 훨씬 액센트도 강했으며 목청도 더 돋웠고 음을 질질 끌었다. 같은 ‘소울 발라드’라도 느낌이 한층 진했다.

흑인음악의 용어가 리듬 앤드 블루스에서 소울로 대체된 것은 60년대 중후반 사회상이 빚어낸 결과였다. 65년부터 연이어 터진 뉴욕 LA 그리고 디트로이트 흑인 폭동은 억눌려왔던 흑인의 권리쟁취를 위한 과격한 욕구 분출이었다. 이 때 흑인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새로이 등장한 용어가 바로 영혼을 뜻하는 소울이었다.

대부분의 흑인들은 반인종차별 투쟁과 소울이란 말을 동격시했다. 오티스와 더불어 활동한 제임스 브라운, 윌슨 피켓, 아레사 프랭클린 등이 대표적인 소울 가수들이었다. 소울이라는 신성한 이름으로 그들은 흑인 민중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65년에 발표된 본작은 이러한 흑인의 권리신장 요구와 소울 발현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오티스 레딩의 이 앨범은 따라서 60년대 후반에 불어닥친 소울 열기와 분리해서는 생각할 수 없다. 그의 자작곡인 「Respect」과 샘 쿡의 리메이크 「A change is gonna come」은 소울의 경향을 대표하는 곡들이다. 이 곡들에는 이전에 찾아볼 수 없던 흑인의 자부심과 당당함이 배어 있다.

「Respect」는 특히 ‘소울의 여왕’ 아레사 프랭클린이 불러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그리하여 60년대 소울 음악과 흑인 공민권운동 물결을 상징하는 노래가 되었다. 이 곡과 「I've been loving you too long」, 롤링 스톤스의 빅히트 곡을 재해석한 「Satisfaction」이 싱글로 발표되어 차트에 오르는 등 대중적으로도 크게 성공했다. 영국에서는 「My girl」도 싱글로 나왔다.

「My girl」는 모타운의 대스타 템테이션스(Temptations)의 오리지널로 이전의 리듬 앤드 블루스와 소울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템테이션스의 것과 비교해선 들으면 좋을 것이다. 「Satisfaction」은 록의 표상 롤링 스톤스의 것을 리메이크함으로써 소울과 록이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사실 리듬 앤 블루스가 소울로 강성화된 것은 록의 밴드적 개념이 작용한 것이었다. 기존 체제에 대항하는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공통점을 지닌 두 장르는 이후 자주 결합하며 어깨동무 사이로 발전해갔다.

흑인치고는 당시 드물게 백인 록팬들도 많이 보유했던 오티스는 그러나 67년 12월 불의의 비행기 추락 사(死)를 당하면서 활동에 종막을 고했다. 사망 직후에 발표된 싱글 곡 「Sittin' on the Dock of the bay」는 전미 차트 정상에 오르는 스매시 히트를 기록했다. 타의 모방 불가인 이 소울 발라드는 파도의 음향과 휘파람 소리의 믹스로 그의 곡 가운데 최우수작으로 꼽힌다.








이 곡과 「Try a little tenderness」는 이 앨범에 수록되어 있지 않지만 오티스의 음악세계에 접근하려는 사람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보석이다. 그래서 이 앨범의 약간의 결핍(?)을 들어 이 곡들이 모두 실린 그의 베스트 모음집 < 오티스 결정판 >(Otis! The Definitive Otis Redding), 혹은 < 불후의 오티스 레딩 >(The Immortal Otis Redding)을 추천하는 평자들도 많다.

본고장 평론가들을 그를 소울의 왕(King of soul)으로 떠받드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 앨범이 웅변하는 60년대 흑인의 자각과 온 몸을 쥐어짜듯 호소하는 영혼의 소리가 그들로 하여금 서슴없이 그렇게 부르게 했다.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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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티스 레딩 #Otis Redding #흑인음악 #소울 #Soul #소울의 왕
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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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h27zz

2012.09.02

60년대 음악 느낌이랑 비슷한 DUFFY 1집도 좋던데ㅎㅎ 뭔가 목소리에서 끈적끈적하면서도 뭔가 컨츄리한 느낌이랄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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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wired

2012.08.31

소울뮤직의 왕이라.. 한 번 들어봐야 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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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