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을 동정하지는 말아.
자신을 동정하는 건 비열한 인간이나 하는 짓이야.
- (『 상실의 시대』 中)
우리에게 앞으로 남아 있는 시간은 대체 얼마나 되는 것일까? 살면서 지나가버린 시간과 다가올 시간의 중간에 서있는 사십대 중년의 출발선에서는 참으로 여러 가지 일들이 생겨난다. 그런 만큼 여러 가지 감정들도 횡횡하게 마련이다. 그 무수한 감정의 파편들은 자칫 미혹迷惑의 도화선이 되기도 하는데, 그 앞에서도 때론 과감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못난(?) 경우도 생긴다. 점심시간, 담배 한 대 피우며 휴게실 의자에 앉거나 일어설 때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아이고” 추임새처럼, 우리는 이렇게 세월이라는 물줄기에 순응하고 그 방향으로 헤엄치는 물고기 떼가 되어야 하는 걸까? 그냥 그렇게 “아이고” 하면서?
운동 좀 하십시다, 친구들
일단 이야기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운동 좀 하십시다, 친구들!” 되시겠다. 작년에 한 TV프로그램에서 필자에게 출연제의가 들어온 적이 있다. 몇 해째 식을 줄 모르는 ‘동안열풍’에 감사하게도 필자가 후보로 올랐던 모양이다. 나이에 비해 동안인 데다 체육관을 운영하면서 운동도 겁나게 열심히 했고, 당시 건강분야 1위를 달리던 필자의 책까지 더했으니 방송에서 흥미를 보일 만했던 모양이다. 문제는 방송의 주제였는데, 바로 ‘운동을 열심히 하면 동안이 된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기에 필자는 결국 출연을 고사했다. 그럴싸한 명제였지만 진짜 동안의 비결은 따로 있다. 절반은 부모님께 물려받는 것이고, 물려받은 유전자의 유통기한이 다하면 열심히 피부 관리해야 하며, 때론 의학의 힘도 필요하다.
필자의 지인인 코치D도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식스팩(sixpack)을 만들면 탈모가 예방된다’는 주제로 자문이 아닌 연기를 요구받자 그는 모 케이블방송사 PD님께 친절하게 짜증내며 출연을 고사했다. 내 경우도 같은 사례였다. 필자 주변에는 비슷한 연배의 겁나게 운동 열심히 하는 선후배들이 꽤 있는데, 나이와는 관계없이 이들의 액면가는 천차만별이다. 추억의 고등학교 졸업앨범을 지금 펴 봐도 교복을 입기에 꽤나 중후한 매력을 풍기는 친구들이 눈에 보일 것이다. 십대 후반임에도 숙연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은 유전자의 힘이다. 얼굴 생김새는 아무리 열심히 운동해도 잘생겨지거나 동안이 되지 않는다. 인정할 건 쿨하게 인정하고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쪽으로 빨리 방향타를 돌리는 것이 사십대 중년의 노련미 되시겠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이 나이에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필자는 반(反)다이어트주의자이다. 소싯적부터 빡세다는 운동만 골라서 해온 성향 탓도 있지만, 동년배들이 찾아와 “일단 뱃살부터 어떻게 해달라”는 말을 들으면 안타까운 마음이 대기권 바깥까지 뚫고 올라간다. 휘황찬란한 밤거리에서 젊음을 불태우던 한 마리 표범 같던 우리는 어쩌다 뱃살을 부여잡고 새침데기 아가씨 같은 고민을 하게 된 것일까?
필자는 그 첫 번째 원인을 자신감 상실로 본다. 나이 먹는 것도 서럽다 보니, 사고 한번 쳐야 되는 순간에 소심해지고 주춤거리게 되는 것이다. 한걸음에 뛰어넘던 높이도 이제 엄두가 나질 않고, 앉으면 일어서기보다 눕고 싶어지고, 누우면 움직이고 싶어지질 않는다. 시원하게 달려본 지가 언젠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매년 의료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정기검진 때마다 검사항목도 늘어나고, 검진 소견서에는 ‘좋지 않다’는 항목이 한 개씩 늘어난다. 늘어진 뱃살을 부여잡은, 거울 속의 낯모를 아저씨랑 몇 번 조우하다 보면, 어느 날 정신이 번쩍 들며 생각해낸다는 것이 겨우 ‘다이어트’인 것이다. 뭔가 현재의 위기에서 약간의 자기만족과 변화 정도만 바라는 수줍은 중년의 소박한 바람 같은 느낌이라 필자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뱃살만 정리되거나 체중만 줄면 난 만족한다”라고 한다면야 개인성향이라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미용과 운동의 경계선이 아닌 기본적인 수준의 훈련이 가능한데도 본인 스스로를 과소평가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물론 현재의 몸 상태가 ‘훈련’이라는 바다에 몸을 던질 준비가 안 되어 있을 수 있다. 지금 시작하려는 분들 거의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스스로 포기해서 사회적, 통념적 고자가 될 필요는 없다. 목표를 단발성 다이어트가 아닌 장기적인 훈련의 지속으로 본다면 스스로를 대하는 데 자신감이 붙을 것이다. 우리는 ‘벌써’ 사십대가 아니라 ‘아직’ 사십대이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육체를 단련하는 것
잃어버린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행위를 해야 할까? 종교적 수련이나 철학적 자아성찰을 통해서도 가능하겠지만, 그 길은 너무도 고행의 가시밭길이다. 게다가 우리의 상실감은 어쩌면 그렇게 형이상학적인 원인에서 오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이럴 때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신을 담는 그릇인 육체를 단련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의 여러 가지 심리 상태는 놀라우리만치 세분화된 호르몬 화학물에 좌우된다. “정말 이런 것도 호르몬 때문이야?”라고 할 정도로 쓸데없이 많은 종류의 생물학적인 신호에 의해 우리는 심신을 제어 또는 지배당한다. 결국 생물학적으로 젊거나 젊은 상태를 유지하는 쪽이 멘탈도 강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젊음의 샘물을 마셔볼 것인가? 여러 가지 운동이 있고 각자의 성향이 다르겠지만, 스스로 만족하고 남들에게 인정받기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훈련양이 쉽게 수치화되는 것들이 좋다. 효과 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것을 약속할 수 있는 운동은 바로 근력strength 훈련이다. 야생 수컷들의 세계에서 스트렝쓰(strength)란 서열을 의미한다는 것은 알고 계시리라 믿는다. 무리에서 서열이 높은데 낮은 곳에서 꼬리를 말아넣는 동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케이.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므로 일단 자본주의사회에서 절대적인 것이 머니 스트렝쓰money strength라는 것. 슬프지만 인정하고 가겠다. 배 나오고 탈모도 있지만, 돈 많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어깨에 힘주고 가실 만하다. 자수성가 하신 형님들도 엄청 노력하셨을 테니 인정하고, 부모님 능력 물려받은 것도 능력이니까 인정하겠다.
머니 스트렝쓰를 쌓는 데에는 너무 많은 변수가 존재하니 논외로 하자. 바벨이나 외부 무게 혹은 자신의 체중을 이용해 스트렝쓰 운동을 하는 것은 중력이라는 공평한 출발선에서 시작한다. 1기압에서는 대부분에게 평등한 출발선 되시겠다. 바벨 스트렝쓰Barbell strength는 자신의 체중 대비 외부 무게를 얼마나 제어할 수 있는가로 수치화된다. 이것의 장점은 현재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가늠할 수 있으며, 훈련이 진행되는 동안의 성과 역시 무게라는 절대값으로 정확히 가시화할 수 있다. 특정 무게에서 더 이상 무게를 제어할 수 없을 때 자신의 한계점을 알기에도 용이하다. 자신의 체중을 이용한 스트렝쓰 훈련은 동적, 정적인 훈련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동적인 훈련은 몸의 균형과 안정감을, 동적인 훈련은 시간이나 공간에 제약 없이 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강한 신체단련에서 오는 자신감은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선물이다. 좀더 멀리 보고 한걸음 내딛는다면, 동안은 못 얻더라도 한때 나의 것이었던 탱탱하고 활력 넘치는 젊은 육체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영광만은 아니다. 얼마든지 다시 소환할 수 있다. 그러니 친구들이여, 운동하자!
본 칼럼을 쓰면서 필자가 들었던 앨범 리스트
Cowboy Bebop -
Metallica -< ...And Justice for All> 1988
Santana - ,
-
강한 형님들의 진짜 운동 최영민 저 | 한문화
S라인, 식스팩 등 몸매 가꾸기 수단으로 전락한 헬스클럽 운동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며 거침없이 강펀치와 돌직구를 날렸던 《불량헬스》의 저자 최영민이 《강한 형님들의 진짜운동》에서 40대 남자들을 위한 진짜 운동을 말한다. 건강하고 멋진 몸에 대한 열망은 높지만 나이를 핑계로 한발 뒤로 물러서는 사십대 남자들에게 바치는 책이다. 불혹과 유혹 사이에서 방황하는 사십대 형제들을 강하게 일으켜줄 비밀병기 같은 운동, 심플하지만 강력하게 강인하고 오래가는 몸을 만들어줄 진짜 운동을 경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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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민
운동칼럼니스트와 기능성 운동 전문 트레이너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전 국가대표 선수가 선수 출신 지도자가 아닌 저자에게 코칭을 받는 걸 보면 그의 운동 내공을 짐작할 수 있다. 2012년부터 블로그나 각종 매체에 건강과 운동에 관련된 칼럼을 기고했고, 그 인연으로 몇 권의 책을 냈다. 여전히 호기심 많은 40대로, 최근에는 오리엔탈 피트니스의 세계에 눈을 떠가고 있는 중이다. 지은 책으로 《불량헬스》《강한 것이 아름답다(공저)》가 있다.
빛나는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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