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앨범이다. 음울한 커버와 '오직 상실한 자들을 위하여'라는 타이틀까지, 외형만으로 음악을 예상케 한다. 작년 여름 발매한 4집의 첫 편 < For Lovers Only >에서 이어지는 < For Losers Only >는 예측대로 비애감을 테마로 잡았다. '사랑'과 '이별'이라는 뻔한 기획의 더블 앨범이지만, 각각의 음반을 진부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준수한 음악이다.
'상실'이라는 주제하에 짝사랑과 이별, 아득해진 옛 기억의 아련함 등을 옴니버스 영화처럼 엮었다. 아카펠라에 강한 그룹이라는 이점을 충분히 살린 작법도 빛을 발한다. 어쿠스틱, 스트링 등 서로 다른 편성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은 기초로 삼고 있는 멤버들의 하모니다. 능숙하게 블렌딩 된 화음을 반주 요소로 삼아 어떤 노래도 브랜드화시킨다.
상반된 테마의 전작과 본 작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인트로 「Love never fades」와 지난 9월 싱글로 먼저 공개했던 「아현동」을 제외하면 신곡은 4곡으로 단출하지만, 짜임새를 갖췄다. 재즈의 골격에 풍성한 스트링을 더한 「사랑한다는 말은 못해도」, 미니멀한 피아노에 주선율과 아카펠라가 부드럽게 조화된 「서울은 비」, 질감을 충분히 살린 어쿠스틱 기타와 하모니를 겹쳐 감정 폭을 확장시킨 「겨울 여행」등 웰메이드 발라드의 향연이다. CCM을 연상케 하는 편곡과 멜로디로 고조된 감정을 폭발시키는 「우리 다시」는 특히 라이브 무대에서 진가를 드러내며 오래도록 회자될 트랙이다.
노래마다 조금씩 다른 색깔과 탄탄한 내러티브를 갖춘 고품질 발라드 앨범이다. 단숨에 사로잡는 강렬함은 없지만, 자극적이고 작위적으로 눈물을 짜내지 않아 편안하다. 명확한 방향 설정으로 깔끔하게 연작 앨범을 마무리했다.
2015/11 정민재(minjaej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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