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 삶의 순정, 순정한 삶의 역동 -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헤밍웨이는 문학과 삶 사이에 드리워진 베일을 걷어 버렸다. 그것은 모든 작가들이 간절히 얻고자 하는 성취이다.” 제임스 조이스의 평대로 헤밍웨이의 작품들은 그의 모험으로 점철된 역동적인 삶과 매우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역동적인 자신의 삶을 제재로 헤밍웨이가 단편들 속에서 보여 주는 인물들의 용기와 만용, 욕망과 허무, 삶과 미래에 대한 덧없는 환상, 초월에의 의지와 삶에 대한 달관은 어떠한 수식이나 미사여구 없이도 감동적이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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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독서의 즐거움과 창작의 스릴을 동시에 맛보는 일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탠다면, 독자와 (원)작가를 연결하는 꽤 고급한 중매쟁이의 뿌듯함일 것이다. 하지만 독서가 늘 즐거움만 주는 것도 아니고, 창작의 스릴이란 게 자주 곤혹과 낭패를 불러오기도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잘못 중매를 섰다가는 호되게 뺨을 얻어맞아야 하는 것이 중매쟁이의 운명이란 걸 감안한다면, 번역은 차라리 벼랑에서의 외나무다리 건너기라고 해야 옳을지 모른다. 헤밍웨이를 번역하는 일은, 보통의 번역과는 조금 다른 이유로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일이었다. 그의 작품들이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다는 것, 이미 많은 번역서들이 출간되어 있다는 것, 비교적 쉬운 문체와 문장으로 쓰여져 있어 자칫 실수를 했다가는 된통 ‘실력’을 의심받게 될 거라는 것 등이 그런 이유일 터인데, 그래서였을까 분량이 적지 않기도 했지만, 번역하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어네스트 헤밍웨이 (Ernest Hemingway) [출처: 위키피디아]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작가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보통의 작가나 인간의 그것을 상회하는 역동적 삶을 산 사람이다. 그의 역동성은 때로는 무모함이나 비열함까지 끌어안는 놀라운 포용력을 지닌다. 그는 자신의 시대 거의 모든 전장에 군인과 기자와 작가로 참여했고, 당대의 주요 예술가들과 끈끈하게 교류했으며, 불륜으로 비칠 수도 있는 수많은 여인들과의 사랑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 순간을 스스로 결정함으로써, 자신의 삶이 지닌 역동성을 드라마틱하게 종결지었다. 단편 소설로는 다소 긴 편에 속하는 「노인과 바다」 와 저 유명한 「킬리만자로의 눈」, 그리고 『우리 시대In our time』 연작 등 이번 단편집에 옮겨진 32편의 단편들은, 헤밍웨이의 이러한 역동적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하지만 그의 단편소설들이 지니는 탁월한 가치는 오히려 역동성의 뒷면에 존재하는, 혹은 그것을 감싸 안는 그의 작가적ㆍ인간적 고뇌와 번민, 가슴 아픈 성찰, 순진성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는 태생적 인간미, 세계에 대한 연민 가득한 시선들에 있다. 대부분 오래전에 읽었던 헤밍웨이의 단편소설들을 우리말로 옮기며 내가 새삼스레 감탄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가령 「킬리만자로의 눈」 에서 보여 준 글쟁이 난봉꾼 해리의 욕망과 허무, 「프랜시스 매컴버의 짧았던 행복」 의 주인공이 보여 준 무모한 몰락, 「노인과 바다」 의 산티아고 노인이 지닌 놀라운 생명력에 깃든 초월에의 의지와 달관은 물론이고 「다리에서 만난 노인」 의 노인이 지닌 투명에 가까운 현실감이나 「청결하고 불빛 밝은 곳」 의 나이 든 바텐더가 슬쩍 보여 주는 여유로움, 「세상의 수도」 속 어린 소년의 순수한 열망과 어처구니없는 스러짐, 「미시간으로」 의 아름다운 아가씨 리즈가 지닌 순정, 「와이오밍 와인」 의 프랑스인 부부가 가진 애틋하고 후덕한 인정은, 내 가슴을 더없이 포근하고 따뜻하게 보듬어 주었다. 헤밍웨이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거친 물굽이와 황막한 야생의 들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낚시와 사냥의 스펙터클은, 그의 전기를 쓴 작가 제프리 메이어스의 표현처럼 ‘역경 속에서의 우아함’에 다름 아니다. 이는 많은 단편들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닉 애덤스’의 섬세한 마음의 갈피 하나하나에서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헤밍웨이의 소설들을 옮기며 내가 느꼈던 모든 것들-가슴 뛰는 열정과 온화함과 따뜻함, 쾌락에 대한 집요한 열광과 관조, 생존에 대한 집착과 극기, 용기와 절제, 쓰라림과 눈물 등이 이 단편집을 읽는 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기를 바란다. 끝으로, 각종 유럽어들(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독일어)을 주석 하나 달지 않고 사용한 헤밍웨이의 ‘고약한’ 작법에 무척이나 애를 먹었는데, 여기에 큰 도움을 준 허밝음양에게 감사를 전한다.


[관련 기사]

-도전이 두려운 마흔들의 멘토, 산티아고 - 『노인과 바다』
-문학사 ‘전설’로 남은 노인, 진짜는 누구인가? - <노인과 바다,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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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단편선-01 어니스트 헤밍웨이 어니스트 헤밍웨이 저/하창수 역 | 현대문학
이 책에 실린 32편의 단편들은 역동적인 삶으로 일관했던 헤밍웨이의 삶과 문학을 맛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헤밍웨이의 단편소설들은 단편소설이라는 장르 자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헤밍웨이의 작품들이 실제보다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본 평론가나 후배 작가들도 그의 단편소설에 대해서만큼은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이 책에 담긴 「노인과 바다」를 비롯해 그가 남긴 30여 편의 단편은 헤밍웨이란 작가를 이해하고 감상하는 데 있어서나 현대적인 단편소설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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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킬리만자로의 눈 #현대문학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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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JT

2014.01.29

제가 읽어본 헤밍웨이의 작품은 '노인과 바다'가 유일합니다. 그럼에도 헤밍웨이는 저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노인과 바다'의 줄거리는 매우 단순합니다. 사람끼리 지지고 볶는 일반적인 줄거리가 없다는 점 때문에 마음에 든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복잡하지 않기때문이죠.
'노인과 바다'에서 집중할 인물은 노인과 물고기입니다. 거기에 굳이 덧붙이자면 노인을 도와주는 아이 정도가 이 작품에서 집중해야 하는 인물들입니다. 줄거리를 단순하게 만드는 이유 중에는 중요한 인물이 적은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헤밍웨이가 그려낸 노인은 드문드문 부딪히고 파인 흔적이 있는 단단한 짱돌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힘이 있다는 것이지요. 헤밍웨이의 작품세계를 설명하는 부분을 읽어보고는 노인과 바다에서의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그 작품에만 국한되는 특징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작품들에서도 마찬가지의 인물들이 나온다는 것을 보고는 반드시 헤밍웨이의 다른 작품들도 보리라고 생각해오고 있었습니다.
여기 이 기사에 나와있는 킬리만자로의 눈이나 우리시대 등도 읽어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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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네스트 밀러 헤밍웨이

1899년 7월 21일 미국 일리노이 주 오크 파크(현재의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의사 아버지와 성악가 어머니 사이를 두었고, 여섯 남매 중 장남이었다. 평생을 낚시와 사냥, 투우 등에 집착했으며, 다방면에 걸쳐 맹렬한 행동을 추구하고, 행동의 세계를 통해 자아의 확대를 성취하려 했다. 그러한 인생관은 그의 작품 전체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고등학생 때 학교 주간지 편집을 맡아 직접 기사와 단편을 썼으며,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1917년 [캔자스시티 스타]의 수습기자로 일했다. 제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8년 적십자 야전병원 수송차 운전병으로 이탈리아 전선에서 복무하기도 했으며, 전선에 투입되었다가 다리에 중상을 입고 귀국했다. 휴전 후 캐나다 [토론토 스타]의 특파원이 되어 유럽 각지를 돌며 그리스-터키 전쟁을 보도하기도 했다. 1921년, 해외 특파원으로 건너간 파리에서 스콧 피츠제럴드, 에즈라 파운드 등 유명 작가들과 교유하는 등 근대주의적 작가들과 미술가들과 어울리며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23년 『세 편의 단편과 열 편의 시(詩)』를 시작으로 『우리들의 시대에』, 『봄의 분류(奔流)』,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발표했다.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삶을 그린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소설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그후 1920년대 ‘로스트 제너레이션(잃어버린 세대)’를 대표하는 ‘피츠제럴드’와 ‘포그너’와 함께 3대 작가로 성장하였다. 그의 첫 소설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를 1926년에 발표했는데, 헤밍웨이의 대다수 작품은 1920년대 중반부터 1950년대 중반 사이에 발표되었다. 전쟁 중 나누는 사랑 이야기를 다룬 전쟁문학의 걸작 『무기여 잘 있거라』(1929)는 그가 작가로서 명성을 얻는 데 공헌했으며, 1936년 『킬리만자로의 눈』,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1940)는 출판되자마자 수십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린다. 이후 10년 만에 소설 한 편을 발표하지만,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1952년 인간의 희망과 불굴의 정신을 풀어낸 『노인과 바다』를 발표하여 큰 찬사를 받았으며,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를 통해 “인간은 패배하지 않는다. 인간은 파괴될 수 있지만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고 우리에게 속삭인다. 그러나 이 해에 두 번의 비행기 사고를 당하는데, 말년에 사고의 후유증으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리고, 집필 활동도 막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행동의 규범에 철저한 만큼이나 죽음과 대결하는 삶의 성실성과 숭고함을 작품에 투영하려 노력해왔다. 1959년에는 아이다호 주로 거처를 옮겼고, 1961년 여름, 헤밍웨이는 신경쇠약과 우울증에 시달리다 1961년 케첨의 자택에서 엽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대표작으로는 1929년 『무기여 잘 있거라』, 1940년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1952년 『노인과 바다』 등이 있다. 그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이후 10여 년 넘게 긴 침체기를 겪었지만, 인생의 절망과 희망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신념을 잃지 않으면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