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뭔지 아시나요?
행복이 뭔지 선뜻 대답하지 못했던 레오는 조의 말을 듣고 나니 조금 알 것 같다. 주머니 깊숙이 숨어 있던 치즈 조각을 발견하는 것, 커다란 웅덩이에 뛰어드는 것도 행복이라고. 두 친구는 단짝과 함께 연을 날리는 지금 이 순간도 행복임을 깨닫고 기뻐한다.
글ㆍ사진 진연우
201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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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때 국어 선생님 병가 동안 한 달 정도 계셨던 임시 선생님은 흥미로운 과제를 종종 내주셨는데, 그 중 하나가 피천득 시인의 〈나의 사랑하는 생활〉을 읽고 그와 같은 주제로 수필을 쓰는 것이었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글쓰기를 어려워 해서 처음에는 진도가 나가지 않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차근차근 찾으며 나름 만족스럽게 완성했고, 너 같은 딸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선생님의 칭찬도 들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애늙은이에 약간의 허세가 있었던(심지어 중2!) 당시 나는 보라색과 겨울이 시작될 무렵 찬 공기 냄새와 캄캄한 시골집 창으로 비치는 달빛 등을 좋아한다고 썼던 것 같다. 마르쿠스 피스터의 『행복』을 보고 그때가 떠올랐다.

 

원제 『Weisst du, was Gluck ist?』는 “너 행복이 뭔지 알아?” 라는 뜻이다. 단짝인 조와 레오는 각자가 아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조에게 행복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인데, 겨울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눈송이를 먹어 보는 게 바로 행복이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약돌을 찾는 것, 보드라운 깃털을 지켜보는 것도 조에게는 행복이다. 행복이 뭔지 선뜻 대답하지 못했던 레오는 조의 말을 듣고 나니 조금 알 것 같다. 주머니 깊숙이 숨어 있던 치즈 조각을 발견하는 것, 커다란 웅덩이에 뛰어드는 것도 행복이라고. 두 친구는 단짝과 함께 연을 날리는 지금 이 순간도 행복임을 깨닫고 기뻐한다.

 

베스트셀러 『무지개 물고기』로 많은 사랑을 받은 그림책 작가 마르쿠스 피스터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서도 어린이들에게 행복에 관한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 조와 레오가 헤아리는 순간들을 통해 행복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며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것에서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아마도 아이들은 조와 레오가 그랬듯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어른들은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순간들을 놓치지 않아 더 행복할 것 같다. 과제 때문이긴 했지만 꼬마 아이들처럼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떠올렸던 때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걸 보면 말이다.

 

그래서 오랜만에 내게 행복을 주는 사소한 것을 찾아본다. 회사에서 집이 너무 멀어 수도 없이 이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맘때면 동네 가득 퍼지는 달달한 아까시나무 꽃향기에 저절로 웃음이 나는 것, 한약 때문에 가릴 음식이 많지만 커피와 우유 만큼은 마음대로 마셔도 괜찮다는 것, 그리고 여느 때처럼 마감 전날 허겁지겁 서두르는 대신 며칠 일찍 이 글을 쓰고 있는 덕분에 이번 주말은 여유롭게 보낼 수 있다는 것도 지금 나에게는 작은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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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마르쿠스 피스터 글그림/안온 역 | 파랑새어린이
《무지개 물고기》로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아 온 대표적인 그림책 작가 마르쿠스 피스터의 신작이 파랑새에서 출간되었다. 그동안 아이들의 우정과 용기, 함께하는 삶 등의 주제를 섬세한 이야기 속에 녹여 내며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해 주었던 마르쿠스 피스터가 이번에는 ‘행복’을 이야기한다. 두 친구의 순수한 마음이 보여 주는 아름다운 순간들을 통해, 우리 삶의 영원한 테마인 행복에 관한 물음에 화답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빛나는 통찰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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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엠디리뷰 #그림책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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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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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피스터

아름다운 그림과 독특한 표현기법들로 보는 이의 마음을 한눈에 앗아가는 매력적인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동화작가 마르쿠스 피스터는 동화의 근원에 아이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를 강하게 남기는 힘이 있는 작가로 유명하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라 여겨지는 친구와의 우정, 나눔의 기쁨, 인내, 평화 등을 주된 내용으로 삼으며 책의 어휘를 하나하나 고를때에도 각별한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네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그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책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작업한다고 한다. 스위스 베른에서 1960년에 태어난 그는 베른에 있는 한 예술 학교에서 창작코스를 밟으며 미술 공부를 하고, 1981년 취리히로 옮겨 그래픽 아티스트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일을 하는 동안에도 틈틈이 조각, 회화, 사진,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였고 1983년, 2년간의 견습 생활을 마친 그는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펼치기에 앞서 캐나다, 미국, 멕시코 등으로 견문을 넓히기 위한 여행을 떠났다. 다양한 예술 분야를 폭넓게 공부한 그는 여러 가지 예술 활동을 하던 중 1986년 '잠자는 올빼미'라는 그림책을 출판하면서 데뷔를 하게 된다. 그의 작업 기법을 자세히 살펴보자면, 서양인으로는 특이하게도 수묵화를 많이 그렸다. 젖었을 때 굽어지지 않게 나무판 위에 수채화용 종이를 펼쳐놓은 후 연필로 거칠게 스케치를 하고, 그 위에 부드러운 배경 효과를 주기 위해 젖은 종이 채로 젖은 물감을 사용한다. 그리고 종이가 마르면 섬세한 표현을 그 위에 덧바르는 방식이다. 동양의 정서가 담겨져 있는 수묵기법은 서양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그를 주목 받는 작가로 만들었다. 데뷔를 기점으로 그가 그림책 작가로써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된 것 또한 이 수묵화 기법을 도입한 『펭귄 마을 이야기』시리즈 덕분이었다. 그 후 보다 본격적으로 그림책 작업에 몰두 하였고, 1992년에는 '무지개 물고기'를 발표했다. 전세계적으로 꾸준히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무지개 물고기'는 이후 일련의 무지개 물고기 시리즈로 발표되었다. 지금까지 출간된 총 5권의 '무지개 물고기' 시리즈는 각각 우정, 나눔의 기쁨, 인내, 평화 등의 주제를 담고 있다. 이 시리즈가 세계적으로 2천 500만부 이상 판매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무지개 물고기에서 선보인 홀로그램 기법은 그가 예전에 광고 회사에서 견습으로 일할 때 접했던 기술로, 물고기의 반짝이는 비늘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기법이다. 물론 이 기법이 인쇄 과정이 까다롭고 제작비도 많이 들어가서, 초판을 찍을 당시 그는 자신의 수익을 반으로 줄이는 대신 책을 낼 수 있었다. 현재 그래픽 디자이너 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수채화 기법을 이용한 귀엽고 사랑스런 캐릭터로 전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화려한 홀로그램 인쇄 기법을 이용한 『무지개 물고기』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에르바 상,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 스위스 어린이 도서상 등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상을 여러 차례 받은 그의 대표 작품으로 『무지개 물고기』, 『반짝반짝 꼬마 공룡 디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