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를 보고 사람을 뽑는다? 말도 안되는 소리
창비와 국가 인권 위원회가 함께 하는 인권 영화제, 두 번째 시간의 주제는 외모였다. 취업을 앞둔 여고생의 몸무게를 한편으로는 우습고 한편으로는 슬프게 그린 임순례 감독의 <그녀의 무게>와 조상으로부터 물려 받은 저주받은 외모 유전자를 애니메이션의 표현력으로 엮은 이애림 감독의 <육다골대녀>를 관람했다. 영화가 끝나고 <화차>의 변영주 감독과 『불편해도 괜찮아』의 김두식 교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글ㆍ사진 정준민
201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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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타인의 외모를 손쉽게 평가하고 자신의 외모를 손쉽게 평가된다. 외모로 인한 차별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아가기 때문에 외모와 인권을 연관시키지 못한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 깊게 주변을 살피면 외모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인권 침해를 발견할 수 있다. 외모에 대해서 너무 쉽게 말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뿐이다.

사회자: 창비와 국가 인권 위원회가 주관하는 인권 영화제, 이번 달의 주제는 외모입니다. 임순례 감독님의 <그녀의 무게>는 2003년 작품이고, 이애림 감독님의 <육다골대녀>는 2004년 작품입니다. 저는 교육 때문에 자주 봅니다만, 또 봐도 질리지 않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10년 전에 만들어진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외모에 대한 인권 침해가 여전한 걸 보면 슬프기도 합니다.

이번 행사에 변영주 감독님을 꼭 섭외하고 싶었습니다. 연락을 드리니 김두식 교수님과 함께하면 좋겠다고 답변을 하셨습니다. 왜 김두식 교수님을 낙점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변영주: 김두식 교수님은 인터뷰(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30320.html)를 함께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화차> 관련해서 했던 인터뷰 중에서 가장 좋았습니다. 인터뷰 할 때도 물론 좋았지만, 글 자체도 제 이야긴데도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저는 인권 영화를 만든 적이 없어서 인권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이왕이면 이 분야를 잘 아는 분과 함께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김두식 교수님을 낙점했습니다.

김두식: 저는 변영주 감독님이 같이 하자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나왔습니다. 제가 아무 조건 없이 “Yes”를 하는 사람이 몇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변영주 감독님입니다. 오늘 주제는 외모인데 올바른 말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솔직한 말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이 됩니다.

사회자: 김두식 교수님께도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같은 법조인 중에 조국 교수님, 그 분 참 괜찮죠?

김두식: 정말 좋아하는 교수님입니다.

변영주: 순식간에 교수님에서 외모 소수자가 되어버렸어. 잔인하시네요.

김두식: 사람에서 오징어로 변한 느낌입니다. 얼굴은 성형을 해도 키는 어떻게 안 되는데 조국 교수님이 저보다 한 뼘 정도가 더 큽니다. 저는 어떤 사람은 얼굴로 승부를 거는 거고, 어떤 사람은 글과 실력으로 승부를 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거 조국 교수님 귀에 들어가면 안 되는데.




취향이 권력화 되어선 안 된다

관객: <그녀의 무게>를 2003년에 수업시간에 봤습니다. 벌써 10년이 지났는데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은 걸 보면 안타깝습니다.

변영주: 외모는 어려운 소재라고 생각하지만, 명백하게 뻔한 부분도 있습니다. 취업과 외모를 연관시키는 걸 보면 대한민국의 기업이 얼마나 저열한지 알 수 있습니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용모를 우선시하다니 정말 우스운 일입니다. 이건 생물학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경제민주화와 연관이 됩니다. 그래도 이건 비교적 해결이 쉬운 문제입니다. 룰을 명백하게 하면 됩니다.

“나는 예쁜 아이가 좋아.” 이런 생각을 고치자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누구나 예쁘고 잘생긴 것에 반합니다. 사람은 언제나 물질적인 것에 먼저 반합니다. 처음 만날 때부터 세계관이 일치하거나 생활감각이 맞아서 어떤 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만약에 멜로 영화에서 여배우가 현실적으로 생겼다면 관객은 감정이입을 잘 할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관객은 김태희처럼 예쁜 여배우에 감정이입을 더 잘합니다. 감독이 의도적으로 평범한 여배우를 배치하면 관객은 순간적으로 여배우를 타자화합니다. “쟤 얼굴 좀 봐. 쟤 얼굴 이상해.” 이렇게 됩니다.

인권을 따지기 이전에 예쁜 걸 예쁘다고 생각하는 걸 건드릴 순 없습니다. 만약에 그렇게 한다면 서로가 서로를 속여야만 합니다. “외모가 뭐가 중요해요?”같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야만 합니다. 다만 취향이 권력화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는 취향과 시스템이 분리되면 해결되는 문제고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김두식: 왜 김태희처럼 예쁜 여배우에 감정이입을 더 잘할까요? 상상을 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제 머릿속에서는 늘 조국교수입니다. 키도 크고 잘 생겼습니다. 피부도 뽀송뽀송 합니다.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 담고 삽니다.

외모 차별 심각합니다. 하지만 외모에 대한 차별만 있을까요? 제가 살아보면서 느낀 건데 외모에 대한 차별보다는 머리가 좋고 나쁨에 따른 차별이 더 큽니다. 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가 가져가는 열매의 차이가 적은 사회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조금 더 예쁠 수도 있고 조금 더 머리가 좋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의 차이가 100배 이상 나는 사회는 좋지 않습니다.


관객: 변영주 감독님은 취향과 시스템이 구별되면 해결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변영주: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왜 쉽다고 말을 하느냐면, 정신만 차리면 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영화 스태프를 모집할 때 얼굴을 보고 선발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그럴 생각을 안 합니다. 일을 우선시 한다면 외모를 보고 사람을 뽑는 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겁니다.

언제부터 대한민국의 모든 공간이 보기 좋아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외모에 대한 강박, 아름다움에 대한 강박이 강해졌습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요? 해서는 안 되는 생각을 너무나도 쉽게 넘나들고 있습니다.


김두식: 얼마 전에 만화가 최규석이 트위터에 이렇게 썼습니다. 화장실 수가 부족해서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이 상황에서 어디에 서야 빨리 오줌을 눌 수 있다고 가르쳐 주는 건 자기계발이고, 너만 오줌 마려운 게 아니라고 말을 해주는 건 힐링이다. 맞는 말입니다. 부족한 화장실이 문제고, 시스템을 바꾸는 건 분명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딸을 고등학교에 입학시킨 형이 저에게 화를 냈습니다. 선생들이 너무 멋있는 말만 늘어놓는 다는 이유였습니다. 아이들에게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또는 “공부가 아니어도 된다”고 말을 하지만, 실상 선생들은 모두 좋은 대학을 나와서 수도권에서 교사한다는 겁니다. 형은 선생들이 멋진 말만 늘어 놓는 것보다는 공부를 하나라도 더 가르쳐서 좋은 대학을 보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물론 우리 형이 보수적이긴 하지만, 이 이야기가 가진 일말의 진실도 있습니다. <그녀의 무게>에서 체중계에 올라선 여학생에게 선생님은 살 좀 빼라고 타박합니다. 불편한 장면입니다. 하지만 그 선생님 또한 그 나름대로 학생을 아끼는 마음이 있을 겁니다. 과연 “시스템을 바꾸는 게 최선이다”라고 말을 하는 선생을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복잡한 문제입니다.


관객: 변영주 감독님은 아름다운 주인공이 관객으로 하여금 극에 몰입하게 만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영국 드라마를 보면 못생기고 뚱뚱한 배우가 주인공을 맡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도 몰입이 아주 잘 됩니다. 한국은 미디어가 아름다움에 대해서 특정한 쪽으로 방향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고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변영주: 모든 영국 드라마가 그렇진 않습니다. 어떤 영국 드라마가 그렇습니다. 그런 드라마는 전형적인 멜로가 아니라 처음부터 그런 이야기를 하는 드라마입니다. 그런 드라마는 한국에도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클레셰로 가득 찬 전형적인 멜로입니다. 이 경우 배우가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관객은 몰입을 더 잘합니다.

미디어의 문제를 말씀하셨습니다. 맞습니다. 그렇다면 미디어를 바꾸면 되는 문제일까요? 미디어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종속적인 매체입니다. 저는 시스템의 문제도 미디어의 문제도 있지만, 개인에게 문제가 없다고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한꺼번에 고민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지난 대선에 종합편성채널의 편향된 보도가 문제라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물론 종편이 미디어로써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종편이 편향된 보도를 하기 때문에 굳이 지상파 방송이 아닌 종편을 틀어 놓는 40대와 50대의 욕망도 있습니다. 조선일보가 편파적인 보도를 해서 문제가 되지만, 편파적인 보도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조선일보를 사서 읽는 독자도 있습니다. 미디어와 개인의 문제는 반드시 함께 논의되어야 합니다. 이 둘을 분리해서 이야기하면 참 뻔한 말이 됩니다.





자기연민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관객: 지금까지 다이어트를 놓아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사회가 요구하지 않아도 외모에 관해서는 스스로 놓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변영주: 그런 자기관리가 없어야 하나요? 저는 자신이 즐길 수 있는 범주 안에서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외모든, 지능이든, 기술이든, 사람간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격차 때문에 자기 연민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차별 받고 있다거나, 내가 제일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깃발의 언어가 되고 사회적 책임을 갖는 언어가 될 때 의미가 있지, “나는 88만원 세대니깐 안 되는 거에요!”라고 외쳐봐야 자기연민 밖에 안 됩니다.

김두식: “얼굴이 아니라 총체적인 분위기가 중요하다.” 강연장에 오면서 생각해본 오늘의 정답입니다. 고미숙 선생님은 우리가 표정이 사라진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보톡스를 맞거나 성형을 하면 얼굴에 있어야 할 미세한 떨림이나 주름이 사라집니다. 사람을 살필 때는 살이 얼마나 빠졌나 혹은 얼굴에 쌍꺼풀이 있느냐 없느냐 보다는, 어떤 분위기를 가졌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는 제 딸에게 어떻게 말을 해주느냐 입니다. 지금 고등학교 3학년인데 언제 성형을 해야 하는지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성형을 여기서 하네 저기서 하네 말을 많이 듣고 옵니다. 저도 처음에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대답해줬습니다. 공식석상에선 하기 힘든 말도 곁들입니다. 이를테면, “너희들은 남자들이 가슴 큰 여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아빠는 가슴 큰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엄마를 봐라.” 이렇게 말입니다. 그러면 딸은 남자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좀 더 나다워지고 싶어서 성형을 하고 싶다고 대답합니다. 지금은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성형한 것을 후회하게 될 수도 있다는 이유를 대며 조금씩 시간을 끌고 있습니다만, 성형 하나만 놓고 봐도 정답이 무엇인지 대답하기가 어렵습니다.


관객: <그녀의 무게>를 보면 남자 선생님이 여학생에게 “너희는 예뻐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남자인 나는 어떻게 생겨도 상관 없다”고 말을 합니다. 이건 외모에 대한 문제기이도 하지만, 성차별이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배려가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직업을 구할 때에 있어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어렵습니다. 저는 PD를 꿈꾸는 여고생 입니다. 몇몇 PD를 만나서 이야기를 해봤는데, 그분들은 성별보다는 연출을 잘하고 못하고가 더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여성으로써 변영주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변영주: 모든 걸 다 하고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창작 쪽 일이 그렇습니다. 영화 감독은 각오만 하면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날 겨울에 편집을 하는데 일이 잘 안 되니 짜증이 났습니다. 잠시 산책을 나갔습니다. 벚꽃이 지고 있었고, 저만 파카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게 쪽 팔리거나 혹은 잘못 살았다는 생각을 안 할 각오만 한다면 영화감독은 할 수 있습니다.

제가 95년에 낮은 목소리를 연출하면서 연출 일을 시작했습니다. 꽤 오랫동안 연출을 했지만 지금도 내년에 뭘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작년에 <화차>로 처음으로 인센티브라는 걸 받아 봤습니다. 눈물이 날 만큼 좋았습니다. 처음으로 먹고 살기 위해 시간 강사 같은 아르바이트를 안 하면서 오직 시나리오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제 주변에도 대기업 다니면서 연봉 많이 받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해야 할 일을 선택한 겁니다. 반면에 저는 하고 싶은 일을 선택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했으면서, 해야 할 일을 선택한 친구들보다 더 안정적이기까지 한다면 그건 불공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들보다 불안정 한 건 공평한 겁니다.

(질문자에게) 자기연민에 빠지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사는 건 불가능합니다. 일을 하다 보면 3개월에서 4개월 정도 집에 못 들어갑니다. 집에서 밥을 먹는 건 꿈도 못 꿉니다. MSG가 몸에 안 좋아도 촬영 현장에서 제일 잘 넘어가는 건 MSG가 듬뿍 들어간 제육볶음입니다. 여성이 연출을 하는 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남성이 연출을 하는 건 과연 쉬울까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건 어려운 입니다. 제가 이 일을 하면서 손톱만한 성공과 주먹만한 실패를 반복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하고 있는 건 어마어마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두식: 예전에는 법조계가 거칠고 험하니 여성이 일하기에 힘들고 어렵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 사법고시에서 여성 합격자의 비중이 증가하고, 사법 연수원에서 1등에서 10등까지 여성이 차지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사법고시는 대한민국에서 흔치 않게 전 과정이 블라인드 채점되는 시험입니다. 시험 과정에서 남성인지 여성인지 구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성이 사법고시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은 순간 여성 합격자의 비중이 높아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시험이든 주관이 개입되면 여성이 확 밀리게 됩니다. 이제 사법고시에서 로스쿨로 제도가 바뀌었습니다. 물론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하지만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다시 얼굴을 보는 시스템이 되면서, 법조계는 여성이 취업하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어떤 직업이던 간에 남성과 여성을 차별하지 않는 공정한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서로의 연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기를

사회자: 오늘은 외모, 성별, 신체적 조건이 복합적으로 이야기 되었습니다. 당연합니다. 특히 여성은 남성에 비해 나이나 외모로 차별 받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얼핏 보면 외모와 인권은 별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인권위가 생긴 이후에 다양한 진정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차별은 무수히 많습니다. 임순례 감독님은 인권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소재를 찾을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차별이 너무 많기 때문에 아무거나 골라서 영화를 찍으면 된다는 겁니다. 그래도 오늘 한 시간 웃고 떠드니 즐거우셨지요?

변영주: 올해 1월 1일에 이렇게 썼습니다. 올해에는 자기연민에 빠지지 말고, 목표를 추상적으로 잡지 말고, 정답을 쉽게 내지 말자고.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자기연민에 빠지지 말자’입니다. 내가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옆 사람과 손을 잡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불행은 경진대회가 아닙니다. 서로 손을 잡지 않는 한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오늘 이 자리가 옆 사람과 손을 잡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김두식: 강연을 마치고 돌아가다 보면 “이렇게 한 시간 떠든다고 누구에게 무슨 도움이 되나?”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여기 오신 분들을 보면 다들 자신이 속한 세상과 잘 섞이지 못하는 분들 같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교수 회의에 들어가면 학생은 전부 SKY에서 뽑아야 되네, 이런 이야기만 듣습니다. 답답하지만 그 자리에선 말도 못합니다. 그래도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끼리 가끔 모여서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 내 옆에 앉은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나랑 비슷한 사람이 있구나, 그런 연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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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영화제 #임순례 #그녀의 무게 #이애림 #육다골대녀 #변영주 #김두식
8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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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fxqlove74

2013.07.22

'외모'에 대한 개인적 성향과 기호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다만 외모로 인한 불합리적인 처우나 상황들이 만들어져서는 안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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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꼬

2013.05.30

취향이 권력화 되어선 안 된다는 말이 참 와닿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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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제이

2013.04.11

변감독님의 발언 중, 대기업 다니는 이들은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이고, 자신은 하고 싶은 일을 택했다는 말씀이 조금 납득이 안되네요. 대기업 직원 중에서도 그 안에서 자신의 꿈을 성취하고 있는 이들도 있고 보람도 느끼며 일할텐데, 마치 대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은 돈때문에 일하는 사람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처런 양분되는 것 같네요.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최근 의욕이 없고 성취욕구가 없다는 의견들이 많은데, 회사(대기업)= 돈벌이로 만드는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가 한 몫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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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민

어쩌다 보니 글을 쓰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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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주

1966년생이다. 1995년 [낮은 목소리]로 데뷔했다. 학창 시절 영화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극장이라는 장소에 매력이 컸다. 어두운 방 안에서 무언가 다른 삶을 경청한다는 것이 그녀에겐 또 다른 마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학교 끝나면 극장으로 가고 거기서 꿈을 키웠다. 하지만 대학 진학을 앞두고 아버지의 반대로 법학과를 들어갔지만 여전히 관심은 영화에 있었다. 그러다가 학교 졸업 후 중앙대학교 영연과 대학원 시험을 보다가 이은 씨를 알게 되었고, 장산곶매에 들어가 [파업전야] 촬영 직전까지 지금의 ‘보임’이라는 곳을 만들었다. 소수자를 향한 끊임없는 관찰과 탐구의 시선을 지닌 영화감독.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로 극장에서 개봉한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로 주목받으며 영화감독 활동을 시작했다. 「낮은 목소리」 3부작을 비롯해 「20세기를 기억하는 슬기롭고 지혜로운 방법」「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등의 다큐멘터리와 「화차」「발레교습소」「밀애」 등의 장편 극영화를 연출했다. 지은 책으로 『청춘의 발견』(공저) 『진보의 재탄생』(공저) 등이 있다. 1999년 [숨결] 제작, 영상원 강사로 활동, 야마가타 국제 다큐멘타리 영화제 오가와 신스케상 수상, 영화평론가협회 영평특별상 수상, 뉴욕 여성영화방송인협회‘세계여성영화25’에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