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석가모니 부처의 가르침에 빠지다
위대한 인물은 자신의 신념을 삶으로 보여준다. 아무리 겉모습이 화려해도 실천이 결여된 삶은 결코 공감을 얻지 못한다. 오로지 실천만이 중요하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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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인물은 자신의 신념을 삶으로 보여준다. 아무리 겉모습이 화려해도 실천이 결여된 삶은 결코 공감을 얻지 못한다. 오로지 실천만이 중요하다. 누구에게나 타당하고 보편적인 신념은 진리로 인정받는다. 우리는 진리를 몸소 실천한 사람을 성인聖人이라 부른다. 성인의 실천은 직접 몸을 통해 드러내는 행위와 말을 통해 전해지는 가르침을 포함한다. 실천하는 사람의 행위와 가르침이 위대하면 그를 따르고 흠모하는 사람이 생긴다. 이렇게 종교 교단은 자연스럽게 탄생한다. 진리를 실천한 사람과 그의 가르침과 그를 따르는 사람들로 구성된 것이 바로 종교다. 이 세 가지 구성 요소를 불교에서는 ‘불법승佛法僧 삼보三寶’라 칭한다. 세 가지 보배라는 뜻이다. 석가모니 부처인 불보佛寶, 석가모니 부처의 가르침인 법보法寶, 석가모니 부처의 교법에 따라 수행하는 사람들인 승보僧寶가 불법승 삼보다.

이 책은 불법승 삼보에 맞춰 기획된 ‘옛 그림으로 배우는 불교이야기’ 시리즈 중 두 번째인 ‘법法’이다. 첫 번째인 ?불佛’에서 석가모니 부처의 생애와 발자취를 따라가 보았다면, 여기서는 석가모니 부처의 가르침이 담긴 경전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석가모니 부처는 스물아홉 살에 성도한 후 여든 살에 열반할 때까지 평생을 무명無明에 빠진 중생을 구제하는 데 삶을 바쳤다. 위대한 헌신의 삶이었다. 중생 구제를 위한 가르침은 제자들에 의해 암송되었고, 그 암송은 여러 차례의 결집結集을 통해 경전經典으로 정리되었다. 그 경전이 바로 팔만대장경이다. 이 책은 팔만대장경에서 대표적인 구절을 뽑아 소개한 다음, 그와 관련된 그림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구성했다. 대표적인 구절이라 표현했지만 꼭 핵심적인 구절만 선택한 것은 아니다. ‘그림이 잘 나올 수 있는’ 구절을 선정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경전 내용을 그림과 연결해야 하는 이 책의 특성을 고려한 까닭이다.


글의 구성은 초기 경전에서 시작해 대승경전을 거쳐 중국에서 편찬된 경전으로 마무리했다. 초기 경전은 『숫타니파타經集』 『법구경法句經』 『아함부阿含部』 『(소승)열반경涅槃經』 『육방예경六方禮經』을 들 수 있다. 소박하면서도 꾸밈없는 초기 경전에는 석가모니 부처가 제자들을 지도하는 생생한 육성이 담겨 있다. 대승경전으로는 『반야심경般若心經』 『금강경金剛經』 『유마경維摩經』 『화엄경華嚴經』 『아미타경阿彌陀經』 『법화경法華經』 『(대승)열반경涅槃經』 『승만경勝?經』 『능가경楞伽經』 『능엄경楞嚴經』 등을 들 수 있다. 대승경전은 수행을 통해 개인의 해탈에 이르도록 가르친 초기 경전의 한계를 뛰어넘어 재가자의 성불과 타인의 구제까지 보살행을 실천하도록 강조한 경전이다.불교 경전의 백미라 하겠다. 이 밖에도 서양 그리스 왕과 동양 비구와의 문답 형식인 『밀린다왕문경彌蘭陀王問經』을 비롯해 중국에서 편찬된 『원각경圓覺經』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 『불유교경佛遺敎經』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등도 살펴보았다.


전체 글은 육바라밀六波羅蜜에 맞춰 모두 6장으로 나누었다. 육바라밀은 보살이 생사生死의 고해를 뛰어넘어 열반에 이를 수 있게 하는 여섯 가지의 기초적인 수행 덕목이다. 수행자라면 누구든 지켜야 하는 계율이자 의무다. 첫째, 보시布施바라밀은 자신의 모든 것을 조건 없이 베풀어야 한다. 둘째, 지계持戒바라밀은 계율戒律을 지켜 몸과 마음의 청정함을 얻어야 한다. 셋째, 인욕忍辱바라밀은 모든 박해와 고통을 참아 마음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넷째, 정진精進바라밀은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선업을 닦아야 한다. 다섯째, 선정禪定바라밀은 마음을 한곳에 모아 진리를 바르게 사유해야 한다. 여섯째, 지혜智慧바라밀은 일체법一切法의 자성自性이 공空한 진여실상眞如實相을 깨달아야 한다. 육바라밀에 따라 분류했으나 내용까지 한정하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도 좋고 아무 데나 눈길 가는 대로 읽어도 좋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경전 한 구절로 경전 전체를 다 설명할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바닷물이 짜다는 것을 알기 위해 바닷물 전체를 들이마실 필요는 없다. 한 스푼의 바닷물을 맛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책은 한 스푼의 바닷물이다. 필자가 제공한 바닷물의 양이 부족하다 싶으면 책을 읽는 사람이 직접 경전을 집어 들고 출렁거리는 가르침의 바닷물을 떠 마시면 된다. 나는 이를 계기로 불교 경전을 ‘직접’ 읽기를 권한다. 가능하면 원전을 제대로 읽으면 더욱 좋다. 범어梵語나 한문 경전만을 읽으라는 뜻이 아니다. 번역된 경전으로도 충분하다. 다른 사람의 각색을 거친 경전의 편린이나 인용구를 뛰어넘어 자신이 직접 경전을 펼친다는 뜻이다. 아무리 생생한 미사여구를 동원해도 바닷물의 짠맛은 전해줄 수 없듯 짠맛을 알기 위해서는 직접 마셔봐야 한다. 마시는 행위가 경전을 읽는 것이다. 더불어 이 책이 단지 석가모니 부처의 가르침을 소개하는 안내서에서 머물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이 책을 통해 인연을 맺었으니 필자의 안내에 따라 직접 경전을 읽는 행위까지 연결되었으면 좋겠다. 경전이 낡아질 때까지 거듭 되풀이해서 읽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부처의 가르침은 어떤 내용일까? 무엇을 알려주고 싶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책을 읽는 과정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첫 번째 책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부처의 가르침에 옛 그림과 필자의 개인사를 혼합한 점묘법點描法식 글쓰기를 고수했다. 사족 같은 개인사를 여전히 고집한 이유는 아직까지 경전을 펼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함이다. 필자의 너스레는 본게임이 시작되기 전에 흥을 돋워주는 추임새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추임새는 흥이 오르면 없어도 된다. 앞으로 나올 세 번째 책 ‘승僧’에서는 필자의 개인사를 넣지 않았다. 인도에서 중국, 한국을 거쳐 일본까지 펼쳐지는 스님들의 구도 역정이 워낙 극적이고 흥미진진해서 굳이 필자의 추임새가 없어도 책을 읽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터닝 포인트란 말이 있다. 반환점 혹은 전환점이라는 뜻이다. 어떤 일이나 상황을 새롭게 바꾸어 나가는 계기를 지칭할 때 사용한다. 터닝 포인트는 대나무의 마디에 해당된다. 하나의 마디가 형성될 때마다 대나무는 텅 빈 속이 꽉 채워지고 더욱 단단해진다. 바람에 쉽게 흔들려 부러질 수도 있지만 마디 덕분에 힘을 받아 다음 단계로 뻗어 나간다. 우리 인생에 있어서도 대나무의 마디 같은 터닝 포인트가 있다. 입학, 취직, 결혼, 출산…… 등등. 이 마디를 계기로 우리 인생은 앞과 뒤로 구분된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한 사람의 생애를 매듭지어주는 내면적인 마디도 있다. 나에게 이번 시리즈를 준비하는 3년이 그러했다.


인생 후반기를 준비해야 할 50대 초반에 불법승 삼보에 빠져 산 시간은 이전까지의 마디를 뛰어넘어 새로운 마디를 설계할 수 있는 터닝 포인트였다. 자칫 부스러지고 허물어질 수도 있는 내면의 공간을 튼튼하게 수리하고 정리할 수 있는 견고한 시간이며 동시에 충실하고 단단해지는 기간이었다. 이후의 마디에는 이전과 같은 아쉬운 실점失點이 줄어들 것이다. 아니 실점조차 득점임을 알게 될 것이다. 경전을 읽은 덕분이다. 이런 충만한 시간은 여유가 있다 하여 누릴 수 있는 호사가 아니다. 누구 표현처럼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 것이다. 그것도 여러 차례 구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경전을 읽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나라를 구할 정도로 어려워서야 어떻게 경전을 읽겠는가. 다만 마음 내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마음 내는 것은 결심이 필요하지 않다. 그냥 내면 된다.


글 쓰는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불교 전공자도 아닌 사람이 지금까지 단편적으로 읽은 경전 독경의 경력을 내세워 책을 엮겠다고 작정했으니 무모한 도전이었다. 웬만한 강심장으로는 감히 엄두조차 내기 힘든 도전이었다. 욕심에 시작했으나 매번 밀도 높은 무력감에 부딪혀야 했다. 글품쟁이로서 누린 천복이자 천형이었다. 이 책에서 발견되는 오류와 한계는 언젠가 눈 밝은 사람의 책이 나오면 수정되리라 생각한다. 그때까지 이 책이 캄캄절벽에 접싯불 역할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석가모니 부처는 50여 년을 설법한 뒤 한 말씀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팔만대장경에 담긴 설법이 모두 방편이다. 상대방의 근기根機에 맞게 대기설법對機說法을 했기 때문이다. 방편은 본질이 아니다. 사물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본질은 아니되 본질을 찾게 해준다. 우리는 다만 거울에 비친 사물에 머물지 않고 거울을 찾기만 하면 된다. 책을 읽는 내내 거울을 잊지 않기를 당부드린다. 언제나 성성한 화두처럼.


2015년 봄
조정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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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불법에 빠지다조정육 저 | 아트북스
세상살이가 녹록지 않다. 사회안전망의 부실과 치열한 생존 경쟁으로, 비정규직이니 워킹푸어니삼포세대니 하는 관용구가 연일 언론을 도배한다.이런 상황에서 지은이는 어두운 밤에 불빛을 찾듯이 불교 경전과 마주한다. 오랜 세월 인류의 갈증을 달래준 경전은 ‘뿌리 깊은 나무’이자 ’샘이 깊은 물’이다. 지은이는 초기 경전에서 대승경전까지, 그리고 중국의 경전까지 정독하며 삶의 지혜를 찾고 마음을 닦는다. 여기에 곱게 나이를 먹은 우리 옛 그림이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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