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15일 제17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정당 득표율 13%를 기록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정의당을 비롯한 다른 진보 정당을 모두 합쳐도 5%를 넘지 않는다. 노회찬 전 국회의원은 이런 상황을 ‘백척간두’라고 표현했다. 백 자 높이의 장대 위에 올라선 모양처럼 위태롭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의 출간 시점을 주목할 만하다. 대개 정치인이 쓴 책은 선거를 앞두고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당면한 선거를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볼 수 있다. 그에 비해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는 당장 선거와는 상관 없는 시기에 나온 책이다. 실제로 노회찬 저자는 책에서 선거를 포기하더라도 진보 정치를 새롭게 세우자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목표를 제시한다.
이 책은 구영식 기자와 노회찬 전 국회의원의 대담을 재구성했다. 두 사람이 다루는 주제는 다양하지만 진보 정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요약된다. 세부적으로는 한국의 근현대사, 정치, 노동, 기업, 민주주의, 복지 등을 아우른다. 마들연구소에서 노회찬 전 국회의원을 만났다.
진보정당이 왜 여기까지 내몰렸을까
보통 정치인 책은 선거 전에 많이 나오는데요.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는 선거와는 무관한 시기에 출간됐습니다.
대개 정치인 책은 자기 홍보용인 경우가 많죠. 도서로서의 가치보다는 정치인이 선거를 앞두고 책을 냈구나, 이런 식으로 서로 양해하고 넘어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 책은 개인 홍보용은 전혀 아닙니다. 이른바 출판기념회용으로 만든 책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저의 입지나, 정치적 이해 타산을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책이 아니에요. 다가오는 선거와는 무관하게 진보 정당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성찰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습니다. 현재 진보 정당은 백척간두에 서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를 성찰하고, 어떤 길로 가야 하고, 길이 있기나 한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에서 냈습니다.
백척간두라고 표현하셨는데, 왜 진보 정당이 이렇게 내몰렸을까요.
진보 정당이 출발했을 때보다 후퇴하는 모습을, 출발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지리멸렬한 상태를 못 벗어나는 걸 보면서 사람들은 희망이 없는 것 아닌가, 이제 그 정도 실험해봤으면 실험도 다 끝난 거 아니냐는 비관적인 평가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거기에 저는 생각을 달리합니다.
상황을 분석할 때 객관적인 조건과 주체적인 상태를 구분하는데요. 먼저 객관적인 조건을 보자면, 처음 길을 떠날 때보다는 상황이 좋아졌습니다. 의석을 만들었던 2004년보다 2014년에 국민이 진보정당을 보는 태도가 좀 더 좋아졌다고 봐요. 다만 주체 세력에 문제가 있죠. 10년 됐음에도 국민의 마음 속에 뿌리내리지 못했습니다. 운동방식, 의제 설정, 정당 운영 방식에서 오류와 한계, 문제점을 많이 드러냈어요. 국민은 더 마음을 열었지만, 정당은 오히려 과거보다 많은 문제를 드러냈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실망감, 불신이 쌓였습니다. 운영하는 사람의 리더십, 표방하는 적확성이라거나 국민들과 함께하려는 활동 방식에서 많은 부분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이 책이 국민과 함께하려는 일환에서 나온 거라고 볼 수 있는데요. 책이 다소 어려워요.
저는 어려운 언어로 활동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활동하는 사람끼리 나누던 이야기를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는 독자에게 털어놓는 책이다 보니, 기본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든 점도 있긴 할 겁니다. 이 점은 개정증보하는 과정에서 약간은 보완해야겠죠. 다만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사상한 채 쉬운 이야기만 해서는 문제에 접근할 수 없기에 불가피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책이 어려워진 이유 중 하나가 진보정당의 역사가 복잡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흔히 진보는 분열로,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이런 말이 21세기 대한민국 정치에 유효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얘기는 참 인정하기 힘든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에게 그렇게 비춰지고 있기에 그런 인식 자체를 존중할 필요는 있죠. 엄격하게 말하면, 부패와 분열상은 양쪽에 다 있습니다. 다만 진보는 상대적으로 부패 문제가 덜하죠. 아무래도 높은 도덕적 기준과 청렴한 가치를 중시하는 분위기니까요. 상대적으로 보수에 부패가 많아요. 부패 때문에 보수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는 경우가 왕왕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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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도 양쪽에 다 있어요. 거칠게 구분하자면, 진보는 가치 지향적이고 보수는 현실 추구적입니다.진보가 이상 추구형이라면 보수는 이익 추구형이거든요. 진보는 분열하면 손해인데도 자신이 옳다는 걸 굽히지 않음으로써 늘 분열적 상황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보수는 이해 관계를 주로 따지니, 굳이 노선으로 싸우는 건 별로 없어요.
서로의 약점이겠죠. 보수에 부패가 약점이고, 진보는 늘 아슬아슬한 대립으로 보입니다. 보수는 부패하지 않기 위해 어떤 장치가 필요한가가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고, 진보는 따지고 싸우더라도 분열까지는 나아가지 않도록 하는 리더십, 조직 문화가 필요합니다.
선거 포기하더라도 진보를 새롭게 세워야
2016년 총선이나 2017년 대선은 다 포기하자. 대신 진보를 새롭게 세우자. 그러지 않고 2016년 선거에서 우리 정파의 세력을, 우리 정당의 세력을 조금이라도 유지하고 보존하려 덤벼든다면, 국회의원 한두 명은 살아남을지 몰라도 그 의미는 지금보다 더 없지 않을까 싶다. (169쪽)
책에서 가장 과감한 선언이 선거 포기하자는 말이었습니다. 그보다는 진보의 세속화가 우선이라고 이야기했는데요. 진보의 세속화, 어떤 의미인가요.
지금도 강령을 보면 신념과 이상을 표현한 게 많아요. 나름대로 소중하지만, 신념과 이상으로 사람을 설득할 수 없거든요. “너네(진보 정당)가 집권하면 우리 가족이 어떻게 나아지는데?” 이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 없이 국민이 지지할 수는 없겠죠. 현실정치라는 말 자체를 봅시다. 정치가 이상주의적인 설정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현실의 제반 조건 속에서 움직인다는 의미입니다. 그간 진보 정치가 왜 이렇게 벽에 부딪쳤는가를 보자면, 여러 면에서 가치를 실현하는 계획이라든지 활동 방식에서 현실성이 떨어졌습니다. 당연히 현실을 돌파하는 힘이 약하죠. 세속화란 중의적인 표현인데요. 말을 풀면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죠. 세상의 때를 묻힌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진보 정당은 전통적으로 반기업적이라는 이미지도 있지 않나요. 기업과 관계 설정도 세속화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요.
요즘 땅콩회항이 화제인데요. 땅콩회황은 기업주의 일탈 행위, 이거야말로 반기업적 행위입니다. 이런 것은 반대해야죠. 그렇지만 진보 세력이 기업 자체를 부정하거나 반대하는, 기업 역할을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한다고 이해한다면 오해입니다. 우리는 노사 대립 속에서 약자를 감싸안으려 하고, 약자니까 정부나 공공 체제가 배려해야 한다 생각하지, 노사가 함께 일하는 일터와 생산의 장으로써 그리고 가치 창출 체제로써 기업을 부정하거나 무시하지 않습니다. 아니, 기업 없이 어떻게 생산이 이뤄져요. 아무리 노동자가 주인이라 해도, 기업 없는 노동자는 실업자일 뿐이잖아요.
기업이야말로 인간의 노력과 창의력이 실현되는 현장이라면, 기업 환경이 중시되어야 합니다. 그 기업이 어떻게 하면 높은 생산성과 좋은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참여하는 사람들의 보람과 만족 수준을 높일 수 있는가가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생각은 있죠. 기업 내 강자인 사람과 기업 내 약자인 노동자가 부딪치면 노동자가 많이 당하다 보니, 지금까지의 기업 운영 방식에 대한 저항은 있어요. 그렇지만 이것도 잘못된 것에 대한 시정이어야지 기업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책에서 노동을 중요한 비중으로 다뤘는데요. 한국 노동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선진국을 보면 노동자를 동반자로 삼았기 때문에 그 사회의 생산성이 발전하고 결국은 복지사회로까지 가지 않았나요.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노동자를 더 많이 쥐어짜서 부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를 동반자로 삼으면서 서로가 동반성장해나가는 발전 방식도 있습니다. 자타공인 선진 복지 국가라 하는 나라들에서는 노동자의 조직화율, 노동조합의 힘, 노동조합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요. 노동을 동반자로 삼고 왔다는 걸 입증하죠. 노동자를 쥐어짜서 복지국가까지 간 사례는 역사상 아예 없어요.
우리 현재 처지는 정치 민주화가 많이 이뤄진 반면, 사회경제적 민주화에서는 여전히 1987년 이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경제 민주화의 핵심이 노동에 있어요. 이미 대한민국은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편에 속하고, 정규직과 임금 격차나 처우, 근로 조건 격차가 큰 나라입니다. 차별이 멀쩡하게 허용되고 있고요. 노동을 동반자로 함께 커나가는 정책이 아니라 노동의 희생으로 자본이 커가는 잘못된 전략을 취하고 있어요. 이 전략으로 선진국으로 간 선례가 없습니다.
최근에 비정규직이 문제 되니까, 노동 내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정규직에 양보하라고 하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노동의 하향평준화죠. 노동자보다 훨씬 강자인 자본과 경영의 양보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박근혜 정부가 세금을 다루는 걸 보면 조세 부담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세금을 깎아줘요. 법인세는 오히려 줄였잖아요. 담뱃세는 더 높였고요. 이런 방향으로는 정의와 평등이라는 차원이 아니라 한국 경제를 살리는 데도 도움이 안 됩니다. 대다수 국민의 가처분소득, 구매력을 떨어뜨리는데 어떻게 경제 회생이 되겠어요.
진보 정당이 해야 할 일
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권도 못해낸 일인데 진보 정당이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존재합니다.
김대중 정부는 남북 관계의 혁신적 개선 틀을 마련했다는 데서 역사의 성과를 남겼습니다. 그렇지만 두 정권의 한계가 있죠. 노무현 대통령도 퇴임 후에 스스로 평가하고 반성하고 후회한다고 했던 부분이 경제 민주화였어요. 문제의식과 철학, 추진할 수 있는 계획이 준비되지 않았던 게 아닌가 싶어요. 서민 대통령이라 해서 기대를 많이 걸었지만, 결과를 봐도 그렇고 노무현 대통령의 고백으로 봐도, 하려고 했지만 잘 안 된 게 아니라 여러 면에서 부족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사회경제 민주화를 할 수 있는 세력이 더 커져야죠. 새누리당에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이고 새정치민주연합도 당 전체 방향이 그런 쪽은 아닌 것 같아요.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이 없지는 않지만요. 지금 힘은 가장 적지만 진보 세력이 그 임무를 옮겨야 합니다. 진보 세력은 힘이 없지 않냐고 말하는데, 태어날 때부터 힘을 갖고 태어나는 세력이 어딨나요. 오히려 이런 일을 제대로 한다면 힘이 제대로 붙지 않을까요. 국민이 뭘 원하는지를 제대로 짚고 대응한다면 국민의 지지가 더 커질 것이고, 커진 지지는 당연히 정책을 관철하는 힘이 될 겁니다.
정당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국민도 자신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해야겠습니다.
저는 이 문제는 좀 더 냉정하게 말하고 싶은데 국민과 정당 양쪽이 다 문제입니다. 상호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비극이기 때문이죠. 우리가 흔히 많이 듣는 이야기로 ‘손가락 자른다’는 말이 있어요. 투표를 잘못해서 후회한다는 표현인데, 이런 일이 한 번이 아니라 계속 되풀이되고 있어요. 일단 정당이 분명한 차별성을 못 내고 있습니다. 영남에서는 새누리가 싹쓸이, 호남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싹쓸이하는 것만 봐도 정책이 아니라 다른 게 작용한다는 의미죠. 선거 제도가 이런 구도를 조장하고 있어요. 1등 이외의 표는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현행 선거 제도의 문제 때문에 양당이 정치권력의 90퍼센트를 가져가는 상황입니다. 이런 현실에서는 극한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반대만 있을 뿐입니다.
유권자는 유권자대로 진보 정당을 찍고 싶어도, 양강 체제에서는 자신의 표가 사표가 될 거 같으니까 다른 정당을 찍어버려요. 정당은 양김시대의 낡은 정당이고 유권자는 유권자대로 이런 상황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늘 국민은 뜨거운 정치 열기로 선거에 참여하지만, 선거 끝나고 나서는 자기가 뽑은 사람을 불신하고 미워하는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는 현실입니다. 한 가지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우선 선거 제도를 개편해야 합니다. 이걸 생략하고 다른 개선을 추구했을 때는 효력이 별로 없을 거예요.
책에서 ‘우리는 이석기가 아니다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렇다면 뭐가 더 필요할까요.
정치적 목적에 의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내란 음모로 구속된 데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고요. 그렇다고 아무 문제도 없느냐? 그건 아니죠. 이석기 의원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이 사건으로 드러난, 감추기 힘든 문제 의식이 표출된 거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일부 사람이 말조심하고 말실수 안 하면 된다는 태도는 아니라고 봐요.
결국 진보가 뭐냐, 진보의 정체성이 뭐냐, 진보가 집권하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이 질문에 국민이 의심하고 불신하는 상황이니까 ‘우리는 빨갱이가 아니다’와 같이 네거티브 접근이 아니라 ‘우리는 이렇다’는 포지티브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누구다, 우리는 이런 걸 하겠다,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이렇다, 이런 식으로 나가야 합니다. 이제까지 진보 정당이 노력을 안 한 바는 아니지만, 그 노력이 아직 국민들의 마음에 들 정도로 현실성 있고 귀를 기울일 만한 설득력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지 못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진보정당이 집권한다면 다가올 세상
그렇다면 진보정당이 집권하면 어떤 세상이 올까요.
진보정당이 꿈꾸는 건 희한한 세상이 아니에요. 꿈과 현실을 모두 소중히 여겨야 하지만 어차피 현실은 현실입니다. 진보 정당이 만들고자 하는 현실은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같은 나라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 나라와 한국은 조건이 다르다고 말하죠. 물론 다르죠. 날씨부터 다르고 언어도 달라요. 그런 다른 점을 본받자는 게 아니라, 진보 정당이 추구하는 모습은 이런 겁니다. 스웨덴은 GDP의 57%를 함께 써요. 프랑스만 해도 51% 정도이고요. 우리나라는 28%를 나눠 씁니다. 우리는 계속 이대로 가야 할까요. 아니면 1년에 1퍼센트씩 올려서 스웨덴 같은 나라로 가야 할까요. 반대도 있겠죠. 28%도 많으니 줄여나가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의료민영화, 자사고 늘리는 정책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국민소득 3만 불, 4만 불로 가도 이 방식으로 살 것인지, 높일 것인지 떨어뜨릴 것인지는 누가 집권하든 어차피 정책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진보정당이 약속할 수 있는 건 40퍼센트 사회로, 더 나아가서 50퍼센트를 향하는 방향입니다. 2014년에 태어난 아이가 2033년이 되어서 대학 들어갈 나이가 되었을 때 대한민국은 어떤 사회가 될 것인가, 향후 19년 동안 대한민국의 변화를 위해서 어떤 고용 정책과 조세 정책, 교육 정책, 의료 정책을 쓸 것인가를 제시하고 진보 정당이 평가받고, 국민의 지지를 받은 진보 정당이 집권으로까지 나가야겠죠.
한국이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출산율 낮은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먹고 살기 힘드니까요. 이대로 가면 더 힘들어질 게 뻔하기 때문에 출산율 높이기 위한 획기적인, 적극적인 출산 정책을 써야 합니다.
전통적으로 청년은 진보 경향이 강했잖아요. 일베로 상징되는 일부 청년층의 극우화는 어떤 징후로 보시나요.
병리적 현상이 아닌가 싶어요. 건강한 보수라고 보기도 어렵잖아요. 일부 지역과 여성을 혐오하는 발언을 보면 시대를 역행하는, 가치 전도 현상을 보이는데요. 모든 사회 현상에는 행위자가 얻는 게 있습니다. 예를 들면, 파업을 막음으로써 나아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파업을 함으로써 나아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대립을 조정하기 위해 나온 게 노동3권이고요. 그런데 다른 지역을 비하하고 여성을 혐오하면 본인이 나아지나요? 나아질 게 없어요. 나아질 게 없는데도 하니까 병이죠. 자신의 처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계층적 이해관계의 발로가 아니라는 거죠.
IMF 이후 양극화 문제, 취업도 힘들고, 희망도 점점 없어지니까 이런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다른 희생양을 요구하는 겁니다. 반말, 욕설 등 인격을 내걸고 할 수 없는 일탈 행위를 배설물처럼 쏟아내잖아요. 그런 면에서 사회 양극화와 물신만능, 희망 없음이라는 지금 세태의 그늘에서 자라는 버섯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회 자체가 병이 든 거죠. 병든 사회의 그림자라고 봐요.
좀 가벼운 질문 드리겠습니다. 노유진의 정치카페라는 팟캐스트를 하시잖아요. 만약에 세 분이 선거에서 만났다고 가정한다면, 누가 1위를 할까요.
팬클럽은 역시 유시민 선수가 저보다 훨씬 강합니다. 제게는 도도히 흐르는 지하수 같은 세력이 있습니다. 문제는 유시민 작가는 은퇴를 해서 겨뤄볼 기회가 없겠죠. (웃음)
강연, 정치 활동으로 굉장히 바쁘실 텐데 책을 많이 읽으시잖아요. 독서는 언제 어디서 주로 하시나요.
책은 마음의 양식이잖아요. 그러니까 언제 어디서 독서를 하냐는 질문은 그렇게 바쁜데도 밥은 먹느냐는 질문과 같아요. 먹어야 사는 것처럼 책을 읽어야죠. 고등학교 때부터 사춘기 지나고 사회에 눈을 뜨면서부터 책으로 많은 걸 이해했습니다. 직접 만나는 사람은 제한되니, 책으로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만났고요. 그것이 제 인생관이나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어요. 책을 많이 접하는 건, 습관화되었어요. 과거에 비해 시간적 여유가 안 나긴 하지만요.
예전에는 하루에도 책방에 두 번 간 적이 있어요. 사온 책을 다 읽어서 서점이 문 닫기 전에 갔더니 주인이 돈 안 받고 바꿔 주시더라고요. 요즘은 그 정도는 아니라도 정치를 하기 때문에 너무 한쪽으로 사고가 쏠리지 않도록, 젊은 사람의 새로운 사고와 문화적 현상을 알기 위해서는 책을 자꾸 볼 수밖에 없어요.
정치를 안 했다면, 어떤 일을 하셨을까요.
하고 싶은 일이야 많았죠. 그래서 뭘 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생물을 참 좋아했어요. 생물반도 하고, 채집하고 분류하는 걸 좋아했어요. 좋아하는 책 분야 중 하나가 식물과 동물 생태를 연구해서 인간 생활 사회에 접목시키는 것인데요. 생물을 미세하게 관찰해서 그것에서 원리나 습관을 읽어내고 우리 인간 살아가는 방식과 연결하는 책을 즐겨 읽습니다. 제가 그런 일을 했을 수도 있죠. 아니라면, 부산 출신이니 좋아하는 바다에서 좋아하는 고기를 잡으며 어부가 되어서 열심히 건강하게 살 수도 있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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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노회찬,구영식 공저 | 비아북
. 낡은 진보의 재조립을 깨끗이 포기하고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흘러온 과정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반성으로부터 시작해서 이제부터는 무엇을 할 것인지, 새로운 진보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국민 앞에 떳떳이 밝힌다. 이 책은 노회찬이 온몸으로 겪은 (노동운동, 진보정당운동 등) 대한민국 진보의 역사부터 야권개편, 개헌론 등 최근의 이슈, 그리고 진보가 나아갈 미래에 대한 전망까지 망라해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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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규(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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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냐 진보냐 싸우지만 말고, 말로만 진보를 외치지도 말고 국민들에게 공감부터 얻는게 중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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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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