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큰롤의 불꽃을 다시 피우다 - 폴 아웃 보이, 제임스 블레이크, 마리서사
4년간 휴식기를 가졌던 밴드 폴 아웃 보이가 ‘로큰롤을 구하라’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며 드디어 돌아왔습니다. 이들이 들려주는 흥미로운 사운드는 그야말로 로큰롤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고 있네요. 수많은 나라에서 앨범 차트의 정상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준 폴 아웃 보이의 신보 을 소개해드립니다.
201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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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휴식기를 가졌던 밴드 폴 아웃 보이가 ‘로큰롤을 구하라’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며 드디어 돌아왔습니다. 이들이 들려주는 흥미로운 사운드는 그야말로 로큰롤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고 있네요. 수많은 나라에서 앨범 차트의 정상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준 폴 아웃 보이의 신보 을 소개해드립니다. 데뷔 앨범에서 보여준 가능성을 한층 발전시켜 돌아온 제임스 블레이크의 앨범과 3인조 밴드편성으로도 한결같이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마리서사의 앨범도 함께 만나보세요.
폴 아웃 보이(Fall out boy)
2009년에 발매된 베스트 컴필레이션 앨범 이 폴 아웃 보이(Fall Out Boy)의 마지막 이정표였다. 멈춤이 아닌 일시정지라고는 했지만, 리드 싱어 패트릭 스텀프(Patrick Stump)의 언급을 빌리자면 “2년도 아니고 6년도 아닌, 기한이 없는” 휴지기였으니 팬들 입장에서는 차라리 마음을 접고 지내는 것이 더 나아보였다. 한해를 건넌 2010년, 라는 앨범으로 패트릭 스텀프가 개인 활동을 개시했으며 베이시스트 피트 웬츠(Pete Wentz)도 밴드 블랙 카드(Black Cards)를 조직해 곧 솔로 커리어 대열로 합류했다.
해빙이 시작된 때는 올해 2월이었다. 길었던 공백에 싱글 「My songs know what you did in the dark (Light em up)」이 마침표를 찍은 것이었다. 리드 싱글과 함께 빠르게 퍼져나간 폴 아웃 보이의 복귀 소식은 곧 신보에 대한 관심으로 집중되었고 이슈로 떠오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섯 번째 정규 앨범이 팝 신의 무대로 등장했다.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어디 있을까. 햇수로는 무려 4년, 정확히는 3년 5개월 만에 성사된 재회였으니 말이다.
‘로큰롤을 구하라’는 「Save Rock And Roll」을 복귀작의 타이틀로 과감히 박아 넣었다. 그 이름이 굳세다 못해 거창해서 민망함이 느껴진다면 첫 곡부터 빨리 재생시켜보길 권한다. 로큰롤의 강렬한 사운드가 폭발하길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포문을 여는 「The phoenix」부터 단번에 귀를 압도한다. 현악 파트와 리듬 비트는 시작부터 완력을 과시하고 패트릭 스텀프의 보컬은 몰아치길 주저하지 않는다. 이어지는 「My songs know what you did in the dark (Light em up)」은 또 어떠한가. 리듬에서부터 온 에너지를 발산하는 곡의 한복판에선 로큰롤의 향연이 펼쳐진다. 「The phoenix」와 함께 놓쳐서는 안 될 음반의 베스트 싱글이다.
앨범 타이틀에 어울리는 로큰롤 사운드가 록 팬들의 소구력을 자극한다면 곳곳에서 보이는 다양한 시도는 듣는 재미를 선사한다. 초반의 킬링 트랙 대열을 잇는 「Alone together」에서의 합창 파트나 「The might fall (Feat. Big Sean)」에서 드러나는 힙합 터치, 「Miss missing you」에서 쓰인 뉴 웨이브 사운드가 그 예로, 작품에 다채로움을 부여하는 데 중점적인 역할을 했다. 물론 이러한 접근들이 폴 아웃 보이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새롭게 선보인 것만은 아니다. 이모 팝(Emo pop)을 내세웠던 초기 시절에서부터 아레나 록의 성격을 보이는 최근에 이르기까지 밴드는 뉴 웨이브나 힙합과 같은 여러 장르들과 계속 조우해왔었다. 신보에서 보이는 다각화된 관점들은 하고 싶은 음악을 한다는 예전의 기치에서 이어진 연장선이라 보는 것이 합당하다.
이를 위해 모인 조력자들의 라인업이 다시 한 번 구미를 당긴다. 여성 가수 폭시스(Foxes)가 「Just one yesterday」에서 게스트로 참여했고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의 주목을 받았던 래퍼 빅 션(Big Sean)이 「The might fall (Feat. Big Sean)」의 후반부를 장식했다. 여기에 코트니 러브(Courtney Love)와 엘튼 존(Elton John)이 각각 마지막 두 곡인 「Rat a tat (Feat. Courtney Love)」과 「Save rock and roll (Feat. Elton John)」에 참여하며 대미를 장식했으니 작품은 그야말로 다양한 음악과 다양한 목소리의 결정체인 셈이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예전만큼의 흡인력을 보여주지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폴 아웃 보이의 음악이 가진 가장 큰 힘은 탄탄한 사운드가 받치는 멜로디컬한 진행에 있다. 이는 펑크와 하드코어의 기질이 보였던 초기 시절에도 유효했고 변화된 스타일이 나타난 와 의 후반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에서는 이러한 특유의 견인력이 반감된 형상이다. 멜로디 라인에서의 빈 공간을 메우기 위해 리듬 구성에 과도한 힘이 실려 있으며, 재미를 자아냈던 다양한 시도 또한 한편으로 이러한 결손을 막기 위해 조성된 방편처럼도 보인다. 콘셉트의 차별화라 한다면 별 수 없겠다만 지난 음악과 비교했을 때 어딘가 허전함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단점이 드러난다 해도 쉬이 보이지 않는다. 강렬한 로큰롤 넘버가 주요한 위치에서 존재감을 발산하며 귀를 잡아끌만한 흥미로운 사운드가 곳곳에서 듣는 사람들을 기다린다. 음반 자체로 보면 은 재미있는 앨범이다. 돌이켜보면 신보는 21세기를 수놓은 강자가 간만에 내지른 컴백의 외침이 아니던가. 그 점만으로도 이미 작품은 아쉬운 점을 뒤덮고 남는다. 복귀에 부응이라도 하듯 앨범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본토 미국을 포함한 27개국에서 앨범 차트 정상에 올랐고 영국과 아일랜드를 포함한 나라들에서도 2위를 기록했으니, 이슈의 성격이 보인다 해도 실로 기록이 대단하다.
로큰롤과 함께 밴드가 돌아왔다. 그리고 전 세계가 돌아온 밴드에게 손을 흔든다. 재점화의 화려한 불꽃과 함께 폴 아웃 보이는 로큰롤을 구해내는 데 성공했다. 실로 앨범 이름이 아깝지 않은 귀환이었다.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
연관 음악이나 장르로 일렉트로니카와 덥스텝이 함께 등장하기는 하나, 영국 출신의 아티스트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의 음악을 이 두 단어만으로 재단하기에는 어딘가 모자라 보인다. 2010년에 발매되었던 셀프타이틀 데뷔 앨범 를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이 의구심에 어느 정도 동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리듬 파트라는 이름으로 곡들의 기저에 깔려있는 일렉트로닉 노트들은 예상할 수 없는 박자로 듣는 사람들의 균형감을 단숨에 무너뜨렸고 팔세토(falsetto: 가성)의 수면에서 끊임없이 부침을 반복하는 보컬은 귀를 혼란스럽게 흔들어 놓았으니 말이다.
혼란스럽게 만드는 요소는 하나 더 있다. 파편화된 리듬 위에서 은근하게 그루브를 타는 제임스 블레이크의 방식에는 R&B 소울의 자취가 담겨있다. 전작에서 특히 귀를 잡아끌었던 「Unluck」이나 「I never learnt to share」가 바로 적확한 예. 희미하나 맥이 살아있는 리듬 운영, 고음으로 향해가며 선을 끌어올리는 감정 처리는 아티스트가 받았을 영향의 위치를 충분히 제시한다. 문제는 배경에 배치된 일렉트로닉 음향이 무질서에 가까운 반면, 보컬에는 리듬감이 내재되어있다는 것이다. 상반되는 색채가 동시에 배치된 형상이랄까. 음악이 더욱 어지러워지고 정의내리기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허나 제임스 블레이크의 음악이 가진 매력의 결정체는 바로 이러한 모호함에 있다. 더 나아가, 으로 명명된 신보에는 한층 더 농도가 짙어진 모호함이 서려있다. 무엇보다도 리듬 파트에 대다수 집중되었던 전자 음향을 사운드 전체의 범위로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변화의 결과가 보인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Overgrown」나 브라이언 이노(Brian Eno)가 작곡에 참여한 「Digital lion」, 리드 싱글로 공개되었던 「Retrograde」를 들어보자. 데뷔 앨범에서는 자주 드러나지 않았던 뒤틀린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이번 작품에서는 분위기 전반을 지배하는 형상으로 트랙의 위로 올라 있다.
귓가에서 조성되는 공간감과 이를 가득 채운 몽환적인 기류는 앞서 언급한 음향의 구성이 자아낸 결과물이다. 앨범 전반에서도 물론 제임스 블레이크만의 공감각적 이미지가 잘 드러나 있지만, 특히나 돋보이는 지점은 우탱 클랜(Wu-Tang Clan)의 르자(RZA)가 랩을 더한 「Take a fall for me」다. 곡에 사용된 루핑 기법은 힙합 음악의 요소를 부여하나 스스로 보컬 파트와 사운드를 중첩시키며 자신의 색깔을 결코 잃지 않고 있다. 중심축에 배치된 르자의 래핑이 도리어 트랙의 분위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니 이번 앨범에서 보이고자 하는 아티스트의 의도는 분명해진다.
시작하며 언급했던 전자음악이라 명명하면서도 쉽사리 전자음악이라 부를 수 없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자리한다. 독일의 현대음악 작곡가 칼하인츠 슈톡하우젠(Karlheinz Stockhausen)이 제시한 전자음악의 네 표준 ‘통일된 시간의 조직화, 음향의 분열, 다층 공간적 작곡, 음향과 소음간의 균형 유지’에서 제임스 블레이크는 교집합만을 남긴 채 기준점과의 합일에서 교묘히 회피했다. 노래에는 분명 분열된 음향과 이를 이용한 공간감 있는 사운드스케이프가 존재한다. 그러나 시간의 통일성과 음향과 소음간의 균형 유지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글쎄. 그 결과물이 어딘가 애매하다.
그 점에 있어 제임스 블레이크의 신보는 흥미롭다. 멜로디나 비트와 같은 개개의 피사체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하나의 큰 그림을 그리며 각 트랙을 완성시켰다. 특유의 이미지를 펼쳐내기 위해 통상의 규칙을 와해시킨 결과라 볼 수 있다. 은 리듬을 캐치하는 행위를 쉽게 허락하지 않고 멜로디를 따라가 흥얼거리는 행위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아티스트가 풀어내고자 하는 세계관은, 그리고 듣는 사람들이 향하는 시선은 미시의 단위가 아닌 거시의 상(像)에 닿아 있다. 의구심을 품게 한 음악의 모호함이 오히려 최고의 무기로 활용된 셈이다.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 아티스트와 음악 신 모두에게 있어 지표의 역할을 할 앨범이라는 사실이다. 사운드를 넓게 활용하며 작품을 풍성하게 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고, 불규칙한 조각들을 유기적으로 직조했다는 완성도의 측면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데뷔 음반 가 뮤지션으로서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면 이번 작품은 가능성이 어떤 방식으로 발전했는지에 대한 대답을 보여준다. 그 대답은 팝 신을 만족시키기에 이미 충분해 보인다.
마리서사(Mary敍事)
처음 이들의 노래와 만났을 때를 기억한다. 직관적인 멜로디를 장착한 미드 템포의 록 넘버 「너 없인 행복할 수 없잖아」는 무심코 가던 이들의 발걸음도 멈칫하게 할 만한 힘이 있는 곡이었다. 곡도 곡이었지만,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곡에 과거 록발라드가 득세하던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의 분위기가 함께 녹아있다는 것이었다. 2007년의 이야기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다. 성장통을 겪고 더욱 단단해졌지만, 이들의 음악은 (당시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그와 비슷한 향취를 머금고 있다. 기타와 함께 보컬을 맡고 있는 박건준의 목소리는 하늘을 찌르는 고음으로 유명하던 「You」의 주인공 김상민, 그리고 시나위와 솔로 활동으로 국민 로커 이미지를 얻은 김종서 등 ‘가창력’으로 연계되는 선배 가수들의 일면을 상기시키기까지 한다. 탁 트인 고음과 함께 어느 정도의 두께까지 함께 가진 밴드의 목소리는 마리서사가 가지는 분명한 개성이다.
첫 곡 「작은 기적」부터 성장의 면모가 보여 반갑다. 달라진 보컬의 운용과 악기의 짜임새 있는 연주 등, 능력 그 자체보다는 가능성을 더욱 보이던 1집 시절과는 달리 속이 가득 찬 모양새다. 연타하는 드럼과 미세하게 떨리는 보컬이 매력적인 「It's you」는 앨범에서 가장 밝으면서도 격정적인 톤을 유지하는 곡으로, 타이틀 선정에 이견이 없었을 곡이다.
4번 트랙 「It's you」까지 격정이라는 키워드가 앨범 전반부를 훑고 나면, 5번 트랙 「사랑해 널」부터는 부드러운 록 발라드의 향연이 이어진다. 이 중에서는 「연한 기억」의 점층적인 감정 고조의 분위기와 「레몬」의 멜로디 감각이 특히 매력적이다. 강한 면모와 동시에 보여주는 유한 면모는 어떤 음악이든 할 수 있다는 밴드의 자신감이다.
3인조 밴드이지만 빈틈은 없다. 오히려 여타 밴드들이 그 이상의 편성으로도 만들지 못했던 높은 완성도를 들려주니 어찌 주목하지 않을 수가 있으랴. 여기, 밴드 음악이라는 문법을 통해 사랑의 격정과 슬픔을 노래하는 이들이 있다. 이름은 Mary敍事, 올해 당신의 플레이리스트를 업데이트할 새롭고도 오래된 밴드의 이름이다.
폴 아웃 보이(Fall out boy)
2009년에 발매된 베스트 컴필레이션 앨범
해빙이 시작된 때는 올해 2월이었다. 길었던 공백에 싱글 「My songs know what you did in the dark (Light em up)」이 마침표를 찍은 것이었다. 리드 싱글과 함께 빠르게 퍼져나간 폴 아웃 보이의 복귀 소식은 곧 신보에 대한 관심으로 집중되었고 이슈로 떠오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섯 번째 정규 앨범이 팝 신의 무대로 등장했다.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어디 있을까. 햇수로는 무려 4년, 정확히는 3년 5개월 만에 성사된 재회였으니 말이다.
앨범 타이틀에 어울리는 로큰롤 사운드가 록 팬들의 소구력을 자극한다면 곳곳에서 보이는 다양한 시도는 듣는 재미를 선사한다. 초반의 킬링 트랙 대열을 잇는 「Alone together」에서의 합창 파트나 「The might fall (Feat. Big Sean)」에서 드러나는 힙합 터치, 「Miss missing you」에서 쓰인 뉴 웨이브 사운드가 그 예로, 작품에 다채로움을 부여하는 데 중점적인 역할을 했다. 물론 이러한 접근들이 폴 아웃 보이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새롭게 선보인 것만은 아니다. 이모 팝(Emo pop)을 내세웠던 초기 시절에서부터 아레나 록의 성격을 보이는 최근에 이르기까지 밴드는 뉴 웨이브나 힙합과 같은 여러 장르들과 계속 조우해왔었다. 신보에서 보이는 다각화된 관점들은 하고 싶은 음악을 한다는 예전의 기치에서 이어진 연장선이라 보는 것이 합당하다.
이를 위해 모인 조력자들의 라인업이 다시 한 번 구미를 당긴다. 여성 가수 폭시스(Foxes)가 「Just one yesterday」에서 게스트로 참여했고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의 주목을 받았던 래퍼 빅 션(Big Sean)이 「The might fall (Feat. Big Sean)」의 후반부를 장식했다. 여기에 코트니 러브(Courtney Love)와 엘튼 존(Elton John)이 각각 마지막 두 곡인 「Rat a tat (Feat. Courtney Love)」과 「Save rock and roll (Feat. Elton John)」에 참여하며 대미를 장식했으니 작품은 그야말로 다양한 음악과 다양한 목소리의 결정체인 셈이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예전만큼의 흡인력을 보여주지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폴 아웃 보이의 음악이 가진 가장 큰 힘은 탄탄한 사운드가 받치는 멜로디컬한 진행에 있다. 이는 펑크와 하드코어의 기질이 보였던 초기 시절에도 유효했고 변화된 스타일이 나타난
그러나 단점이 드러난다 해도 쉬이 보이지 않는다. 강렬한 로큰롤 넘버가 주요한 위치에서 존재감을 발산하며 귀를 잡아끌만한 흥미로운 사운드가 곳곳에서 듣는 사람들을 기다린다. 음반 자체로 보면
로큰롤과 함께 밴드가 돌아왔다. 그리고 전 세계가 돌아온 밴드에게 손을 흔든다. 재점화의 화려한 불꽃과 함께 폴 아웃 보이는 로큰롤을 구해내는 데 성공했다. 실로 앨범 이름이 아깝지 않은 귀환이었다.
글/ 이수호(howard19@naver.com)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
연관 음악이나 장르로 일렉트로니카와 덥스텝이 함께 등장하기는 하나, 영국 출신의 아티스트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의 음악을 이 두 단어만으로 재단하기에는 어딘가 모자라 보인다. 2010년에 발매되었던 셀프타이틀 데뷔 앨범
혼란스럽게 만드는 요소는 하나 더 있다. 파편화된 리듬 위에서 은근하게 그루브를 타는 제임스 블레이크의 방식에는 R&B 소울의 자취가 담겨있다. 전작에서 특히 귀를 잡아끌었던 「Unluck」이나 「I never learnt to share」가 바로 적확한 예. 희미하나 맥이 살아있는 리듬 운영, 고음으로 향해가며 선을 끌어올리는 감정 처리는 아티스트가 받았을 영향의 위치를 충분히 제시한다. 문제는 배경에 배치된 일렉트로닉 음향이 무질서에 가까운 반면, 보컬에는 리듬감이 내재되어있다는 것이다. 상반되는 색채가 동시에 배치된 형상이랄까. 음악이 더욱 어지러워지고 정의내리기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귓가에서 조성되는 공간감과 이를 가득 채운 몽환적인 기류는 앞서 언급한 음향의 구성이 자아낸 결과물이다. 앨범 전반에서도 물론 제임스 블레이크만의 공감각적 이미지가 잘 드러나 있지만, 특히나 돋보이는 지점은 우탱 클랜(Wu-Tang Clan)의 르자(RZA)가 랩을 더한 「Take a fall for me」다. 곡에 사용된 루핑 기법은 힙합 음악의 요소를 부여하나 스스로 보컬 파트와 사운드를 중첩시키며 자신의 색깔을 결코 잃지 않고 있다. 중심축에 배치된 르자의 래핑이 도리어 트랙의 분위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니 이번 앨범에서 보이고자 하는 아티스트의 의도는 분명해진다.
시작하며 언급했던 전자음악이라 명명하면서도 쉽사리 전자음악이라 부를 수 없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자리한다. 독일의 현대음악 작곡가 칼하인츠 슈톡하우젠(Karlheinz Stockhausen)이 제시한 전자음악의 네 표준 ‘통일된 시간의 조직화, 음향의 분열, 다층 공간적 작곡, 음향과 소음간의 균형 유지’에서 제임스 블레이크는 교집합만을 남긴 채 기준점과의 합일에서 교묘히 회피했다. 노래에는 분명 분열된 음향과 이를 이용한 공간감 있는 사운드스케이프가 존재한다. 그러나 시간의 통일성과 음향과 소음간의 균형 유지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글쎄. 그 결과물이 어딘가 애매하다.
그 점에 있어 제임스 블레이크의 신보는 흥미롭다. 멜로디나 비트와 같은 개개의 피사체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하나의 큰 그림을 그리며 각 트랙을 완성시켰다. 특유의 이미지를 펼쳐내기 위해 통상의 규칙을 와해시킨 결과라 볼 수 있다.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글/ 이수호(howard19@naver.com)
마리서사(Mary敍事)
처음 이들의 노래와 만났을 때를 기억한다. 직관적인 멜로디를 장착한 미드 템포의 록 넘버 「너 없인 행복할 수 없잖아」는 무심코 가던 이들의 발걸음도 멈칫하게 할 만한 힘이 있는 곡이었다. 곡도 곡이었지만,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곡에 과거 록발라드가 득세하던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의 분위기가 함께 녹아있다는 것이었다. 2007년의 이야기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다. 성장통을 겪고 더욱 단단해졌지만, 이들의 음악은 (당시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그와 비슷한 향취를 머금고 있다. 기타와 함께 보컬을 맡고 있는 박건준의 목소리는 하늘을 찌르는 고음으로 유명하던 「You」의 주인공 김상민, 그리고 시나위와 솔로 활동으로 국민 로커 이미지를 얻은 김종서 등 ‘가창력’으로 연계되는 선배 가수들의 일면을 상기시키기까지 한다. 탁 트인 고음과 함께 어느 정도의 두께까지 함께 가진 밴드의 목소리는 마리서사가 가지는 분명한 개성이다.
4번 트랙 「It's you」까지 격정이라는 키워드가 앨범 전반부를 훑고 나면, 5번 트랙 「사랑해 널」부터는 부드러운 록 발라드의 향연이 이어진다. 이 중에서는 「연한 기억」의 점층적인 감정 고조의 분위기와 「레몬」의 멜로디 감각이 특히 매력적이다. 강한 면모와 동시에 보여주는 유한 면모는 어떤 음악이든 할 수 있다는 밴드의 자신감이다.
3인조 밴드이지만 빈틈은 없다. 오히려 여타 밴드들이 그 이상의 편성으로도 만들지 못했던 높은 완성도를 들려주니 어찌 주목하지 않을 수가 있으랴. 여기, 밴드 음악이라는 문법을 통해 사랑의 격정과 슬픔을 노래하는 이들이 있다. 이름은 Mary敍事, 올해 당신의 플레이리스트를 업데이트할 새롭고도 오래된 밴드의 이름이다.
글/ 여인협(lunariani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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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미미의괴담
2013.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