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가수인생의 시작 - 대준
힙합 1세대 ‘데프콘’의 색보다 예능 기대주 ‘대준’의 색을 부각시킨 대준의 앨범, 함께 만나보세요.
글ㆍ사진 이즘
2013.09.04
작게
크게
대준

대준은 작년부터 지금까지 TV 예능 기대주로 발돋움을 계속해왔다. 그럼에도 그의 음악적 행보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분분하다. 의견의 격차 사이에는 그가 참여한 프로젝트 그룹 형돈이와 대준이가 있었다. 형돈이와 대준이가 코미디언과 가수가 결합한 일명 개가수의 전형으로 자리 잡은 만큼 그들의 음악은 희극적인 노림수를 담보로 하고 있었고 이는 사람들의 호불호를 명확히 갈랐다.

섣불리 형돈이와 대준이의 음악성이 부족하다고 치부할 수는 없다. 문제는 대준이라는 가수가 가진 아이덴티티에 있다. 그를 힙합 1세대 가수 데프콘으로 기억하는 팬들은 우스꽝스러운 역할로 분하여 대중의 웃음을 얻고자 하는 그의 모습에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대준 스스로도 여러 매체를 통하여 이에 대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이번 미니 앨범 역시 데프콘보다는 대준이에 더 가깝다. 음악의 많은 포인트가 쉬운 곳을 향한다. 예전보다 힘을 많이 뺀 가사가 눈에 띄고 현재 트렌드를 겨냥한 사운드가 귀에 들어온다. 일렉트로닉 뮤지션 프랙탈의 조력을 받아 일렉 사운드를 적극 수용한 「칵테일(Cocktail)」이나 유행어와 본인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 제목을 재구성해 가사를 만든 「살아있네(Alive)」등에서 전반적인 앨범의 성향을 읽을 수 있다.

시류에 편승하는 느낌이 듦에도 이 음반을 평가절하 할 수만은 없는 것은 대준의 음악에 대한 태도 때문이다. 이는 주로 가사를 통해 드러나는데 스스로의 변화에 대한 소회를 밝히면서도 애써 절절함을 청하지 않는다. 그의 행보를 지켜봐왔다면 고개를 끄덕일만한 이야기가 곡 곳곳에 숨어있다.

비록 이 모든 것이 궁색한 변명으로 들릴지라도 아티스트와 예능인을 오가면서 겪어온 그의 경험담은 분명 진정성을 발한다. 이전의 행보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 싶어 우려가 되면서도 곡들의 완급조절과 구성만큼은 준수하다. 그 감각이 있기에 다음에 대한 기대 역시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글/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대준 #데프콘 #노토리어스 걸
0의 댓글
Writer Avatar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