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들의 행복과 불행의 기준은 달랐다 - 박경철, 구본형
시골의사 박경철과 변화경영연구소장 구본형이 동시에 그리스에 관한 책을 펴냈다. 청년 때부터 그리스 기행을 꿈꿔왔던 박경철과 수년간 그리스 신화와 영웅담을 탐독했던 구본형. 왜 두 사람은 그리스 역사에 대해 끝없는 질문을 가졌을까?
글ㆍ사진 엄지혜
2013.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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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철은 그리스 기행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역사를 되돌아봤고, 구본형은 유적 답사를 통해 고대 그리스 신화를 들여다보았다. 구본형은 어릴 때 읽은 『한국명장전』과 『희랍신화집』, 그리고 성인이 되어 신화학자 조셉 캠벨의 책을 읽으면서 신화라는 이야기와 상징 체계에 관심을 갖게 됐고, 박경철은 대학 시절 읽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예수 다시 십자가에 못박히다』의 강렬한 인상 때문에 20여 년이 흐른 지금, 그리스를 찾았다. 구본형이 수년 동안 그리스 영웅담을 탐독하며 그리스인의 도전정신에 집중했다면, 박경철은 그리스의 과거와 현재를 직시하고자 기행을 했다. ‘모험의 선동을 위해’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를 집필했다는 구본형과 그리스의 오늘이 있기까지의 과정, 그 역사의 흐름에 시선을 둔 박경철. 두 사람이 그리스를 찾게 된 과정은 달랐지만, 그리스를 보고 있는 시각은 다르지만은 않다.

1990년대, 대한민국은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신화 열풍이 불었다. 당시 신자유주의의 세계화와 신패권주의가 등장하며 대제국 로마의 통치가 재조명됐다. 하지만 지금, 세계는 서양문화의 근간인 그리스 문화의 역사적 가치에 집중하고 있다. 신화의 나라이지만 현재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왜 세계는 지금 그리스를 들여다보고 있을까. 그것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새로운 세계질서의 모델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혼란한 사회질서 속 그리스 문화를 아는 것에서 우리는 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을 발견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직접 만나는 그리스는 더 혼란스럽다. 유럽발 경제위기의 진앙으로 지목되며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리스는 그리스인들 특유의 수용과 흡수의 오랜 전통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돌발매질을 서슴지 않거나, 결식자를 위한 무료급식소에서 자국민의 ID카드를 확인하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코린토스로 향하는 버스에서 만난 외국인 노동자들의 불안한 눈초리는 지금까지도 지워지지 않고 있다. 켕크레아이 항의 선술집에서 정치인들을 안주 삼아 라키를 마시던 노인들의 불평도, 바사이로 향하는 길에 해발 2,000미터의 험준한 산골에서 만난 ‘빨간 얼굴들의 마을’ 사람들과 스파르타의 중앙광장 카페에서 바라본 오늘날 그리스인들의 축 늘어진 어깨도 긍지나 자긍심과는 전혀 인연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의 이 모습 역시 도도한 역사의 흐름 속에 명멸하는 하나의 장면일 뿐, 그것이 곧 그리스의 본질은 아닐 것이다. (『문명의 배꼽, 그리스』 p.431~432)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인도로 떠난 그리스 여행

의과대학을 다니던 청년 박경철은 인간의 몸을 공부하며 죽음과 삶, 인류와 문명, 역사의 참모습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단골 책방의 서가에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예수 다시 십자가에 못박히다』를 손에 쥐게 된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 박경철은 그의 작품을 읽은 후, 그리스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을 갖게 됐다.

“20대 이후 그리스와 관련된 주제는 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 중 가장 우선순위였어요. 하지만 그리스로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결심은 40대 중반에 들어서야 하게 됐죠. 그 때 이후 그리스 기행을 준비했고 2011년 말에 드디어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어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인도 없이는 불가능한 여행이었을 거예요. 그의 모든 저작들을 구해서 읽고 또 읽었거든요.”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박경철에게 특별한 의미의 작가다. 박경철은 “’책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경구가 있는데, 『예수 다시 십자가에 못박히다』는 내 인생의 경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책”이라고 말한다. 제도교육하에서는 의학을 공부했지만, 책을 통해 경제와 사회를 배웠고 종국에는 그리스 문명에 대한 순례로까지 이어졌으니,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저작들이 박경철의 삶 가운데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아폴론 신전 내부. 정면에 아폴론상이 자리잡고 있었다

박경철은 그리스 전역을 여행하면서 일정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비행기와 배로 대륙을 건너고 국경을 넘었다. 철도와 버스, 렌터카와 바이크, 도보로 무수한 경계를 넘나들었다. 노마드처럼 해 뜨면 떠나고 해 저물면 머무는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의 날들을 보냈다. 자발적으로 고된 여행을 선택한 이유는 사물에 나아가 그 이치를 궁구해야 한다는 가르침, 즉물궁리(卽物窮理)때문이었다. 박경철은 무너진 신전의 잔해를 직접 만져보며 무너지지 않은 문명의 기둥을 확인했다.

“고대 그리스 문명의 흥망성쇠를 기록하는 건 당연한 것이지만, 무엇보다 팍스로마나로 상징되는 패권적 제국이 아니었던 그리스 문명의 독특한 양상과 율동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고대 그리스 문명은 약탈과 착취로 점철되는 패권 대신 자신들의 앞선 문명을 이전하고 현지문화의 장점을 흡수함으로써 헬레니즘이라는 거대한 꽃을 피운 독특한 문명이었기 때문이죠.”

그리스 역사는 관용, 복수, 화해, 저항과 같은 이질적 요소들이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특징들이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박경철은 그리스를 여행하며 역사에 대한 자부심으로 낙관적인 자세를 잃지 않는 그리스인들의 모습을 목격했다. 그리고 이것이 민족의 유전자, 문명의 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국민소득과 같은 경제지표로 나라를 재단하고 평가하지만 그리스인들의 행복과 불행의 기준은 달랐다.




문명은 대중이 함께 일궈낸 성과

보통 문명을 다루는 이야기는 연대기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문명의 배꼽, 그리스』는 문명과 역사를 다루되, 여행기의 형식을 빌려 공간 이동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았다. 박경철은 “연대기적 서술은 공간이 담고 있는 풍부한 이야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여행의 출발지는 펠로폰네소스로 정했다. 이곳이 그리스 문명의 어머니이자, 서구 문명의 자궁이기 때문이다. 박경철은 『문명의 배꼽, 그리스』를 쓰면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분석하며 차별화된 그리스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로마인 이야기』는 팍스아메리카나라는 화두가 절정에 이를 때 등장한 작품이죠. 즉 팍스아메리카나가 가진 패권적 특성이 팍스로마나와 만나 정당화되는 기제가 됐던 셈입니다. 왜냐면 『로마인 이야기』가 승자의 역사를 중심으로 왕조나 지배계급에 정통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쓰여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문명은 한 시대, 한 공간에 존재했던 모든 대중이 함께 일궈낸 성과라는 전제하에서 이러한 단점을 가진 연대기적 서술을 포기하고 공간 이동이라는 기행문의 형태로 정리하기로 작정했습니다. 역량의 한계 때문에 아쉬움이 남지만 『로마인 이야기』와는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스 기행 내내 박경철의 배낭에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자서전』『그리스인 조르바』가 있었다. 현지에서 향토사학자나 현지인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현지 자료를 구했지만, 두 책이 준 방향성이 훨씬 강력했다.

“아무래도 스파르타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스파르타는 패배를 모르는 강국이자 공동체에 대한 사랑과 헌신이 돋보이는 곳입니다. 심지어 플라톤마저 이상국가의 모델로 스파르타를 꼽았을 정도죠. 하지만 스파르타는 빛나는 그리스 문명에 손톱만큼의 기여도 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강력하고 통일된 체제를 가진 국가라 하더라도 다양성의 빛을 잃은 획일성의 가치만으로는 인간의 창의를 제대로 살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박경철은 현재 『문명의 배꼽, 그리스』 2권을 집필하고 있다. 그 동안 출간된 책들이 익숙한 작업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홀로 떠난 기행이었기에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들과 마주했고 답을 찾기 위해 걷고 또 생각했다. 박경철은 “타인과 함께하는 여행은 질문이 없지만 혼자 떠나는 여행은 질문으로 가득하다. 인생의 중요 고비에서 떠나는 고독한 여행은 이후 자신의 삶의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철의 문명 탐사는 그리스를 시작으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터키, 이란, 이집트, 시리아, 스페인으로 이어지며 모두 10권의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그리스인 이야기는 위대한 비극 작가들에 의해 훌륭하고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그리스인의 이야기는 인간의 마음속 무의식의 세계를 드러내 보이는 멋진 텍스트와 모델이 되어주었다. 나는 그리스인의 신화를 읽으면서 내가 동양인도 서양인도 아닌, 인류의 한 사람임을 절감했다. 진정한 글로벌 인간인 셈이다. 언제 어디서 태어났든 우리 안에는 인류의 원시와 고대 그리고 중세가 이 시대와 함께 공존한다. 오늘 그리스인의 이야기에서 그 행간을 읽어낼 수 있다면 우리 안에서 가장 위대한 힘을 이끌어내 스스로의 삶을 영웅의 행적으로 끌어올릴 용기와 방법을 찾아내게 될 것이다. 끊임없이 우리를 끌어올리는 힘, 즉 ‘엑셀시어(Excelsior)의 정신’은 우리를 도약하게 한다.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 p.17)
우리의 무의식은 아직도 신화의 세계에 살고 있다

구본형은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두 권의 책을 생일 선물로 받았다. 『한국명장전』과 『희랍신화집』. 구본형은 이 두 책을 접한 뒤 신기한 경험을 한다. 자라나면서 책을 읽으려고 펼치기만 하면, 그 책들 속에서 그리스의 신들과 영웅들의 이름들이 활자로 된 벼룩처럼 툭툭 튀어나왔던 것이다. 메두사는 빛나는 안광으로 그를 쳐다보았고 페가소스는 그가 올라타기를 바랐다. 그렇게 시작된 신화와의 인연은 우연히 신화학자 조셉 캠벨의 책을 읽으면서 다시 시작됐다.

“조셉 캠벨의 책을 통해 신화라는 이야기와 상징체계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조셉 캠벨은 비교종교학과 신화학 분야에서 특별한 정신적 제국을 만들어냈습니다. 그의 해석과 통찰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저 역시 그의 지적 세계에 영향을 받은 제국의 일원이죠. 저는 불핀치의 『그리스 신화』보다 더 좋은 책을 쓰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신화와 역사의 경계에서 물결치는 긴 머리결 같은 장편처럼 신화들의 스토리 라인을 구성했죠. 그리스 각각의 영웅들 이야기에는 성공과 실패가 하나의 물결처럼 교환이 되고, 승리의 환희와 패배의 모멸이 소용돌이칩니다. 이 신화 속 카오스 세계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이 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신화의 은유와 상징은 무궁무진해서 읽을수록 새로운 흥미와 상상이 펼쳐진다. 오디세우스의 기록을 보면 호메로스 시대의 훌륭한 인간형이 요즘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크레타 문명이 지고 그리스 본토를 지배한 아카이아인들은 이유 없는 살육과 약탈을 자행하고, 뻔뻔스럽기까지 하다. 오디세우스는 그 극에 도달한 인물이다. 하는 말마다 거짓이고, 배신을 밥 먹듯이 한다. 하지만 아카이아인들은 오디세우스를 부러워하고, 그를 가장 멋진 영웅으로 칭송한다. 그 시대의 최고 미덕은 용맹이고 무자비한 지능이며 남자다움이었던 때문이다.

“아킬레우스는 참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성격이 거친 바람둥이지만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아마도 이율배반적인 인간의 전형을 보여줬기 때문이겠죠. 그의 어머니인 테티스 여신은 그를 낳으면서 하나의 신탁을 받습니다. 아킬레우스가 범인으로 산다면 오래 살 수 있지만, 전쟁에 참가한다면 영웅으로 단명한다는 신탁이었지요. 아킬레우스는 신탁을 거부하고 영웅의 길을 걷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친한 벗인 파트로클로스가 헥토르에게 죽임을 당하자, 세상의 모든 분노를 안고 헥토르와 싸워 이깁니다. 그는 파리스의 화살에 아킬레스 건을 맞아서 죽음을 맞게 되지만 그의 에피소드가 주는 의미와 상징은 우리가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줍니다.”

구본형은 그리스 신화를 탐닉하며, 이카로스의 아버지인 ‘다이달로스’를 통해 현대의 기술만능주의의 폐해를 떠올렸다. 오직 주문한 것만을 잘 만들어내는 기예의 1인자, 다이달로스. 그는 ‘왜’는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에만 몰두한 사람으로 결국 아테나 여신의 저주를 받아서 평생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벌을 받는다. 구본형은 “다이달로스의 ‘왜’라고 묻지 않는 생각 없음이 오늘날 기술만능주의의 세상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3천 년이 지나 우리는 갖가지 문명들이 혼재된 글로벌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의식 세계는 문명의 세계에 살고 있지만 우리의 무의식은 아직도 문명에 의해 순치되지 않은 신화의 세계에 살고 있죠. 의식과 무의식의 조화, 그것이 자기 경영의 본질입니다. 그래서 신화는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내면의 어둠으로 내려가는 사다리며 통로가 되는 것입니다.”

구본형은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을 통해 모험을 선동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 모험이란, 변화를 찾아 떠나는 모험이다. 나의 세계가 없는 평범한 삶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스스로의 신화를 만드는 데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가 씨앗이 되기를, 구본형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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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철 #구본형 #문명의 배꼽 그리스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 #그리스
13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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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freud71

2014.08.27

그리스.... 멋진 휴가지죠~
로마..... 이야기는 조만간 꼭 읽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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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nta

2013.02.26

저도 그리스는 정말 로망인데요. 아아, 언제쯤 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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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작가

2013.02.26

그리스라. 로망이죠. 신화가 아직도 숨쉬고 있는 곳. 근데 막상 가보면 환상이 깨지겠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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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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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철

외과전문의이자 유명작가이며 경제전문가. 대학 시절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책 『예수 다시 십자가에 못박히다』를 읽고 깊은 충격을 받아, 카잔차키스가 평생의 영웅으로 삼았던 니체, 단테, 베르그송을 탐독했으며, 이를 통해 인문학적 소양의 기초를 다졌다. 이후 대학에서 전공한 의학와 무관한 경제학을 독학했고, 패러다임의 전환기마다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을 발표하며 유명세를 얻었다. 그로 인해 증권업계 인사가 아님에도 한국거래소와 증권사 사장단이 수여하는 제1회 증권선물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6년에는 의사로서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발표해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드라마 [뉴하트]의 소재가 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후 집필한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은 출간과 동시에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즈음 연간 200~300회씩 행해진 그의 강연과 칼럼은 대중에게 큰 호응을 얻으면서 후일 ‘청춘콘서트’로 이어졌고, 전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청춘콘서트’는 2012년 이후 우리 사회에 중요한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 되기도 했다. 그외 공익단체 및 기업의 이사회에 참여해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그리스 문명 기행을 하면서 문명 탐험서 『문명의 배꼽, 그리스』를 출간하여 르네상스적 인간으로서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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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구본형의 명함에는 ‘변화경영 전문가’라고 적혀 있다. 마흔여섯 살에 직장에서 나와 스스로의 정체성이 필요할 때 그를 지탱하게 해준, 스스로 명명한 직업의 이름이다. 오십 대 중반을 맞아 그는 ‘변화경영 사상가’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불렀다. 말 그대로 기술적 전문인에서 변화에 대한 철학과 생각을 일상에 녹여내는 사상가로 진화하고자 한 것이다. 이후의 모습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적었다. “가능할지 모르지만 나는 ‘변화경영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죽고 싶다. 시는 젊음의 그 반짝임과 도약이 필요한 것이므로 아마도 그 빛나는 활공과 창조성을 따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시처럼 살 수는 있을 것이다. 시처럼 아름답게 살 수는 있지 않겠는가. 자연과 더 많이 어울리고, 젊은이들과 더 많이 웃고 떠들고, 소유하되 집착이 없는 자유로운 행보가 가능할 것이다.” 구본형은 1954년 1월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다. 서강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역사학과 경영학을 전공하였고, 1980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IBM에서 근무하며 경영혁신의 기획과 실무를 총괄했다. IBM 본사의 말콤 볼드리지 국제 평가관으로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조직의 경영혁신과 성과를 컨설팅했다. 2000년 3월,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선언하며 회사를 떠난 그는 1인 기업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를 세웠고, 2005년부터 연구원을 선발하고 꿈벗들과 동행하며 ‘나’답게 살아가려는 이들을 도왔다. 100여 명의 제자들과 함께 공부하고, 함께 여행했다. 변화를 꿈꾸는 이들의 내면에 잠든 열정과 비전의 불꽃을 점화시켜 삶이 아름다워지도록 도왔다. 인문학과 경영학의 다양한 접점을 통해 시대의 화두를 발견했고, 변화와 성장을 고민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즐겼다. 수년간 신화와 영웅담을 탐독하며 우리 내면의 변화 가능성을 재발견하는 연구에 몰두했다. “모두가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하지만 정작 스스로 변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라고 말한 톨스토이의 말을 빌려 변화의 시작은 자기혁명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삶의 모든 것들로부터 배우고 글을 쓰고 아름다운 영향력을 전하던 그는 2013년 4월, 59세로 세상을 떠났다. 저서로 『익숙한 것과의 결별』(1999) 『낯선 곳에서의 아침』(1999) 『월드 클래스를 향하여』(2000) 『떠 남과 만남』(2000)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2001)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2001) 『일상의 황홀』(2004) 『사람에게서 구하라』(2007)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2007) 『세월이 젊음에게』(2008) 『구본형의 필살기』(2010) 『깊은 인생』(2011)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2012)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2013)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2013)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2013)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201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