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한 사운드의 생명력 - 프라이멀 스크림, 넬, 올리 머스
프라이멀 스크림의 음악이 포괄하는 영역은 폭넓습니다. 록에 일렉트로니카를 결합시키며 데뷔 이후 계속해서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죠. 카멜레온 같은 밴드 프라이멀 스크림의 신보, 를 소개해드립니다. “Gravity 3부작”의 두 번째 앨범으로 돌아온 넬과 2009년 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후 성공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올리 머스의 새 앨범도 함께 만나보세요.
글ㆍ사진 이즘
2013.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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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멀 스크림(Primal Scream)

신보가 나온 김에 돌이켜보자. 뭐랄까. 변화무쌍이라는 단어만큼 이들의 디스코그래피를 적확히 설명하는 수식어는 없어 보인다. 밴드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해준 모멘트는 일렉트로니카와 덥 스텝으로의 접근을 드러냈던 와 같은 앨범들이었지만, 애시드 하우스로 낳은 1991년 사이키델리아 명작 가 전제되지 않았다면 결코 만들어질 수 없는 작품들이었다. 여기에 「Gentle Tuesday」로 대표되는 버즈 식의 징글쟁글 사운드가 초창기를, 신나는 댄스 록과 블루스의 느낌도 언뜻 보이는 하드 록 사운드가 이력의 남은 빈자리를 메웠으니 그룹이 훑어온 스펙트럼의 범위가 실로 넓다.

간만에 드러낸 원초적인 로큰롤과 기존의 전자 음악을 조우시켰던 5년 전의 는 프라이멀 스크림의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어떻게 보면 모호한 음반이었다. 재기와 대중성을 모두 놓치지 않았다는 결과론 상으로는 의미가 있었지만 실험적인 트랙들과 팝적인 트랙들이 작품에 모두 용해되지 않은, 분화된 상태였기에 모험으로 획을 그어왔던 밴드 컬러와는 성격이 다소 달랐다. 신보가 반가운 이유는 변화와 혼합이라는 이전의 스탠스가 복귀했다는 점에 있다. 단번에 내리치는 록 사운드도, 공감각으로 재무장한 사이키델릭 사운드도 이번에는 적절하게 배합되어있다. 변증법의 중간 단계에 전작이 있다면 는 확실한 합의점 위에 위치한다.


Primal Scream [출처: 위키피디아]
두터운 층위의 전자음들이 예의 몽환감을 불러일으키는 인트로 「2013」은 과거로의 회귀를 분명히 알리는 지표다. 그러나 동시에 전작에서의 댄서블한 록 리듬에 기반을 두고 있어, 새로운 접점을 형성할 앨범의 정의를 공표하는 1번 포문이기도 하다. 첫 곡의 교차로를 지나면서 형태를 갖추는 작품의 성향은 세 번째와 네 번째 차례에 이르러 매력적인 곡들을 탄생시킨다. 강렬한 비트 위로 사운드가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Culturecide」와 널찍한 공간감에 속도감을 부여한 「Hit void」가 바로 그것으로, 앨범의 특성을 대변하는 대표곡이라 언급해도 손색이 없다.

이어지는 트랙에 추천 표시를 붙이자면, 블루스의 형식에 실험성을 부여한 「Elimination blues」와 급격한 전개로 허를 찌르는 「Relativity」가 되겠지만 그 외의 곡들도 사실 좋다. 전곡이 일정 수준 이상에 올라있다. 그러면서도 「Invisible city」는 단연 음반의 베스트 트랙으로 꼽을 만하다. 브라스 세션의 도입을 포함해 사운드의 측면에서 다양한 시도로 접근한 노래는 틀을 주조하는 빠른 템포의 로큰롤과 조화를 보여주며 구성 방식을 통해 훌륭한 배합율의 패러다임을 제시해 곡의 가치를 배가시킨다.

그렇기에 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조타수 바비 길레스피(Bobby Gillespie)의 재능은 여전히 밝은 빛을 뿜어내고 여러 방향으로 갈라진 각양의 방법론들은 이번에도 남다른 결과물을 낳았다. 왜곡과 변형, 마찰과 충돌을 끊임없이 일으키는 이전의 사이키델릭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물론이거니와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보여주었던 날선 기타 리프와 굵직한 베이스 라인이 만드는 직선적인 스타일도 역시 살아있다. 더불어 후반부를 장식하는 「It's alright, it's ok」가 가스펠 풍의 코러스로 의 「Movin' on up」을 연상시키니 옛 사운드를 함께 그리던 팬의 입장에서는 더욱 반갑게 다가온다.

어려운 음악임에는 틀림없다. 다가가기에도 적잖은 힘을 필요로 하며, 명예로운 지위에 여러 차례 오른 프라이멀 스크림의 이름이 걸려있다 하더라도 구매력이 상승할 공산은 낮다. 낯설다는 말이 거리감을 늘이고 난해하다는 평이 거리감을 한 번 더 늘이기에 대중과의 타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밴드가 심은 라는 사이키델리아 꽃은 이 지점보다 조금 일찍 이파리를 열었다. 시선이 머물기에 어렵다는 말로는 도외시의 당위를 합리화할 수는 없다. 우려는 하지 않는다. 익숙한 패턴에 물든 팝 시장 속에서 프라이멀 스크림의 생명력은 진작부터 충분히 강했다.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넬(Nell)

3부작이라고 해서 독특하게 생각할 이유는 없다. 넬이 이질적인 자기 변신을 거듭하던 밴드가 아니었던 만큼 굳이 트릴로지라는 이름으로 유기성을 강조하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옴니버스 형식의 기획이란 말에는 아무래도 눈이 가게 마련인데 그 때문인지 내러티브를 일관적으로 짜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앨범을 관통하는 맥이 보인다. 시리즈의 첫 번째였던 에서는 중력이라는 소재만 어렴풋이 제시하는 수준에서 그쳤다면 이번에는 보도 자료에서부터 모든 곡들의 화자와 상황을 설명한다. 그리고 이 모든 여섯 곡의 ‘나’는 앨범 이름처럼 탈출이라는 구체적 목표를 지향한다.

가사는 독백이라기 보단 대화에 가깝다. 명시적이든 암시적이든 ‘너’라는 구체적 지칭대상을 가지며 곡의 주인공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한다. 원래부터 넬의 노래는 자의식이 강한 편이었지만 이번에는 소설을 읽는 듯 구체적인 성격과 행동까지 짐작 가능할 정도이다. 곡 구성도 이런 경향을 그대로 따라간다. 이렇게 모든 곡들을 연결시켜 놓으니 유치해보일지는 몰라도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도 생기고 무엇보다 작정하고 만든 티가 난다.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는 성공적이었으나 그 내용들은 사실상 이전과 다를 것이 없다. 신스 사운드와 밴드 연주로 경계를 만들어 도입부와 후렴구를 매끈하게 재단한 「Ocean of light」도, 콜드플레이(Coldplay) 혹은 시규어로스(Sigur Ros)처럼 코러스나 악기로 층을 쌓아올린 뒤 폭발시키는 「Burn」과 「Haven」도, 마지막 여운까지 잊지 않는 「Walk out」까지도 인상적이지만 모두 넬의 이력들 속에서 어떻게든 대체 가능한 모습들이다.

넬은 이전보다 조금씩 달라져 왔으나 여전히 분위기가 생명인 밴드다. 이는 주로 멜로디나 가사에 의존하는 면이 있었으나 에서부터는 이 감정선을 고요하게 퍼트리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감응하는지 알고 있다.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도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을 것이다.

그럴수록 넬은 자신들의 상투성에 몸을 기댈 수밖에 없다. 분노와 슬픔을 통해 구축된 넬의 영역은 언제나 안정적인 수준의 성취를 이루어내지만 수없이 변형과 재생산을 반복한 탓에 어떤 시도를 해도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넬의 장점이자 한계다. 지금까지의 토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그 곳에서 발산하는 중력은 분명 이들의 어딘가를 붙잡고 있다.

글/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올리 머스(Olly Murs)

때로는 1등보다 2등이 더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 2009년 영국 오디션 프로그램 의 여섯 번째 시즌 우승을 차지한 조 맥엘더리에 밀려 준우승을 차지한 올리 머스가 바로 그런 경우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 영국 싱글 차트 1위를 출신 우승자가 차지하는 전통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주도한, 급진 좌파 밴드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UK 차트 1위 운동으로 타격을 입은 우승자 조 맥엘더리는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행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반면 비난에서 자유로웠던 올리 머스는 네 곡의 UK 차트 1위 싱글, 앨범 차트 1위를 보유하고 미국 시장까지 넘보는 성공적인 팝스타의 길을 걷고 있다.

그의 세 번째 정규 앨범 은 지금까지의 성공적인 행보를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높은 성취를 이뤄내기 위한 도약이다. 앨범은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라는 틀을 깨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갈수록 진화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올리 머스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다. 그에게 성공을 안겨주었던 팝적 요소와,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을 꿈꾸는 아티스트적 요소가 절충된 결과물이다.

제임스 블런트, 레오나 루이스, 원 디렉션 등과 작업한 스티브 롭슨, 브리트니 스피어스부터 휘트니 휴스턴까지 함께한 클로드 켈리 등의 호화 팝 프로듀서들이 참여한 앨범은 전작들에 비해 펑키(Funky)해지고 쿨한 사운드를 주축으로 대중들에게 만족을 안겨준다. 마룬 파이브의 「Misery」가 떠오르는 「Troublemaker」, 그에 못지않게 펑키한 「Hey you beautiful」 등이 인상적이다.

대중친화적 요소들과 더불어 올리 머스라는 브랜드를 확고히 하려는 노력들도 계속된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작곡에도 참여하였고, 여기에 실험적인 요소들까지 동원했다. 오케스트레이션을 통해 콜드플레이의 「Paradise」를 연상케 하는 「Loud & clear」와 음을 쌓아 나가는 구조로 감동을 극대화한 「Hand on heart」를 예로 들 수 있다.

대중들의 사랑을 확보하며 아티스트 자신의 길까지도 모색하는 올리 머스는 영민한 스타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2등을 차지했다는 사실이 지워지지는 않겠지만, 짧디 짧은 TV 프로그램의 우승은 단편적인 모습일 뿐 치열한 팝 시장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자신의 사례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앨범 타이틀처럼 ‘Right Album’이다.

글/ 김도헌(foerver3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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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멀 스크림 #넬 #올리 머스 #엑스 팩터
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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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sslqkqn

2013.07.15

전혀 스타일이 다른데, 세 밴드를 묶는 헤드라인이 자꾸 신경쓰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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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iokjh

2013.06.25

넬 ...!! ^___^ 저에게 넬 이미지는 독백이 더 가까운데 이번 앨범은 대화라니, 기대됩니다! 왠지 앨범 사고싶네요~ 노래하나하나 음미해야할 것 같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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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