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어른들을 보면 꼭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른다. 주변에 동화책이라도 한 권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없던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 너무 금방 끝나면 재미가 없으니 이왕이면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긴긴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내는 게 관건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새로운 이야기가 어디 있겠는가. 결국은 내가 들어봤거나 경험해본 일들에 상상을 덧붙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아주 어릴 적 할머니, 할아버지가 해주시던 이야기까지 끄집어 내서 말이다.
『하룻밤』 도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된다. 엄마가 없는 어느 날 밤. 아빠는 아이들이 자기 전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한다. 평소 엄마만큼 책을 재미있게 읽어주지 않는 아빠가 무슨 이야기를 재미있게 할까 아이들은 걱정하지만 어느 새 아빠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용궁에 갔다 왔다는 아빠의 이야기.
아빠의 할아버지는 손주들이 열 살이 되면 꼭 밤낚시에 데려 가셨는데, 어느 날 할아버지가 열 살이 되지 않은 아빠를 데리고 밤낚시를 가셨다. 커다란 물고기를 잡아서 형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아빠는 물고기가 잡히지 않아서 초조해하지만 할아버지는 그저 손자와 함께 있는 이 시간이 더 소중하다고 이야기 하신다. 용궁에 다녀온 낚시꾼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신다. 결국 커다란 잉어를 잡게 되어 들뜬 아빠는 할아버지가 잠 든 사이 꿈 같은 일을 겪는다. 잉어가 갑자기 살려달라고 말을 걸더니 자신을 살려주면 용궁에 데려가서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게 아닌가. 이 때부터 아빠의 용궁여행이 시작된다.
용궁에 갔던 아빠는 잉어 공주의 도움으로 다시 할아버지 곁으로 돌아온다. 잉어를 놓아줘서 할아버지가 실망하시진 않을까 걱정하지만 할아버지는 아빠의 용궁 이야기에 뛸 듯이 기뻐하신다. 그리고 그 하룻밤에 일어난 일은 아빠에게도 할아버지에게도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하룻밤의 추억이 반짝이는 이야기가 되어 아이들에게 전해지고,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아빠의 이야기 속에 영원히 살아계실 수 있었다.
이야기라는 게 그렇다. 허구와 상상이 가득하지만, 그 속에 어쩌면 우리 중 누군가 한 번쯤 겪어봤을 만한 사실이 들어가있다. 그렇게 누군가의 경험과 상상이 뒤섞여서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하룻밤』 이라는 짧은 동화 속에 담긴 아빠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저마다 가지고 있는 할아버지와 나의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 내가 기억하는 정말 멋진 하룻밤은 언제였을까? 그 하룻밤이 또 다른 이야기가 되어 우리 아이들에게 전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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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이금이 글/이고은 그림 | 사계절
『하룻밤』은 사계절 저학년문고 시리즈 예순네 번째 책. 아동청소년문학 베스트셀러 작가 이금이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저학년 창작동화입니다. 누구나 공감하는 어린 시절 추억과 조부모에 대한 사랑, 더 나아가 죽음과 영원함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동화입니다.
김태희(도서MD)
jijiopop
2016.11.08