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커팅 아티스트, 최향미 인터뷰
『피어나다』의 저자이자 페이퍼 커팅 아티스트인 최향미가 독자들과 만났다. ‘페이퍼 커팅 아트’의 기본부터 작업의 비결까지, 풍성한 이야기들로 채워진 시간이었다.
글ㆍ사진 임나리
2016.04.08
작게
크게

크기변환_1.jpg

 

‘유정 선배’가 만들던 검은 나비, 『피어나다』에서 만나세요!

 

평범한 종이를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페이퍼 커팅 아트’가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 종이에 그림을 그린 뒤 칼이나 가위로 오려내면 되기 때문에 그 방법이 쉬울 뿐만 아니라, 가시적이고 활용도 높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시간과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장점이다. 작은 탁자와 의자가 있는 공간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틈틈이 작업을 이어갈 수 있다. 특히 홀로 조용한 시간을 보내면서 복잡한 머릿속을 비울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새로운 취미 생활로 ‘페이퍼 커팅 아트’를 시작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페이퍼 커팅 아트 북’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피어나다』는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을 통해 더욱 유명해졌다. 극중에서 유정이 만들었던 ‘검은 나비’가 『피어나다』에 실린 여러 도안 중 하나였던 것. 이 밖에도 『피어나다』는 52가지의 다채로운 도안들을 제공한다. 작업에 필요한 기본 준비물은 물론 완성하기까지의 과정 또한 사진으로 제공하고 있어 ‘페이퍼 커팅 아트’를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최향미 저자는 『피어나다』의 모든 도안을 직접 그린 주인공으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페이퍼 커팅 아티스트다. 화장품 브랜드 ‘수려한’의 아트 컬래버레이션 패키지 작업에 참여한 바 있고, 잡지 <싱글즈 웨딩>과 <메종>의 화보 촬영을 함께 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SBS의 신년 채널 광고와 현대카드 패션 위크 온라인 광고를 통해 작품을 선보였다.

 

“제가 ‘페이퍼 커팅’을 시작한 게 된 건 우연이었어요. 대학생 때 과제를 하면서 주제에 맞는 표현 방법을 생각하다 보니까 우연히 종이를 자르게 된 거예요. 그때는 종이 자체가 아니라 종이가 뿜어내는 빛이 작품이 됐어요. 종이를 잘라서 그림자를 만들어 내고 싶었거든요. 그게 ‘페이퍼 커팅’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어요. 제가 만든 작품을 보고 사람들이 예쁘다고 말해주니까, 그게 좋아서 계속 하게 된 거죠(웃음).”

 

크기변환_7.jpg

 

지난 22일 저녁, 서교동에 위치한 작은 북 카페 ‘리벤’에서 최향미 저자가 독자들과 만났다. 예스24 단독으로 진행된 강연이었다. 저자는 ‘페이퍼 커팅 아트’가 가진 매력을 소개하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유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페이퍼 커팅 아트’의 기원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됐다.

 

“‘페이퍼 커팅’의 정확한 기원은 알기 어려워요. 왜냐하면 다양한 곳에서 시작됐기 때문이에요. 오래 전에 부유하지 않은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릴 때는 실루엣으로만 옆모습을 간단하게 그렸기 때문에, 거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현재 구글에서 이미지 검색을 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작품은 중국 사람들이 만든 거예요. 중국에서는 신년을 맞아 붉은 종이로 ‘복(福)’이라는 글씨를 만들어서 선물하거나 집에 두기도 하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과정 자체를 즐기면서 작품을 만드는 것 같아요. 우리가 어렸을 때 많이 했던 눈꽃 종이를 오리는 작업도 ‘페이퍼 커팅’의 일종이죠. 스탠실 작업도 마찬가지이고요. 다만 스탠실의 경우에는 종이 자체가 작품은 아닌 건데,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생각보다 ‘페이퍼 커팅’이 그렇게 생소한 작업은 아닌 거죠.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도 ‘설위설경’이라는 게 있었어요. 무당이 굿을 할 때 걸어두는 장식인데, 한지를 잘라서 만들어요. 이 기능을 가지고 계신 분 중에 1990년대에 처음으로 무형문화재로 등록되신 분도 계시다고 해요.”

 

이어서 저자는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페이퍼 커팅 아티스트’들을 소개했다. 일본의 아오야마 히나(Aoyama Hina)는 작은 가위를 사용해 작품을 만드는 작가로, 저자는 아오야마 히나의 작업 과정이 담긴 영상을 독자들과 함께 감상했다. 롭 라이언(Rob Ryan)은 ‘페이퍼 커팅’ 작업으로 시작해 자신의 일러스트를 다양한 제품과 접목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릇과 벽지, 이불 등 다양한 소재와 작가의 작품이 만나고 있는 것. 최향미 저자는 롭 라이언의 사례를 통해 ‘페이퍼 커팅 아트’가 활용되는 방식이 무척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크기변환_2.jpg

 

 

페이퍼 커팅 아티스트가 알려주는 깨알 팁

 

최향미 저자는 직접 ‘페이퍼 커팅’ 시범을 보이면서 자신이 직접 사용 중인 도구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고무판, 도안, 칼이 필요한데요. 『피어나다』에는 가위나 마스킹 테이프도 소개되어 있지만, 그런 것들은 필수 재료는 아니에요. 가지고 계시면 유용하게 사용하실 때가 있을 거라는 거죠.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재료는 칼일 텐데요. 저도 다양한 종류의 칼을 사용해요. 어떤 칼이든 본인이 사용하시기에 가장 편하신 걸 쓰면 돼요. 제가 쓰는 칼 중에는 펜처럼 쓸 수 있는 ‘아트 나이프’도 있는데, 이 도구가 손에 익으시면 곡선을 자를 때 정말 편하실 거예요.”

 

독자들은 저자의 곁에 서서 작업 중인 그녀의 손끝을 주시했다. 작은 움직임 하나까지 집중해서 바라보면서, 평소 ‘페이퍼 커팅’을 하면서 궁금했던 점들을 묻기도 했다. 저자는 작업의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하며 깨알 같은 팁을 들려주었다.

 

“큰 구멍보다는 작은 구멍을 먼저 자르시는 게 좋아요. 큰 구멍을 먼저 자르시면 그 옆에 있는 작은 구멍을 잘라내기가 힘들거든요. 종이가 힘이 없어서 많이 흔들리기 때문이에요. 테두리를 먼저 잘라내면 도안이 찢어질 수 있으니까 안쪽에 있는 부분을 먼저 자르세요. 가장 마지막에 테두리를 자르시고 작품을 떠내듯이 완성하면 됩니다. 가능한 칼질은 한 번에 끝까지 자르시는 게 좋고요. 칼날을 많이 꺼내시면 위험하기도 하고 힘이 실리지 않으니까, 조금만 꺼내서 사용하시는 게 좋아요.”

 

시범이 끝난 후 각자의 작업에 열중하면서도 독자들은 끊임없이 ‘페이퍼 커팅 아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 다른 도구들의 ‘사용 후기’를 공유하기도 하고, 작업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최향미 저자는 독자들의 작품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이 나누었던 노하우를 Q&A 형식으로 정리했다. 

 

크기변환_4.jpg

 

  Q. 동그라미는 어떻게 잘라야 하나요?

 

  A. 칼날을 조금씩 넣으면서 편한 방향으로 종이를 돌려가면서 자르세요.

 

  Q. 작업 중에 도안의 가운데 부분이 들뜨기도 하는데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가능한 도안의 여백을 적게 남긴 다음에 붙이시는 게 좋아요. 도안의 중간 중간 풀을 발라 붙이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Q. 글자를 오릴 때의 팁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크게 요령은 없는데요. 『피어나다』에 보시면 손 글씨나 필기체로 쓰인 글자들이 있을 거예요. 그런 건 편하게 작업하셔도 돼요. 컴퓨터로 타이핑된 글씨라면 가능한 선에 맞춰서 자르도록 신경을 쓰시는 게 좋고요. 

 

  Q. 『피어나다』의 도안들은 세 종류의 종이에 인쇄되어 있잖아요. 흰 종이, 검은 종이, 그리고 크라프트지가 있는데요. 어떤 종이로 작업을 하는 게 수월할까요? 

 

  A. 작업하실 때 크라프트지는 조금 더 까다로울 거예요. 재질의 특성상 뜯기고 찢어지는 느낌이 있거든요. 흰 종이에 인쇄된 도안은 상대적으로 쉬우실 거예요. 

 

  Q. 한 장의 도안을 통째로 놓고 작업하는 게 어려울 때는 어떻게 하죠?

 

  A. 전체가 한 작품이 아니라 여러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 도안이라면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서 작업하는 게 편해요. 

 

  Q. 도안이 찢어졌을 때 해결하는 방법도 있을까요? 

 

  A. 목공 풀을 이용하시면 좋아요. 이쑤시개로 적은 양을 찍어서 도안을 붙이시는 거예요. 목공 풀은 마르면 투명해지기 때문에 크게 티가 나지 않아요.

 

큰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생활 속에 예술을 더할 수 있는 방법, ‘페이퍼 커팅 아트’. 그 매력을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피어나다』는 두 번째 책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피어나다』를 통해 ‘페이퍼 커팅 아트’와 처음 만난 독자들은 물론, 아직 그 즐거움을 모르는 이들에게도 ‘설레는 손맛’을 안겨줄 것이다. 

 

 

img_book_bot.jpg

피어나다최향미 저 | 클
“피어나다 매트 아트 나이프 세트”는 페이퍼 커팅 아트를 처음 만나는 독자들을 위해 《피어나다》와 꼭 필요한 두 가지 준비물을 함께 묶었다. 종이를 오려 작품을 완성하는 페이퍼 커팅 아트는 마음에 드는 도안과 고무 매트, 아트 나이프, 가위, 마스킹 테이프만 있어도 충분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관련 기사]


- 이신애 “초등 3학년, 영어 교육 시작하기 딱 좋은 나이”
- 시인 서윤후, 황유원 “시와의 마주침”
- 달러를 사야 하나? 부동산을 사도 괜찮나?
- 김미경, “이 세상에서 제일 쓸만한 사람은 나다”
- 시인 동주, 그토록 시인이 되고 싶었던 청년에게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페이퍼 커팅 #아트북 #피어나다 #최향미
0의 댓글
Writer Avatar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