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때 교과서에서 황순원 선생의 『소나기』를 읽고 난 후, 폭식하듯이 도서관 책을 모조리 읽기 시작했습니다. 제 서재는 우주의 기운이 가득 담겨 있는, ‘보물창고 다락방’입니다. 모든 세계가 다 담겨 있으니까요. 요즘은 십자군 전쟁에 큰 관심이 있어서 그쪽 관련 도서를 집중적으로 읽고 있습니다. 별도로 여진, 거란, 몽고, 흉노 등에 대한 유목 민족사 쪽도 읽고 있죠.
최근 『인생이란 나를 믿고 가는 것이다』를 썼습니다. 세상은 자그마한 틈도 주지 않고 운명은 절대 피할 수 없습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내 편은 없습니다. 징징대지 말고 근거 없는 확신일지라도 나를 믿고 걸어가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도전만이 당신 인생이니까요.
명사의 추천
빙점
미우라 아야코 저/최호 역 | 홍신문화사
일본의 대중소설입니다. 어린 딸을 죽인 강도의 딸을 키운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바람을 피우기 위해 세 살 난 어린 딸을 밖으로 보낸 병원장 아내. 그러나 그 작은 일로 딸아이는 유괴되고 결국 죽습니다. 간통 현장을 본 남편은 분노하고 복수하기 위해, 그 살인범의 딸의 입양하여 아내에게 던져주지요. 딸이 여고생이 되어가면서 엄마는 딸을 숨어서 증오하고 아버지는 딸의 성적징후에 아버지와 남자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오빠는 이복동생을 사랑하며 괴로워합니다. 그리고 정작 이런 비밀을 모르고 살아왔던 주인공 요코는 결국 자살의 길을 택합니다.
스무 살이 되어서야 큰아버지 아래에서 양자로 자라온 사실을 알았던 나이기에 이 소설을 읽고 누구보다 요코에게 공감했습니다. 그리고 작가가 되기 전, 무엇을 쓸까 고민했을 때 문득 고등학교 때 읽었던 이 소설이 떠올라 내 이야기를 쓰자는 깨우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까치의 5계절』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내게는 그 어떤 멘토보다 더 큰 멘토가 『빙점』이었습니다.
시튼 동물기
어니스트 톰슨 시튼 저 | 논장
미국의 자연주의 문학가 시튼은 넓은 아메리카의 야생의 땅을 젊은 청소년기에 직접 경험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한 야생의 삶을 서정적인 감성과 문체로 그려냈습니다. 산업주의의 시작으로 야생의 동물들이 인간의 삶과 대치하고 멸종되어가는 과정에서 작가의 동물에 대한 애정은 각별합니다. 최초로 타잔과 함께 나를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자연주의 문학으로 이끈 시튼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문열의 삼국지
나관중 저/이문열 역 | 민음사
삼국지에는 세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첫째는 치세의 리더 조조의 삶, 처세의 리더 손권의 삶, 소통과 화합의 리더 울보 유비의 각기 다른 삶이 있습니다. 이 세 사람은 모든 상황에서 서로 다른 처신을 함으로써 독자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을 계속 돌아보고 들여다보게 됩니다. 나 역시 <삼국지>를 읽고 처음으로 내가 어떤 인간일까 궁금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둘째는 삼국지는 1명의 천재 제갈공명과 99명의 수재들이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천재를 만났을 때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남는가의 전략이 삼국지의 책략이고 전술이고 생존 전략입니다.
천재 제갈공명과 정면승부를 한 주유는 적벽대전에서 이기고도 요절하고 제갈공명의 죽음을 기다리며 정면승부를 피했던 사마의는 천하를 얻습니다. 근거 없는 확신이라도 결국 세상은 나를 믿고 가는 것입니다. 셋째는 천하 영웅들의 신의와 충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신의를 지킨 자는 죽어도 영웅이고 신의를 버린 자는 살아도 패자가 됩니다. 13억 인구의 마음의 고향이 촉나라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내 삶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한 평생의 지식
강신주,서동욱,우석훈,장대익,하지현 공저 | 민음사
이 책은 40명의 현대석학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인간의 탄생에서 노년까지 우리들의 삶이 속삭이는 놀라운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생명은 어디에서 왔는가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노동의 본질은 무엇이고, 돈은 어떻게 돌고 도는가를 질문하고 삶의 꽃은 놀이의 화분에서 피어난다고 부추기며 스토리텔링의 근원적 유혹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지금의 세상은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꿈은 묻지 않고 직업만 부추깁니다. 모두들 의사, 판사, 스타가 되고자 하지만 정작 무엇을 꿈꾸는 의사와 판사, 스타가 될 것인지는 모릅니다. 또 누구도 알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청소년들은 목적은 없고 직업만 있습니다. 그런 청소년들에게 꼭 일독을 권합니다.
야성의 부름
잭 런던 저/권택영 역 | 민음사
1897년 미국 골드러시를 배경으로 주인공 벅이라는 세퍼드가 문명세계에서 야생의 세계로 쫓겨나서 야성의 리드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입니다. 작가는 야생세계보다 더 비열하고 잔인한 문명세계의 야만을 동렬하게 비판하고 적자생존의 야생의 세계에서 이성과 합리성보다는 벅의 야성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승리한다는 이야기를 통해 문명보다 자연의 야성이 훨씬 위대함을 보여줍니다. 주인공 벅이 처음으로 사랑한 손턴을 향한 열정과 상실에서 오는 분노는 너무나 감동적이고, 10년간 알래스카에서 금을 캐러 다녔던 작가의 생생한 체험이 돋보이는 알래스카의 자연과 생활에 대한 묘사는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아무리 오랜 관습의 사슬로 묶어두어도 야성의 혈통은 기어이 깨어난다는 작가의 신념이 돋보입니다.
늑대 토템
감독:스티븐 스필버그 출연:리암 니슨, 벤 킹슬리 | 유니버셜
시튼의 『늑대왕 로보』가 1세대 자연주의 문학 늑대편이면 잭 런던의 『야성의 부름』은 2세대 자연주의 문학 늑대편이고, 그리고 늑대 이야기의 종결자라고 할 수 있는 3세대 자연주의 문학 늑대편이 바로 장룽의 『늑대 토템』입니다. 작가는 중국 문화대혁명 때 북경의 지식청년으로 내 몽골 올란 초원에 정신개조와 노동봉사를 하기 위해 하방되어서 7년간 초원 민족과 늑대를 관찰하게 됩니다. (하방(下放)이란, 중국에서 당원이나 공무원의 관료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이들을 일정한 기간 동안 농촌이나 공장에 보내서 노동에 종사하게 한 것) 그 후 북경에서 20년을 늑대에 관한 연구를 하고, 7년 동안 이 위대한 소설을 썼습니다.
작가는 늑대 보호연구를 위해 늑대새끼를 생포해서 키우지만 결국은 그 행위가 늑대에게는 전제주의적 탄압이고 고통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후회하고 통렬하게 반성합니다. 몸길이 180cm를 넘는 거대한 몽골늑대의 야성의 DNA는 독립과 자유와 존엄성을 갈망하고 있었습니다. 이 몽골늑대의 혼은 초원의 민족들에게 이어져 위대한 몽골제국을 만들었다는 작가의 자각은 아주 설득력이 있습니다. 인간과 자연의 교감과 순리적인 순환이 초원의 지배자며 관리자인 늑대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늙은 몽골노인의 지혜가 전해줍니다. 작가가 한족이어서 내용상 더욱 신뢰가 가는 소설입니다.
혹성탈출
프랭클린 J. 샤프너 | 20세기 폭스 |
우주여행 중 표류하던 우주인들이 미지의 혹성에 착륙합니다. 여기서는 침팬지가 인간을 사냥하고 실험실에서 해부하고 연구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침팬지의 나라에서 탈출한 주인공은 해변에서 부서져 처박혀 있는 자유의 여신상을 발견합니다. 아, 여기는 바로 미래의 지구였습니다. 중 2때였던가요. 어마어마한 충격이었습니다. 내 생애 최고의 영화였습니다. 지금도 제목만 떠올려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대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Robert De Niro/Al Pacino/말론 브란도 | 파라마운트
잔혹한 이태리 마피아 보스 마이클 코르레오네의 일대기입니다. 전편에 흐르는 슬프고 감미로운 멜로디에 느닷없이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 영상을 던져줌으로써 내 심장을 얼게 했던 대단한 영화입니다. 총 3부작입니다. 1편은 착하고 순수했던 시칠리 섬의 마이클이 끔찍한 마피아로 성장해가는 과정이고, 2편은 이런 마이클이 얼음처럼 잔혹하게 보스가 되어가는 과정이며, 3편은 늙은 마이클이 세월의 덧없음과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에서 괴로워하는 이야기입니다. 내가 이 영화를 꼽는 이유는 마이클 역의 ‘알 파치노’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심장을 파고드는 그의 눈빛과 강렬한 연기는 할리우드 최고라고 할 수 있겠지요.
밀리언 달러 베이비
Clint Eastwood,Hilary Swank
미국에는 ‘1달러 숍’이 있습니다. 이 1달러 숍은 적은 돈으로도 우연히 100만 불 이상의 가치가 있는 보물을 찾아낼 수 있다는 콘셉트를 가졌는데 즉, ‘뜻밖의 행운’이라는 말이겠지요. 서른이 넘은 늦깎이 여자복서 메기는 과거에 전설적인 트레이너 프랭키를 찾아와 권투를 하고 싶다고 조릅니다. 거절하다 못해 프랭키가 승낙하게 됩니다. 천방지축 저돌녀인 메기에게 프랭키는 늘 “너 자신을 보호하라”고 아버지처럼 타이르며 가드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메기는 “도전만이 내 인생이에요”라고 되받죠. 영화는 록키처럼 승승장구하는 메기의 성공담을 향해 달려가지만 느닷없이 찬물을 끼얹습니다. 상대편 악랄녀의 반칙으로 메기는 척추를 다치고 전신불구로 침대에 눕습니다.
늦깎이 복서를 트레이닝한 자신의 탓이라고 프랭키는 자책하고 메기의 곁을 지키지만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메기는 자기를 편안하게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가족들마저 등진 메기를 보고 프랭크는 절망하지만 메기는 생에 이루고 싶은 것을 다 이루었다며 되려 프랭키를 위로합니다. 그날 밤 검은 그림자가 다가와 메기의 산소호흡기를 제거합니다. 그림자는 프랭키입니다. 1960년대 일본 유명 만화 중에 지바 데쓰야의 <내일의 죠>가 있죠. 싸움꾼 복서 죠는 마지막 링에서 죽을 때 “하얗게 불태웠어”라며 만족감으로 웃으며 눈을 감습니다. 이 영화의 메기도 다 이루었다고 죽는 순간 행복해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죽음 존엄성’에 대해서 묻습니다. 정말 제목처럼 뜻밖의 횡재였던 영화였습니다.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감님을 좋아합니다.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앙ㅋ
2014.09.13
빛나는보석
2014.09.05
뚱이
2014.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