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가장 즐겁게 느껴지는 순간은 낡은 책을 펼치기 직전입니다. 오래된 종이에서 나는 향긋한 냄새와 함께 눈앞에서 문이 열리는 느낌이죠. 문 너머에는 다른 세계가 있거나 혹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세계를 보여 주는 창들이 있습니다. 해서, 문을 열고 그 공기가 밀려 들어오면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지금은 준비하고 있는 SF소설 때문에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를 다시 읽을 생각입니다. 왜 SF를 쓰는데 이 크고 멋지지만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운 책을 다시 봐야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소설을 쓰다 잘 안 풀리면 의외로 이런 걸 보는 게 도움이 되기도 하죠.
최근 쓴 소설 『자기 개발의 정석』 은 자기 계발서가 아니라 자기 개발 소설로, 자기 계발서의 정반대에 있을 법한 '1인 포르노그라피'입니다. 한 명뿐인 포르노그라피라는 게 가능하냐고요? 믿어지지 않겠지만, 진짜 된다니까요.
명사의 추천
보르헤스 전집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르 저/황병하 역 | 민음사
매번 오오오 하는 심정으로 책을 펼쳐, 와와와 하며 읽다가, 아아아 하는 마음으로 책을 덮습니다.
세월호, 그날의 기록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저 | 진실의힘
책은 그저 그날 일어난 일에 대한 기록들을 모아 재구성합니다. 단지 그뿐이지만 페이지를 넘기다 몇 번이나 다시 책을 덮어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였습니다. 믿을 수 없는, 믿어지지 않는, 그러나 현실.
보이드 : 빅뱅 직전의 우주
프랭크 클로우스 저/이충환 역 | MID 엠아이디
우주론 차원에서 무라는 것을 다시 정의하게 합니다. 빈 공간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있으며 어쩌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는 아주 어려운 이야기를 더 어렵고 자세하게 들려줍니다.
3월의 라이온
우미노 치카 글,그림 | 시리얼(학산문화사)
소년 만화, 혹은 장기만화를 가장한 본격 먹방 만화일지도...... 우울한 날 오후 첫 권부터 천천히 읽다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
리처드 브라우티건 저 | 비채
깨어진 병조각 같은 소설입니다. 바닷가 모래사장에 떨어져 파도에 씻기고 모래에 마모되어 원래 모양은 짐작할 수도 없고 날카로움도 사라졌지만, 조금은 쓸쓸하고 여전히 아름다운, 보석 같은 짧은 소설들이 있습니다.
영화
위플래쉬
다미엔 차젤레
보면서 내내 생각했습니다. 정말 잘 만들었는데, 정말 잘 찍었는데, 어떻게 저런 시나리오로 투자 받았지? 도대체 어떤 용자가 투자해 준걸까? 나중에 파일럿 필름을 만들어 투자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버드맨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세상을 혹은 자신을 둘러싼 현실이라는 얇은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은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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