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여행 파트너 ‘엄마’를 소개합니다
때로는 드라마처럼, 때로는 시트콤처럼 당신의 눈물 콧물을 쏙 빼놓겠다는 의지를 담아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이 글은 슬픈 이야기가 아닙니다. ‘놀 줄 아는’ 반전 있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부추기는 아들이 등장하는 유쾌한 여행기입니다. 저희 여행에 동참하실 분들은 세계지도를 준비하셔도 좋습니다. 웃다가 흐른 눈물을 훔칠 손수건을 준비하셔도 좋습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3.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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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을 사이에 두고 아주 소중한 사람 둘을 잃었습니다. 제게는 아버지, 외할머니였지만 엄마에게는 남편, 어머니였지요. 저 역시 슬픔에 휘청 다리가 풀릴 판이었는데 엄마는 오죽했을까요. 강단 있던 엄마가 가끔씩 눈물을 보였습니다. 그 눈물이 너무 뜨거워 제 가슴이 다 타버렸습니다.

그런 서로를 위한 ‘힐링캠프’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 30년 동안 가족만을 살피며 작은 가게를 운영하던 엄마의 인생 2막을 위한 ‘환갑 선물’이라고 해야 할까요. 엄마와 함께 배낭 하나씩 짊어지고 세계여행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 여정에서 엄마가 매일 세 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세 번 아무 걱정 없이 신나게 웃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세계여행 파트너로 엄마를 초청했다고 하니 혹자는 무모하다 했고, 혹자는 대단하다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언젠가 한 번은 해야 할 당연한 선택이라 느꼈습니다. 해가 갈수록 엄마가 세계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 테니까요.

어느 정도 여행이 구체화된 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엄마가 운영하는 작은 가게를 정리하면서 30여 년간 자식을 위해 일했던 엄마의 은퇴 순간을 함께했습니다. 더없는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그날 밤, 누나와 함께 조촐하게나마 은퇴 파티를 준비한 뒤, 어설프게 만든 ‘세계여행 상품권’을 엄마에게 내밀었죠. 그때 환하게 웃던 엄마의 얼굴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그렇게 엄마와 저는 거침없이 세계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칭다오에서 시작해 런던으로 끝나는 장장 10개월간의 여정. 그동안 왜 소소한 말싸움이나 생각지도 않은 위험이 없었겠어요. 언제라도 엄마가 돌아가자, 하면 돌아갈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해냈습니다. 서른 살 저도 힘들었던 세계여행을 예순 살 아줌마가 소화해낸 것이지요. 엄마의 귀국 소감은 더 놀랍습니다.


“세계여행, 별거 아니네!”

세계 어디를 가도 똑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도대체 왜, 연인도, 친구도 아닌 엄마랑 여행을 하느냐고요. 글쎄요. 연인만큼, 친구만큼 소중한 엄마와 여행을 하면 안 될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이 여행의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였으니까요. 엄마가 아니었다면 이 여정은 시작조차 되지 않았을 테니까요.

이 여행을,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에 와서야 너무 그리워하게 될 시간을 선물해준 아버지께 드립니다. 한국에서 끝없는 지지와 사랑을 전해주고, 이 책을 멋지게 편집해준 누나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엄마와 제게 늘 큰 힘이 되어준 친지분들께 이 책이 보답이 되었으면 합니다. 여행을 떠난다 했을 때 자기 일처럼 기뻐하던 지인들, 제 블로그 <둘이 합쳐 계란 세 판, 세계여행을 떠나다>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 일면식도 없는 우리를 위해 댓글과 메일로 끊임없는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신 블로그 이웃님들께 이 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에 큰 숨을 불어넣어 세상에 퍼질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북로그컴퍼니 식구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때로는 드라마처럼, 때로는 시트콤처럼 당신의 눈물 콧물을 쏙 빼놓겠다는 의지를 담아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이 글은 슬픈 이야기가 아닙니다. ‘놀 줄 아는’ 반전 있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부추기는 아들이 등장하는 유쾌한 여행기입니다. 저희 여행에 동참하실 분들은 세계지도를 준비하셔도 좋습니다. 웃다가 흐른 눈물을 훔칠 손수건을 준비하셔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옆에 있는 엄마의 손을 꼬옥 붙잡으면 더욱 좋겠지요.

자, 그럼 준비 되셨나요? 시작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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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일단 가고봅시다! 태원준 저 | 북로그컴퍼니
어느 한 곳, 어느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여행 이야기로 채워진 『엄마, 일단 가고봅시다!』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중동의 이야기를 먼저 엮은 것으로, 여행 1막에 해당한다. 책 속에는 ‘정말? 과연? 실제로 그랬어?’ 싶은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여행 내내 엄마에게 재롱잔치라도 부리는 듯한 아들의 조금은 철이 없는, 하지만 훈훈한 속내가 가득해 읽는 이로 하여금 잔잔한 엄마미소를 짓게 만든다. 더불어 여행의 여운이 생생하게 담긴 사진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여행 2막인 모로코에서부터 런던까지의 이야기,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는 오는 10월 출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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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일단 가고봅시다! #태원준 #여행
5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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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우민

2013.07.28

저도 엄마와의 단둘이 여행을 마음 속으로 늘 계획하고 있는데 이 책 읽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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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르르

2013.07.25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인 이 책..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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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tcall

2013.07.24

엄마가 계속 됐다, 시간 없다, 바쁘다 핑계를 대셔서 저 역시 그 핑계로 계속 여행을 미루고 있네요. 굳이 거창한 여행이 아니라 간단한 식사만 해도 기쁘겠지만, 여행은 또다른 즐거움이죠.
엄마와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여행 계획을 한번 세워봐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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