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다이노서 주니어를 주목해야 할 이유
송라이팅과 사운드 메이킹, 연주에 이르는 전반의 제작 과정에서 고유의 컬러를 내면서 근사한 결과물을 뽑아냈다.
글ㆍ사진 이즘
201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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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락없는 다이노서 주니어의 작품. 사반세기 넘게 꾸준하게 끌고 온 밴드 특유의 사운드, 컬러, 작법이 고스란히 이 앨범에 담겨 있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번 음악 역시 결코 낯설지 않다. 잔뜩 구겨지고 일그러진 기타 톤에서부터 루 발로우의 역동적인 베이스와 머프의 강렬한 드럼, 곡의 중후반부 즈음에서 잊지 않고 튀어나오는 날카로운 기타 솔로잉, 제이 마스키스의 맥 빠진 보컬, 캐치한 멜로디와 1980, 1990년대의 얼터너티브 록 식 리프에 이르기까지, 다이노서 주니어의 음악에서 들어왔던 온갖 성분들이 그대로 튀어 나온다. 여기에 새로운 요소는 없다. 대단히 신선하다고 할 지점도 없다. 오히려 매우 익숙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분명 좋다. 다이노서 주니어는 정형화된 전법과 스타일의 경계 안에서 늘 죽여주는 결과물을 내보여왔고 그 결과물들은 대체로 좋았다. 그리고 이는 에서도 마찬가지다. 앨범을 빛내는 것은 이러한 고유성과 항상성이다. 스타일과 사운드도 여전하고 제이 마스키스와 루 발로우, 머프의 재능과 역량도 여전하다. 이들이 뒤섞여 나온 결과물이 애매하다거나 형편 없을 리 만무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는 상당히 좋은 음반이다. 송라이팅과 사운드 메이킹, 연주에 이르는 전반의 제작 과정에서 고유의 컬러를 내면서 이들은 근사한 결과물을 뽑아냈다. 노이즈 록의 질감과 펑크 록의 터치에 멜로디 감각을 혼합해 만든 기타 리프, 완력 가득한 리듬 파트 구성, 잘 들리는 팝 선율이 다시 한 번 위력을 발휘하고, 트랙리스트 안에서 섞이는 로킹한 터치와 서정적인 감각이 다채로움을 내보인다. 에서 조금은 어색한 변화를 가져왔던 키보드가 빠졌다는 점도 (물론 이 역시도 좋았지만) 이 맥락에서 반갑게 다가온다. 그대로여서 좋다는 말은 이 밴드를 두고 해야 한다.

 

훌륭한 곡들이 가득하다. 둔탁한 톤의 펑크 기타로 시작해 캐치한 멜로디 구간을 지나 날렵한 기타 솔로로 이어지는 「Goin down」은 「Freak scene」, 「The wagon」, 「Feel the pain」의 막을 멋지게 올렸던 것처럼  의 시작을 근사하게 알리고, 기타 리프와 보컬 파트에 팝 선율이 자리한 「Tiny」와 「I told everyone」은 그 다음 차례에서 흐름을 잘 이어받는다. 까칠한 퍼즈 기타와 다이나믹한 드러밍을 내세운 「Good to know」와 블랙 사바스 풍 사운드 속에 부드러운 선율을 감춘 「I walk for miles」 등의 록 트랙도, 제이 마스키스의 멜로디 감각이 잘 드러나는 「Be a part」와 루 발로우가 쓴 「Love is...」 등의 서정적인 트랙도 실로 괜찮다. 또 후반부는 어떠한가. 차분하게 시작해 역동적으로 곡을 마감하는 「Knocked around」, 다이노서 주니어의 매력적인 전법이 고스란히 담긴 「Lost all day」와 같은 곡들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트랙 리스트에 오른 대부분의 노래들에선 이렇다 할 결점이 보이지 않는다.

 

수작의 지위가 충분히 따르는 앨범이다. 비단 현 시점에서뿐 아니라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도 능히 수작으로 남을 음반이다. 얼터너티브 록 시대의 클래식을 낳은 그 감각들이 무뎌지지 않고 빛을 발하며 러닝 타임 전반에 인상적인 모먼트를 수 차례 새겨넣는다. 그 한 장면, 한 장면을 결코 놓칠 수 없다. 그렇게  은 우리가 계속 다이노서 주니어에 주목해야 하는 당위를 만들어낸다. 스타일서부터 결과물의 수준에서까지 여전함을 보일 수 있는 장인들이 어디 그리 흔하던가. 이 대단히 멋진 밴드에게서 눈을 떼기가, 이 대단히 멋진 작품에게서 귀를 떼기가 어렵다.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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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노서 주니어 #Give A Glimpse Of What Yer Not #송라이팅 #고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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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